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0화 (51/749)

Chapter 50 - 47화 - 환영 파티!

내 제안을 들은 리즈벳은, 조용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표정을 보니 뭔가 생각이 복잡해 보이는 듯한 표정이다.

다만 옷을 입고 머리를 말린 이후 식당에 도착했을 때쯤엔 어느새 웃는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루 종일 고민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빨리 결심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알스가 오늘 내 환영파티를 하자던데 들었어?” “그래? 안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잘됐네.” “저녁에 오면 내 방에서 하자고 하더라.”

파티를 하면서 뭘 먹을까 얘기를 하며 샌드위치 같은 음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알스가 올 때까지 모험가 장비를 파는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일 리안나의 가게에 들러 옷도 좀 갖춰두면 이세계에서 생활하는 준비는 얼추 해둔 셈이다.

멸망을 부르는 자가 언제 또 발견될진 모르지만, 에레보스가 좀 실패작에 가까운 녀석이었단 걸 생각하면 준비는 철저히 해야겠지. 레벨업은 물론이고 장비는 확실히 챙겨놔야 한다.

그렇게 리즈벳과 함께 갑옷이나 무기를 파는 대장간 같은 가게들을 돌아다니는데, 어째 뭐가 좋고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평생 이런 무기나 갑옷 같은 거랑은 인연이 없었는데 이거 뭐 구분을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세마 넌 몸이 크니까 갑옷이든 무기든 몸에 맞는 건 찾기 힘들 것 같은데... 주문제작을 해 줄 만한 곳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무기랑 갑옷까지 주문제작 해야 하나... 정착금이랑 히어로 이터 탐색 보수 받은 걸로 돈엔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네 이거.”

사진기는 일단 참았어야 했나? 남은 돈이 이제 금화 7개가 좀 넘는 정도인데...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무기나 갑옷들이 금화단위로 시작되는걸 보면 이거 여유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상관없지 않아? 히어로 이터 토벌은 결국 세마 네가 한 셈이잖아? 원래 우릴 빼곤 토벌에 참가한 길드 전체에 보수가 결정되어 있었는데, 세마 네가 잡았으니 보수는 나올 것 같은데? 거기에 바울씨 맡긴 의뢰도 아직 보수를 안받았고.”

아. 그러고 보니 히어로 이터 그거. 결국 내가 잡은 거네? 경험치도 내가 먹었고. 보상 때문에 영주성에 불려갈 거라 하던 세라의 얘길 생각해 보면 뭐라도 떨어지는 건 확정일 것 같다. 거기다 바울이 맡긴 의뢰까지? 이거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다.

잊고 있던 보수가 생각나니 어쩐지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마음이 여유로워 지니 ‘싼 거라도 얼른 갖춰놔야지’ 하던 조급함이 사라져서 ‘그냥 천천히 둘러보자’ 란 생각으로 돌아다녔다.

***********************************************************************************************************

그렇게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었다.

둘러본 결과 갑옷 같은 경우엔 아예 내 몸에 맞는 게 없어 어디 한 곳을 골라 주문제작을 해야 될 상황이고, 무기는 적당히 쓸만한 건 있어 보였으나 이거다 싶은 건 없어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째 무기를 살펴보러 갔다기 보단 리즈벳과 데이트하며 돌아다녔단 느낌인데... 그래도 아직 멸망은 10년 이상은 남았으니 몇 일 정도는 조금 여유는 가져도 되겠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려 파티용으로 쓸 요리를 좀 사고 술 가게에서 술도 골라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데 에센티아란 이름이 이 나라를 말하는 건 아니지? 무슨 뜻이야 그거?” “이 세계. 정확히는 우리가 사는 행성 이름이야.”

어쩐지 그럴 거 같다 싶었는데 에센티아가 이세계의 이름이었나.

“세마는 아직 모르는 게 많네. 언제 한번 도서관 데려가서 책을 좀 읽혀야겠는걸?” “어, 생각해보니 손이 생겼으니까 도서관도 갈 수 있네? 햐. 진짜 손이 있으니 좋긴 좋아. 언제 한 번 데리고 가줘.”

그런 식으로 얘길 나누면서 요리랑 술을 제법 잔뜩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3명이 먹기엔 좀 많은가 싶기도 한데, 사실 반인반수 형태가 되고 나서 배불리 먹었단 느낌이 든 적이 없어서 상관없을 것 같긴 하다. 이 참에 한번 확인해 보지 뭐.

술은 나도 그렇고 리즈벳도 잘 알진 못해서 그냥 여러 가지 좀 특이하다 싶은 녀석들을 골라 10병 정도를 담았다. 리즈벳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말했지만 남으면 그냥 내가 마셔도 되니까. 아예 돈도 내 돈으로만 계산했다.

그렇게 요리와 술들을 들고 내 방에 와서 준비를 하는데... 리즈벳이 아직 쓰레기통에 사용했던 콘돔이 있는 걸 보고 얼굴이 새빨개져선 내 등짝을 때리며 버리고 왔다. 미안. 그건 나도 깜빡 했어...

이 후 리즈벳의 방에서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과 컵을 좀 들고 온 후 셋팅하고 있으니 알스가 손에 또 요리가 들어 있는 듯한 봉투를 들고 올라왔다. 이거 오늘 음식이 엄청 남겠네.

셋팅이 끝난 테이블에 알스와 내가 마주보는 형태로 앉았다. 리즈벳은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그 가운데를 마주보는 형태로 앉았는데, 알스와 리즈벳 사이에 술병들이 놓여져 있어 내 옆에 붙어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언제 술병들이 저기 놓여진 거지?

알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난 어쩐지 리즈벳이 내 여자가 된 것 같아서 기분 좋은데 이거?

그렇게 3명이 모여 내가 인간화 스킬을 얻고 숙소에 입주한걸 환영하는 파티가 시작되었다.

***********************************************************************************************************

“직접 길드를 만들겠다고?”

간단히 맥주로 시작하면서 건배한 후 잡담을 나누다 오늘 떠올린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어. 좀 생각해 봤는데 그 편이 오히려 더 재밌을 거 같아.”

두 사람은 어쩐지 걱정된단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아니 뭐 그런 눈빛을 할 것 까지야...

“괜찮겠어? 우리도 엄청 고생하는 중인데? 그냥 다른 길드에서 1~2년 일하고 길드를 만들걸 그랬나 하고 지금도 종종 얘기하는데.” “난 아직도 세금계산 하는 게 어려워... 도와주는 길드관리소 사무원 분이 없었다면 정말 아무것도 못했을 거야. 옛날엔 몰랐는데 대형 길드 길드장들 중에서 사무업무만 하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 직접 퀘스트도 하는 길드장들은 초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야.”

세금 계산이란 게 골치 아프긴 하지. 나도 사이가 틀어지기 전엔 부모님이 이것도 경험이라며 몇 가지 해보라고 알려주셨던 걸 간간이 해보면서 느끼던 거니까.

근데 길드원이 한 두 명으로 시작되는 수준이라면, 그래도 지구 쪽 경험이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사람이 늘면 직원을 고용하던가 세무서 같은데 자문료 좀 주고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한데, 난 길드를 크게 만들겠다거나 뭐 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좀 내 맘대로 지내보고 싶어서. 신수인데 뭐 굶기라도 하겠어? 여차하면 그만두고 다른 길드를 노려보면 되겠지.”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웃으면서 그것도 그렇네 하고 끄떡였다.

“하긴... 모험가 하는 신수는 거의 세마가 유일하다 봐야지?” “내가 마법학교에서 들은 걸론 신수는 지금 전 세계에 10명도 안 된다던가 그랬으니까. 거기다 세마가 싸우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능력은 있으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

와 10명도 안돼? 완전 희귀몹 이였구나 나는.

“그래도 뭐 당장은 아니고... 알스랑 리즈 두 사람이랑 한동안 다니다 좀 시간이 지나서 이때다 싶으면 만들어 보려고.”

일단 리즈벳을 내 암컷으로 만들고 길드원으로 데려가야 하니까.

“음... 그럼 그냥 우리 길드에 가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경험치 공유를 생각하면 잠깐이라도 가입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니, 언제가 적당할지 아직 모르고, 쓸데없는 고집이긴 하지만 첫 스타트를 내가 만든 길드로 시작해 보고 싶어서 말이야. 필요하다 싶으면 그때 가입할게.”

사실 내가 길드를 만들겠다 결정하고 나니 그냥 남이 만든 길드에 들어가기 싫어졌단 것뿐이지만.

알스는 웃으며 알겠다고 말한 뒤 내 길드창설을 미리 축하한다며 다시 건배를 했다. 축하하기엔 네가 좀 괴로울 텐데 알스...

그렇게 건배하고 나니 맥주가 다 떨어져서 오늘 술가게에서 골라온 특이한 술들을 마셔보기로 했다.

“어디 이건... ‘화이트 글렌’? 술 가게에서 사서 그런지 매점에선 못 보던 거네.”

그렇게 말하며 리즈벳이 마개를 열고 슬쩍 향을 맡았다. 순간 리즈벳이 표정을 찡그린걸 보니 아무래도 좀 센 술 같은데?

“으, 엄청 독한 것 같은데... 알스는 술이 세진 않으니까 너무 마시진 마.”

그렇게 말하며 리즈벳은 나와 알스의 술잔을 채워주고 자신의 술잔도 채웠다. 알스는 둘째치고 자기한테도 조금만 채운 걸 보니 영 취향이 아닌 모양이다.

“어디... 흠... 이거 확실히 세보이네.”

나도 슬쩍 향을 맡아 봤는데, 이거 뭔가 알콜향과 훈연향 같은 게 확 올라오는 게 독한 위스키 같은 느낌이...

“그럼 어디 맛만 봐 볼까?”

세 명이서 건배한 후 한 모금씩 마셔보는데... 알스는 움찔 하더니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마시고 내렸고, 리즈벳은 한 모금 꿀꺽 하더니 표정을 찡그리며 안주를 집었다.

두 사람이 마시는 걸 보고 나도 한 모금 마셔 봤는데... 이야, 이거 확실히 위스키 같은 맛이다. 향도 강하고, 도수도 상당히 높은 것 같은데... 오, 살짝 끝 맛이 고소한 향이 퍼지는 게 좀 괜찮은 위스키 같은 맛이다.

그리 비싼 술을 고른 게 아닌데 이 정도라니... 괜찮은데 이거. 근데 이제 겨우 20살 언저리인 두 사람에겐 좀 자극이 셀 것 같긴 하다.

“좀 세긴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괜찮은데 이거?” “세마가 술이 쎄구나... 난 이거 전혀 안되겠어.” “나도 딱히 찾아 마시고 싶진 않네... 이건 나중에 세마가 마시고 다음 거!”

그렇게 말하며 리즈벳이 술을 한 병씩 개봉하면서 맛을 봤다.

제법 괜찮은 술이 있는가 하면 그냥 소주가 생각나는 술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썩 맘에 드는 게 없나 보다.

“으 어째 맥주가 가장 나은 거 같네... 이 녹색병은... ‘라일라 디자이어’? 어디어디...”

그대로 3명에게 술이 채워졌는데, 이번엔 뭔가 리즈벳과 알스의 반응이 다르다. 은은한 주홍빛의 색을 바라보면서 향을 맡아보니, 술 향이 아니라 달콤한 냄새에 꽃 향기 같은 게 느껴지는 향이다.

“와... 이건 향이 좋네?” “그러게. 술 냄새도 그리 나지 않고.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마실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다 같이 건배하고 마시는데... 난 한 모금 마시고 직감했다. 이건 소위 말하는 작업주다.

달콤한 맛과 좋은 향기는 알콜을 숨기기 위한 페이크일 뿐. 이 녀석 상당히 독한 술이다.

말해줘야 하나 하고 두 사람을 보니... 두 사람은 이 술이 썩 맘에 든 모양이다.

“와 이거 맛있는데? 알콜향은 없고 과일 같은 단맛이 느껴지는 게...” “정말이네. 이 정도면 알스도 충분히 마실 수 있을 것 같고, 달달한 게 맘에 들어.”

...알스가 술이 약하댔지?

방금 전까지 계속 술을 조금씩이나마 맛을 본 덕분인지, 알스는 이미 얼굴이 제법 빨갛고 리즈벳도 살짝 취기가 올라오는 듯한 상태.

나는 내가 느낀 술에 대한 감상은 집어넣고, 두 사람에게만 이 술을 마시라 말하고, 다른 술 중에서 가장 내 맘에 든 첫 번째 술을 리즈벳에게 건네달라 말했다.

“와 그 독한 술이 뭐가 좋아서... 자.”

리즈벳은 술병을 건네 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내 옆에 붙어 내가 들고 있는 술잔을 채워준 후, 비워진 알스와 자신의 잔에 라일라 디자이어를 채웠다.

“그래도 한병은 건졌네. 이름 외워둬야겠다. 건배!” ““건배!””

그리고 잠시 뒤, 알스가 완전히 쓰러져 뒤로 넘어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