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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66화 (67/749)

Chapter 66 - 61화 - 콘돔 없이는 안돼!

실망스럽다!

폐쇄형 던전인 솔릭 던전에 들어와 1시간 정도 지나고 느낀 감상이다.

던전이라고 하면 긴장을 부르는 위험과 두근거리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곳 아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솔직히 좀 기대하고 있었는데, 위험과 보상은 개뿔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한 두 방에 픽픽 쓰러지는 고블린 마물들과 바닥이나 굴러다니는 광석이나 풀떼기를 채취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잡템 파밍뿐. 이게 뭐야. 이런 힘 빠지는 보상은 원하지 않았어. 게다가 경험치도 저주받은 산맥에 비하면 쥐꼬리야!

물론 길드관리소에서 난이도를 맞춰 지정해 준 던전이라고 하지만, 이러고서 던전이라니 이름이 아깝다 란 느낌이었다.

긴장감 없는 던전은 갈림길이 없는 1자식 통로. 그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방 안에 마물들이 사이 좋게 모여있고, 그걸 잡은 후 다시 이동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꺾이는 길목에서는 클레아가 감지능력으로 죄다 확인을 해 주니 기습에 대한 긴장감도 없었다.

게다가 리즈벳의 설명대로라면, 던전의 마물들은 정해진 범위를 돌아다니다 정해진 행동만을 취하는 기계 같은 녀석들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마물들이 그렇긴 하지만, 던전의 마물들은 특히나 저런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녀석들이라 실력에 비해 아주 고난이도 던전을 가거나 너무 방심하지만 않으면 이런 식이라고 말해 주었다.

스테미너가 떨어지는 알스는 조금 좀 지친것 같은 듯한 느낌이 있긴 한데... 내 경우엔 넘치는 스테미너 때문에 도통 지치질 않으니 한 두 방에 픽픽 쓰러지는 이 마물들과 긴장감 없는 던전이 너무 실망스럽다.

이 스테미너만 아니었다면 반나절 정도 걸리는 던전이니 긴장이 좀 됐으려나? 근데 리즈벳도 여유가 있는 듯한 모습인 걸로 보아, 던전 자체가 좀 저레벨 던전 같은 느낌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굳이 클레아를 지킬 필요도 없어 보인다.

거기에 더더욱 실망스러운 건 대장간에서 사온 이 싸구려 검. 뭔가 검사스러운 멋진 칼질을 떠올리며 휘둘렀는데, 멋지긴 개뿔. 그냥 내가 주먹질 하는 거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어차피 한 두 방에 다들 죽으니까.

알스를 보면 뭔가 그래도 뭔가 배운 듯한 멋있는 검술을 휘두르다가, 중간중간 스킬을 쓰는 건지 딱 각 잡힌 내려 베기가 시원하게 마물을 반갈죽 시키는데... 나는 내 근력을 가지고도 뭔가 그냥 둔기로 치는 듯한 미묘한 느낌.

나도 뭔가 검술이든 뭐든 정해서 배워야 하는 걸까. 참 힘 빠지는 상황이네 이거.

그렇게 한 숨을 내쉬다가, 내 앞에서 걷고 있는 클레아의 엉덩이를 쳐다보았다. 언제쯤 저 엉덩이를 내 맘대로 만지게 될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클레아의 상태창을 불러보았다.

================================================== 이름 : 네리스 클레아 종족 : 인간 레벨 : 12 ( 3390/ 4620) 칭호 : 말자지에 두려움을 느끼는 여신교의 성녀 후보 나이 : 27세 암컷 스킬 : [수컷 냄새 중독 Lv.1] [공포 Lv.1] [욕망 Lv.1] 암컷 기록 : [첫 키스 : 말자지] ==================================================

클레아의 저 상태창을 보니 좀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래. 다른 것보다 내 암컷들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암. 실망은 접고 이쪽이나 신경 쓰도록 하자.

음... 그런데 클레아는 리즈벳이나 리안나와는 다르게 음란은 없고 공포가 달려있네. 칭호도 두려움을 느낀다 라고 되어있고.

공포에 의한 굴복도 나쁘진 않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푹 빠져서 복종하길 원하는데... 좀 아쉬운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오늘은 리즈벳이 있어서 클레아를 어찌하긴 힘들 테고, 한다면 라디아에 복귀해서 교회에 데려다 주기 전인데... 뭘 해야 공포심이 줄어들까?

클레아의 저 공포를 어떻게 바꿔야 할 지 고민하면서, 계속 던전을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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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참 세상에...’

쓰러져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던전 보스를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던전을 탐사하다 어느새 보스방에 도달해 보스를 쓰러트렸지만, 성취감 보다는 실망감이 내 몸을 감싸면서 내게서 한숨을 뽑아내는 느낌이다.

물론 보스랍시고 처음부터 제대로 공격을 하긴 했다. 알스는 용사투기를 둘렀고, 리즈벳은 에세르를 신경 쓰지 않고 마법을 마구 때려 박았고, 나도 각잡고 칼을 휘두르며 옆구리를 노렸으니까. 겸사겸사 클레아의 버프 스킬도 있었다.

문제는 그 공격에 이 녀석이 제대로 반격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일 뿐. 잠시 공격을 버티며 한 두 번 헛손질을 하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거기에 더해 내가 휘두르던 칼은 녀석의 옆구리에 박히면서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그 꼬장꼬장하게 생겼던 할배. 혹시 사기친 거 아냐 이거? 암만 싸구려라도 이렇게 부러지다니.

나름 첫 던전인데 결과가 이렇다니. 나는 한숨을 쉬면서, 보스방에서 챙길만한 것을 챙긴 후, 던전 안에서 야숙할 준비를 하고 불을 피웠다.

그 불에 둘러앉아 챙겨온 간편식을 먹으면서 알스에게 검을 보여주며 물었다.

“검이 뭐 이러냐. 원래 싸구려 검이 이래?” “아무리 싸구려라도 제대로 된 대장간에서 판 검이니 여기서 부러지면 안될 것 같은데... 알스 어때?” “음... 이건...”

내 검의 손잡이를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알스가 답답해지는 답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세마의 완력을 못 버틴 것 같은데? 조금 비스듬하게 들어간 검이 세마의 힘에 그대로 꺾인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부러진 검을 내게 넘겨주며 알스가 말했다.

“검의 방향이 비틀려서 그런 거니 검술을 배우면 좀 나아질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세마의 힘을 버틸만한 검을 구하려면 돈이 제법 들 것 같은걸.”

비싼 검이랑 검술을 갖춰야 나아진다니... 골치 아프네 이거.

“에휴... 오늘 던전에서 얻은 이것들 팔면 이 칼 값은 나오려나?” “4등분 해도 그 정도는 충분히 나와. 이런 광석들이 제법 비싸. 던전에 따라선 수정구 같은 마도구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나오면 대박인 거고.”

그래도 검 가격은 메울 수 있어서 다행이네. 근데 리즈벳이 말해준 대로라면 이 던전은 마도구는 나온 게 없으니 좀 꽝인 모양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은 후 잠시 얘기를 나누다, 잘 시간이 되어 자리를 준비했다.

얘기를 나누던 도중 클레아가 리즈벳이나 알스와는 웃으면서 얘기하면서 나한테는 짧게 대답하고 마는 게 좀 괴롭혀 주고 싶은 느낌이지만, 어차피 내일이 있으니 그때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자기 전 마지막 확인 차 클레아가 집중해서 던전 내부를 감지했다. 마물이 없는데 불침번을 서야하나 고민하는 알스에게, 체력이 남아도는 내가 적당히 불침번을 보다가 잘 테니 3명은 푹 자라고 말했다.

괜히 불침번으로 어정쩡하게 잠드는 것보다 푹 잠드는 게 나한테도 낫기도 하고... 내가 잠든 2~3시간 정도는 불침번이 없어도 괜찮겠지.

그 말을 들은 알스는 조금 고민하다 고개를 끄떡이며 그럼 부탁한다고 말하곤 침낭을 꺼내기 시작했다.

얘기를 들은 클레아가 어쩐지 조금 두려운 표정으로 날 보며 떠는 게 보이지만... 넌 내일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클레아.

그렇게 세 명이 잠든 후, 조금 기다리니 곧 알스가 잠든 듯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클레아는 너무 조용하게 자고 있어서 잠든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는데... 그대로 조금 더 기다리다, 이제 다들 잠들었겠다 싶은 느낌이 와서 살짝 리즈벳에게 다가가 조용히 그녀를 깨웠다.

“리즈.” “...응...”

내가 작게 리즈벳을 깨우자, 리즈벳은 깨어나 있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침낭에서 빠져 나왔다.

리즈벳은 자신의 침낭 옆에 있던 짐에서 작은 주머니 같은 손가방을 챙긴 후, 조용히 나와 함께 보스방에서 조금 먼 방으로 향했다.

보스방에서 조금 벗어난 뒤엔 리즈벳의 어깨에 팔을 둘러 가슴을 만지며 걸었는데, 리즈벳은 전혀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내 옆구리에 몸을 밀착시키며 걷는 리즈벳의 손을 내 말불알 쪽에 붙이니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기만 하고 거부하질 않았다. 이거 누가 보면 알스가 아니라 내가 리즈벳의 연인인줄 알겠는데?

그렇게 리즈벳이 옷 위로 내 말불알을 만지는 감촉과, 가슴 위가 드러난 민소매 셔츠 안에 넣은 손의 짜릿한 감촉을 즐기며 방에 도착하자, 리즈벳과 나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쳐다보며 웃었다.

“다들 잠들었다는 거 아는데 엄청 두근두근했어...”

그렇게 말하며 웃는 리즈벳을 보니, 이제 하루 한 번 제한을 건드려 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계기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뭐가 좋을까?

그런데 웃던 리즈벳이 자신의 손가방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새파래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리즈벳을 부르니 리즈벳이 당황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코, 콘돔이 없어... 분명 챙겼었던 것 같은데...”

뭐...라고...? 콘돔이 없어?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서로 입이나 손으로만 즐기긴 좀 아쉬운데.

리즈벳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콘돔이 없는 손가방을 바라보고 있다.

“그냥 콘돔 없이 하는 건... 안 되려나?” “...아, 안돼... 아무리 그래도 콘돔 없이 하는 건...”

그 에세르 친화도 란 것 때문에 노콘은 영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 행동은 나에게 넘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은 알스와 연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아직 부담이 있는 거겠지.

그럼 어쩐다... 사실 좀 꼬시면 그냥 노콘도 받아들일 것 같긴 한데...

어떻게 꼬셔볼까를 생각하려던 순간, 머리에서 번뜩이는 듯한 느낌이 나면서 한 가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그 생각에 속으로 박수를 치곤, 리즈벳을 불렀다.

“리즈.” “응?” “콘돔 없이 그냥 섹스하는 건 안 되는 거지?” “아, 안돼...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럼 말이야.”

나는 씩 웃으며, 리즈벳의 엉덩이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냥 애널섹스를 하는 건 어때?”

그 말을 들은 리즈벳의 얼굴에, 여태껏 본 리즈벳의 표정 중 가장 크게 당황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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