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6 - 70화 - 의미없는 프러포즈! (4)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알몸으로 일어선 채 색이 변한 창문을 바라보면서, 나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밤새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던 창문은, 어느새 해가 뜨는걸 알리는 것처럼 밝은 햇살이 칠해져 있다.
안 재울 거라 말한 건 어디까지나 말이 그런 거였고 중간엔 나도 지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번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달려보자고 한 결과가 이거라니.
거기다... 아직도 이 말자지는, 더 할 수 있다고 외치면서 아직도 불끈거리고 있는 중이다.
이거 정말 하루 종일도 가능하겠는데... 새삼스레 이 말 몸뚱이가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걸.
“쌔액... 쌔액...”
침대 위에는, 리즈벳이 귀여운 숨소리를 내면서 잠들어 있다.
절정 후에는 실신하긴 했어도 조금 지나면 정신을 차렸었는데, 마지막 10번째 섹스에서 눈을 뒤집으며 실신하더니, 그대로 깨어나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아무래도 체력이 완전히 바닥난 모양이다. 이 정도로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해야겠지.
그렇게 잠들어있는 리즈벳의 옆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말정액이 담겨있는 콘돔 풍선 10개가 밤새 했던 섹스의 횟수를 보여주고 있다.
“푸흐...”
리즈벳을 바라보다,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싱크대로 가서 물을 받아 잔뜩 들이켰다. 저만큼 정액을 싸질렀는데 고작 목이 좀 마르다 수준이라니. 에센티아의 여자들 몸뿐만 아니라 내 몸도 무슨 고무고무 압축인 모양이다.
그리고 정액양과 횟수도 횟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역시 밤새 이어진 시간이 더 놀랍다.
대충 밤 10시 쯤부터 시작했던가... 20~30분씩 실신하던 리즈벳을 기다리다 중간부턴 그냥 실신한 채로 섹스 하기도 했었지.
그렇게 아침 해가 뜰 때까지 8시간 가량을 섹스만 하다니. 거기다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이쯤 되면 나는 말로 전생한 게 아니라 무슨 정력의 괴물 같은 걸로 전생한 게 아닐까.
“으응...”
리즈벳이 뒤척이는 것을 보고, 다가가 이불을 덮어준 후 리즈벳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리즈벳은 기분 좋은 듯이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머리를 움찔거렸다.
그래. 그런 괴물로 전생했다 해도 상관없지 뭐. 이렇게 내 욕망을 드러내고 해소할 수 있는데.
이렇게 리즈벳과 노리는 여자들을 내 암컷으로 만들 수 있다면 괴물이나 몬스터가 대수냐.
그렇게 생각하면서, 리즈벳이 잠들어 있는 동안 뭘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 방에 돌아가서 나도 한 숨 잘까? 리즈벳과 함께 자기엔 침대도 좁고 알스가 보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리즈벳의 방에서 자기엔 아직은 좀 불안하긴 하다.
물론 에센티아 건물의 보안이 제법 훌륭해서 카드키가 없으면 들어올 순 없겠지만, 혹시 소리 같은 걸로 알스가 눈치챌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겠지.
일단 아직 몸이 쌩쌩한 걸 보면 하루쯤은 그냥 잠 안자고 버텨도 될 거 같은데... 그냥 리즈벳 몰래 클레아나 만나고 올까?
횟수 제한이 리즈벳의 질투 덕분에 풀리긴 했다지만, 그대로 찍어둔 암컷을 놓칠 순 없지. 리즈벳이 완전히 복종하기 전에는 리즈벳 몰래 조금씩 건드려야겠어.
- 똑똑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적막을 깨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알스인가? 이런 아침부터?
나는 몸을 가만히 굳힌 채, 문 밖에서 나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알스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몇 번인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 문에서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제 알스에게 들키더라도 문제가 없을 만한 수준이 되긴 했지만... 벌써 들키는 건 재미없지. 리즈벳 스스로 알스와 헤어지고 내 것이 되겠다고 말하는 순간, 너한테도 발표해 줄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알스.
나는 리즈벳의 방에서 펜과 종이를 찾은 후, 알스에겐 내가 대충 둘러둘 테니 푹 쉬고 저녁에 보자는 내용을 적어둔 후 화장대 위 눈에 잘 띄는 곳에 놔두었다.
그리고 조용히 문 앞에 다가가 마지막으로 귀를 기울여 밖을 확인한 뒤, 살며시 문을 열고 내 방에 돌아왔다.
가볍게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1층에 내려가니, 알스가 라운지의 테이블 한쪽에서 무언가 종이를 살펴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가가 천연덕스럽게 미소 지으며 알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알스.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안녕 세마. 좋은 아침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알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리즈벳은? 아직 자는 건가?” “아까 올라가 보니 그런 것 같았어. 어제 몸이 안 좋다고 했으니...”
시치미를 떼며 리즈벳에 대해 묻자, 알스는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흐음. 이거 괜히 또 놀려보고 싶어 지는데? 슬쩍 찔러볼까? 뭐라고 찔러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알스의 앞에 앉아 들고 있는 종이에 대해 묻자, 알스는 이 후 진행할 던전이나 퀘스트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도 종이 한 장을 들어 살펴보니, 퀘스트명과 보상, 필요인원이나 특이 사항 등이 적힌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길드 관리소에 벽보로 붙는 짜리 상시 퀘스트들과는 제법 보상 액수가 차이가 나는데... 아무래도 두 사람이 평가가 달라진 덕분인지 퀘스트들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
종이를 테이블 위에 놔둔 후, 알스에게 슬쩍 어젯밤 일에 대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리즈벳이랑 뭐 한 거야? 혹시 프러포즈라도 했어?”
다 알고 있지만 최대한 궁금한 것 같은 분위기를 잡으며 묻자, 알스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나에게 말했다.
“티, 티가 많이 났나? 귀신이네 세마...”
프러포즈 받은 당사자에게 들었습니다. 들려준 답례로 기절할 때까지 내 말자지를 박아 줬죠!
그 후 알스가 하는 얘기에 마치 흥미로운 썰을 듣는 것처럼 맞장구를 쳐주다가, 같이 아침을 먹은 후 알스와 함께 퀘스트 목록을 골랐다.
그냥 클레아나 보러 갈까 싶기도 했지만, 눈치 없는 알스가 괜히 리즈벳을 깨우거나 하면서 뭔가 눈치채지 않을까 싶어 감시를 위해 알스에게 붙어 있었다.
겸사겸사 길드 창설이나 길드장의 업무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알스가 리즈벳을 깨우려는 것을 몸이 안 좋은 거라면 오늘은 쉬게 놔두자고 말하며 컷하자, 알스는 잠깐 고민하더니 그럼 조금 늦게까지 기다리다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둘이서만 먹고 오자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리즈벳은 오늘 밤까지 뻗어 있을 거라고 알스를 비웃으며 그러자고 했는데... 그렇게 기다린 지 한 시간이 채 안돼서 리즈벳이 내려왔다.
뭐지? 상당히 일찍 일어났네? 저녁때까진 완전히 뻗어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밤새 내 말자지와 섹스하고 기절하듯 잠들었었는데 벌써 일어나다니. 거기다 얼굴빛도 제법 좋네?
리즈벳도 스테미너가 제법 늘어났었지. 그 덕분일까?
“리즈.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알스가 다가온 리즈벳에게 묻자, 리즈벳은 잠시 1~2초 정도 딜레이가 걸린 것처럼 알스를 바라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완전히 좋아졌어.”
그렇게 말한 후 리즈벳은, 알스의 옆이 아니라 내 옆에 붙어 앉으며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를 하나 들어 읽기 시작했다.
몸을 걱정하는 알스에게 잠깐 웃어준 후 관심 없다는 듯이 얼굴을 돌리는 게, 어쩐지 나에겐 리즈벳이 알스에겐 흥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리즈벳의 심정이 내 예상보다 빠르게 변한 걸까?
“다음 퀘스트 고르는 거야? 우린 세마 덕분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선택지가 꽤 넓어지겠네.”
내 옆에 앉은 리즈벳이, 종이를 살펴보면서 엉덩이를 내게 바짝 붙이며 달라붙었다.
어쩐지 리즈벳이 내게 몸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눈에 띄게 바뀐 건 아니지만, 확실히 어제까지와는 상당히 달라진 듯한 리즈벳의 태도. 이거... 리즈벳 본인은 자각하고 있는 걸까?
“그, 그렇지? 아. 리즈.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플 텐데 다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
알스도 이상함을 느낀 것처럼 갸웃거리는 듯한 느낌이다. 리즈벳의 태도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낀 걸까?
“...후후. 가볍게 배를 채우고 나오긴 했는데... 그래 가자.” “응? 뭐라도 먹고 나온 거야?”
그 사이에 뭔가 먹고 나온 건가? 알스가 묻자 리즈벳은 어쩐지 살짝 홍조를 띄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엄청 진하고 영양가 높은 마실게 있었거든. 한 잔 가득 마시고 나왔어.”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나오면서 치워둘까 하다 일단 그냥 나온 건데... 에이 그건 아니겠지.
“그렇구나. 우유 같은 걸론 모자랄 테니까 나가자. 몸이 안 좋았었으니 뭐라도 먹어야지.” “엄청 진한 거라서 배부를 정도긴 한데. 후후. 그러자.”
우유겠지? 어 음. 아무리 리즈벳이 음란하더라도 그걸 뜯어서 마시고 나오진 않았겠지?
내 머릿속에서 혹시 하는 의심과 함께, 우리 셋은 일어나 늦은 점심을 먹으러 숙소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식당에 가는 동안, 리즈벳은 알스의 옆이 아니라 내 옆에서 붙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