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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80화 (81/749)

Chapter 80 - 74화 - 손 안 떼!?

길드 창설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 3일이 지났다.

서류들은 말이 신청서지 사실상 길드 창설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있고 거기에 사인만 하는 수준이라 크게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가장 골치 아픈 건 길드 문장 디자인인데, 이건 아직도 결정을 못 했다.

대충 어떤 모양으로 만들까 고민하며 펜을 들고 몇 개 그려봤지만, 이걸로 할까 하고 있으면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뭔가 확 와닿는 게 없단 말이지. 이 문장을 달고 다니는 여자들은 내 암컷입니다~ 하고 광고하는 듯한 디자인이 필요한데 확 떠오르는 게 없다.

리즈벳의 말로는 길드원들의 문장마다 조금씩 작은 글자 수준의 변화는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얘기를 들으니 더 결정이 힘들어졌다.

크기만 적당했으면 아랫배에 음문처럼 딱 새길 텐데... 애매한 크기다 보니 그쪽에다 새기긴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쪽은 나중에 따로 문신 같은 걸로 새기자고 결정하고, 길드 문장은 그냥 손등이나 잘 보이는 곳에 새기기로 결정했다.

근데 사실 문장 디자인보다도 신경 쓰이는 건 리즈벳의 반응이었다.

내가 길드 창설 준비를 한다고 말하며 문장에 대해 물어볼 때, 리즈벳은 웃으면서 대답해 주면서도 표정이 미묘하게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리즈벳에게 날 따라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리즈벳의 표정이 어쩐지 '세마를 따라가고 싶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하고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라, 날 따라오라는 말은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다.

아직 길드 창설은 꽤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제 한 걸음 남았다는 느낌의 리즈벳이니, 그 한걸음을 걸은 후 알스를 배신하게 하는 게 죄책감을 덜 느낄 테니까.

덕분에 밤에는 평소보다 거친 밤을 보내며, 리즈벳을 달래듯이 만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알스가 배정받아 온 새로운 던전에 도전하기로 한 날이다.

리피 라는 이름이 배정된, 이전에 갔던 솔릭 던전보다 한 체급 높은 던전.

들어와서 조금 돌아다녀 보니, 확실히 이전 솔릭 던전보다는 마물들의 공격성이나 움직임이 제법이다.

나름 피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공격도 제법 날카로운게 아차 하면 당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단순한 일자형 통로이던 솔릭 던전과 다르게 갈림길도 나오는 등, 이제 진짜 던전이라고 부를 법한 던전처럼 느껴진다.

“으랴!”

마치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것처럼 둔기를 휘두르자, 검치가 있는 늑대 모습인 마물의 머리가 터지면서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마물들이 강해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내 근력은 이놈들을 2~3대에 터트릴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날이 달린 무기보단 잘 맞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둔기는 내 손에 쫙쫙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날의 방향이나 베는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힘껏 휘두르기만 하면 되니, 확실히 괜찮긴 한데...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정말 몬스터 그 자체가 아닐까.

거기다 지금 잡고 있는 녀석들이 시체가 안 남는 마물이라 다행이지, 몬스터였으면 시체가 상당히 처참했겠지...

이걸 계속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네.

“둔기가 생각보다 괜찮네? 다른 모험가들은 정말 하루 종일 휘둘러야 몬스터 한 두 마리 잡을까 말까 라던데... 힘이 세니까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걸.”

리즈벳이 웃으면서 다가와 내 팔근육을 만지며 말했다.

“나도 괜찮은 것 같긴 한데 나중에 몬스터 잡을 때가 걱정이네. 시체가 완전 처참하겠어.” “흐음. 가죽이 돈이 되는 몬스터는 잡기 힘들겠다. 하긴 그건 검을 써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리즈벳이 웃는 것과 동시에, 어쩐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팔을 쓰다듬는다.

으음. 알스도 옆에 있는데 너무 대담한걸. 밤에 그렇게 만족시켜 줬는데도... 아니, 만족시켜 주니까 이런 걸까?

조금 걱정하면서 알스를 바라보니, 알스는 이쪽을 신경 쓰지도 않고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왜 저러지? 하고 생각하자마자, 알스는 진지한 목소리로 우릴 불렀다.

“뭐야? 왜 그래 알스.” “...아무래도 던전에 누가 먼저 들어와 있는 모양이야.” “어? 설마... 불법 모험가?”

방금 전까지 내 옆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던 리즈벳이, 순식간에 긴장된 표정으로 변하면서 물었다.

불법 모험가... 분명 모험가 자격이 없는 범죄자나 무법자 같은 녀석들이라고 했던가. 실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굳이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기 때문에 불법 모험가들은 대부분 어정쩡한 실력들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던전에 들어온 지 한 시간 정도 지났는데, 채집할만한 포인트도 없었고 마물들의 숫자도 미묘하게 적어. 이건 아마...”

던전 공략 허가도 받지 않은 녀석들이 들어와 있단 건가. 아니지, 어쩌면 이미 돈 될만한 것만 적당히 챙기고 빠져나갔을 수도 있겠네.

“이미 빠져나갔으면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거지만... 남아있으면 마주치게 될 거란 얘기지?”

내 말에 알스는 고개를 끄덕인 후, 긴장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던전 안에서 불법 모험가를 마주칠 경우 설령 죽이더라도 죄는 아냐. 마주쳤을 때 가장 좋은 상황은 제압하고 라디아로 끌고 가는 거지만... 우리 모두 불법 모험가를 만나는 건 처음이고, 상대 쪽은 목숨을 걸고 달려들 테니 제압이 가능할지는...”

범죄자들인 만큼 뒤가 없을 거란 얘기인가. 확실히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건 좀 찝찝한데.

“...그냥 돌아갈까?” “으음... 불법 모험가 흔적을 발견하고 돌아왔다고 하면 길드 평가가 나빠질 텐데... 왕국에선 불법 모험가는 그냥 죽이고 흔적을 가져오는걸 권장하거든.”

왕국이 살인을 권장하다니, 암만 범죄자여도 좀 무섭네 그거.

알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와 리즈벳, 그리고 클레아를 둘러본 후 물었다.

“...세마. 리즈벳. 괜찮겠어?”

이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데 더 나아가도 되겠냐는 거겠지.

근데 그렇게 막 긴장되진 않네. 어정쩡하단 얘길 들어서 그런가? 내 레벨은 18레벨 이지만, 솔직히 20레벨 이하 수준이라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 던전에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좀 더 들어가 봐도 되지 않을까. 여차하면 모두 태워서 도망치면 되니까.

내가 그런 식으로 말하자, 리즈벳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말에 동의했다.

“세마가 그렇다면 문제없겠지. 어차피 숨어사는 범죄자 들이잖아? 모험가 생활 하면서 한번쯤은 만날 족속들이니까 경험이다 생각하고 가보자.”

알스는 고개를 끄덕인 후, 클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클레아씨. 만약 불법 모험가들을 만나면 죽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살인은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여러분이 위험에 빠지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요. 가능하면 제압하는 쪽으로 부탁 드려요.”

그래도 수녀인 만큼 클레아는 반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것도 아닌가 보다.

하긴, 지구쪽의 상식이랑은 차이가 있는 에센티아니까. 범죄자에 대한 인식도 다르겠지.

그렇게 불법 모험가들을 만났을 경우 행동 방향에 대해 결정한 후,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다시 던전 탐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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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동안 던전을 탐색했지만, 마물들만 조금씩 나올 뿐 불법 모험가들을 만나진 못했다.

이미 빠져나간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몸의 긴장이 빠질 때쯤, 앞에서 뭔가 묘한 느낌의 방이 나타났다.

출구가 없는 막다른 방인데... 벽의 색이 여태까지의 벽과는 다르고, 바닥이 3개의 칸으로 나뉘어져 있다.

“뭐지 여긴? 좀 느낌이 다른데?”

그렇게 말하며 방 중앙에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뒤에서 방을 둘러보던 리즈벳이 순간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세마! 나가야 돼! 여긴...!”

그 순간, 방 안에 눈부신 빛이 휩싸이면서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고 천천히 눈을 뜨자... 방금 전까지 있던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 혼자만이 서 있었다.

구석에선 작게 물이 흐르고 있는 방을 둘러보다, 나는 상황을 짚어보기 시작했다.

‘설마... 함정?’

리즈벳이 나가야 한다고 다급하게 소리쳤던 것을 보면... 아마 그런 종류겠지. 근데 이렇게 순식간에 위치가 바뀌는 함정이라니. 확실히 마법이 있는 이세계 던전 다운데?

‘세 사람을 찾아야겠는데... 모두 어디론가 날려보내졌...!?’

순간, 눈이 안 보이는 클레아가 생각나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던전 안에 불법 모험가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 중이었었는데... 만약 클레아도 나처럼 혼자 떨어진 상태라면?

아니, 있는지 없는지 모를 불법 모험가는 둘째 치더라도, 만약 클레아가 마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면?

리즈벳이나 알스는 그래도 전투능력이 있는 마법사와 전사이지만, 수녀인 클레아는 회복 스킬이나 축복 같은 스킬 외엔 전투능력은 전무하다.

심지어 눈까지 안 보이는 클레아가 혼자 어디론가 날아간 상태라면...

텔레포트 함정에 감탄하며 여유를 부리던 나는, 클레아를 떠올리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어느새 무작정 달려나가고 있었다.

‘안돼! 인간형은 너무 느려!’

나는 그대로 말보르기니 폼으로 변한 후, 전속력으로 던전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변하면서 옷과 무기가 그대로 흘러내렸지만, 어차피 던전은 모든 생명체가 빠져나가기 전까진 사라지지 않는다.

일단 클레아를 최우선으로 찾고 다른 두 사람과 합류한 후에 찾으러 와도 문제없을 터.

‘제발... 세 사람 모두 같은 곳에 떨어졌기를!’

나는 속으로 간절히 세 사람이 무사하길 기도하면서, 전력으로 땅을 박차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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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던 클레아는, 어느샌가 주변에서 다른 세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놀라며 주변을 집중해서 감지해 보지만,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던전의 함정 종류인 걸까? 만약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 세 사람과 떨어져 혼자 남은 상태란 것인데... 만약 세 사람이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다면... 던전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클레아는 식은땀이 흐르면서 공포스러운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 아니... 세 분을 믿죠. 그것보단 세 분이 무사할지가 더...’

자신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이동한 것 같지만, 세 사람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다.

불법 모험가도 확인하지 못했으니, 만약의 경우 세 사람 모두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생각한 클레아는, 자리에 앉아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괜히 돌아다니는 것보단 이게 더... 여신님... 부디 세 사람을...’

그렇게 한참을 기도하며 세 사람을 기다리던 클레아. 다리가 저리고 점점 피로가 늘어갈 때쯤, 먼 곳에서 3개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 이건...’

순간 알스 파티라고 생각했던 클레아였지만, 3개의 기척에서 느낀 에세르는 3명의 에세르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었다.

‘설마...’

클레아의 몸에 긴장이 퍼지면서, 다가오는 기척들에게서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벽들의 색이 모두 같은 던전 안에서 이동하는 것은, 눈이 불편한 클레아에게 상당히 힘겨운 일이었다.

“어? 형님. 왠 여자가 혼자 있는데요?” “그러네? 그것도 수녀인데?” “흐흐흐. 수녀님. 던전 함정이라도 걸리신 건가?”

벽을 더듬으며 출구를 찾던 클레아에게,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3명의 남자가 웃으며 다가왔다.

“...어? 형님 이 여자 눈이...” “......설마...”

다가온 3명이 당황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웃는 3명의 에세르는, 클레아가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공포스러운 에세르가 느껴졌다.

“푸하하핫! 야 뭐냐 이거!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으하하! 이거 두목이 아주 좋아하시겠는데요!?” “이렇게 몰래 던전에 숨어든 보람이 있구만요!”

그렇게 웃던 세 사람중 한 사람이 클레아에게 다가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가씨... 라디아의 클레아란 수녀. 맞지?” “...!? 어, 어떻게...?”

긴장하던 클레아는 예상치 못하게 자신의 이름을 듣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되물어버렸다.

이 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에세르는 도대체...? 그리고 자신을 알고 있다니?

“큭큭큭...! 아 이거 참...! 아가씨. 수녀 주제에 어딜 겁 없이 던전에 돌아다니는 거야? 큭큭...!” “덕분에 우리 일이 엄청 편해졌는걸?” “두목이 두둑하게 챙겨주겠네요 이거.”

혼란스러운 클레아를 앞에 두고 세 사람은 한참을 킬킬거리다가, 한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살다 보니 이런 일이 다 있네. 근데 이 수녀. 몸이랑 얼굴은 죽이지 않습니까 형님?” “야 너두? 나도 그 생각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점점 세 사람의 에세르에서, 간간히 느끼던 기분 나쁜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클레아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쩐지 세마에게서 느끼던 그 감정... 그것이, 눈 앞의 세 명의 불한당에게서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다, 다가오지 마세요...” “큭큭큭. 눈도 안보이면서 어디 가려고 클레아 수녀?”

리더처럼 보이는 사람이 앞에 나서며,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클레아에게 말했다.

“어차피 여기서 죽게될텐데, 죽기 전에 재미 좀 보고 가라고.”

그렇게 말하며 3명의 짐승이, 클레아의 수녀복을 찢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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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어느 정도 달린 걸까. 한 시간 넘게 전력으로 달린 것 같은데, 마물 한 두 마리 정도만 마주쳤을 뿐 아직 세 사람 중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지? 만약 클레아가 처음부터 위험한 곳으로 떨어진 거라면 지금쯤은...

“꺄아아아아아악!!”

불안한 기분이 엄습하던 도중, 멀리서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그 목소리가 클레아의 목소리란걸 깨닫고는, 네 발을 폭발시키듯이 달려가니 눈 앞에서 클레아를 둘러싼 3명의 남자가...!

“이, 이러지 마세요!”

세 사람 중 한 명이 클레아의 수녀복을 찢는 게 보인다.

설마 저놈들... 불법 모험가? 그런 놈들이 클레아의 옷을 찢고 있다?

비명을 지르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둘러싼 채 옷을 찢는 남자들.

나는 그 광경을 본 순간, 머리에서 핏줄이 터지는 느낌과 함께 몸에 갑자기 끓는 듯한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야이 개새끼들아! 당장 손 안 떼!?”

나는 욕을 외치며, 클레아의 옷을 찢는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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