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1 - 84화 - 리즈벳의 복종!
리즈벳의 결심을 들은 나는, 리즈벳에게 오늘 밤 리즈벳의 결심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리즈벳은 얼굴을 붉히며 미소 짓더니,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몸을 끌어안았다.
으음, 리즈벳이 결심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알스에게 충격을 줄려면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한데. 그냥 헤어지자 말하면 충격이 적으니 최대한 준비를 갖추고 알스에게 보여줘야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리즈벳에게 완전히 결정되기 전에는 알스 앞에서 너무 티를 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리즈벳은 아쉬운 것 같은 쓸쓸한 표정을 짓더니 알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숙소 앞에서 리즈벳과 떨어진 후,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알스와 만나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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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세마가 길드를 나가면 쓸쓸해 지겠는걸.”
식사를 하면서 알스가 없는 주말 동안 길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자, 알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였다.
그 표정에는, 마치 친구와 헤어지는 것 같은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조금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알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속으로 각오를 다졌다.
남의 여자를 빼앗는다... 그래. 여기가 지구였다면, 설령 내가 자신의 욕망을 자각했더라도 남들의 시선과 평판 등을 생각하며 평생 욕망을 숨기고 살았겠지.
하지만... 여긴 에센티아다. 그리고 나는 지구에서 넘어온 지구인.
아직도 난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내 신체는 몬스터의 신체다.
나와 만났던 여자들의 반응으로 봐선 내 욕망을 드러내는데 최적화 된 듯한 몸인데, 굳이 내 욕망을 숨길 이유가 없잖아?
무엇보다 알스. 몇 개월 동안 도움도 많이 받으면서 함께 지내온 알스 너이지만, 사실 난 아직도 널 볼 때마다 마치 TV 너머의 타인이나 게임 캐릭터를 보는 듯한 느낌이야.
그런 거리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처음 만난 에센티아의 인간이자 친구처럼 지내온 너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야.
만약 내 욕망을 자각하는 일이 없었다면, 아니 하다못해 시간이 지나서 이곳 사람들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줄어들고 난 뒤에 자각을 했더라면... 너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이젠 그럴 생각이 없어. 미안하지만 난 이곳에서 참지 않고 내 욕망을 제대로 풀어볼 생각이니까. 최소한의 양심으로 용사들로만 한정해서 말이지.
그러니까, 리즈벳은 내가 가져간다. 원망하려면 별다른 재능도 없으면서 용사가 되어버린 널 원망하라고.
“그럼 송별회 같은 거라도 준비해야 할까?” “하하. 이제 신청서만 냈을 뿐인데 뭐. 아직 시간 좀 걸린다던데? 벌써 그럴 것까진 없어.”
송별회? 나랑 리즈벳이 준비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신청 되고 나면 어지간하면 별 일 없이 허가 나올 거야. 리즈는 어떻게 생각해? 세마 송별회?”
아까부터 쭉 말이 없던 리즈벳의 흥미를 끌려는 듯이 알스가 물었지만, 리즈벳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세마가 됐다면 별로...”
내가 말해둔 덕분에 알스 앞에서 달라붙진 않고 있지만, 알스를 대하는 리즈벳의 태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그렇게 알스와 리즈벳 사이에서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어색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중에도 알스는 뭔가 말을 꺼내려는 듯 초조한 느낌이었지만, 리즈벳의 굳은 표정에 말을 꺼내지 못하는 듯 했다.
이쯤 되면 알스도 뭔가 이상하단 것은 눈치를 챘겠지.
그렇게 말없이 계단을 오르다가, 알스는 목소리를 짜내듯이 3층으로 향하는 리즈벳을 불러 세웠다.
“아, 리즈! 혹시 시간되면...” “나 아직 몸이 안 좋아서. 저녁도 그냥 내 방에서 대충 때울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리즈벳은 알스의 말을 끊으며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리즈벳을 붙잡을 마지막 기회를 놓친 알스는, 복도에서 멍하게 리즈벳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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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세마. 그럼 바로 내 결심을 보여주고 싶은데...♡”
리즈벳은 3층에 올라오자마자 내게 안기면서 앙탈을 부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까지 차갑게 굳어있던 표정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게 웃고있는 리즈벳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으음... 오늘 밤이라고 했었지 리즈벳?” “그치마안...” “리즈.”
미소 짓던 입가를 굳히고, 나는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리즈벳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리즈벳도 내 표정을 보고 뭔가 느낀 건지, 조금 표정이 굳으며 내 눈을 마주보았다.
“이건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야. 오늘 밤, 0시까지 시간을 줄 테니 조급해 하지 말고 잘 고민해 보도록 해.”
나는 리즈벳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리즈벳에게 고했다.
“그리고... 짐승의 낙원에 들어오려면... 진심으로 내 암컷이 되고 싶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날 받아들여야 할 지 잘 생각해 봐.”
그리고 다시 리즈벳을 마주보면서, 나는 다시 미소 지었다.
“그 리즈벳의 마음가짐을 보고,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테니까.”
내 말을 들은 리즈벳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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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세마는, 기대감으로 인해 들뜬 상태로 방 안을 돌아다녔다.
이 정도로 시간이 안 간다고 느낀 적이 있었던가? 1초씩 지나가는 시계가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어, 0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방금 전의 자신이 미워질 정도였다.
‘그냥 바로 리즈벳의 결심을 들어보겠다고 할걸. 아니, 하지만 리즈벳의 결심을 확실히 하고 나에게 복종하는 게 더...’
그런 생각을 계속 떠올리며, 세마는 복잡한 심정으로 방안을 서성였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기 마련. 저녁도 제대로 먹지 않고 긴장된 상태로 시간을 보내던 세마는, 0시가 다가오자 몸을 씻으며 마음의 준비를 한 후, 옷을 입고 리즈벳의 방 문 앞에 섰다.
그대로 심호흡을 한 뒤, 문을 두드리자... 조용히, 리즈벳의 방 문이 열렸다.
“......”
문이 열리자, 세마가 선물한 네글리제와 귀걸이만을 착용한 리즈벳이 말없이 세마를 맞이해 주었다.
리즈벳의 얼굴에는 홍조가 띄워져 있지만, 그 표정은 사뭇 진지함이 묻어있는 표정이었다.
세마는 말없이 그대로 리즈벳의 방에 들어간 후, 옷을 벗고 침대에 걸 터 앉았다.
“그 옷을 보니 내 암컷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 같은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리즈벳을 천천히 훑어보면서, 세마는 솟아오른 말자지를 과시하며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럼... 리즈벳이 어떻게 결심했는지 한 번 들어볼까?”
미소를 짓고 있지만, 세마는 마치 몸 전체가 심장이 된 것처럼 두근거리는 감각이었다.
만약 옷차림만 저런 거고 리즈벳이 거절한다면? 상태창으로 보이던 암컷 스킬이 자신의 착각이라면?
혹은 결심은 했지만, 그 마음가짐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면?
리즈벳이 무슨 말을 꺼낼지, 기대감과 불안함에 몸이 떨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결심은 바뀌지 않았어.”
고개를 숙인 채 리즈벳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생각하면 할수록... 오히려 결심이 확고해졌어.”
리즈벳이 말을 이어갈 때마다, 조금씩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세마를 처음 봤을 때... 그리고 세마의 성욕 처리를 해 주던 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처음부터 세마라는 우수한 수컷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던... 그저 한 마리의 암컷이었어.”
고개를 숙인 리즈벳은, 몸을 떨며 고백하다가 고개를 들어 세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금... 리즈벳이라는 암컷은. 그 우수한 수컷의 것이 되겠다고 결심했어.”
굳어있던 리즈벳의 표정에서, 황홀한 미소가 떠올랐다.
“암컷이 뛰어난 수컷의 것이 되고 싶다고 느끼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세마의 앞에 무릎을 꿇은 리즈벳은, 손을 모으고 바닥에 머리를 대며 눈 앞의 수컷에게 선언했다.
“그 어떤 수컷과도 비교되지 않는... 훌륭하고... 우수한 수컷인 세마님...♡ 저 타니아 리즈벳은, 연인인 알스를 버리고... 세마님의 암컷이 되겠다고 맹세합니다♡”
그래. 알스 따위는 필요 없다. 그런 하찮은 수컷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수컷께서 날 원하시니까.
이 무슨 영광스러운 일일까?
“세마님만을 사랑하고...♡ 세마님만을 섬기며...♡ 세마님에게 복종하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선언할 때마다, 암컷즙이 새어 나오면서 바닥에 흔적이 새겨진다.
사랑하는 수컷에게 복종을 맹세하는 말을 전하는 게, 이렇게나 기쁘고 기분 좋은 일일 줄이야.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행복함과 황홀함에 실신해 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즈벳은, 고개를 들어 기쁨의 눈물이 고인 행복한 표정을 보이면서 눈 앞의 수컷에게 선언했다.
“저, 타니아 리즈벳은...! 세마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암컷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절 당신의 암컷으로 받아주세요♡ 주인님♡”
드디어... 마음 속으로만 간직해오던,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그 순간, 리즈벳의 안에서 눈 앞의 수컷에게 느끼던 감정이 변해버렸다.
눈 앞에서 몬스터의 외형을 하고 있는 저 수컷. 자신에게 쾌락을 알려준 우수한 수컷.
저 수컷이 바로, 자신을 지배하고 정복한 주인님 이라고.
지금까지, 친한 친구이자... 끌리고 있던 연인 같은 존재라고 인식되던 수컷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복종해야 할 경외의 존재로 바뀌어 버렸다.
그 사실이, 리즈벳에게 너무나도 큰 기쁨을 전하면서... 리즈벳은 그만, 가볍게 절정해 버렸다.
“푸흐흐... 주인님이란 말이지...”
세마 역시 리즈벳의 선언을 들으면서, 그 어느 때도 느껴보지 못한 커다란 성취감과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다려오던 리즈벳의 복종. 그 복종의 맹세를 듣는 황홀한 쾌감.
정말 기특하게도, 리즈벳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복종을 맹세하며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마지막에 리즈벳이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던 순간, 행복감에 마치 당장 사정해 버릴 것 같은 감각이 몸에 퍼져나갔다.
만약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었다면, 꼴사납게 사정해버리는 모습을 보였으리라.
그 쾌감에 몸을 떨다, 간신히 몸을 진정시키고 세마는 천천히 심호흡을 한 후 리즈벳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 눈물까지 고인 채 몸을 떨며 발정해 있는 암컷이 기대감에 찬 눈빛을 보내며 자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 리즈. 네 그 결심을, 확실하게 나에게 알려줘.
“리즈. 네 주인이 네게 강압적인 명령을 내린다면?” “무엇이든 따릅니다! 주인님의 명령은 절대복종이니까요♡”
“리즈. 네 주인이 만약 누군가에게 공격받는다면?” “몸을 바쳐 주인님을 구합니다! 하찮은 제 몸보다 주인님의 몸이 더 가치 있으니까요♡”
“리즈. 네 주인이 만약 누군가를 죽이려고 한다면?” “주인님과 함께합니다! 주인님의 뜻이라면 누가 죽든 상관없으니까요♡”
“리즈. 네 주인이 네가 죽을 정도로 심하게 범하려 한다면?” “죽어도 좋으니 몸을 바쳐 봉사합니다! 주인님께 봉사하다 죽는다면 행복한 죽음이니까요♡”
“리즈. 네 주인이 널 임신시키겠다고 말하면?” “기쁘게 임신합니다! 암컷에게 있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큰 영광이니까요♡”
“리즈. 네 주인이 임신한 너에게 낙태하라고 말하면?” “슬프지만 낙태합니다! 얼마든지 낳을 수 있는 아이보단 주인님이 더 중요하니까요♡”
“리즈. 네 주인이 너에게 알스와 헤어지라고 말한다면?” “당장 헤어집니다! 그런 허접하고 나약한 수컷 따위 필요 없으니까요♡”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리즈벳은 기쁜 표정으로 몸을 떨며 마치 마음 속의 모든 것을 쏟아내듯이 외친다.
그 외침에는, 정말 눈 앞의 수컷에게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리즈.”
그래. 다 왔어. 이제 단 한걸음. 리즈벳. 네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줘.
“네 주인이 만약... 너의 연인... 알스를 죽이라고 명령한다면?” “......”
흥분한 채 외치던 리즈벳이, 숨을 고르듯이 공기를 들이신 후... 여태까지 외치던 선언보다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당장 죽입니다! 주인님에겐 절대복종♡ 연인이든 뭐든 상관없습니다♡ 저 타니아 리즈벳에겐, 주인님만이 전부입니다♡”
리즈벳은,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듯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알스 따위, 이제 와선 어찌되든 상관없습니다♡ 살려두든, 연인 행세를 하든, 장애인으로 만들든, 죽이든 뭐든 상관없습니다! 무엇이든 주인님의 뜻대로♡ 주인님께서 명령하시는 것에 따르겠습니다♡”
눈 앞에 세마에게 외치는 처절함이 담긴 그 선언은, 어찌 보면 마치 리즈벳 자신에게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선언의 대가를 바라는 것처럼, 리즈벳은 다시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눈 앞의 수컷에게 간절히 부탁을 전했다.
“그러니까! 부탁드립니다. 세마님♡ 절 세마님의, 주인님의 암컷으로 받아주세요♡ 주인님을 섬기는 암컷이 되게 해주세요♡ 우수한 수컷에게 봉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주인님♡”
리즈벳의 처절한 맹세를 들은 세마는 그 어느 때와도 비교되지 않는 사악한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그렇게 이 날, 말의 외형을 한 수컷 몬스터에게 복종을 맹세한 한 마리의 암컷이 탄생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