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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94화 (95/749)

Chapter 94 - 87화 - 첫 번째 암컷 탄생!

검은 하늘에는 무수한 별, 땅에는 그 별만큼의 시체가 검은 연기를 흩날리며 녹아내린다.

세상을 감싸는 하늘의 끝이 무너져 내린다.

세상을 받치는 대지의 끝이 갈라져 떠오른다.

시간의 끝에서 세상의 종료일이 다가오고, 더 이상 생명에게 삶은 허가되지 않는다.

피의 무게에 짓눌린 땅. 그 땅 위에 펼쳐진 시체의 카펫.

시체들의 몸을 감싸는 형형색색의 갑옷과 의복들이 죽음이라는 그림에 점을 찍는다.

그 그림의 한 가운데, 다른 점들과는 다르게 생명이라는 색깔을 가진 점이 하나.

“......”

상반신을 조금 드러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리즈벳이란 이름의 점은, 시체를 끌어안은 채 무너져 내리는 세상의 끝을 바라본다.

갈기 같은 검은색의 장발을 가진 인간 남성의 시체.

시체의 가슴에는 누군가가 찔러 넣은 화려한 형태의 검이, 그 시체의 끝이 어떻게 찾아왔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던 리즈벳이, 나지막하게 슬픈 목소리를 내뱉었다.

“역시... 그랬던 거였네...”

꿇어앉아 시체를 안고 있는 그녀에게, 무너지는 세상의 끝이 다가온다.

무너지는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산이 떠오르고, 시체들이 하늘을 부유하며 찢어져 흩날린다.

그 광경을, 리즈벳은 그저 눈물 흘리며 쳐다볼 뿐이었다.

“좀 더... 각오를 했었어야 했는데...”

시체를 더 꽉 끌어안는 리즈벳에게 천천히 세상의 끝이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

무너져 내리는 대지. 바스라지는 하늘. 그 선이 리즈벳의 앞에 닿았을 때.

리즈벳은, 눈을 감으며 조용히 시체에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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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그랬구나...”

...? 으... 어쩐지 머리가 띵한게, 숙취 같은 느낌의 두통이 느껴진다.

뭔가 개꿈을 꾼 것 같은데... 무슨 꿈을 꾼 건지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러니까... 내가 전날 뭘 했더라? 분명 리즈벳이 내게 복종하는 선언을 듣고... 리즈벳과 노콘 섹스를...

어 뭐야. 창밖이 밝다? 설마 아침이라고?

내가 리즈벳과 고작 한 번 섹스하고 잠들었단 건가 지금?

아니, 리즈벳이 나에게 완전히 복종한 경사스러운 날에 고작 한번으로 끝나다니? 이게 무슨?

체력이 넘치던 이 말 몸뚱이가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확인하려 눈을 뜨자, 내 몸 위에서 안겨있는 리즈벳과 시선이 마주쳤다.

날 올려다보며 미소 짓는 리즈벳의 표정을 보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가라앉고 기쁨이 솟아오른다.

“잘 잤어? 세마♡” “어, 응. 리즈. 잘 잤어?”

어쩐지 리즈벳의 표정이 부드러운 게, 안심되는 듯한 기분 좋은 미소다.

어라. 근데... 내 말자지가 아직 리즈벳한테 박혀있었네. 어 음... 이렇게 박아둔 채 잠들 줄이야.

주말 동안 달린 후유증이 이제서야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 아니, 마지막엔 푹 잤었는데?

“후후...♡”

내가 고민하는 동안 리즈벳이 행복한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빈다.

“하아...♡ 나의 수컷...♡ 나의 주인님...♡”

아... 그래. 이제 리즈벳은 완전히 내 암컷이지. 앞으로 늘 아침마다 이런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숙취 같던 머리가 확 개운해졌다.

마침내, 마침내 리즈벳이란 여자를 내 암컷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쾌감이라니! 이런 기쁨이라니!

뿌듯한 만족감에 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당장 창문을 열고 난 살아있다고 니기미 씨부랄것들아! 하고 소리지르고 싶다.

그런 만족감을 만끽하던 나는 리즈벳에게 가벼운 키스를 한 후,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막 해뜨기 시작한 시간인가. 아직 리즈벳이랑 좀 더 즐길 수 있겠는데.

그대로 아침부터 한번 달려볼까 싶었지만, 뭔가 행복함을 즐기는 것처럼 나에게 몸을 비비는 리즈벳을 보니 이런 것도 좋구나 싶어 그냥 몸에 힘을 풀고 리즈벳을 껴안았다.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그래. 여유롭게 가자.

그렇게 리즈벳과 함께 침대에서 뒹굴다가, 천천히 일어나 리즈벳의 보지에서 내 말자지를 뽑았다.

그렇게 배가 부풀어 오를 정도로 싸고 그대로 박아둔 채 잠들었는데 리즈벳의 배는 쏙 들어갔네. 자는 동안 조금씩 새어 나오기라도 한 걸까?

그런 시시콜콜한 의문을 가진 채 리즈벳과 함께 가볍게 씻고 나온 후, 서로 애정을 표현하듯 어루만지고 대화를 나눠가면서 바닥에 널브러졌던 옷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나는, 천천히 리즈벳에게 전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에게 복종하는 암컷이 된 리즈벳. 그런 나의 암컷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사실이 두 가지.

하나는 알스에게 결별을 선언하는 건, 리즈벳이 짐승의 낙원에 가입한 후 진행할 예정이니 길드 허가가 나오는 동안은 잠시 알스와 무난하게 지내자는 것.

다른 하나는 리즈벳에겐 미안하긴 하지만, 앞으로 다른 여자도 건드릴 예정이란 것.

첫 번째야 알스에게 주는 충격을 키우기 위한 거지만... 두 번째는 도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역시 화내려나? 아무리 내게 복종하겠다 말했다 해도, 대놓고 다른 여자도 꼬시고 다니겠다 하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기분나쁠 것 같은데.

그래도 어제 나에게 미친 듯이 복종하겠다 말하던 리즈벳이니까, 주인답게 명령하면서 납득시켜야지. 음. 그래.

“리즈. 얘기해 둘 게 있는데...”

그렇게 말하며 먼저 첫 번째 얘기를 꺼내자, 리즈벳은 시원하게 알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시원하다기 표정이라기 보단... 이건...

“쿡쿡...♡ 제대로 절망을 주겠단거지? 재밌겠다♡”

뭔가 사악한 듯한 미소로 보이는데... 아닌가? 그냥 기분 좋은건가?

이제 알스와 관계를 정리한단 것 때문에 상쾌함을 느끼는 거겠지?

조금 사악해보이기까지 하는 소악마적인 리즈벳의 미소를 바라보며 뭔가 불안감을 느끼다가, 그 불안감을 일단 접어두고 두 번째 얘기를 꺼냈다.

조금 쫄리는 심정으로 리즈벳의 말을 기다리는데, 리즈벳은 속옷을 챙겨 입으면서 별거 아니란 듯이 웃으며 나에게 대답했다.

“후후♡ 다른 여자들도 주인님의 암컷으로 만들겠단 거잖아? 괜찮아. 아니, 오히려 빨리 암컷들을 늘려나가야지.”

...? 어? 잠깐, 뭐라고 리즈?

“세마 같은 우수한 수컷은 많은 암컷을 거느려야하니까. 우선 클레아씨지? 도와줄게.”

어어... 뭐지. 내 예상이랑 너무 다르네.

오히려 본인이 돕겠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거기다 어젯밤엔 조금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지나치게 흥분하던 리즈벳인데, 아까부터 뭐라고 해야하나... 표정도 그렇고 뭔가 여유가 느껴지는 듯한 모습이다.

어젯밤이 특히 흥분할만한 날이긴 했지만... 하룻밤 지났다고 갑자기 리즈벳이 확 변한 것 같아서 적응이 안되네.

어쩐지 단순히 어젯밤이랑 차이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날 처음 만나던 시점의 리즈벳과도 제법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인데.

내 암컷이 되겠다고 결정하면서 뭔가 심리적인 변화라도 생긴 걸까?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최근엔 좀 지나칠 정도로 나한테 빠진 것 같아서 걱정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시선이나 표정이 딱 좋은 느낌이야.

다만... 리즈벳의 표정에서 조금 오싹한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 이건 내 착각이겠지.

기분좋게 미소짓는 리즈벳의 표정인데 오싹할 이유가 없잖아? 기분탓 일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도 옷을 챙겨입은 후, 일어나 리즈벳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리즈벳은 무슨 자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옆구리에 붙어 날 올려다보며 미소짓는다.

좋아 좋아. 이게 바로 행복이지. 이제 알스와 완전히 결별하면 남들 눈치도 보지 않고 리즈벳과 붙어다녀도 된다는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리즈벳과 문 앞에 선 순간.

“아. 잠깐만.”

리즈벳이 앗 하는 표정을 짓더니, 뒤돌아서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화장대 옆 쓰레기통에 담겨있던 콘돔이나 휴지같은 것들이 솟아오르더니, 쓰레기통 안에서 반지가 나오면서 리즈벳의 손에 들어왔다.

뭐, 뭐야 저거? 저게 무슨?

“리, 리즈!? 방금 그거 뭐야!?”

마치 제다이가 라이트세이버를 포스로 끌어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리즈벳의 손으로 빨려들어간 반지.

뭐지? 무슨 제다이 포스 같아서 간지나!

근데 리즈벳이 저런걸 쓰는걸 보여준 적이 없는데. 리즈벳의 모험가 카드에 표시되는 스킬들은 모두 불마법 이였고. 뭐지?

“......쿡쿡♡ 새로 익힌 스킬이야.”

리즈벳은 별 거 아니란 듯이 웃다가, 금새 표정이 확 가라앉으며 기분나쁘단 듯이 반지를 자신의 손에 끼웠다.

“하아... 당장 버리고 싶지만 아직 연기를 해야하니까. 기분 나쁘시겠지만,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어, 어. 내가 제안한 거니까. 괜찮아 리즈.”

기분탓이겠지 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기분탓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리즈벳이 하룻밤 사이에 상당히 달라졌는데...? 어어... 뭐냐 이거...

나는 그런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웃으며 내 팔을 끌어안은 리즈벳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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