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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100화 (101/749)

Chapter 100 - 클레아의 비밀 3

세마와 리즈벳이 짐승 같은 밤을 보내기 조금 전, 클레아는 교회의 바울의 방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클레아? 이런 시간에... 위험하니까 돌아다니면 안돼.” “미안해요 바울. 그... 할 말이 있어서...”

클레아는 바울의 에세르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 감정에 따를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자신의 연인, 바울의 사랑을 확인해 보고 싶은 조바심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져 견디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주교의 방이라서 다른 방들보다 조금 넓은 바울의 방. 바울은 클레아에게 의자를 권한 후, 조금 고급스러운 차를 꺼내 준비했다.

찻잔을 클레아 앞에 두고 자신도 맞은 편에 앉아, 조용히 차를 따른 후 클레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교회 안이긴 해도, 이런 밤중에 혼자 부지를 돌아다니는 건...” “...그, 바울... 우리... 약혼을 한 연인... 이죠?” “응? 그, 그렇지?”

갑자기 클레아가 무슨 말을 꺼내려는 걸까. 아직 남들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약혼 이야기를 꺼내는 클레아에게 바울은 의문을 느꼈다.

“그... 바울. 알다시피 전 눈이 안보여요.”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클레아. 나는...” “그게 아니라... 저는, 그... 바울과의... 남녀 관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서...”

남녀... 관계?

클레아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바울. 그런 바울에게 클레아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어간다.

“눈이 안보이니... 남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익숙해 질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 그래서 말인데...”

클레아는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얼굴을 붉히며 바울에게 부끄러운 제안을 건넸다.

“그... 바울의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그 말에, 차를 마시던 바울의 입에서 삼켜지지 못한 차가 흘러나왔다.

“크, 클레아!? 그건...!” “무, 무슨 말을 하는 건진 알아요. 그, 그리고! 실제로 남녀 관계를 맺자는 게 아니라...!”

턱으로 흐른 차를 닦으며 당황하는 바울에게, 클레아는 함께 당황하는 목소리로 변명하듯 말했다.

“그... 입이나 가슴... 으로... 바울의 것을 경험해보면... 나중에 결혼했을 때... 눈이 안보이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고개를 푹 숙인 클레아가, 초점 없는 푸른색의 눈동자로 바울을 바라보며 허락을 구한다.

“안될... 까요?” “...크, 클레아... 그... 나로선 기대하던 일이지만... 조금 당혹스러워서...” “괘, 괜찮아요! 바울을 기쁘게 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클레아는, 바울에게 다가와 곁에 앉아 바울을 올려다본다.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한 클레아의 안타까운 표정.

자애가 넘쳐 흐르는 듯한 클레아의 얼굴로 남자의 허락을 구하는 그 표정은, 거부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듯한 묘한 매력이 흘러 넘친다.

그 표정을 보게 된 바울의 에세르에서 어쩔 수 없다는 감정이 느껴지자, 이미 허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클레아는 바울의 바지에 더듬더듬 손을 내밀었다.

“크, 클레아. 잠깐만. 내가 벗을 테니...!”

바울은 당황하며 사복의 바지를 내린 후, 천천히 자신의 팬티에 손을 가져갔다.

갑작스러운 요구이긴 했지만, 바울은 내심 클레아와의 관계 진전을 바라고 있었던 수컷.

눈이 안 보이는 클레아를 배려해 그녀의 앞에선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던 바울이었지만, 그녀의 허락이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기대감에 휩싸인 바울은, 어느새 잔뜩 흥분하고 있는 자신의 성기를 꺼내 클레아의 앞에 내밀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연인. 바울의 성기가 클레아의 얼굴 앞에 다가온 순간...

‘...어?’

클레아는 당혹스러운 감정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뭔가... 냄새가 느껴지긴 하는데... 이건...’

눈이 보이질 않아 남들보다 후각이 조금 더 발달한 클레아의 코에, 평소의 바울의 체취와 비슷하면서 무언가 조금 다른 냄새가 느껴졌다.

그것이 바울의 성기에서 나오는 냄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냄새는... 자신이 낮에 겪었던 짐승의 냄새와도, 상상해오던 사랑하는 남성의 냄새와도 너무나 다른, 미묘하기 그지없는 냄새였다.

‘어째서... 이런 흐릿하고 엷은 냄새가... 설마... 이게... 바울의...?’

무엇일까. 이 냄새는. 자극적이던 짐승의 냄새가 없는 건 둘째 치더라도, 수컷의 냄새가 너무나도 흐릿하다.

세마에게서 느껴지던 냄새. 그 냄새가 액체라고 한다면, 그것을 넓은 호수에 한 방울 떨어트린 듯한 밍밍한 냄새.

클레아의 코가 느끼는 바울의 냄새는, 마치 무취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밋밋한 수컷의 냄새였다.

“크, 클레아? 벗었는데...” “아, 네, 네...!”

어느새 기대감이 섞여있는 바울의 목소리가, 당혹감에 싸여있던 클레아를 부추긴다.

클레아는 잠시 고개를 저은 후, 더듬더듬 바울의 성기를 찾아 손을 뻗었다.

‘그, 그래요. 냄새가 무슨 상관이에요. 세마씨의 냄새가 너무 독했던 것 뿐이겠죠... 그것보단...’

바울의 냄새를 맡고 느낀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지 않으려고, 클레아는 일부러 머리를 흔들어 그 감정에서 벗어난 후 천천히 더듬거리며 바울의 성기를 찾는다.

‘그래요. 냄새 같은 건 그냥 무시해도... 그것보단, 사랑하는 남성의... 훌륭한 물건을...’

- 물컹

‘...어...라?’

하지만 무언가 부드러운 물건에 손을 댄 순간, 클레아는 파악하지 않으려던 감정이 다시 내면에서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클레아. 그, 그게... 내...” “...자, 자지... 인가요?” “자지!? 그, 성기라고 말해줘. 클레아.”

이게? 이 작은 게... 바울의 성기?

자신의 손 길이보다 작고, 한 손으로 감쌀 수 있는 두께. 손바닥 위로 느껴지는 미지근한 체온.

그 모든 것은, 클레아가 상상해오던 진짜 수컷 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어째... 서? 진짜 수컷은... 흉악하게 크면서 단단하고... 마치 데일 것처럼 뜨겁고... 머리가 아찔해지는 황홀한 냄새가 나야 할텐데...’

클레아의 머리 속에 낮에 느꼈던 흉악한 세마의 말자지가 떠오르면서, 동시에 자신의 몸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정체가 파악되어 버렸다.

바울의 성기에서 느낀 그 감정은... 너무나도 커다란, 실망감 이었다.

‘......가슴으로 해 줘야... 겠죠?’

자신이 바울의 자지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 절망하면서, 클레아는 리즈벳과의 약속대로 오늘 세마에게 해 주었던 파이즈리를 해주기 위해 입었던 사복의 단추를 풀어 가슴을 드러냈다.

바울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클레아는 속옷을 입지 않은 가슴을 드러낸 후 바울의 성기 쪽을 향해 자신의 가슴을 올렸다.

‘...이건... 내 가슴에... 완전히 파묻혀서...’

클레아가 자신의 손으로 가슴을 쥐고 바울의 하반신에 올리자, 바울의 성기는 그대로 클레아의 가슴골 사이에 쏙 들어가, 완전히 파묻혀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클레아의 흉악한 폭유에 파묻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바울의 성기는 클레아도 모르는 사이에 클레아의 가슴 압력에 압사당하기 시작했다.

‘...세마씨의 말자지는... 내 가슴을 튕겨내듯이 사이를 뚫고 나와 솟아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일까. 이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실망감은.

너무나도 다른 두 수컷의 차이에, 클레아는 바울을 만나기 전 달아올라있던 몸과 머리가 차갑게 식는 듯한 느낌이었다.

“크, 클레아...! 이제...!” “어? 네? 앗...!”

그렇게 클레아가 차갑게 식은 머리를 다시 뜨겁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부추기던 중, 가슴 사이에 파묻혀 있던 바울의 성기에서 무언가 미지근한 것이 나온 게 느껴졌다.

‘어, 어라...? 이거 설마... 사정...?’

어째서 벌써...? 흥분이 가라앉은 것에 신경 쓰느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설마... 가슴 사이에 넣고, 잠시 손을 움직인 그것 만으로...?

바울의 감정이 약간 달아오른 게 느껴지긴 했는데. 그 미지근한 달아오름이 사정의 감정?

내 가슴 속에 고여서, 튀어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모자란 양... 거기다 이 미지근한 온도...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 느껴지는 이 밍밍하고 싱거운 냄새.

‘......’

그 모든 것이 불러일으킨 실망감에, 클레아의 머릿속은 남아있던 불씨조차 사라지고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렸다.

“...바울. 티슈 있나요?” “아, 응. 클레아. 여기 있어.”

바울이 건넨 티슈로 자신의 가슴 골 사이를 닦은 클레아는, 조용히 바울에게 쓰레기통의 위치를 물어 그 티슈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을 다시 챙겨 입은 후, 클레아는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바울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바울.” “아니... 나야말로...” “...이제 가볼게요...” “아 클레아! 내가 데려다 줄...” “아뇨. 괜찮아요. 바로 앞인걸요.”

문 앞까지 따라와 건네는 바울의 호의를 거절한 클레아는, 조용히 바울의 방 문을 닫고 걸어나오며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어째서... 어째서...!’

식어버린 자신의 감정을 원망하면서, 클레아는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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