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2 - 93화 - 리즈벳의 결별 준비! (2)
“후후... 마참내!”
모험가 카드를 바라보며 흐뭇한 기분으로 만족하다가, 내 팔을 껴안고 있는 리즈벳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리안나씨 가게에 가자. 리즈가 내 암컷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 “응? 뭔데?” “푸흐흐. 가면 알아. 부길드장 축하 선물이야.”
궁금해 하는 리즈벳과 리안나의 가게에 찾아가자, 리안나는 조금 놀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클레아의 봉사가 시작된 10일간, 거의 매일 찾아와 욕구불만을 해소시켜 줬더니 리안나의 표정이 제법 밝아 보인다.
“어마? 세마? 그리고 마법사 아가씨?” “안녕 누나. 오늘은 새로운 고객을 데려왔어.”
리즈벳을 보여주며 리안나에게, 한정된 손님만을 들여보내는 2층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리즈에게 2층의 옷을 선물하고 싶어서. 괜찮을까?”
리안나는 내 말에 조금 놀라다가, 고개를 끄덕인 후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 주었다.
아무래도 그 표정은, 별 설명을 하지 않아도 무슨 일인지 대강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리안나를 따라 2층에 올라가, 화려한 문의 뒤편에 있던 엄청난 옷들이 나타나자...
“...어머나...♡ 쿡쿡...♡”
옷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그 옷들을 둘러보면서, 리즈벳도 무엇인가 이해한 것처럼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응. 이제 주인님 취향에 맞춰 입어야지♡” “푸흐흐. 먼저 한 번 맘에 드는 거 있나 둘러봐. 여기 있는 거라면 뭐든 괜찮을 것 같으니까.” “응♡ 어디 보자...”
리즈벳이 즐거운 표정으로 옷들을 살펴보러 가자, 리안나가 내 옆에 다가와 미묘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세마. 혹시... 콘돔이 필요했던 상대가... 저 마법사 아가씨니?” “아. 맞아. 앞으로 단골이 될 테니까. 누나도 편하게 대해줘.”
그렇게 말하자, 리안나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리즈벳? 리즈벳 아가씨는... 연인이 따로...” “...그 연인이 이제 내가 되어버려서...”
내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리안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면서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세마 그렇게 안 봤는데... 나쁜 남자였구나?” “하하하... 그게 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돌아다니다 근처로 와서 옷을 보고 있던 리즈벳이, 우리 대화가 들렸는지 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후후...♡ 세마 같은 우월한 수컷에게 빠지지 않을 여자는 없잖아요? 리안나씨도... 무슨 말인지, 아실 거에요♡”
그렇게 말하자, 리안나는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다가 날 바라보며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작게 물었다.
“...말한 건... 아니지?” “어, 어어. 말하진 않았지.”
간간이 들려서 리안나와 즐기곤 있다지만, 리안나에겐 최대한 선을 안 넘으려고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다.
리즈벳이 내가 암컷을 늘려가는 걸 도와준다고 말했긴 한데... 그래도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리안나를 내 암컷으로 만들 순 없지.
아무리 내 욕망이 그런 양아치 같은 욕망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하는 법이다.
멸망과 연관이 있지도 않은데 평범한 가정을 파탄 내버리면, 그거야말로 진짜 쓰레기잖아?
“...처음 봤을 때부터 느끼긴 했지만. 정말... 너무 여자들을 울리면 안 된다?” “어, 음. 걱정 마. 누나...”
...이미 클레아라고 한 명이 확정이 되어있긴 하지만, 말하진 말자.
“세마~♡ 이건 어때?”
리즈벳이 날 부르면서, 마네킹에 걸려있는 무시무시한 마이크로 비키니 같은 옷을 가리켰다.
클레아보단 조금 작지만, 키에 맞지 않게 자신의 머리 크기만한 어마어마한 폭유를 가지고 있는 리즈벳이 저런 옷을 입고 다닌다...
미치겠네. 당장 보고 싶은데?
내가 엄지를 치켜들자, 리즈벳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리안나가 리즈벳에게 다가가 뭔가 옷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미소 짓더니... 리즈벳이 리안나가 꺼내준 옷들을 들고, 피팅룸에 들어갔다.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의 리안나와 함께 잠시 기다리니, 피팅룸의 문이 열리고...
“후후...♡”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차림의 리즈벳이 나타났다.
유륜이 살짝 삐져나와 보이고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함을 선보이는 마이크로 비키니.
포동포동 커다란 엉덩이쪽엔, 너무나도 작아 가만히 있어도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
그리고 그 치마 밑으로는, 끈이 골반 위로 올라가 치마 위에 끈이 보이는 하이레그형 T팬티.
거기에 마치 반투명 라텍스, 아니 얼핏 보면 콘돔처럼 보일 법한 재질의 하얀 스타킹을 신은 탱탱한 다리.
리즈벳의 저 모습. 마치 창녀같이 느껴지는 듯한 음탕함이 넘쳐 흐르는, 한 마리 암컷의 모습 그 자체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서, 도저히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기쁨에 몸을 떨었다.
“하... 나 너무 감동스러워서 눈물날거 같아. 너무 예뻐 리즈벳. 정말 대단해 누나.” “헤헷♡ 나도 세마의 표정을 보니, 이거 너무 맘에 들어.” “리즈벳 아가씨의 몸은 정말 아름다우니까요. 사실 별로 필요는 없겠지만, 여기 있는 옷들은 값비싼 재료들로 만들어진 옷들이다 보니, 이런저런 마법소재들도 섞여있어 모험용으로도 쓸 수 있을 정도랍니다.”
리안나는, 다소 아쉬운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리즈벳 아가씨가 저번에 1층에서 사갔었던 자켓을 걸치면 딱 모험용인데... 아무리 모험가들이 다양한 옷들을 입고 다닌다지만, 여기 2층의 옷들을 입고 다닐 순 없겠죠.” “입고 다닐 건데요?” “...네?”
너무나도 당연하단 듯이 말하는 리즈벳의 말에, 리안나는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이렇게나 좋은 재질인데. 집 안에서만 입긴 아깝잖아요. 거기다... 세마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깜짝 놀라는 리안나의 얼굴에, 어쩐지 약간의 기쁨도 드러난다.
자신의 철학이 담긴 2층의 어마어마한 감탄이 옷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노출이 심하다 보니, 방문하는 손님들도 어디까지나 남편이나 연인에게 보여주는 용도일 뿐.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고 했었지.
그런 옷을 입고 다니겠단 말을 들으니 놀라움과 기쁨을 같이 느끼는 걸까.
“리, 리즈벳 아가씨? 괜찮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자켓도 걸치고 다닐 거고 뭐... 다른 사람 시선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제 남자가 더 좋아하는 게 중요하지♡” “어머나...♡”
리안나가 정말 기쁜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리즈벳을 바라본다.
음... 기쁘긴 한데, 이런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길 원한 리안나도 어찌 보면 참 황당하다 해야 하나...
물론 모험가들 중엔 참 민망한 복장들도 많긴 했지만, 지금 리즈벳의 복장은 그 중에서도 단연 탑이 될만한 엄청난 복장이다.
아무래도 앞으로 주변 시선이 좀 따갑긴 하겠네.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3명 모두 만족스러운 분위기에서, 옷들을 포장해 넘겨받은 후 꽤나 값비싼 옷의 가격을 지불했다.
리안나에게 금화 3닢과 은화 80닢을 건네주면서, 나는 슬쩍 가게에 대해 물었다.
“...누나. 그, 가게는...”
그러자 리안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몇 번 남편에게 말을 해봤지만... 역시 안되겠더라. 4개월 정도 지나면 폐점하게 될 거야.”
리안나의 표정에서, 슬픈 감정이 느껴진다.
“남편이 반대를 하고 있기도 하고... 아들도, 내가 집에 없으니 많이 신경 써주질 못해서... 응.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리안나이지만, 새어 나오는 슬픔의 감정은 도저히 감춰지지 않는다.
“기껏 리즈벳 씨를 소개해 줬는데... 미안해. 나중에 올 땐 옷들을 정리하면서 싸게 해 줄게.” “...그럼 어쩔 수 없네. 폐점하기 전에 옷들 많이 사갈게.”
리안나는, 내 말에 슬프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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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옷들을 사고, 리즈벳 몰래 리안나에게 욕구불만은 다음에 풀어주겠다고 말한 뒤 가게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숙소를 향하던 도중, 뭔가 고민하는 듯하던 리즈벳이 내게 물었다.
“...리안나 씨. 가게 그만두는 거야?” “응? 어... 그렇다더라. 남편 반대가 심하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몇 개월 지나면 이런 옷을 만드는 멋진 가게가 사라진다니.
“리안나 누나는 평범한 옷을 입고, 2층 옷들을 회원제로만 판다는 조건으로 남편이 허락해 줬었다는데... 아무래도 잠깐 하는 취미 정도로 생각했었나 봐. 가게 만들 때 대출도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이제 슬슬 접으라고 했대.”
꼴알못 남편 같으니... 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이해가 되긴 한다. 그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보통은 아내가 그런 옷들을 만든다고 하면 좀 그렇기야 하겠지.
그래도... 정말 아쉽네.
“...응... 그래... 그렇단 거지...”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있던 리즈벳이, 턱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무언가 끄덕인다.
뭔가 고민하는 듯한 리즈벳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의 가족 일에 끼어들긴 좀 그런데... 이상한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
“리안나 누나 가게는 앞으로 최대한 자주 들려보자. 폐점되기 전에 맘에 드는 옷들 잔뜩 사놔야지.” “...후훗♡ 응. ‘일단은’ 그러자♡” “그래... 뭐 오늘은 그것보단 알스인데... 마지막인데 이 옷이나 한번 입어서 보여주도록 할까?” “아하핫♡ 좋네♡ 응. 알스에게 마지막 선물이네♡”
그렇게 기대되는 표정으로 웃는 리즈벳과 함께, 알스에게 잔혹한 결별을 전달하려 숙소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