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7 - 105화 - 왕도에서의 나날!
눈을 뜨니 내 양 팔에, 클레아와 리즈벳이 팔베개를 벤 채 쌔액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 이거 정말 황홀한 기분이네. 양쪽 옆구리에 여자 하나씩을 끼워둔 채 맞이하는 아침이라니.
설마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세계 전생. 만만세다 진짜. 말쥬지 전생 최고야!
“으으응...”
나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갔는지, 옆에서 리즈벳이 움찔거리며 몸을 뒤척였다.
어제 언제까지 했더라... 시계를 안보고 달렸더니 가늠이 되질 않는다.
밖은 이제 막 해가 뜬 모양인데... 아, 그러고 보니 이대로 자고 있으면 바울이 찾아올 수도?
순간적으로 아차 하며 옆의 클레아를 바라보니, 어젯밤 첫 애널섹스를 해봤다고 생각되지 않는 평안한 얼굴인 한 채로 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
그런 클레아의 배를 바라보니, 그렇게나 가득 내 말정액이 차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줄어든 건지 모르게 배가 쏙 들어가 있다.
참... 보고도 안믿기네 이거. 몇 년 지나서 정 할일 없을 때, 진짜 각 잡고 에센티아의 과학상식 쪽을 공부해 봐야겠는데?
일단 그것보다... 얼른 클레아를 깨워서 방에 돌려보내 둬야지.
“리즈. 클레아. 둘 다 일어나봐. 아침이야.” “으응... 주인니임...” “...응...”
살짝 팔을 흔들며 두 사람을 깨우자,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올려다 보는 리즈벳과 클레아.
리즈벳은 날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고, 클레아는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안녕하세요... 세마 씨...”
그리고 곧, 상황을 파악한 클레아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고개를 숙인 채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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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세탁기도 마련되어 있었기에 어젯밤 내 말정액을 뒤집어 쓴 클레아의 옷을 세탁기에 넣은 후, 세 명이 모여 잠시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어났을 때 자신의 항문에 커다란 구슬이 박혀있는 것에 당황하던 클레아였는데... 내 걱정과는 달리 구슬을 빼내자, 아무일 없던 것처럼 항문이 닫히는 게 보였다.
걱정돼서 추가로 괜찮은지 물으며 확인했는데, 조금 욱신거리는 느낌이 남은 것 외엔 아무 문제 없는 모양이다.
“클레아. 어때? 결심은 섰어?” “아, 그, 그건...”
리즈벳이 침대 위에서 생글거리며 옆에 있는 클레아에게 묻자, 클레아는 곤란한 듯이 말 끝을 흐렸다.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돼♡ 시간은 많으니까♡ 성녀 선거가 끝나려면 한달 정도는 남았잖아? 그 동안... 밤마다 같이 즐기다 보면, 마음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리즈벳이 즐거운듯한 얼굴로 키득거리며 말하자, 클레아는 침을 삼키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그렇네요... 네. 시간은 많으니까...”
아무래도 성녀 선거 기간 동안, 클레아가 밤마다 함께하기로 결정된 모양이다.
그렇게 넓은 침대 위에서 얘기를 나누다, 돌아가던 세탁기의 세탁 완료음이 들려 클레아에게 옷을 건네 주었다.
원피스 잠옷을 입은 클레아가 나가기 전, 리즈벳이 클레아를 불러 세우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클레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클레아. 선물♡”
그렇게 말하며, 클레아의 목에 뭔가를 채워주는 리즈벳.
자세히 보니, 자신의 목에 걸고 있는 말편자가 달린 쵸커형 목걸이였다.
설마 미리 여유분을 만들어 둔건가...
“이거, 주인님이랑 만든 길드 문장에 쓰인 장식이 달린 목걸이거든. 주인님의 것이란 의미야♡”
어라... 길드 문장은 그런 생각으로 만든 거긴 한데... 말 편자 악세사리는 어느새 그런 의미가 된 거지?
“수녀복은 어깨부터 목까지 두르는 스카프가 있으니까. 가리고 다니면 티가 안 나겠지? 괜찮으면 차고 다녀♡” “...네. 고마워요. 리즈벳 씨.” “킥, 황홀한 밤을 함께한 사이인데. 그냥 리즈 라고 불러도 돼♡” “...후훗. 알겠어요. 리즈.”
아무래도 클레아는, 저 목걸이를 차고 다닐 생각인 모양이다.
말이 없는 에센티아이니 사실 누가 본다 하더라도 저 편자가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을까 저거?
그래도 뭐... 날 상징하는 장식을 클레아가 달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나쁘지 않네.
거기다 묘하게 분위기가 좋아진 저 둘을 보고 있으니, 어째 나까지 기분이 훈훈해지는 것 같은걸.
“음... 잠시 쉬다가 내려가면 되려나? 그럼 클레아. 방에서 씻고 잠깐 쉬다가 한 시간 정도 뒤에 볼까?” “네. 준비하고 있을게요.”
그렇게 클레아를 방에 보낸 후, 나와 리즈벳도 씻으러 들어가 밖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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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니, 숙소 앞에 있던 바울을 만났다.
왜 안 올라왔냐 물으니, 이 숙소는 교회에 방문하는 귀빈용 숙소다 보니 주교에다 숙박하는 사람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2층 이상으론 들여보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호출은 할 수 있는데, 때마침 호출하기 전에 우리가 내려왔다고.
오호라... 그럼 아침마다 바울이 찾아올 일은 없단 거네? 클레아의 방은 늘 빈방이 되겠어.
거기에 덧붙인 바울의 말로는, 건물 내부의 보안도 철저한데다 만일을 대비한 방호마법까지 철저한 숙소라 밤에 안심하고 푹 쉬어도 될 거라고 한다.
클레아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힘을 좀 썼다고 말하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클레아를 바라보는 바울.
물론 원래는 자신이 힘 좀 쓴다고 해도 쉽게 허가가 나지 않을 숙소이지만, 특이한 신수인 내가 손님으로 찾아온 터라 교회에서도 고민 좀 하다가 허가를 해줬다고 한다.
그 정도로 좋은 숙소였다니... 어쩐지 침대가 크기도 하지만 엄청 아늑하더라.
고맙다 바울. 네가 잡아준 이 고오급진 숙소는 내가 클레아를 따먹는데 잘 쓰도록 할게.
그렇게 속으로 쓰레기처럼 바울에게 말해준 후, 아무도 없는 교회 식당 쪽에서 아침을 먹으며 바울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다.
“일단, 세마 씨에겐 왕실에서 초청이 왔습니다. 오늘 이동차를 보낼 테니 왕실로 와달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신수이신 만큼 꼭 만나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히엑... 왕한테 간다니. 겁나는데 이거.
“다행히 왕실 쪽은, 굳이 왕국의 시민이 되면서까지 모험가를 하시는 세마 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다른 신수들은 왕국과는 좀 충돌하는 면이 있거든요.”
바울은,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얘기를 덧붙이며, 가서 예의만 잘 지키면 왕실이 잘 대해줄 거라 말하며 날 안심시켰다.
“오늘은 그렇게 왕성에 들려보신 후, 내일은 저희 여신교의 교황님 외 다른 분들과 만나주셨으면 합니다. 다들 기대하고 계신데, 일단 그래도 왕실이 우선이다 보니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왕이니 교황이니, 이거 아주 인기남, 아니 인기마네 그려.
엣? 이세계에 왔더니 왕과 교황이 절 놔주지 않는데요? 물론 그 왕과 교황은 중년 아재들 이겠지만요!
퉷. 그런 아저씨들은 관심 없으니 대충 비위나 맞춰주다 와야겠어.
“근데 클레아는 어쩝니까? 교황님이야 교회 안에서 뵙는다 쳐도 제가 왕성에 가있으면...” “하하. 교회 안에서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킬 미친 녀석들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후보 검증 때는 왕실에서 호위도 파견될 테니, 세마 씨와 리즈벳 씨는 클레아의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오지 않는가만 확인해 주시면 문제없을 겁니다.”
교회에서 문제 일으키면 도대체 어찌 되길래 저리 자신감이 넘치나 궁금한데... 그래. 뭐 괜찮다고 하니 얼른 갔다 오도록 할까?
“난 클레아랑 같이 있을게. 왕성은 부담되기도 하고, 그래도 한 명은 클레아랑 붙어 있어야지.”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던 리즈벳이, 클레아와 있겠다고 말하고는 내 귀에다 대고 본심을 조용히 속삭였다.
“바울이 껄떡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잘 다녀와 주인님♡”
크흡. 나랑 얘기하는 중에도 클레아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바울이었는데! 리즈벳 잔인해!
나는 피식 웃으면서 얼른 다녀오겠다 말한 뒤, 클레아에게 교회 안이긴 하지만 일단은 조심하라고 당부해 두었다.
“네. 조심하고 있을게요. 잘 다녀오세요. 주인... 아니, 세마 씨.”
이거... 당황하면서 말을 고치는걸 보니, 클레아가 내 암컷이 될 날이 제법 가까워진 것 같은데.
그런 만족스러운 느낌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기다리다, 왕실에서 온 사람과 함께 이동차를 타고 왕성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