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1 - 109화 - 독사의 함정!
“그럼 클레아. 몸조심 해야 돼. 앞에 나서지 말고...” “하아. 알겠다니까요. 바울. 던전 처음 가는 것도 아니라구요.” “그렇지만... 던전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알고 있으니 이제 좀 비켜봐요.”
던전을 눈 앞에 두게 되자, 바울은 클레아에게 마치 매달리는 것처럼 따라다니며 던전에 대한 주의사항을 주절거렸다.
성가신 파리를 내쫓는 것처럼 바울을 대하는 클레아이기에 별 의미는 없는 모양이지만...
음. 그래. 아주 바람직한 자세야. 클레아.
“에... 곤파스 던전은 길드관리소가 판정한 적정 레벨 27레벨의 던전이며...”
던전으로 향하는 차원문 앞에서, 대주교 중 한 명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종이를 읽으며 던전에 대한 설명을 전달하고 있다.
27레벨이라... 우리한텐 좀 높긴 하지만, 전사, 법사, 힐러라는 균형 잡힌 파티. 그리고 레벨에 비해 높은 내 스텟이면 괜찮을 것 같네.
천천히 쉬어가면서 돌파하면 괜찮겠지. 앞서 가본 던전들이 별거 없었으니 여기도 그렇지 않겠어?
“히어로나이트가 이미 내부를 파악해 보았으며... 종합적인 판정은 난이도, 시간, 클리어 후 파티의 상태 등으로 판정할 것이며... 던전을 나오면 다시 안에는 못 들어가고... 중도 포기시엔 왕국 기사단이 던전 내부 상황을 파악하여 점수를...”
클레아가 성녀에 그리 관심 없는 모양이기도 하고... 중도 포기까지 가능하다니까, 너무 걱정할 필욘 없겠지. 거기에 부분 점수까지 있다잖아?
“성녀 후보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에센티아를 어지럽히는 마물에게 여신님의 철퇴를...”
중간부터 지루하게 이어지던 대주교의 여신 찬양이 끝난 후, 나와 리즈벳 그리고 클레아는 던전 곤파스에 입장했다.
“......? 어라...?”
차원문을 지나 눈 앞에 벽으로 둘러싸인 폐쇄형 던전의 내부가 보이게 되자, 클레아가 이상하단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클레아는 느낌이 순간 이상했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차원문 통과할 때 뭐라도 있었나?
“...죄송해요. 착각이었나 봐요.”
한동안 집중해보던 클레아가, 아무것도 못 느낀 모양인지 그렇게 말했다.
뭐... 히어로 나이트가 둘러봤다는데 별일 있겠어? 거기다 나에겐 말보르기니 폼도 있으니, 위험하면 그냥 도망쳐도 되잖아?
지금은 다른 것보다 던전 안에서 나와 내 암컷들뿐이란 이 상황을 즐겨야지. 나름 기대하고 있었다고 이거.
나는 두 사람을 그대로 내 양쪽 옆구리에 끼우며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내 암컷들과 던전에서의 데이트를 시작해볼까?” “꺄핫♡ 그러고 보니 방해꾼 없는 던전은 처음이네♡ 주인님이랑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다♡” “방해꾼이... 주인님과... 꿀꺽...”
내가 두 사람을 끌어당기자, 클레아의 이상하단 표정이 사라지고 황홀해 보이는 암컷의 표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클레아는, 리즈벳의 말에 침을 삼키며 몸을 떨더니... 내게 좀 더 바짝 달라붙으며 자신의 흉악한 폭유를 내 몸에 밀착시켰다.
흐흐. 아주 좋네 이거. 양 옆구리에 여자 둘을 끼고 다니다니. 갑옷 때문에 이 촉감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는 게 슬픈걸.
나는 두 사람의 어깨에 팔을 두른 후, 손으로 그녀들의 가슴을 주무르며 천천히 던전 안으로 걸어나갔다.
내 손이 자신들의 가슴을 주무를 때마다, 리즈벳과 클레아는 흠칫흠칫 몸을 떨며 기쁜 듯이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던전이긴 하니까. 너무 놀진 말고 긴장하면서 가보자. 즐기는 건 중간중간 휴식할 때만. 둘 다 알겠지?” “응. 그래야지♡ 이렇게 남들 눈치 안보고 다닐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운걸♡ 그렇지 클레아?” “...그, 그렇네요... 후후...♡”
클레아가 내게 얼굴을 향하면서, 만족스러운 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내게 보여준다.
이제 클레아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질 않네. 이거 던전 안에서 클레아의 처녀를 노려봐도 되겠는데. 아니지, 던전 안에서 클레아의 처녀를 즐기기엔 좀 아까우려나?
“그러고 보니, 클레아는 성녀 자리엔 딱히 관심이 없나 봐? 그리 의욕적 이진 않네?”
클레아의 미소를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평소의 궁금증을 클레아에게 물었다.
요 며칠 클레아와 바울 두 사람에게 교회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던 대로라면, 성녀의 자리는 상당히 매력 있을 법한 자리였다.
교황은 실질적은 교회의 대표격인 최고 권력자.
성녀는 교황의 권력에는 약간 모자라지만, 나름 2인자 정도의 권력이 있는 교회의 얼굴마담.
교황의 경우 남녀의 구분은 없지만, 둘 중 하나의 자리에 오르면 다른 자리는 갈 수 없으므로, 사실상 교회 내부에서 제각각 끝판왕의 자리였다.
교황의 경우, 사제 – 주교 – 대주교 순으로 착실하게 진급한 사제가 경력과 능력 모든 것이 검증되어야 간신히 후보가 될 수 있는, 확실한 교회의 대표자를 뽑는 방식.
반면 성녀의 경우엔 수녀들 중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는, 일종의 복권과도 같은 선출방식.
물론 인성과 재능, 그 외 부가적인 요소들을 종합하여 후보를 결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교급 이상의 추천이 있으면 후보가 되어볼 수 있다는 건, 수녀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클레아는 그런 성녀 후보가 되었으면서 어쩐지 영 성녀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성녀라는 자리에, 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질문에 클레아는 한숨을 쉬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성녀는 수녀들을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그런 자리에 눈도 불편한 제가 가봤자 교회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훌륭한 후보들도 많은데...”
태어났을 때부터 교회 안에서 태어나 살아왔기에,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회사로 치면 차~부장급인 상급 수녀가 된 클레아.
그런 클레아는, 성녀는 커녕 그런 상급 수녀의 위치도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숨을 쉬던 클레아는, 기분 나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바울을 탓하기 시작했다.
“정말,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바울이 말도 없이 절 추천해버려서... 민폐스럽기 짝이 없어요. 어쩜 그리 이기적인지...”
바울을 떠올린 클레아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어쩐지 혐오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거 참. 슬슬 바울에게 어떤 결별을 전해줘야 할 지 생각해 둬야겠는데?
“...그리고... 성녀가 되면, 교회 왕도 지부에서 생활해야 해서... 주변 시선도 많아지고...”
...어? 그걸 생각 못했네...
그냥 성녀가 되면 권력도 생기고 좋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클레아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내 몸에서도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다.
내 암컷이 된 클레아가 성녀가 된 후 왕도에서 살고,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한다고 하면 그건 좀...
난 일단 힘닿는 곳까지 도와줄 생각이었는데. 이거 단숨에 미묘해졌네.
“아... 그러네. 그건 좀 많이 아쉽겠어.”
요 며칠, 크게 둘러보진 못했지만 왕도는 아직 내가 살긴 좀 애매한 곳이었다.
분명 크고 좋은 도시이긴 한데, 모험가 생활을 하기엔 좀 애매한 느낌이고... 무엇보다 히어로 나이트 같은 사기적인 용사들이 있어서 안심하고 생활하기가 좀...
아무 여자나 건들다가 히어로 나이트의 연인이거나 가족이었습니다~ 일 경우엔 그냥 ‘향년 29세. 용사의 여자를 건들다 칼빵맞고 뒤지다.’ 엔딩 이잖아.
라디아가 딱 적당하지. 있을 거 다 있고, 모험가 하기도 편하고. 그런 사기적인 용사들도 없고.
만약 클레아가 성녀가 되면, 나는 라디아에서 지낼 테니 얼굴보기 힘들겠네. 음...
“...네. 아쉬워요. 그래서 전 딱히 성녀가 될 마음이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클레아의 표정은, 이미 성녀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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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그 녀석 묶어둘게! 바로 죽여버려!” “으랴!”
리즈벳이 내 눈앞에 있던 뼈다귀만 보이는 마물의 움직임을 제한하자, 나는 그 마물의 머리에 둔기를 내려 찍었다.
힘껏 휘두른 내 둔기에 제법 단단하던 뼈다귀의 머리가 박살 나면서,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진짜 둔기가 내 손에 쫙쫙 붙네 이거. 처음엔 폼 안 난다고 영 맘이 안 갔는데. 쓰다 보니 맘에 드는걸?
휘두를 때마다 퍽퍽 터지는 느낌인 게, 이 정도면 그냥 둔기 전사가 돼봐도 괜찮겠는데...
좋아. 이렇게 된 김에 내 손에 들린 이 녀석 이름이나 붙여줘야지. 오늘부터 네 이름은 말박이다. 몬스터들과 마물들이여. 말박이의 힘에 떨거라.
“흐음... 그렇다 쳐도, 마물들 숫자가 너무 애매한데. 방마다 한 두 마리라니 이거...”
그렇게 둔기의 이름을 지어준 후, 마물이 사라진 방을 둘러보면서 나는 어디선가 느꼈던 것 같은 묘한 위화감을 떠올렸다.
적정레벨이 27레벨인 던전인 만큼 마물들이 약한 건 아니다.
마물들의 공격이 제법 힘이 있는데다, 리즈벳이 묶어두지 않으면 내 공격을 피하거나 막고 반격하는 등 까다롭다는 게 느껴지니까.
하지만 적정레벨이 27레벨 이라기엔 숫자가 좀 부족하단 느낌이다.
만약 3~4마리 이상이었으면 클레아와 리즈벳을 지키면서 제법 긴장하게 되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좀 무리하면 나 혼자 사냥해도 될 것 같은 느낌?
거기다... 이 숫자가 모자란 느낌은 이전의...
“...아니겠지? 그래도 교회에서 고른 던전인데. 설마 그렇게 대놓고...” “...마물의 기운 외엔 딱히 느껴지는 건 없어요. 다만... 저 안쪽 깊은 곳에, 뭔가 미묘한 느낌이...”
클레아가 눈을 감고 잠시 집중하더니, 조금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흠... 보스가 뭔가 특이한 녀석인가? 아니면 유달리 강한 녀석 이려나?” “성녀 시험과는 별개로 이왕 들어온 거, 좀 더 들어가 봐도 되지 않을까? 지금은 함정도 주의하고 있으니까.”
리즈벳이 그렇게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교회가 지정해준 던전이기도 하고, 던전 잡템들은 모험가들이 가져도 된다고 했었으니 돈벌이도 되니까.
거기다 히어로 나이트가 한번 훑어 보기까지 했다는데. 위험했다면 이렇게 보내진 않았겠지?
아, 어쩌면 히어로나이트가 지나가면서 조금씩 잡은 걸 수도 있겠다. 난이도를 조절해 준 걸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와 내 암컷들은 곤파스 던전 안을 향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