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3 - 111화 - 독사의 함정! (3)
독사의 굴...? 그리고 저 길드 문양...
독사의 송곳니... 이놈들 꽤 대담한걸? 어찌 들어왔는진 몰라도, 설마 이렇게 대놓고 노릴 줄이야.
“어, 어떻게... 전혀 기운이...” “아, 그거 말인가.”
놀라는 클레아의 말에 금발의 남자는 피식 웃더니, 자신들 아래에 깔린 마법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영역 안의 에세르를 완전히 감추는 마법진이다. 클레아 수녀가 감지 능력 하난 타고났다길래 준비했지. 꽤나 거금 들여서 준비한 거야.”
그렇게 말하며 목을 뚜둑거리던 남자가,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반가워. 클레아 수녀... 그리고 요즘 유명한 신수와 창녀 같은 차림새의 이름 모를 아가씨. 난 독사의 송곳니 길드장 비보라 다.”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내 암컷들을 가리듯이 앞으로 나서면서, 위협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내리깔고 비보라에게 물었다.
“...그래. 비보라.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지? 지금 성녀 검증 시험 중이란 건 알고 있냐?” “큭큭큭... 그래. 잘 알고 있지.”
그러나 비보라는 전혀 겁먹지 않은 것처럼 웃더니,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날 노려보았다.
“그 시험을 방해하려고 이렇게 와 있던 거다. 그리고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냐면...” “!? 주인님! 리즈! 주변에 누군가...!” “꺄악!”
비보라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클레아가 다급하게 외치고, 동시에 리즈벳의 비명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남자가 리즈벳의 목에 단검을 대고 있었다.
“이렇게 나타난 거다. 은신 스킬이지. 여기 있는 내 길드원들은 전원 은신 스킬 사용자고, 레벨은 40들이 넘지. 참고로 내 레벨도 48이니, 개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히어로 나이트가 던전을 둘러봤었다고 했는데...”
이런 시발... 다 나온 줄 알았더니, 한 놈은 마법진 안에서 계속 은신해 있다가 튀어나온 건가?
머릿속에 순간 열이 오르는 것을, 리즈벳의 목에 닿아있는 칼을 보고 어금니를 깨물며 머리를 식혔다.
“아, 물론 그 뒤에 들어왔지. 히어로 나이트에게 개길 수는 없으니까. 히어로 나이트는 이틀 전에 여길 둘러보고 갔고, 우린 그 이후에 몰래 숨어든 거다.” “하... 거 참 수고스럽네. 근데 왜 레벨도 높으신 분들이 굳이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도대체 이놈들이 왜 클레아를 노리는지 아직도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이전 던전에서 클레아를 죽이려고 한 이놈들의 길드 문장을 가진 불법 모험가 3명. 그리고 여기 나타난 비보라와 독사의 송곳니 길드원들.
어째서지? 바울의 조사로는, 독사의 송곳니는 이런저런 회사도 경영하면서 돈도 많은 길드라고 들었는데. 뭐가 아쉬워서 클레아를?
“별거 아니다. 성녀 자리에 우리 쪽 사람을 앉히고 싶을 뿐이지.” “...클라리스 수녀 말인가?” “오. 잘 아네. 내 여자거든. 거기 클레아 수녀만 탈락하면 성녀 확정이지.”
그러니까, 자기 여자를 성녀로 만들려고 클레아의 목숨을 노리고 이렇게까지 하신다?
“그래서 죽이려고 한다... 이건가?” “...? 죽일 생각은 없다. 성녀 후보 같은 성직자를 죽였다간 여신교가 난리가 날 테니까. 아무리 우리라도 그쯤 되면 속여 넘길 수가 없지.” “그럼, 왜 불법 모험가를 써가면서 클레아를 노렸지?”
내 말에, 비보라는 아 하며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설마 모르고 있던 건가?
“그래. 얼마 전 여기저기서 우리 길드를 쑤시던 게 너희 때문이었군? 소식이 끊긴 녀석들이 너희한테 당했던 건가...”
이런 시발. 괜히 물었네.
조금 긴장하며 비보라의 행동을 주시했지만, 오히려 비보라는 피식 웃으며 무릎을 쳤다.
“그 녀석들은 그냥 돈 벌러 갔던 말단 녀석들이다. 클라리스를 지지하는 세력을 만들려고 꽤 많은 투자를 해서 급전이 필요했거든. 그 녀석들을 만났다면, 아마 기회라고 생각해서 클레아 수녀를 죽이려 했나 보군. 새끼들...” “...불법 모험가를 쓰면서까지? 그쪽 돈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사업을 하긴 하지만,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사업들은 아니지. 수익은 꽤 많지만 세금이 어마어마한 유흥업들이거든. 반면 불법 모험가를 하면 세금이나 자잘한 문제 없이 꽤 짭짤한 수익이 생기지.”
이 새끼. 탈세충이였네 시팔.
“하... 아무튼 그래. 클라리스를 성녀로 만들고 싶어서 돈 뿌려서 이런 시험을 치르게 만들고, 보스를 못 잡게 해서 점수를 깎으시겠다? 너무 번거로운 거 아니냐?” “거기 수녀를 성녀로 만들려고 주교 한 명이 혈안이 되어있더군. 돈으로 제칠 수가 없어서 이런 번거로운 수를 쓰게 됐지. 여기서 클레아 수녀의 점수가 왕창 깎이면, 우리 클라리스가 성녀 확정이니 말이야.”
비보라의 말에 뒤에서 클레아가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바울... 너무 열심히 한 게 독이 됐구나.
그나저나 이 자식. 입이 너무 싼데. 무슨 생각이지?
“그래... 근데, 너무 쉽게 말해주는데? 클라리스와의 유착과 교회 매수라니, 우리가 밖에 나가서 말하고 다니면 어쩌려고?” “걱정 안 해도 돼. 우리가 가장 신경 쓴 게 증거를 남기지 않는 거였지. 너희가 밖에서 떠들어봤자 돈으로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해 주는 건 쓸데없이 힘쓰지 말고 얌전히 포기하란 뜻이다.”
아 시발... 진짜 돈이 많긴 한가 보네. 이 새끼.
“클레아는 성녀가 될 생각이 없는데... 포기할 테니 그냥 보내주는 건?” “하핫. 여기까지 와놓고 그 말을 믿으라? 그러긴 힘들지. 이건 두 번은 못쓸 방법이니까 말이야.”
비보라는 피식 웃으며 손에 쥔 단검을 돌리더니, 다시 잡은 후 말을 이었다.
“얌전히 여기서 이틀 정도 시간을 보내다 그대로 보스는 내버려두고 던전을 나가라. 그 쯤이면 클라리스는 이미 던전 클리어 후 채점 중일 테니까 말이야.” “...만약, 거절한다면?” “큭큭큭...”
내 물음에 비보라는 머리를 쓸며 웃고는, 돌리던 단검을 손가락으로 튕기듯이 위로 던지더니...
그대로, 손바닥으로 단검을 쳐 날려...
“크헉!” “세마!” “주, 아니 세마 씨!”
뭘 하는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단검이 어깨와 갑옷 사이 빈 틈에 박히며 내 몸을 꿰뚫었다.
이 시발... 가볍게 쳤는데 무슨... 스킬 인가 이거?
내 어깨 쪽에서 피가 새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비보라는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리듯이 내게 말했다.
“이 몬스터 새끼... 말 좀 섞어줬다고 내가 우스워 보이나?”
자리에서 일어난 비보라는, 천천히 내게 다가오며 살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여자는 성직자라서 건들지 않는 거지만, 그쪽 둘은 다르지. 여기서 뒈져봤자 돈으로 무마할 수 있어. 인간 중심의 라인하르트 왕국인 만큼, 너 같은 몬스터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내 앞에 선 비보라는 내 어깨에서 단검을 뽑고 묻은 피를 바라보더니, 눈을 치켜 뜨고 날 째려보았다.
“날 포함해 여기 있는 녀석들은 사람 정도는 숱하게 담궈봤지. 그러니 뒈지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몬스터 새끼야. 저 여자는 나갈 때까지 인질이다. 여차하면 저 여자는 물론이고, 너도 시체로 만들어서 던전에 흡수되게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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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아 씨발...”
리즈벳을 데려간 녀석들이 마법진 안에 모여 있고, 나와 클레아는 방의 구석에 앉아 내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세마 씨...” “클레아가 미안할게 뭐 있어. 이건 그냥 저놈들이 나쁜 놈들인 건데.” “아니에요... 제가 성녀가 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클레아가 내 상처를 치유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린다.
리즈벳을 위험에 빠트리고, 클레아를 슬프게 만들다니.
시발... 쳐 놀지 말고 레벨 좀 올려둘걸. 이게 대체 무슨 꼴이지?
레벨에 비해 스텟이 높고, 신수라고 대우받고, 이세계 인간들의 밋밋한 근육을 보면서 비웃었지만... 그게 이런 결과가 될 줄이야.
어쩌지? 이대로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는 건가?
“...호오. 벌써 거의 다 치료하다니. 굉장한데?”
어느새 우리 앞에 다가온 비오라가, 거의 다 치료된 내 어깨를 보며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단검, 특수효과로 회복을 늦추는 단검인데 말이지. 듣던 것보다 대단해. 처음엔 그냥 클라리스를 믿고 시험 보게 놔둘까 싶었는데. 안 그러길 잘했는걸?” “큭...! 당신...!”
클레아가 비오라쪽으로 얼굴을 향하자, 비오라는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한걸음 물러났다.
“워~워. 수녀의 표정이 아니군. 살벌한데? 표정만으론 사람도 죽이겠어.”
그렇게 말하며 도발하듯 피식 쪼개는 비오라. 아 시바 달려들어서 개 패고 싶네.
“그 신수. 연인이라도 되는 건가? 큭큭큭... 얌전히 있도록 해. 도망치려고 하면 그 몬스터의 다리를 완전히 잘라줄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저 아가씨도 생각해야지?”
비오라가 뒤를 가리키자, 마법진 안에서 아직 목에 칼이 겨눠지고 있는 리즈벳이 보인다.
저 개새... 리즈벳 목에 상처라도 나면 진짜 폭발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지?
“두목!” “두목이 아니라 길드장 이 새끼야. 뭐야.”
비오라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되돌아가자,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큭... 들어왔을 때 클레아의 감을 믿었어야 했는데... 설마 저런 마법진이 있을 줄은...” “...어? 아니... 저 마법진은 아니에요. 그 느낌은... 어, 어라? 저 마법진 너머... 보스...방?” “어? 뭐라고?”
내가 한탄하듯 내뱉은 말에, 클레아가 움찔하더니 화들짝 놀라며 보스방에 얼굴을 향한다.
보스방? 저 마법진 때문에 위화감을 느낀 게 아니었다고?
“길드장님. 이 여자 좀 가지고 놀아도 됩니까? 자세히 보니 완전 개쩌는데요.” “아 거 미친 새끼가 진짜... 근데 진짜 놀랍긴 하네. 흐음...”
아니 저 시팔놈들이 무슨 소릴?
“아가씨. 우리 업소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모험가보다 그쪽이 딱 일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그쪽들 같은 허약해빠진 실좆들한텐 관심 없어서. 딴사람 알아봐.” “아니 이 년 말하는 거 보게?”
리즈벳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남자가 표정을 구겼지만, 비오라가 제지하며 리즈벳에게 한 발 다가섰다.
“푸핫. 이야. 당당한데? 설마 저 신수 여자라도 되는 건가?” “맞아.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수컷이자 내 주인님이지.” “큭큭큭. 저런 몬스터의 여자라니. 거기다 주인님? 무슨 플레이인지는 몰라도 이제 보니 정신 나간 여자였군.”
한참을 쪼개던 비오라가 바위에 걸터앉으면서, 주변에 있는 자신의 길드원들에게 관심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관심 없으니 알아서 해라. 살려두는 건 잊지 말고.” “이 시발년. 어디 몬스터 좆이랑 어떻게 다른지 비교시켜주지. 따라와.” “세, 세마 씨...”
옆에서 날 부르는 클레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는 벌떡 일어나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이 개새끼들이! 리즈를 건들기만 하면...!” “어쩔 건데? 몬스터 새끼야.” “세마 씨... 세마 씨...!”
클레아가 뭔가 다급한 것처럼 날 부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쩌긴 씨팔놈아! 그 좆같이 생긴 면상을 갈아버릴 거다. 개새꺄.” “미친 몬스터 새끼가 누구보고...!” “크하하핫! 야 몬스터도 눈이 있구나.” “세마 씨...! 이상해요, 뭔가, 뭔가...! 불길한 게...!”
나에게 욕을 들은 한 놈이, 조금 길이가 짧은 한손검을 빼들면서 나에게 걸어온다.
“이 시발 몬스터 새끼. 반죽음으로 만들어서 니 여자 강간하는걸 눈 앞에서 보여주...” “오냐 시발. 내가 죽더라도 너희 새끼들은 죽이고...”
나와 욕을 먹은 남자가, 서로 무기를 들고 몇 걸음을 내디딘 순간.
“세, 세마 씨!!!!”
- 콰아아아아앙!
클레아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단단한 보스방의 문이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악!!”
던전 안에 꽉 차는 듯한 거대한 뱀의 몸에, 거미 같은 긴 다리가 수없이 달려있는 검은 괴물.
입에는 갑옷을 입은 뼈다귀 마물이, 박살이 난 채 질겅질겅 씹히고 있다.
이건 던전의 보스 같은 평범한 마물이 아니다. 저 놈은 아마...
“꺄아악!” “어, 어...?” “시발! 뭐야!” “......상태창...”
====================================================================== 이름 : 요르문간드 – 히어로 이터 종족 : ??? 레벨 : ??? 칭호 : 멸망을 불러오는 자 나이 : ??? ======================================================================
멸망을 불러오는 자. 히어로 이터가 우리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