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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126화 (127/749)

Chapter 126 - 114화 - 용사라는 존재! (2)

이 후 한동안, 클레아는 진지한 모습으로 성녀 검증 시험에 참가하는 날을 보냈다.

처음엔 클레아를 걱정해서 호위하듯이 따라다녔는데, 2~3일 지내보니 내가 붙어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중무장한 기사들이 클레아와 후보자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생긴 건 그냥 미청년 집단 같지만 어마어마하게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히어로 나이트들이 한 명씩 후보자들 옆에 붙어있었으니까.

그 든든한 광경을 직접 확인하니 내가 있을 게 아니다 싶어, 아침과 밤에 클레아를 배웅하는 것 외엔 시간을 따로 보내기로 했다.

밤엔 히어로 나이트들이 빠지긴 하지만, 이쪽은 숙소도 안전한 곳이고 기사단이 교회 내부에 거주하면서 지키고 있으니 뭐...

사실 다른 것보다 클라리스 수녀가 있는 게 좀 걱정이었는데... 어째 우리와 마주쳐도 그냥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정말 무관해 보여서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만약 저게 연기라면 참 무섭네. 진짜 뭐지?

어차피 저게 연기라고 해도 히어로 나이트들 때문에 뭔가 하긴 힘들겠지만.

저 히어로 나이트들의 강함은 내 눈으로 확인한 셈이고, 용사들이 선하다는 건 에센티아의 상식같으니... 믿어봐도 되겠지.

아무튼, 그렇게 나는 리즈벳과 함께 한동안 왕도의 도서관이나 길드 관리소 등에 들려 어떻게 강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당장은 어디 레벨업 하러 멀리 가기가 좀 그래서 스킬이나 투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다른 스킬은 몰라도 투기는 너무 막연해서 일단 미루기로 했다.

명상하며 체내의 에세르를 느끼라니. 뭔 개소리야 진짜.

투기는 넘기고 스킬을 뒤져보니, 어느 한 무예가가 쓴 것 같은 책에서 적당한 스킬들을 발견해서 그것들 중 한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익혀보기로 했다.

둔기가 마이너이긴 한 건지 둔기용 스킬은 따로 없었는데, 이 책엔 둔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무기 사용법, 수련법, 거기에 쓸 수 있는 기초 스킬들을 익히는 법에 대해 정리되어 있어 정말 고맙기 그지없었다.

다만 스킬들은 기초적인 스킬만 적혀있는지 더 익혀보고 싶으면 입문하라고 되어있긴 한데... 그래도 이게 어디야.

고마워요. 이름 모를 무예가! 무기술 까지 다 정리해서 책으로 내주다니!

아직은 몸 안의 에세르를 폭발시키라니 뭐니 잘 모르겠지만... 리즈벳의 말로는 책 내용을 상기하며 꾸준히 말박이를 휘두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낌이 올 거라고 했으니까.

그래. 일단 뭐라도 해야지. 그래야 내 암컷들을 지킬 수 있지 않겠어.

그렇게 한동안 아침에 클레아를 시험 장소에 데려다 준 후, 나와 리즈벳은 왕도 안에서 몬스터를 상대로 책에 적힌 스킬들을 연습하고 밤에 돌아와 클레아를 데려오는 나날을 보냈다.

아직 스킬은 하나도 써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하다 보니 뭔가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설마 성벽 안쪽까지 자잘한 잡몬스터가 있다니. 왕도의 넓이는 정말 무시무시 하구나.

“이제 남은 일정은... 내일 고행기도 뿐이네. 흐음...”

숙소로 돌아와, 리즈벳과 클레아가 씻으러 간 사이에 알몸으로 침대에 앉아 성녀 선출 시험 일정에 대해 적혀있는 종이를 살펴보았다.

여태까지의 시험들은 느낌이 좋았다던 클레아.

예상 외의 일이 일어났던 터라 여유 없이 대폭 일정을 당겨 진행됐는데... 다행이 별 문제 없이 시험은 잘 치른 모양이다.

내일 고행기도는 몸만 가야 하는 거라 필요한 건 없다는데... 음. 오늘은 다른 거 하지 말고 그냥 푹 재워야지.

이제 이 고행기도만 끝나면, 다른 후보자들은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니 클라리스와의 비교 검증이 될 터.

바울은 그 때를 준비하려고 여러 대주교들을 만나고 다니는 모양이던데... 글쎄. 어떨지.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어느 순간부터 클레아가 바울을 보면 아주 인상을 확 구겼으니까.

이전까지 어떻게든 표정관리는 하려던 클레아였는데, 이젠 아주 대놓고 벌레 보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

그새 또 뭔 짓을 한 건지... 내가 따로 뭘 하질 않아도 알아서 똥볼을 차는구나 바울.

“꺄하핫♡ 진짜!?” “네. 그래서...”

욕실 안에서 즐거운 듯한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최근 두 사람은, 날 빼놓고 자기들끼리 몰래 얘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여자들끼리의 비밀얘기라며 둘이 속닥거리는데... 나중에 말해준다곤 하지만 좀 섭섭한걸.

물론 사이가 좋은 건 다행이지만, 설마 오늘은 할 얘기가 있다며 목욕까지 따로 들어갈 줄이야!

절망스럽다! 나도 내 암컷들과 몸을 비비며 목욕하고 싶은데!

아니!? 이젠 완전히 익숙해진 내 주니어여! 이렇게 꿈틀거리다니, 너도 슬프구나!

그렇게 잠시 내 말자지와 함께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더니, 두 사람이 알몸을 드러낸 채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

“후후훗... 아~. 좋네... 응. 클레아. 마음의 준비는 된 거지?” “...네. 리즈. 준비 됐어요.” “응? 준비라니? 둘이서만 웃지 말고 나도 좀 끼워줘.”

내 암컷들의 깨끗한 몸을 만족스럽게 감상하면서, 나의 외로움을 담아 두 사람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리즈벳이 ‘잠시만~’ 이라고 말하고는 클레아와 자신의 머리를 마법으로 말린 뒤, 알몸 그대로 내 옆에 달라붙듯이 앉으며 말했다.

“쿡쿡...♡ 주인님. 클레아가 부탁이 있대♡” “응? 부탁? 뭔데?”

내 암컷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줘야지. 그럼.

“...하아, 읏...” “킥... 자. 클레아. 말 안 하면 주인님도 모른다구?” “그, 그래요... 저, 주인님. 리즈에게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리즈벳에게 경칭 없이 친근하게 부르는 클레아.

존댓말은 클레아의 버릇인 것 같지만, 이젠 완전히 친구 같네. 음. 좋은 일이지.

근데 리즈벳에게? 뭘 말이지?

“그... 리즈와 연인 관계... 그러니까, 주인님이 되실 때... 리즈가 주인님께, 암, 암... 암컷으로서 복종을 맹세 했었다고...”

...어? 지금 클레아가 그 얘기를 꺼낸다는 건... 설마?

“그, 그 복종의 맹세... 말인데...”

오오. 이거... 아니, 벌써!?

“하, 한 번... 체험... 해볼 수 있을까요...?”

...엉? 체험?

그러니까... 리즈벳이 했던 맹세를, 진짜로 하는 건 아니지만 한 번 해 보고 싶단 건가?

“...그걸? 체험을 해보겠다고?” “킥킥♡ 요 근래에 클레아가 바울에게 엄~청 실망했거든. 이제 성녀 선출 선거만 끝나면,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일단 바울과 파혼할거래♡”

와아우... 바울.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알아서 파혼 당해 주다니. 정말 대~단해.

“그런 상황에서 클레아에게 다른 수컷이라면, 바로 주인님이잖아?”

음. 그렇지. 내가 클레아의 수컷이자 주인이지.

“주인님의 암컷이 되려면 처녀를 바쳐야 할 거라고 말했더니, 아무래도 수녀다 보니 좀 고민되는 모양이야♡ 성직자가 꼭 순결을 지켜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중요시는 하다 보니 결혼할 상대가 아닐 경우 들키면 파면될 수도 있대.”

어이쿠, 파면까지? 좀 센데?

음, 아니다. 성직자란 직업은 보통 겉으로는 금욕을 중요시하긴 하니까.

일단 클레아도 성직자인 만큼, 자신의 욕망을 따르는 게 맞는 건지 고민된다는 건가...

“자신의 약혼자인 바울이 병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냥 주인님에게 복종하고 싶은데...♡ 성직자라서 아직 고민이 된다는 거지♡” “흐음... 그래서? 그게 왜 복종 선언을 체험해보는 걸로 이어질까?” “쿡쿡...♡ 자. 클레아♡”

나름 주인 같은 진지한 태도로 묻자, 리즈벳은 클레아를 바라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하아, 하아... 그, 그러니까... 저는 아직... 세마 씨를 주인님이라 부르면서 따라봤지만... 이게 정말 제가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뭐... 라고? 그럴 리가.

클레아가 지금 나한테 빠져있단 건 상태창이 다 알려주는데?

뭐지? 왜 지금 저런 말을?

“교회 안에서 주변의 이야기만 들어왔던 저라서... 사랑이 이런 게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질 않아요... 아, 아니, 확실히 주인님을... 그,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아... 그런가.

교회에서 자라고, 눈이 안 보이는 클레아는... 사랑이란 것도 남들의 이야기로만 들어왔을 터.

주변인 이라고 해 봤자 성직자들 이었을 테니, 그 이야기란 것도 딱 동화책 수준이었겠지.

그런 상태에서 나에게 끌려 처녀만 지킨 채 몸을 섞어보곤 있지만... 그 끌림이, 사랑이 맞는가 의심하고 있단 말인가.

“리, 리즈는 처녀를 바쳐보면 확실하게 알게 될 거라고 얘기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처녀를 함부로 바치는 건 좀 두려워서... 그런 도중에, 리즈가 주인님께 암컷으로서 복종을 맹세했었단 이야기를 들으니... 묘하게 두근거려서... 그 느낌을 알게 되면, 저도...” “흐음. 그렇구나. 클레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클레아의 말에 저절로 미소가 새어 나온다.

이건 또 새로운 맛이라는 느낌이네. 주인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맹세를 체험해 보고 싶다?

“그렇다면, 내게 암컷으로서 복종 맹세를 체험해 보고... 그게 원하던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어떻게 할거야?”

무슨 말이 나올지는 예상이 간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클레아의 입으로 전해 들어야겠지.

이제 체험은, 이걸로 끝을 낼 때가 온 것 같으니까.

“...네. 그 확신이 든다면, 저는...”

거기까지 말한 클레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자신의 가슴 앞에 손을 모았다.

목욕하고 나온 직후, 천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클레아가 내 앞에서 손을 모으고 있는 그 모습에서, 어쩐지 날 숭배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경건함이 느껴진다.

“저는, 주인님의 암컷이 되겠어요.”

그런 경건한 모습의 클레아의 입에서, 암컷으로서의 결심이 선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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