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8 - 125화 - 흑마 탄 용사! (2)
“크윽! 어, 어떻게 여길...!”
땅에 얼굴을 처박은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는 비보라.
안됐구나 비보라. 마안을 얻은 이 몸에게 불가능은 없다!
“신수라서 그런가? 세마 씨가 능력이 꽤 좋으시더군. 널 찾는데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비보라.” “마, 말도 안돼... 여길 그렇게 쉽게 찾았다고...?”
흐흐. 새끼. 저 새파래진 표정이라니. 마르테를 쌩까지 않은 보람이 있는데?
“인질만 아니라면 내 앞에서 잔재주는 통하지 않을거란 걸 알 거다. 비보라. 얌전히 왕국의 심판을 받도록.” “크, 크윽...!”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비보라가 땅에 얼굴을 비비는 것을 바라보면서, 토굴 안에 있는 마르테의 여동생을 살펴보았다.
팔과 다리를 아파 보일 정도로 포박된 상태에서, 눈은 가려지고 입에는 재갈이 묶여있는 마르테의 여동생.
마르테와 비슷한 골드블론드의 단발 머리카락을 가진 여동생의 모습을 보니... 아마 15살 전후...? 얼굴은 보이질 않지만 딱 그 정도 되어 보인다.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데... 풀어 주려니 이거 내 몸이 문제네.
“어, 그러니까... 마르테 동생. 맞지?”
내 목소리에 흠칫 놀라던 마르테의 동생이, 묻는 것을 이해하곤 고개를 끄떡였다.
“안심해. 네 오빠가 납치범을 제압했으니까. 이제 널 풀어줄 건데... 음... 날 보면 깜짝 놀랄 것 같으니 일단 몸이랑 입만 풀어줄게. 알았지?”
마르테의 동생이 다시 고개를 끄떡이자, 나는 토굴 안으로 들어가 마인폼으로 형태 변화한 후 여동생의 몸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었다.
밧줄을 풀어주자, 얼마나 단단하게 묶은 것인지 밧줄 묶인 자리에 피멍이 들어있는 여동생의 팔다리가 보인다.
그 때문인지, 마르테의 여동생은 줄을 풀었는데도 팔다리를 제대로 가누질 못하는데...
비보라 새끼. 어린앤데 뭐 얼마나 위험하다고. 좀 살살 묶지...
“흑, 흐윽... 가, 감사합니다...” “자, 자, 이제 괜찮으니까 울지 말고.”
아이고. 물도 안 먹였나? 입술이 쩍쩍 갈라지고 목소리도 잠겼네.
“마르테! 구했다! 자잘한 상처는 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마르시! 무사하냐!?” “오, 오빠아!!!”
마르테의 목소리를 들은 마르시는, 자기 오빠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안대를 내리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건지, 그대로 쓰러지면서 뒤에 있던 내 몸 안에 쏙 들어와 버린 마르시.
아이고, 난 지금 알몸인데... 눈도 아직 마안이...
“아, 앗...!”
마르시는 날 올려다보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마안을 가리듯이 시선을 피하며, 얌전히 마르시의 어깨를 붙잡아 상반신을 세워주었다.
“어, 음. 그렇게 놀랄까 봐 눈은 안 풀었던 건데... 미안. 좀 무섭게 생겼지?” “아, 아니에요... 놀래서 죄송합니다...” “아니, 뭐 죄송할 거 까지야. ”
혹시 기절하거나 막 소리지르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마족눈인 마안이 그리 무섭진 않은 모양일지도?
“그, 왕국에 오신 신수... 이시죠? 오빠에게 들었어요.” “아. 그랬구나. 응. 맞아.”
미리 말을 해뒀던 건가. 따로 자기 소개할 필요는 없겠어.
“드, 듣던 것보다 훨씬 굉장한 근육이시네요... 그, 그런데 왜 알몸이시죠...?” “그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변신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옷만 아니라면 이런 민망한 상황은 없을 텐데.
그나마 내 말불알이 덜렁이는 모습은 못 봐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못 본거 맞겠지?
“...그, 혹시... 이, 이것도 그... 사정... 이신건가요...?” “응? 뭐가... 흐억...!?”
마르시가 내 위에서 고개를 숙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것과 동시에, 나는 마르시의 몸 앞에 솟아올라 있던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내 위에 앉아있는 마르시를 들어올리는 것처럼, 마르시의 몸 앞에 솟아올라 있는 익숙한 형태... 내 말자지잖아!
아니 미친 도대체 언제...!? 그것보다 왜 튀어나와 있는 거야!
“아, 아니! 이게 도대체 언제...! 그, 그런 거 아냐 마르시! 갑자기 이놈이 왜 이러지!?”
미쳤나 진짜! 상황 파악도 못하고 이게 무슨!
알몸인 것도 문젠데 이 커다란 놈을 제 여동생 앞에 발기시켜서 보여주고 있는 꼴을 보면, 암만 도와줬다 해도 마르테가 훼까닥 할거야!
“마, 마르시! 이거 절대 딴 마음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시발 왜 빨딱거려 미친...!” “네, 네에... 앗...”
미친... 설마 여자애가 내 몸에 기댔다고, 이놈이 미쳐 날뛰는 건가?
세상에 맙소사. 마안을 얻고 나서 달아오른 내 말 몸뚱이였는데, 이 주니어도 포함이었던 모양이다.
시발 침착해. 이럴 땐 소수. 소수를 세자...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거야...
“세마 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 어!? 아니, 그게 그러니까...!” “괘, 괜찮아 오빠! 내가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마, 맙소사. 고마워 마르시! 오빠와는 달리 생각할 줄 아는 아이구나 너!
그렇게 잠시 내 말자지 위에 마르시를 올려둔 채, 어떻게든 말자지를 집어넣으려고 몸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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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제기랄...!” “끝이다. 비보라.”
마르시를 묶고 있던 밧줄을 써서 비보라를 묶은 후, 몸을 뒤져 가지고 있던 무장을 모두 해제시켰다.
고레벨 모험가인 만큼 밧줄 하나만으론 불안하기에, 계속 비보라를 제압하고 있는 마르테.
그 옆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마르시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결국 이 말자지가 진정이 안돼서, 일단 말보르기니 폼으로 돌아와 최대한 몸을 숙인 채 비보라와 마르 남매를 지켜보는 나.
하... 마안을 얻고 난 뒤 차오르던 흥분감이 이런 곳에서 문제가 될 줄이야.
...곧 진정 되겠지 이거?
“이런 곳에서...! 씨발...!” “쯧쯧. 그 놈의 성녀가 뭐라고. 이제 클라리스도 끝이겠네. 축하한다 야.” “닥쳐 몬스터새끼야! 클라리스와는 연관 없어!”
하아이고. 벌써 숨겨주는 건가? 이제 와서 의미가 있나 그거?
하긴. 저번 조사에서도 증거가 나오질 않은 거 보면... 이번에도 자기 단독범행이라고 잡아 때면 또 넘어갈 수 있으려나?
이거 참. 그래도 자기 여자라고 숨겨주는걸 보니 나름 스윗남인가 싶기도 하고. 생긴 건 제 여자도 등쳐먹을 제비 같은데 말이야.
“아이고~ 그러십니까. 그건 재판 받을 때 말하십쇼. 맘 같아선 내가 패주고 싶은데 말이야.” “참으시죠. 과도하게 보복했다가 죽기라도 하면 안되니까요. 문장 발행기의 행방이나 엮여있는 인물 등, 비보라에겐 알아내야 할 게 많습니다.” “아참. 그것도 있었지? 야. 그거 얽히면 최소 가족들까지 잡혀가는 모양이던데. 어쩌냐 너?” “큭, 큭...! 나한테 가족이 있을 것 같나?”
하긴. 애미애비도 없어 보이긴 해.
뭐 나야 나랑 내 암컷들만 무사하면 이놈이 감옥간 이후엔 어찌되든 상관없으니까. 거기서부턴 왕국에 맡기면 뭐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제길.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저런 몬스터 새끼에게 이렇게 발목을...!” “와~ 너무 아쉽겠다. 날 살려두다 이렇게 되고, 거기다 나한텐 능력까지 얻을 기회를 주다니. 고맙다 야. 감옥에 사식좀 넣어줄게.” “씨발...! 생긴 것도 무슨 마물 그 자체인 놈에게...!”
네~ 네. 마물입니다~. 말 마물이에요~.
이왕 생긴 게 이리 된 거 예전에 잠깐 생각해봤던 마왕이라고 말해볼까? 네. 제가 바로 말 중의 왕. 마왕입니다~ 푸핫.
패배자는 곱게 감옥으로 꺼지라고. 비보라.
“그럼, 출발하시죠. 세마 씨의 속도도 있으니, 그냥 바로 중앙 도시로 가면... 마르시. 왜 그래?” “으, 응!? 아, 아냐...”
아까부터 마르시는, 마르테의 옆에서 얼굴을 붉힌 채 날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
아무 말도 안 해서 고맙긴 한데... 좀 부끄러운걸.
네가 좀 더 컸다면 용사의 여동생이기도 하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작업을 좀 걸어봤을 텐데 말이야.
그냥 곱게 잊어주렴. 마르시. 몇 년 후에 보자꾸나.
“그럼, 출발하...”
-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쿵!!!
비보라를 들쳐 업은 마르테가 내 등 위에 타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땅이 흔들리면서, 식겁할만한 땅울림이 귀를 때렸다.
“뭐, 뭐야!? 설마 지진!?”
맙소사. 이 정도로 흔들릴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큰 지진인 거지!?
소리도 그렇고, 진원지가 가까운 것 같은데...!
엎드려 있던 나는 그렇다 쳐도, 서있던 마르테와 마르시가 중심을 잃고 몸이 기우뚱 할 정도로 커다란 지진.
그 진동이 줄어들긴커녕 더욱 커져나가다가, 잠시 멎었다고 생각된 순간.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십 미터가 넘는 크기의 거대한 형체가 땅을 뚫고 튀어나왔다.
이전에 놓친 히어로 이터. 요르문간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