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9 - 126화 - 혼란의 도시와 클레아!
“키아아아아아아아아!!!”
요르문간드가 땅을 뚫고 나온 순간.
중심을 잃은 마르테가 쓰러지면서, 들쳐 업고 있던 비보라를 떨어트려 버렸다.
“앗!” “크하아아악!!”
땅에 떨어지자 마자 비보라는 몸에서 붉은 투기를 내뿜으며 몸에 묶인 밧줄을 뜯어버린 후, 잽싸게 달아나려고 등을 돌렸다.
“어딜!!!”
비보라를 놓친 마르테가 바로 검을 뽑으며 달려들었지만, 바로 그 순간.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악!!!!!”
커다란 땅울림과 함께 마르테의 몸이 기울면서, 검이 비보라를 제대로 베지 못하고 팔을 스친다.
“크윽...!”
어깨에 손을 감싼 채, 몸이 투명해지면서 그대로 풀숲으로 향하는 비보라.
이 시발. 다 잡은걸...!
“마르테! 저쪽으로 튄다! 잡아!”
은신? 그런 건 소용없어 새꺄!
모습은 보이질 않지만, 마안을 통해서 위치가 파악되니까!
설마 은신까지 잡아낼 수 있을 줄이야. 마안 완전 최고!
“네!”
마르테가 바로 용사 투기를 두르고, 비보라를 향해 뛰려던 순간.
하늘을 향해 울부짖던 요르문간드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뭐야 시발. 저, 저 입에 저거...!
“마르테! 뭔가 온다!”
마르테에게 말해준 후, 나는 바로 마르시를 가리듯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요르문간드의 입에서 검은 구체가 발사되면서, 용사 투기를 두르고 있던 마르테를 향해 날아온다.
“윽...!”
마르테는 잽싸게 몸을 돌려 그 검은 구체를 향해 검을 내질렀고, 그와 동시에 구체는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검은 연기를 흩뿌렸다.
“크윽...! 마르시, 괜찮냐?”
폭발이 멎은 것과 동시에, 일단 일반인이나 다름없던 마르시의 안전부터 확인했다.
기껏 구했는데 죽기라도 하면 면목이 없잖아.
“네, 네...! 저, 전 괜찮은데, 오빠는...!?” “마르테! 살아있냐!”
내가 외치자, 폭발로 생겼던 검은 연기 속에서 거뭇한 그을음이 묻은 마르테가 쿨럭거리며 걸어 나왔다.
갑옷이 없는 것 때문일까? 마르테의 옷 군데군데가 찢기고 찰과상처럼 피부가 붉어진 게 군데군데 보인다.
“괘, 괜찮습니다. 살짝 긁힌 수준입니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지만... 마르테가 용사 투기를 두르고 있었는데도 다친다고?
저놈. 더 강해지기라도 한 건가? 덩치도 몇 배는 더 커진 것 같은데...
“큭...! 죄송합니다. 비보라를 놓치다니...!” “......아냐. 쫓을 수 있어.”
숲 쪽을 바라보자, 저 너머에서 비보라의 색이 감지된다.
투기나 스킬을 쓴 건지 그새 꽤나 멀리 도망치긴 했지만, 그래 봤자 인간 달리기지.
잠시만 기다려라 비보라. 그대로 달려가서 그 등짝에 내 싸커킥을...!
“이대로 쫓자! 히어로 이터는 일단 저놈을 잡고...!” “세, 세마 씨! 히어로 이터가!”
비보라를 향해 뛰려던 순간, 마르테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땅이 흔들렸다.
길다란 다리를 샤샤샥 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요르문간드.
말이 샤샤샥이지, 덩치가 저쯤 되니 저 다리들이 움직일 때마다 진동이 느껴진다.
커진 덩치만큼 속도도 늘어난 건지, 몇 초 지났을 뿐인데 요르문간드의 뒷모습이 빠르게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요르문간드가 향하고 있는 곳은... 설마...
“...저, 저 미친...!” “중앙 도시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런 놈이 도시로 가면...!”
아니, 거기엔 지금 리즈벳이랑 클레아도...!
아나 씨바! 비보라 다 잡았는데 저 뱀 새끼가!
“아오...! 이런 씨바! 일단 타!”
빠르게 멀어지는 비보라와 요르문간드를 살펴보다가, 욕을 내뱉으며 두 사람에게 외쳤다.
아오 진짜...! 마안이 없는 마르테 혼자선 쫓질 못 할거고, 내가 가자니 이길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내 암컷들이 걱정되고...!
생각보다 양쪽 다 너무 빨라! 양쪽을 모두 쫓기엔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다. 일단 내 암컷들부터 챙길 수 밖에!
저번엔 타이밍 좋게 날 구하더니, 이번엔 비보라를 구하네 저 뱀 새끼가!
“큭, 죄송합니다...! 마르시 너도 세마 씨의 등에!”
암, 죄송해야지! 놓칠게 없어서 그걸 놓치냐!
하나 같이 빠져가지곤! 용사들 종특이냐 그건!?
“일단 히어로 이터 먼저! 아, 내 무기도 챙겨야지!”
그렇게 두 사람과 내 무기를 챙긴 후, 나는 히어로 이터를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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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쿠쿠쿠쿠쿠쿠쿠쿵!!
히어로 이터가 흐느적&샤샤샥 거리며 이동할 때마다, 나무들이 쓰러지고 땅이 울린다.
미친, 뭐야 저 덩치랑 저 속도는. 어디서 뭘 쳐먹었길래 그새 저렇게 된 거야?
어떻게 따라잡긴 했지만, 저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답이 없겠는데.
아니, 그 전에 벌써 중앙 도시가 코앞이야!
“마르테! 중앙 도시에 용사들은...!?” “있습니다! 이제 곧...! 아, 보입니다!”
마르테가 외치자마자, 중앙 도시에서 3개의 푸른 불빛이 일렁이며 요르문간드 에게 날아온다.
저 구멍 뚫린 색. 아마 마르테와 같은 히어로 나이트 들이겠지.
저 셋의 색... 아마 마르테보다도 더 강하다.
그렇다면...!
“마르테! 너도 같이 합류하는 게 어때!?” “네! 알겠습니다! 동생을 부탁 드립니다! 마르시! 이거 들고 세마 씨에게서 떨어지지마!” “으, 응! 알겠어!”
마르시에게 말박이를 넘긴 후 내 등에서 뛰어내린 마르테가, 푸른 용사 투기를 두른 채 히어로 이터를 향해 땅을 박차고 날아간다.
좋아. 이대로 저 용사들이 막아줄 동안, 나는 내 암컷들을 챙겨야지.
그대로 히어로 이터에게서 떨어져서 저 멀리 반대편에 있던 도시 입구로 들어가자, 혼비백산한 도시의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혼란스러운 도시의 모습.
이런 시발...!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지니 머리 아파! 마안 OFF!
그렇게 마안을 끄고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자, 짐을 챙기고 달아나거나 어린 아이들을 붙잡고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소라면 이건 날 보게 된 반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겁에 질린 채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도시 안에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겠지.
일단, 사람들은 무시하고 얼른 교회에...! 어디지!?
“...아니, 하필이면...!”
교회로 향하기 위해 교회 건물을 찾아 도시를 둘러보니, 하필이면 히어로 이터가 이동하고 있는 방향 코앞에 교회 건물들이 보인다.
푸른 불빛들이 날아다니면서 히어로 이터에게 뭔가를 날리고 있는 게 보이지만, 아직까지 치명상은 입히지 못하고 있는지 히어로 이터는 계속 이동중.
씁. 공중에서 방향 전환도 못해서, 뭔가 뒤쫓으면서 베고 있단 느낌인데...
뭐지? 용사들 공격이 상당한 위력일 텐데. 어떻게 저렇게 버티는 거지?
...아니, 미친. 히어로 이터 저 놈, 어느 순간부터 거미다리 같던 긴 다리로 몸을 감싼 채 공격을 무시하고 이동만 하고 있어!
이런 시발, 그냥 한방에 댕겅 안되냐!? 안되니까 저러고 있는 거겠지!?
“꽉 붙잡아 마르시! 떨어지면 안돼!” “아 네! 떨어질 것 같진 않으니까, 걱정 마세요!”
마르시에게 한번 외친 후,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화단을 뛰어넘으며 교회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그와 동시에, 산을 등지고 지어진 교회로 가기 위해 산을 타는 요르문간드의 모습이 보인다.
씁, 아슬아슬한데...! 리즈벳은 밖에 있었을 테니 상황을 확인했을 거고... 문제는 클레아!
교회도 대피하고 있겠지!? 설마 이 상황에서, 시험이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리즈! 클레아! 아니, 시발 좀 비켜봐!”
교회 입구 쪽으로 들어오자, 혼비백산한 성직자들과 일반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언제 챙겼는지 짐을 챙기고 도망치는 사람도 있어서, 들어가는데 방해되길래 그냥 냅다 걷어 차버렸다.
미친. 성직자들은 마물을 적대시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이 상황에서 지들이 도망치는 건 뭐 하자는 거지?
그렇게 사람들을 헤치고 뛰어넘으면서 클레아가 시험치는 건물 근처에 도착하자, 히어로 이터쪽을 바라보고 있는 리즈벳과 바울이 보였다.
“리즈! 바울 주교!” “아, 주인님!”
날 확인하고 손을 흔드는 리즈벳을 바라보며 바울과 그 주변을 살펴보자, 식은땀을 흘리며 모여있는 성직자들과 다가오는 히어로 이터 쪽을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이 보인다.
그래... 도망치는 성직자들도 있지만, 나서는 성직자들도 있구나.
“리즈! 클레아는!?” “아직 안 나왔어! 히어로 이터는 아까 발견했는데, 어떤 꼰대 대주교가 히어로 나이트들에게 맡기고 계속 시험보라고 했나 봐!” “세, 세마씨! 클레아가! 클레아가아!”
아니 미친. 어떤 꼰대 새끼야?
일단 눈물 짜면서 달라붙는 바울은 무시하자. 여태 뭐했냐 너.
“그래도 엄청 흔들렸을 텐데! 왜 안 나오는 거지!?” “아마 내진 설계 때문일 거야! 비싼 건물엔 진동을 없애는 내진 마법이 쓰이거든!” “흐어어엉, 클레아아...!!”
미친 이세계 마법 쩔어! 근데 지금은 도움이 안돼!
“이제 막 기사들이 성녀 후보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들어갔는데, 클레아는 아직...!” “이런 미친... 아, 리즈. 얘 좀 데리고 있어. 마르테의 동생이야.” “응. 주인님은?” “얼른 들어가서 클레아 데려올게. 클레아만 데려오면 바로 튀자.” “흐어어어엉...! 클레아가아...!”
아오 썅. 평소의 모습은 어디 간 거야 바울 얘는.
내게 달라붙는 바울을 몸을 흔들며 떨쳐낸 뒤, 그대로 시험치는 건물을 향해 뛰었다.
꽤나 큰 건물인데, 히어로 이터는 코앞까지 다가와있고... 어떤 대주교인지 걸리면 진짜...!
“헉...!”
내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교회 건물 입구와 가까워지던 그 순간.
입구 뒤편에서, 수많은 다리를 쫙 펼치며 이쪽을 향해 몸을 날리는 히어로 이터.
산 쪽에서 다른 장애물과 달라붙은 용사들도 무시한 채, 마치 활공하듯이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날아오는 히어로 이터가 도달할 것 같은 위치가, 클레아가 아직 있을 건물 쪽이란 게 확인된 순간.
나는 건물 안을 향해, 바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