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0 - 127화 - 혼란의 도시와 클레아! (2)
‘...소란스럽네요...’
아직 시험 종료까진 조금 시간이 남았을 텐데. 이상하게 밖이 소란스럽습니다.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들이 이상하게 다급한 느낌인데. 왜 그럴까요?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어느 순간부터 사제 분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럼 지금 느껴지는 두려움에 휩싸인 기운들은 대체...?
...어쩌면, 시험 종료 전의 마지막 테스트일지도 모릅니다.
확실하게 시험이 종료되기 전까진, 이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게 낫겠죠.
어쩐지 이상하게도, 아까부터 저 멀리서 뭔가 불길한 느낌이 다가오는 것 같긴 하지만...
착각... 이겠죠? 어디선가 느껴본 것 같기도 한 불길함인데...
만약 뭔가 있다면, 누군가가 불렀을 테니까...
“클레아 수녀! 클레아 수녀 맞습니까!?”
생각하자마자,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절 불렀습니다.
“네. 맞습니다만...” “빨리 나가셔야 합니다! 교회 쪽을 향해 히어로 이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네!?”
히어로 이터가...? 불길한 느낌이 착각이 아니었단 걸까요...?
황급하게 일어나 문을 향해 뒤돌아 서자, 남자는 문을 열고 들어와 제 손을 이끌었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거의 다 빠져나가셨습니다! 클레아 수녀가 마지막입니다!” “그, 그럼 지금 건물 안에 계시는 분들은...!?” “왕국 기사단입니다! 사제 분들께서는 지금 밖에서 대기하고 계십니다!”
그럴 수가... 히어로 이터라니...
가증스러운 주인님의 적들이 이곳에...!
...? 뭘까요. 갑작스럽게 느껴진 이 분노는...?
주인님의 적...? 왜 그렇게 생각한 거죠...?
“현재 히어로 나이트 분들께서 토벌하러 나가셨지만, 다가오는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커다란 덩치에 방어력도 상당해 보여서, 토벌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절 이끄는 기사 분이 말해주는 설명을 들으며, 밖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상당히... 가까워요... 이 정도면 곧... 앗!
“위, 위험해요!”
입구 쪽의 중앙 현관. 그 가운데에 놓여져 있는 여신상을 지나던 도중, 히어로 이터의 기운이 급격하게 가까워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마 도착하는 위치는, 바로 여기...
그렇게 생각한 제가 기사 분을 밀치자마자, 뒤편에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며 커다랗고 불길한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과도 같은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 절 노리는 걸까요?
...이건 틀렸네요. 방어 성법을 쓰기엔, 시간이...
...주인님. 죄송합니... 어라?
...이건... 주인님의 기운이...?
“클레아아아아아아아!!!”
- 콰아아아아아앙!!
포기한 채 눈을 질끈 감는 것과 동시에, 달려드는 주인님의 기운이 느껴지더니...
제 앞에서 커다란 충격과 함께, 달려드는 히어로 이터를 막아선 주인님이 느껴졌습니다.
앞에 있던 여신상이 무너지고, 그 앞에서 이전보다 더욱 커진 기운을 발산하며 절 지켜주신 주인님.
마치... 쓰러진 여신을 대신해, 절 지켜주신 것 같은 주인님.
제 안에 채워져 있는 ‘이것’과 동일한, 숭배하고 싶어지는 커다란 기운을 발산하고 계신 주인님.
공복과 피곤함으로 감각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몸이건만, 어쩐지 주인님의 기운 만큼은 절 채워주는 것처럼 절 감싸는 게 느껴집니다.
‘......아아. 그랬었군요. 이제서야 알겠어요.‘
제가 왜 바울이 아니라, 주인님에게 끌리고 있었는지.
제가 왜 결심이라고 표현하면서, 선택을 망설이고 있었는지.
제가...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지를.
바로... 이것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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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로 들어선 순간,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요르문간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요르문간드의 입이 향하고 있는 곳에 서있는 클레아의 뒷모습.
나는 생각보다도 먼저 마인폼으로 변하면서, 클레아의 이름을 외치며 뛰어들었다.
“클레아아아아아아아!!!!”
- 쿠우우우우우우웅!!!
다행히 늦지 않은 형태 변화와 함께, 내 두 팔과 말발굽이 달린 다리에 요르문간드의 커다란 입이 붙잡힌다.
뒤로 뻗어 몸을 지지한 발 한쪽은 그대로 반쯤 바닥을 파고들며 들어가 버렸고, 녀석의 입을 붙잡은 두 팔은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불끈거리고 있다.
이 씨방 뱀 새끼... 그렇게 날아올 줄이야...!
아랫입을 밟고 있는 한쪽 발이 떨린다. 조금이라고 힘을 빼면 바로 이놈의 입에 씹혀버릴 것 같다.
맘 같아선 이 벌려진 입을 그대로 찢어버리고 싶은데...! 아오 거 더럽게 힘 쎄네 이놈...!
“끄윽...! 끄흐아아압!!” “주인님!!!!!!!!”
내가 부들거리며 녀석의 입을 붙잡고 있는 동안, 내 뒤에서 리즈벳의 외침이 들리며 불덩이들이 날아와 요르문간드의 얼굴 뒤편에서 터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무너진 건물 뒤편에서 푸른 불길들이 일렁거리며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게 보인다.
“키아아아아아아악!”
머리를 흔들며 내게서 떨어진 요르문간드는, 그대로 몸을 일으키며 다리를 펼친 후 건물을 벗어났다.
벗어난 요르문간드를 뒤따라, 푸른 불길들이 공격을 날리며 요르문간드를 몰아넣는 게 보였다.
일단... 넘긴 건가?
“주인님! 괜찮아!?” “아.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끄흡... 이제 팔이 아프네...”
저 덩치를 받아낸 게 좀 버겁긴 했는지, 이제서야 팔에서 격통이 느껴진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부러진 건 아니겠지?
“마르테 동생은? 밖은 어때?” “일단 사제들한테 맡겼어. 밖은 히어로 이터가 날아오는 거 보고, 사제들이 사람들을 지키면서 멀찍이 떨어지고 있고. 주인님. 여기.”
어느새 챙겨온 건지, 리즈벳이 손에 들고 있던 천을 내 허리에 둘러주었다.
마르시한테서 말박이까지 챙겨왔네? 역시 내 암컷이야. 좋은 센스라니까.
“클레아는 괜찮... 아?”
한숨 돌린 후, 허리의 천을 동여매면서 뒤에 있던 클레아를 확인했는데...
클레아는 손을 모으고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내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어... 저. 클레아?” “아아... 주인님...”
어쩐지 표정이 황홀함에 빠져있는 것 같은데... 아니, 지금은 기도할 때가 아닌데...
“클레아. 일단 지금은 도망...” “주인님이 바로, 저의 신이셨군요...” “엉? 신?”
갑자기 신 얘기를 꺼내다니... 아니 방금 뭐라고? 내가 신?
“그랬던 거였어요. 주인님이야 말로 저의 신... 여신님께서 보내주신, 저의 진정한 주인이셨군요...!”
어, 아니. 여신이 보내진 않았는데...
어쩐지 클레아의 표정이 완전히 넋이 나간 것 같은 게... 좀 무서운데...
난 그냥 내 암컷을 지켰을 뿐인데... 아무리 지켜줬다 해도 신 취급은 좀 너무 과한 거 아니야?
“...후후. 클레아. 이제 알겠어?” “네! 알겠어요! 정말 잘 알았어요 리즈! 아아. 주인님... 주인님...♡”
그런 클레아의 모습을 본 리즈벳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클레아에게 다가가 몸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워준다.
리즈는 저 모습이 당황스럽지 않은 건가?
“응. 잘 깨달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일단 나가서 주인님 팔부터 치료해 드리자.” “앗! 주인님 팔을 다치셨나요!? 아아... 저 때문에...” “어, 으, 응... 일단 견딜만하긴 한데...”
두 사람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동안, 클레아는 내 팔에 달라붙어 그새 치료를 시작했다.
클레아의 행동이 뭐랄까... 벽이 허물어 진 것을 넘어서 뭔가 이상할 정도의 과함이 느껴지는데...
...아니 뭐, 무사하면 됐지. 응 그래.
“클레아는 다친 곳 없어?” “아아. 저를 걱정해 주시다니... 네. 저는 무사하답니다.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주인님.”
밖으로 나와 치료를 받으며 클레아에게 묻자, 클레아는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내게 대답했다.
세상에... 혹시 고행 기도가 많이 힘들었나? 오늘 푹 재워야겠다.
“...네! 다 됐습니다. 주인님.” “오. 역시 클레아야. 아픈 느낌이 싹 사라졌어. 역시 대단해.” “과분한 칭찬, 감사 드립니다. 주인님. 하지만 저 클레아는 주인님만의 노예... 칭찬해 주실 것 까진 없는 당연한 일입니다. 주인님의 상처를 남겨두고 있는 것은, 주인님을 따르는 노예로서 치욕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어, 음... 그냥 칭찬한 건데 무릎까지 꿇으면서 그렇게 반응하면 좀 무서워 클레아...
“후후... 이제 정말 준비가 됐구나. 클레아.” “네. 리즈. 결심과 동시에, 준비도 되었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처럼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뭐지 이건...
“...지금 히어로 이터는...”
뭐라 해야 할지 모를 이 상황에 일단 눈을 돌린 채, 나는 제법 멀어진 히어로 이터를 바라보았다.
히어로 나이트들과 기사들이 막고 있긴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뭘 어쨌길래 저리 커졌는지 모를 요르문간드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분명 히어로 나이트들의 공격으로 몸이 깎여 나가곤 있는데, 저 원통형 몸에 히어로 이터들의 검기 같은 공격이 닿을 때마다, 공격이 흘러내린다는 느낌이다.
다리들은 잘려나가거나 부러지긴 하는데, 그것도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재생되고 있고...
“...가실 건가요?” “우린 주인님의 뜻에 따를게. 준비는 됐어.”
내 고민을 느꼈는지, 두 사람은 날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음... 솔직히 왕도의 사람들은 나랑 관계도 없고, 조금씩 히어로 이터가 밀리는 것 같으니 가만히 내버려 두면 용사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그래. 가자.”
그래도 뭐... 이 난장판을 가만히 놔두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거드는 게 낫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내 암컷들과 함께 멀리 보이는 히어로 이터를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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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분들은 이쪽으로! 방어 성법을 쓰는 동안, 빠져나가 주세요!”
나에게 축복을 걸어준 클레아는, 근처에서 방어 성법으로 떨어지는 건물 파편들을 막으며 시민들을 피난시키고.
“주인님! 다리 하나 빠져나갔어!”
에세르 키네시스로 무너진 건물 위에 올라간 리즈벳은, 불덩이들을 날리며 날 엄호하고.
“파쇄격! 파쇄격! 파쇄격! 뒈져 새꺄!”
나는 요르문간드의 몸 아래쪽에서 스킬을 날리며 몸을 후려친다.
“마법사들은 머리와 다리 쪽으로 공격을 집중시켜! 전사들은 아래에서 더 전진 못하도록 막아라!”
동시에, 어느새 모인 모험가들이 기사들의 지시를 받으며 요르문간드를 공격한다.
중무장한 기사들이 근접한 모험가들을 보호하고, 수많은 전사들과 기사들이 요르문간드의 몸을 노린다.
거기에 맞춰, 날아다니며 요르문간드의 몸통을 향해 계속 검기를 쏘아대는 용사들.
검은 몸이라서 눈에 띄진 않았지만, 아마 몸에 덮인 이 비늘들이 공격을 흘리고 있었겠지.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이 뱀새꺄. 놓친 비보라의 몫을 받거라!
“파쇄격 빠세이! 엇...!”
그렇게 다 함께 요르문간드의 이동을 막으면서, 몸을 후려치길 십여 분.
내가 몸에 파쇄격을 후려치는 것과 동시에, 요르문간드의 몸이 기우뚱 하더니...
그대로, 어느 용사가 쏘아낸 검기가 요르문간드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잡았다아아아아아!!!!”””
요르문간드의 땅에 떨어지고, 그 몸이 검은 연기가 되면서 흩날리기 시작한 순간.
모험가들과 기사들의 환호성이, 왕도의 중앙 도시에 메아리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