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1 - 128화 - 성녀의 맹세!
도시는 좀 개판이 났지만, 어떻게든 히어로 이터는 잡을 수 있었다.
시체가 사라지고 무너진 건물 잔해들만 남아있는 광경을 보니, 뭔가 손해만 봤네 싶은 기분이지만... 에이, 그건 왕국이 알아서 하겠지.
다른 사람들은 이어서 건물 잔해들을 청소하거나 인명 구조에 나섰는데, 슬슬 클레아가 한계 같아서 우리는 먼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잠도 안자고 금식하던 클레아였으니... 오히려 지금까지 버틴 게 대단한 것 아닐까.
사제들과 함께 피난했던 마르시의 무사만 확인하고 마르테에게 넘긴 후, 매달리는 바울을 떼어내면서 교회 숙소에 와보니 다행히 숙소 쪽은 멀쩡한 상태.
교회 쪽은 그렇게 히어로 이터가 날아왔는데도, 시험 장소 외엔 큰 피해는 없는 모양이다.
하긴. 왕도 교회는 넓긴 엄청 넓으니까. 히어로 이터가 그리 크게 돌아다니진 않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클레아에게 뭐라도 먹고 자는 게 어떠냐고 물으니, 클레아는 웃으면서 참으로 놀라운 말을 꺼냈다.
“식사보단 주인님의 말정액을 베풀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일주일 만의 식사를 내 말정액으로 하겠다고...?
어, 음... 그래. 좀 황당하긴 하지만 뭐 본인이 좋다면야...
힘이 없는 클레아를 리즈벳이 도와줘 가면서 내 말정액을 먹여준 후 침대에 눕히자, 역시 피곤하긴 했던 모양인지 클레아는 바로 잠들어 버렸다.
2~3일은 푹 쉬게 해야겠지. 수고했어. 클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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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아직 잠들어있는 클레아를 한번 쓰다듬어준 후, 리즈벳과 함께 욕실의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쳐 보이는, 평소와 같은 내 말대가리.
어째 몸에 근육들이 더 불끈거리는 듯한 느낌도 있는데... 이건 뭐 그렇다 치고...
어디... 마안을 켠 모습은 과연...!?
마안 ON!
“......꺄♡” “......하아...”
거울 앞에 나타난 마족눈의 말대가리를 보자마자 한숨이 나온다.
세상에... 뭐야 이 리얼 몬스터는. 존나 무서워.
안 그래도 무시무시한 근육질에 말대가리라는 미친 조합인데, 여기에 마족눈까지 더해지니 정말 장난 아니네.
평소의 갈색 눈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던 가로동공이, 금색 눈동자에 도드라져 보여서 더 괴기해!
만약 이게 내 몸이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마주친 몬스터라면... 그냥 지려버렸겠는걸.
“후후훗~♡ 주인님 멋있어~♡”
맘에 드는 건지 웃으면서 나에게 달라붙는 리즈벳.
정말 이게 맘에 드는 건가...
그래. 뭐 내 암컷이 좋다면 상관없겠지만... 일단 밖에 나갈 때는 끄고 다녀야겠다. 날 보고 정말 기절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몰라 이건.
지금 내 마안에 보이는 수치를 대강 가늠해보면, 하루나 이틀 정도는 끄고 지내도 되겠지.
뭔가 에세르 소모량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왜 디폴트가 ON 상태인 건지... 귀찮네 이거.
“흐음...”
그리고 리즈벳과 내 몸을 자세히 보니, 어쩐지 우리 둘의 색이 엇비슷하게 느껴진다.
으음... 마르시나 잠깐 봤던 시민들의 색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네. 우리 둘 다.
어쩐지 검은색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아니, 정확히는 끈적거리는 검은 액체로 뒤덮여 있는 듯한...?
...리즈벳이 내 암컷이 돼서 그런가?
“어디, 클레아는...”
욕실 밖으로 나와서 자고 있는 클레아를 바라보니, 클레아 역시 비슷한 느낌이다.
모두 물들여져 있다는 느낌의 리즈벳과 달리, 뭔가 티끌만큼은 남아있단 느낌?
내 암컷이 되면 마안으로 보이는 색이 변하는 건가... 뭐... 진행 상황 보기엔 딱 좋겠네 이거.
조금 불길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애초에 이런 몬스터 몸인데 뭐. 일반적인 사람이랑 좀 다른 게 당연한 것 아니겠어?
마침 생각난 김에 지금 클레아의 상태창은 어디...
====================================================================== 이름 : 네리스 클레아 종족 : 인간 레벨 : 19 ( 4890 / 7420) 칭호 : 말자지에게 영원한 복종을 다짐한 여신교의 암컷 성녀 후보 나이 : 27세 암컷 스킬 : [음란 Lv.9] [수컷 냄새 중독 : Lv.10] [말정액 중독 Lv.10] [욕망 Lv.10] [굴복 Lv.10] [순종 Lv.10] [신앙 Lv.9] [애정 Lv.9] 암컷 기록 : [첫 키스 : 말자지] [첫 애널 : 말자지] 수컷 호감도 : 정세마 99% 기타 1% ======================================================================
으으으으으음???
그냥 마안으로 보이는 색과 상태창을 비교해 보려고 한 것 뿐인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레아의 상태창이 이전보다 더 상태가 진보되어 있다.
이건... 내게 복종을 맹세하기 직전의 리즈벳과 거의 비슷한데...
설마 굳이 몸을 섞지 않아도, 암컷 스킬들의 레벨이 더 늘어날 수 있단 건가?
호감도까지 MAX 직전이라니. 횡재한 기분이네 이거.
남자들에 대한 호감도 이긴 하지만, 클레아는 기타 호감도가 꽤나 높았는데... 이건 내 호감도 비중이 올라서 이렇게 표시되는 걸까?
그래도 성직자인 클레아인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혀 호감을 못 느낀다 그런 건 아니겠지?
뭐 그건 그거고, 칭호는... 나에게 복종을 다짐했다...? 좋아...
클레아. 다음 교미에선, 네가 진심으로 나에게 복종하는 맹세를 듣도록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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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클레아의 복종 맹세를 들어보려고 했건만, 어째 영 시간이 나질 않았다.
일단 나는 비보라나 히어로 이터에 대한 내용을 공유할 겸 왕실에 불려 다녔고, 거기서 도시 수복을 도우며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자는 국왕의 말에 2~3일 가량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일을 도왔다.
그리고 클레아는 사실상 성녀가 확정되어 버려서, 피로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교회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성녀가 되기 위한 업무들을 진행했다.
고행 기도까진 클라리스와 클레아의 점수가 거의 박빙이었는데, 히어로 이터가 나타났을 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민들을 피난시켰던 게 클레아의 점수에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은 나오자 마자 거의 뻗어버려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하던데... 역시 뭘 하려면 체력이 필요한 법이구나.
그리고 그쯤 되니 다른 후보자들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기세가 팍 죽어서, 별다른 반대 없이 스무스하게 클레아가 성녀로 확정되었다고.
그 덕에 클레아는 히어로 나이트들의 호위를 받으며 교회의 이런저런 일에 불려 다녔고, 나도 왕실에 불려 다녀서 서로 새벽에 복귀하는 며칠이었다.
고행 기도의 피로를 제대로 못 풀고 움직인 것 때문인지 돌아올 때마다 퀭한 표정인 클레아를 건들기가 애매해서, 일단 복종 맹세는 다음에 듣기로 결정.
뭐... 여기까지 왔는데 급할 건 없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며칠을 보낸 결과, 어느새 클레아의 임명식 날이 찾아왔다.
성녀의 임명 절차는 두 단계.
첫 번째로 교회 내부에서, 여신의 뜻에 따라 살 것을 맹세의 기도를 바치는 내부 서약식.
두 번째로 시민들 앞에서 성녀로 선출된 것을 알리면서 성녀로서의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정식 임명식.
이틀 뒤의 정식 임명식에서 교황이 새로운 성녀가 선출되었음을 알리면, 그때부터 공식적으로 성녀로 인정되어 성녀의 권한이 생긴다고 한다.
흐흐... 내 암컷이 성녀라... 이거 꽤나 기분이 괜찮은걸.
“네리스 클레아. 그대는 여신님의 뜻에 따라, 여신님의 어린 양들을 돌보는 성녀의 직무를 성실히 맡겠습니까?” “예. 맡겠습니다.”
오늘 내부 서약식에선, 나와 리즈벳도 외부인 참가를 허가 받아 구경하러 온 상태다.
여신상을 등지고 있는 교황 앞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무릎 꿇어 앉은 채, 교황이 묻는 말에 담담히 대답해 나가는 클레아.
옆에 있는 바울이 그런 클레아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바울. 미안하지만 넌 이미 진작에 끝났단다. 내 여자에 눈독 들이지 마렴.
“네리스 클레아. 그대는 여신교의 신앙과 복음을 전하는 봉사를 합당하고 슬기롭게 수행하겠습니까?” “네. 수행합니다.”
흐흐. 다른 건 뭐 그냥 종교적인 절차라고 쳐도, 다짐을 말하는 클레아의 모습이 예뻐서 보기 좋네.
아름답다고 말할 만한 클레아의 모습에, 경건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정말 말이 필요 없는 모습인걸.
“네리스 클레아. 그대는 여신교의 대표 중 하나인 성녀로서, 다른 교우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등불의 역할을 성실히 거행하겠습니까?” “네. 거행합니다.”
“네리스 클레아. 그대는 여신님에 대한 존경과 순종을 맹세하겠습니까?” “네. 맹세합니다.”
클레아에게 묻는 종교적인 질문들이 끝나고, 교황의 주도 하에 이런 저런 기도문이 이어져 나간다.
한동안 그 기도문이 이어지다, 교황이 클레아의 머리 위에서 십자가 형태의 장식을 돌리며 중얼중얼 기도를 하더니, 다른 사제들이 들고 온 커다란 잔을 머리 위로 들었다.
“이것은 여신님의 성혈.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여신님의 피의 잔이니, 그대를 위하여 여신님이 흘린 피이다. 그대는 이를 기억하고, 여신님을 몸 안에 받아들여라.”
교황이 잔을 건네자, 클레아가 그 잔을 받아 마신다.
잔이 엄청 커다래서 ‘저걸 다 마신다고?’ 싶었는데, 기울이는 각도를 보니 별로 많이 담긴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얼핏 보인 색이 진짜 피는 아니고... 술이겠네. 저걸 마시면 여신님이 몸 안에 들어와? 꽤 재미있는걸.
정말이지 종교적인 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여신님께서 그대 안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셨으니, 친히 그대의 바램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흐흐. 그래. 종교적인 의식이란 게 대충 이런 거지 뭐.
진짜가 아니면 어때. 클레아가 성녀가 되는 게 중요한 거지.
그렇게 클레아가 성배 같은 컵에 담긴 술을 받아 마신 후, 다시 기도문이 이어지다가...
“...네리스 클레아. 그대의 서약을 여신님께 봉헌합니다. 그대의 마음이 여신님께 닿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클레아의 성녀 서약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