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145화 (146/749)

Chapter 145 - 132화 - 타락한 성녀!

. . . . . .

. . . . . . . . . . . .

일어나 계신가요. 주인님.

후후... 많이 피곤하신 것 같네요.

네.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제 다리를 빌려드릴게요. 이쪽에 누워주세요.

. . . . . .

보이시나요. 주인님.

저 쓰러져가는 나약한 생명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멸망해가는 한심한 생명들이.

마치 불길을 향해 달려드는 날파리 같은 꼴이라니. 후후... 우스운 광경이네요.

. . . . . .

기억나시나요. 주인님.

주인님을 처음 만난 순간, 두려움에 벌벌 떨던 제 모습이.

주인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저 역시 저들과 다를 바 없었겠죠.

주인님을 만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답니다.

. . . . . .

안타깝네요. 주인님.

구원이 머지 않았었는데, 새로운 세상이 머지 않았었는데.

그 조금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실패해 버리다니.

죄송합니다. 주인님. ‘저희’들의 힘이, 부족하기 그지 없었어요.

. . . . . .

피곤하신가요. 주인님.

후후. 네. 이대로 조금... 조금만 잘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제가 곁에 있을 테니까.

편안히 주무시길. 저의 사랑스러운 주인님.

. . . . . .

사랑하는 나의 신. 나의 주인님.

마치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곤히 주무시네요.

뜨거운 체온도, 두근거리던 맥박도,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느껴지질 않아요.

정말... 많이 피곤하신 것 같네요...

네... 푹 쉬시길. 당신께서 깨어나실 때까지, 쭉 기다릴 테니까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

그러니... 편히 쉬시길. 사랑스러운 나의 신이시여.

***********************************************************************************************************

침대를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만이 반짝이고 있는 어두운 방 안.

자신의 주인과 동료가 기절한 순간부터, 리즈벳은 애정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없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저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기만 하던 리즈벳.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붉은 눈동자만이 깜빡이던 어둠 속에서, 살며시 푸른 눈동자가 떠올랐다.

“......후후...♡ 일어났어? 클레아?”

마치 정말 가까운 사이를 부르는 것처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묻는 리즈벳.

그 목소리에, 푸른 눈동자가 움직여 그녀를 바라본다.

투명감이 느껴지는 푸른색의 눈동자. 하지만, 그 형태는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흐릿하게 초점이 없는, 투명한 푸른색을 띤 맑은 눈동자였는데. 지금 리즈벳을 바라보는 클레아의 눈은...

몇몇 짐승들이 가지고 있는 가로 동공과 함께... 주변에 흰자위가 보이질 않았다.

마치 자신의 주인의 눈과 비슷한 형태가 된 클레아의 눈이 깜빡이다, 조용히 리즈벳을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

“음... 처음 뵙겠습니다? 아니면... 오랜만입니다? 어느 쪽 인사를 건네야 할지 애매하네.” “후훗... 그렇네요. 참 묘한 만남이네요. 리즈.”

서로를 바라보며, 마치 장난치는 것처럼 조용히 키득거리는 두 암컷.

마치 서로 뭔가가 통하는 것 같은 묘하기 그지 없는 눈빛을 교환하다, 리즈벳이 미소 지은 채 클레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쿡쿡...♡ 응. 좋은 걸 받은 모양이네. 기분은 어때?” “하아...♡ 정말... 최고에요. 리즈. 설마 이런 것이었다니...♡”

황홀함에 잠겨 살짝 몸을 떨던 클레아는, 가로 동공을 지닌 푸른 눈동자를 깜빡이며 리즈벳을 바라본다.

“아아...♡ 리즈의 얼굴. 그렇게 생겼던 거군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리즈♡” “설마 했는데 주인님과 비슷한 눈이라니. 부러울 정도야. 클레아♡” “후훗...♡ 조금 많은 게 보이긴 하지만요.”

그렇게 말한 클레아는, 조용히 자신의 옆을 바라보더니...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감싸며,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아아...♡ 주인님...♡ 이런 근사한 모습이셨다니...♡ 멋져...♡”

그렇게 세마를 바라보던 클레아는, 살며시 세마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미소를 지었다.

마치 무언가를 살펴보는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가늘게 뜨고 세마의 몸을 살펴보던 클레아.

그리고 곧, 다시 미소 짓는 표정으로 돌아와 세마의 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주인님이 깨어나시는 건, 조금 더 걸리시겠네요.” “응. 뭐... 주인님은 아직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까.” “그렇죠...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두 암컷은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주인님이 주무시는 동안, 서로 정보나 확인해 볼까? 어때 클레아? 지금 상태는?”

리즈벳의 눈동자가 더욱 붉게 빛나면서, 리즈벳의 표정에 진지함이 더해진다.

동시에 클레아는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턱에 손을 올리고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네요... 아직 모자라요. 그것도 꽤나...” “......그렇겠지... 주인님도 그렇고...” “그 때를 준비하기엔, 아직은 모자란 게 너무나도 많은 상태... 역시 지금 필요한 건...”

한숨을 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던 두 암컷이,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즐거움이나 기쁨이 느껴지는 미소가 아닌, 사악한 무언가를 생각하는 섬뜩한 미소.

붉은 눈동자와 푸른 짐승의 눈이, 서로의 미소와 함께 더욱 사악한 빛을 내며 반짝인다.

“......해야겠지?” “네에. 해야겠죠.” “아직 주인님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후후. 괜찮을 거에요. 저희 주인님은, 그런 분이니까.” “문제는 지금 주인님의 몸으로 그게 가능하냔 건데...” “완벽하진 않겠지만, 지금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시작한 후에 조금씩 늘려가면 되지 않을까요?” “응. 그리고 동시에 다음 후보도 정해야 할 텐데. 누가 좋을까?” “후후... 라디아에 적당한 몇 명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아마...”

이야기를 나눌 수록, 더욱 더 사악함이 깃들어가는 두 암컷의 눈동자.

두 사람의 사악한 대화는, 아침 해가 밝아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

“끄으으윽... 머리야...”

마치 숙취 같은 두통과 함께, 햇살을 느끼며 눈을 떴다.

아이고 맙소사. 아침인가 설마?

어렴풋하게 어젯밤의 일이 기억나면서,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를 생각한다.

클레아가 내 말정액을 모두 마신걸 본 순간, 날 덮친 급격한 졸음.

분명... 리즈벳을 내게 복종하던 날 겪었던, 그때의 경험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뭐지 그건...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겪으니, 확실히 뭔가 이상하단 건 알겠는데...

어젯밤 내가 한 것들도 잘 이해가 안가고...

이상한 질문들이 저절로 튀어나오고, 내 말정액에 피를 섞여 마시게 하다니.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질문들은 내가 떠올릴법한 질문들이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 같기도 하지만... 피를 섞어서 마시게 한 건 도대체?

처음엔 그저 특별한 몸뚱이니까 하고 넘어갔지만, 이거 아무래도 제대로 한번 알아봐야...

“일어나셨나요. 주인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자, 침대 아래에서 나를 향해 절하고 있는 클레아와 리즈벳이 보였다.

알몸인 상태에서 목에 초커만을 매단 채, 다소곳하게 손을 모으고 나를 쳐다보는 두 사람.

...세상에. 아침부터 이런 절을 받게 되다니.

즐겁다는 듯이 키득거리는 리즈벳과, 나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클레...어?

“...클레아...?” “네에♡ 주인님♡” “그, 그, 눈이...” “후후...♡”

아니, 세상에. 저 눈은...

내, 내... 마안?

눈동자의 색은 다르지만, 분명 저 가로동공이 있는 마족눈은...

“새롭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주인님의 암컷 노예로 다시 태어난, 네리스 클레아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아는 바닥에 머리를 붙이며 나에게 다시 절을 했다.

맙소사... 혹시... 클레아도 리즈벳처럼...

“주인님의 암컷 노예가 되면서, 황송하게도 주인님께 새로운 눈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인님이야 말로, 제게 빛을 주신 저의 신...♡ 정말 감사 드립니다. 주인님♡”

아, 아니... 난 준 적이 없는데 그거...

그보다... 클레아의 분위기가... 왜 이렇게 오싹한 느낌이지...?

분명 미소 짓는 표정은 이전처럼 자애로운 표정인데... 뭔가 클레아의 기운 자체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인데.

“앞으로 주인님을 위해 헌신하면서, 주인님을 만족시켜 드리는 것에 제 몸을 바치겠습니다. 부디, 마음껏 즐겨주시길...♡”

리즈벳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마안이란 눈으로 무언가 다른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확신이 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클레아는, 어제와는 다른 클레아 라는 확신이.

리즈벳과 비슷한... 아니, 정확히는 나와 비슷한 색이라고 느껴지는 클레아의 색.

분명 클레아가 변했는데, 부드러운 분위기의 클레아가 뭔가 오싹한 분위기로 변해버렸는데.

그렇게 멍하니 클레아를 바라보다가, 클레아의 색이 비슷해진게 아니라... 내 색이 깃든 것이란 것을 파악하게 된 순간.

오싹함이 사라지고, 클레아가 내 암컷이 되었다는 확신만이 들면서...

나는, 벅차 오르는 기쁨에 몸을 떨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