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5 - 142화 - 짐승들의 낙원! (2)
클레아가 바울과 결별한 날로부터 5일째.
왕도에서의 일들을 마무리한 우리는, 라디아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왕도의 13번 성문으로 나왔다.
하이힐을 포함해서 나름 기념품도 챙겼고, 세라나 리안나에게 줄 선물까지 마련했으니 이제 왕도에 볼일은 다 본 셈이겠지.
더 있어봤자 좋을 것 없으니, 좀 더 있다가 가란 식으로 권하는 교회 사람들의 권유를 ‘이제 모험가로 복귀해야죠 허허’ 하는 느낌으로 거절하며 얼른 빠져 나왔다.
대충 교회나 길드 관리소 쪽에 인사도 끝냈고,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왕성의 공무원 같은 연락담당 직원에게 오늘 복귀할 거라고 말해 뒀고... 이제 더 인사할 곳은 없겠지?
그렇게 확인을 마치고, 말보르기니 폼으로 내 암컷들을 태운 채 도착한 왕도의 성벽.
그래도 나름 성녀에 신수라고 병사들과 사제들이 괜찮다는데도 따라와 버려서,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하려던 순간...
“세마 씨! 세마 씨!” “신수 아저씨!”
뭔가 싶어 돌아보니... 저 멀리서 사복 차림의 마르테가 마르시를 안아 든 채,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버, 벌써 가시는 겁니까?”
마르시를 내려놓은 마르테가 숨을 헐떡이면서, 말보르기니 폼이 되어있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나 강한 용사면서 헐떡이다니, 어디서부터 달려온 거야 이거?
“이제 볼일도 다 봤으니까. 슬슬 돌아가서 모험가 생활 복귀 해야지.” “그, 그러시군요... 오늘 가신단 얘기를 듣고, 인사 드리려고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말한 마르테는, 목을 가다듬고는 내 앞에서 90도로 반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세마 씨에겐 정말 큰 빚을 졌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또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얼굴에 제법 생기가 돌아온 마르시가, 마르테를 따라 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으음... 마르테는 날 엿 먹이긴 했지만, 까짓 거 내가 선심 써줬다는 인상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인사를 받게 되니 좀 묘한 기분인걸.
그래도 뭐... 죄송하고 감사한 줄 아는 마르테를 보게 되니, 썩 좋지만은 않던 마르테의 인상이 조금 바뀌는 것 같네. 짜식...
“이 빚은 절대 잊지 않고,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왕도에 찾아오셨을 때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시면 절 찾아 주시길.”
고개를 들어, 당당한 표정으로 내게 미소 짓는 미청년 마르테.
남자치고는 제법 긴 골드블론드 색 머리가 돋보이면서, 마르테의 얼굴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에센티아 남자들처럼 호리호리한 체형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꽃미남의 느낌?
뭔가 되게 라노벨이나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캐릭터 같다. 너. 난 말대가린데 말이야.
“푸흐흐. 그래. 나중에 또 보자.”
사실 히어로 나이트들은 좀 무서워서 피하고 싶긴 하지만... 뭐,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게 되겠지.
“아저씨.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왕도에 또 오시게 되면, 저희 집에 놀러 오세요! 어머니랑 같이 맛있는 식사 대접해 드릴께요!” “그래. 나중에 오면 놀러 갈게. 근데 마르시. 난 아직 29살 이거든? 아저씨라 부르면 상처받아...”
아직 20대라고 20대! 아저씨는 30대부터야!
내가 시무룩하게 마르시에게 말하자, 주변의 병사와 사제들, 거기에 등에 타고 있는 내 암컷들까지 웃었다.
너무하네 이거. 아니, 내 암컷들? 너희까지 그러면 내가 가슴 아프잖아.
“히힛. 네 오빠! 꼭 놀러 오세요! 꼭이요!” “프흐흐... 그래. 그래. 마르테도 마르시도 건강해라. 이만 갈게.” “네. 조심이 돌아가시길.”
그렇게 손을 흔드는 마르시와 마르테를 바라보면서, 나는 천천히 말발굽을 굴리며 왕도를 빠져 나왔다.
병사들과 마르 남매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등 위에 타고 있던 리즈벳이 내 목을 감싸 안으며 키득거렸다.
“후훗. 세마 오빠~♡ 오빠 소리가 듣고 싶었던 거야?” “오빠 맞거든? 그러고 보니 내 암컷들한테도 내가 오빠잖아? 앞으로 오빠 소리 좀 들어야겠어.” “아하핫. 응. 우리 오빠가 원하면 얼마든지 불러줄게♡”
그렇게 내 암컷들과 웃으며, 날 향해 손을 흔들던 마르시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으니... 클레아가 뭔가 입맛을 다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후훗... 꽤 괜찮은 아이였죠...♡” “응. 아직 조금 어리단 느낌이었지만, 2~3년쯤 지나면 괜찮을 것 같더라. 몇 살 이었어?” “제게 보인 나이는 16살 정도... 이미 성인식은 치렀겠죠.” “헤에... 그냥 좀 더 왕도에 머물면서 그 아이도 물들일걸 그랬나?” “아니, 괜찮아요. 그 아이, 이미 주인님을 보는 눈빛에 흥미가 가득했으니까. 기회가 있을 때 언제든지 가능할 테니, 일단은 안전한 라디아에서 준비를 갖추도록 하죠.” “응. 그러자♡ 그럼 다음은 누가 좋을까...”
...두 사람이 소곤거리는 게, 뭔가 묘하게 무서운 느낌인데... 뭔 얘기를 하는 거지?
흐음... 뭐, 나에게 복종한 내 암컷들인데. 나도 모르게 무서운 짓을 꾸밀 리는 없겠지.
...없겠지?
그렇게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나는 왔던 길을 되새기며 라디아를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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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집이다~♡ 오랜만이네.”
하룻밤 야숙을 한 후, 다음날 오전 반가운 라디아에 도착했다.
왕도로 가기 전 반년 정도 살았을 뿐인데. 그새 정이라도 든 건지 라디아의 성벽이 보이게 되자 제법 반가움이 느껴져서 참 묘한 느낌이었다.
일단 영주성부터 들려 대충 왕도에서의 일들을 보고한 후, 라디아 교회로 가서 성녀 겸 지부 대표가 된 클레아에 대해 알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
본격적인 인수인계나 바울이 빠지게 되면서 새로 편성해야 할 업무 분배 등... 클레아가 할 일이 많긴 했지만, 본격적인 일들은 내일부터 하기로 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리즈벳의 원룸방 같은 느낌이던, 나와 리즈벳이 잠시나마 함께 살던 방.
왕도 교회에서 지내던 고급 숙소에 비하면 참 아담하고 별거 없는 방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니 반갑네. 집에 왔단 느낌이 절로 드는걸.
“리즈와 주인님은 여기서 지내셨군요... 아. 혹시 절 처음에 데려오신 곳이 여긴가요?”
자연스럽게 방에 들어온 나와 리즈벳을 뒤따라서, 클레아가 방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온다.
“아. 그러고 보니 클레아를 처음 노린 게 내 방이었지. 그건 옆 방. 리즈를 내 암컷으로 만들면서 방을 합쳤어.” “그렇군요. 제가 와도 괜찮을까요?” “무슨 소리. 클레아도 내 암컷이잖아? 낮에 일이 있을 땐 교회에 가더라도, 밤엔 늘 같이 있어야 돼. 교회엔 모험가 활동 때문에 따로 집을 구했단 식으로 말해둬.” “후훗.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따로 살면 기껏 클레아를 라디아로 데리고 온 보람이 없지. 무조건 같이 살아야 돼.
여기. 이 원룸방 같은 방이, 이제 우리들의 집이니까.
...다만...
“...근데 세 명이 지내기엔 좀 좁긴 하네. 이사를 생각해 봐야겠는데...”
둘이 살기엔 그럭저럭 지낼만한 크기였지만, 아무래도 셋이 되니 조금...
커다란 고급 숙소에서 지내다 왔더니 더 좁게 느껴지네 이거. 이렇게 작았나?
...무엇보다 침대가... 으음. 나와 리즈벳 만으로도 꽤 좁은 침대였는데...
3명이선 정말 간신히 붙어있을 만한 크기밖에 안되네. 많이 불편하겠는걸.
“그렇네. 돈도 생겼으니, 이 참에 침대도 커~다란 걸로 새로 사자. 주인님이 말 모습으로 교미해도 괜찮을 만한,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걸로♡”
오자마자 뭔가 책을 찾던 리즈벳이,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책을 들고 다가오며 그렇게 말했다.
내 말보르기니 폼으로 교미해도 버틸 정도라... 주문제작 외엔 없겠네 그거. 아니, 만들 수나 있으려나. 그런 크기는...
내가 고민하는 동안, 리즈벳이 책을 보며 무어라 중얼거리니 방 안에 잠깐 바람이 불다가... 조금 쌓여있던 먼지들이 한 곳에 뭉쳐진 후, 그대로 떨어졌다.
아니 미친. 뭐야 저거.
이제 에센티아 마법은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미친 마법이 있었다고!?
...아직 내가 알아야 할 게 많구나.
“청소 끝~. 그럼... 주인님. 집은 내일부터 알아보고, 오늘은 푹 쉬자♡” “후훗♡ 저는 낮에 교회에 가야 하지만,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교회보다 주인님이 우선이니까♡”
어느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옷을 벗으면서, 마치 유혹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왕도에서의 일도 그렇고, 리즈벳의 마법을 보고나니 내가 그 동안 너무 막 지냈단 느낌이 들어서 당장 뭔가 공부든 훈련이든 해야겠다는 기분은 들지만...
그래도 뭐, 오늘은 이제 막 돌아왔으니까. 오늘은 쉬어야겠지.
집 구하기. 에센티아에 대한 지식 공부. 스킬 단련 및 레벨업 등... 할거 많네. 내일부터 바빠지겠어.
일단 자세한 건 내일 생각하고... 어디, 또 내 암컷들과 황홀한 밤을 즐겨볼까?
알몸에 초커만을 단 내 암컷들의 유혹에 넘어간 나는, 그대로 옷을 벗어 던지며 두 사람을 향해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