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6 - 143화 - 짐승들의 낙원! (3)
“더는 안돼! 오늘은 밖에 나가자!”
샤워를 하고 나와 서로 머리를 말려주는 리즈벳과 클레아를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두 사람에게 선언했다.
가을의 선선한 아침햇살이 창문에 아른거리는데... 뭘 숨기랴. 이 아침 햇살. 복귀한 날로부터 10번째의 아침 햇살이다.
복귀한 다음날. 분명 그때 다짐으론... 집도 알아보고, 도서관 같은 곳에서 부족한 지식도 채우고, 그러고 난 후엔 모험가 생활에 복귀해서... 레벨업에 신경 쓰며 힘을 키우려고 했었는데...
정신차리니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은 채, 열흘 동안 내 암컷들과 이 좁은 방에서의 생활을 즐기며 교미만을 하고 있었다.
클레아는 일주일 정도는 낮 동안 교회의 업무를 보러 나가긴 했지만... 그 마저도 얼추 정리가 되어,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기로 하면서...
그대로 두 사람과 함께, 근처에서 식사할 때 외엔 방에서 섹스만 하는 나날.
방 안에 채워진 남녀의 교미의 냄새가, 자욱한 안개처럼 짙어질 때까지 교미만 하게 되는 음란한 나날이었다.
미친...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조금만 더’ 라고 하면서 즐기던 게 그만 이렇게...
라디아로 복귀했던 날, 내일부터라고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던 나는 어디 갔지? 어디 갔냔 말이야!
“응. 뭐부터 할거야?” “일단 집부터 보는 게 좋겠죠? 활동하면서 살펴보긴 힘들 테니...”
두 사람은 요 열흘간의 교미한 덕분에 이젠 만족스럽다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자고 말하며 뭐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너무 별거 아닌 것처럼 그러자고 하니까, 요 열흘간 두 사람이 내 게으름에 맞춰준 것 같아서 왠지 부끄러운데...
으윽... 그래. 더 이상 뒹구는 건 안돼! 오늘부턴 좀 사람답게 살겠어!
“그리고, 오늘부턴 낮에는 웬만하면 교미하진 말자. 아무래도 생활 패턴을 정하질 않으니, 그냥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 같아. 더는 안되겠어.”
그렇게 말하니 리즈벳과 클레아가 날 돌아보면서, 묘한 미소들을 지었다.
“흐음~. 뭐, 우린 괜찮긴 한데~” “힘드시면 참지 말고 말씀해 주셔야 해요? 저희들의 암컷 구멍은 언제든지 주인님을 만족시켜드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왠지 날 유혹하는 것 같은 저 묘한 미소들을 보게 되니, 또다시 몸에 묘한 흥분이 샘솟으면서 말자지가 불끈거린다.
크아아악! 왜 이렇게 성욕의 끝이 보이질 않냐! 이 말 몸뚱이는!
안돼! 오늘부턴 정말 자제할거야!
그렇게 욕망을 억누르면서, 열흘 만에 드디어 외출다운 외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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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지어진 지 5년도 안된 깨끗한 신축 건물입니다. 방은 3개에 주방과 욕실이 완비된...” “벽이 너무 얇은 것 같네요. 방음이 전혀 안되겠어요.”
“이 집은 위치에 비해 정말 싼 곳인데, 주인이 빠른 처분을 위해 내놓은...” “어머? 천장 쪽에서 물이 샜던 것 같네요? 금이 간 흔적이 보이는데요?”
“이곳은 어떠십니까? 주인이 얼마 전에 싹 개수한...” “혹시 여기, 사람이 죽었던 곳인가요? 바닥에 피가 스며들었던 것 같은데...”
부동산 소개소를 찾아, 돈은 상관없으니 위치와 크기가 적당한 곳을 보겠다고 했더니... 중개업자가 보여주는 곳마다 클레아가 칼같이 집들의 흠을 찾아내어 퇴짜를 놓았다.
신수인 내가 돈은 상관없으니 크기와 위치만 적당한 곳으로 골라달라고 말했을 때 정말 함박 웃음을 짓던 중개업자가, 클레아가 말할 때마다 잔뜩 울상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린다.
세상에... 아직 마안을 얻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여태까지 집을 본 적이 없을 클레아가 왜 이렇게 집을 잘 보는 거지?
“하아... 저 중개업자는 안되겠네요. 저희를 호구취급 하려고 한 것 같아요. 제가 얘기한 것 외에도 군데군데 상태가 안 좋은 집들이었어요.”
그렇게 몇 군데를 둘러보다가, 중개업자와 헤어졌을 때 클레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 클레아. 집 보는 건 처음일 텐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후훗. 주인님 덕분이랍니다. 주인님께 받은 이 눈이, 정말 많은 것을 볼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으음... 보이는 것 자체는 평범하지만... 그러네요. 정리하자면...”
그렇게 말한 클레아가, 자신의 마안을 파악하는 것처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가까운 벽 내부나 너머가 파악되고... 인간들의 감정이,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느껴져요. 거기다 에세르의 흐름이 파악이 되는데... 마치, 제 감지능력이 더욱 예민해져서 시야와 합쳐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고성능인, 자신의 마안에 대해 말해주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보일 정도라서 범상치 않다 싶긴 했는데... 이거 정말 장난 아니네.
클레아의 감지 능력이 마안과 섞이기라도 한 걸까?
난 사람들의 감정이나 벽 너머가 보일 정돈 아닌데... 어째 내 마안이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아서 묘하게 아쉬운 느낌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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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틀간, 집들을 둘러보다 썩 맘에 드는 게 없어 잠시 휴식할 겸 도서관을 찾았다.
내가 여러모로 에센티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까. 제대로 활동하기 전에 좀 채워 넣어야지.
클레아가 눈으로 글자를 읽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기도 해서, 그 연습을 겸해 오늘은 셋이서 독서 삼매경 중.
이전과는 달리 딱히 신수에 집중해서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책들 이것저것 골라보며 마구잡이로 읽었다.
‘...에세르는 단순히 생명체가 가지는 에너지 일 뿐만 아니라, 에센티아를 구성하는 에너지 이기도 하다. 그 에너지로 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하며, 이 에너지를 단련하는 것에는 명상이 가장... ’
‘ ...스킬이란 것은 결국 신체 내부의 에세르를 제어하고 방출하는 기술의 일종. 재능에 따라 맞고 안 맞는 스킬이 있을 뿐, 사용하지 못하는 스킬이란 것은 없다...’
‘ ...따라서, 재능 있는 자라면 자신만의 스킬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효율적 일거란 보장은 없으며, 만약 왕국의 스킬 특허에 등록된 스킬과 사용방법이 비슷하면 특허권 침해의 문제가... ’
‘ ...스킬을 쓰는 전사들은 그게 대단한 거라고 하지만, 말도 안 된다! 계산식조차 없는 단순한 기술이 무슨 대단한 기술인가!? 그에 비해 에세르를 마나로 변환한 뒤, 거기에 계산식을 부여하는 마법이야 말로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
흐음. 몇 권 읽다 보니 슬슬 스킬이나 마법에 대한 감이 잡히는데.
일단 스킬과 마법에 대해 파악한 내 느낌만 보자면... 이건 판타지 보단 오히려 무공에 가깝단 느낌이네.
명상으로 에세르를 깨우치고, 그 에세르를 제어해서 표출하는 것이 스킬.
정확히는 에세르의 흐름을 스킬마다의 사용방법에 맞춰 움직이면서, 그 에세르를 사용해 발동시킨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가 모험가 카드에 기록될 정도면, 스킬이 육체에 기억되면서 생각만으로 발동된다고 하니... 일단 나는 스킬이 모험가 카드에 나오게 하는걸 노려야겠네.
그리고 마법... 에세르는 그냥 사용하면 생각보다 제약이 많지만, 이를 마나로 변환하여 복잡한 계산식을 쓰는 마법에 사용하면 상당히 다양한 것들이 가능한 모양이다.
하긴... 마법으로 무려 피임까지 가능할 정도니까. 아마 내 상상 이상이겠지.
그럼 어디, 다음 책은... 어라?
‘용사의 대모험’...? 음... 소설인가 이거?
어째 아동용 소설 같긴 하지만... 뭐. 잠깐 머리 식힐 겸 나쁘진 않지.
어디... 아주 먼 옛날, 여신님이 세상을 만들었을 때...
...세상에 악이... 그 때, 용사가... 용사는 마왕을 잡기 위해...
...마왕?
“리즈. 리즈.” “응. 왜? 주인님?”
순간적으로 보인 단어에 문득 흥미가 생겨서, 소곤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뭔가 복잡한 마법서를 보던 리즈벳을 불렀다.
“혹시, 마왕이란 게 진짜 있어? 마족도 있다고 했으니, 마족의 왕 같은 거야?”
판타지 세계인 만큼, 진짜 마왕이란 게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물은 건데... 어쩐지, 리즈벳은 물론이고, 옆에서 인상 쓴 채 글자와 씨름하던 클레아까지 날 쳐다보더니...
“......후훗♡” “후후......♡”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정말 기묘한 느낌의 미소들을 지었다.
어쩐지 야릇한 욕망이 느껴지는 듯한, 그녀들의 묘한 미소.
뭐지? 날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들에서... 날 꿰뚫어 보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 아주 잠시. 뭔가... 사냥감인 수컷을 노리는 서큐버스처럼 보이는 듯한, 오싹한 느낌의 미소를 짓던 두 사람이...
...어라. 갑자기 평범한 미소가 됐네.
...뭐지... 내 착각이었나 방금?
“...후훗. 용사 관련 소설을 봤구나? 실제로는 없어 마왕이란 건. 마족들도 공화제라서 왕이 따로 없구. 옛날엔 있었는데, 그때도 마왕이라고는 안 불렀대.” “마왕은 이런 소설이나 동화에서 절대악을 묘사하기 위해 만든 가공의 존재니까요. 꽤나 옛날부터 묘사되던 존재라서, 에센티아의 사람들은 마왕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답니다.”
작게 소곤거리면서, 평범한 미소로 설명해주는 내 암컷들.
아무래도 순간적으로 보였던 그 이상한 미소들은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으음... 좀 아쉽네. 마왕이란 게 진짜 있었으면 좀 기대됐을 텐데.
판타지 이세계에 마왕이 없다니. 뭔가 김밥에 단무지 빠진 듯한 느낌이라 아쉬운데 이거.
...뭐, 없음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다음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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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던 밤길.
책 읽는데 재미를 붙여 서점에 들려 책도 몇 권 사서 돌아가는데, 팔짱 낀 채 걸어가던 리즈벳이 뭔가 생각난 것처럼 내 팔을 끌어당겼다.
“주인님. 가는 길에 콘돔 좀 사서 가자.” “어? 콘돔?” “응. 마지막 남아있던 콘돔들. 클레아가 고행 기도 할 때 다 썼었잖아.” “그건 아는데... 이제 와서 굳이 필요할까 그거?” “가끔 색다르게 즐길 때 쓰면 좋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새로운 암컷을 만들 때 필요할 수도 있잖아? 미리 사놔야지♡”
리즈벳이 내 암컷이 늘어나는 거에 전혀 저항이 없네. 이거 참.
오히려 그걸 원하는 듯한 느낌인데... 다른 여자를 늘리길 원하는 내 암컷이라니. 기분이 묘한걸.
사실 클레아까지 내 암컷으로 만들고 나니, 양 옆에 여자를 끼고 있어서 이제 충분하단 느낌이긴 한데...
뭐 그래. 다른 곳에선 살 수도 없으니, 미리 사 두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래. 그럼 잠깐 성인용품점에 들렸다 갈까? 분명 저쪽 방향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한동안, 이전에 찾아갔던 기억을 되새기며 성인용품점을 향했다.
라디아 남서쪽 부근에 위치한, 유흥업소들이 모인 듯한 거리.
입구쪽은 제법 화려한 유흥가지만,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화려함이 떨어지며 슬럼가 같은 느낌으로 변하다가...
제법 커다란 건물이 나타나고, 그 옆에 있는 토끼 간판이 보였다.
오랜만에 왔는데 잘 찾아 왔네. 그런데...
지금 가게 앞에 저건...
“꺄악! 아, 아파요!”
머리를 붙잡힌 채, 한 남자에게 끌려가는 바니걸 복장의 여자.
저 여자는... 분명, 저 성인용품점에서 봤던 점원 중 한 사람...
“액수를 못 채웠으면 몸으로라도 채워야지! 닥치고 따라와!” “꺄아악! 누, 누가, 좀 도와주...!” “이 미친년이 조용이 안 해!? 뭘 봐 새끼들아!?”
버둥거리며 끌려가는 여자. 가게 문에서 고개를 내밀며 두려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다른 점원들의 얼굴이 보인다.
남자가 주변 행인들에게 소리지르자, 저 광경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아 씨팔! 얌전히 안 따라와!?” “꺄악!”
- 짜악!
머리채를 붙잡힌 채 땅바닥에 질질 끌려가던 점원. 남자의 손이 그 점원의 뺨을 때린 순간.
그 남자의 손등에... 순간, 뱀 무늬의 문양이 보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문양을 보게 된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몸이 뛰쳐나가면서...
“너 이 씹새, 그 손 안놔!!?”
저 씹새끼를 위한 싸커킥이 장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