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8 - 144화 - 짐승들의 낙원! (4)
“리즈, 클레아!”
달려들기 전, 리즈벳과 클레아를 부르자 두 사람은 그것만으로 알아들었단 듯이 움직였다.
달려나가는 나를 뒤따라 오면서 움직이는 내 암컷들.
리즈벳이 남자의 손을 점원에게서 뿌리치며 봉쇄한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그대로 남자의 배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뭐, 뭐야...!? 크헉!!!”
그대로 날아가다가, 저 멀리 땅바닥을 구르며 멀어지는 남자.
그대로 땅바닥에 축 늘어지면서, 남자는 더 이상 일어나질 못했다.
“어, 어...?” “자. 괜찮아요. 얼굴 좀 보여주겠어요?”
점원 앞에 앉으면서, 부어오른 그녀의 뺨을 치료해주는 클레아.
멍한 표정을 짓는 점원들을 리즈벳과 클레아에게 맡긴 후, 나는 널브러진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저 씹새. 분명 손등에 독사의 송곳니 문장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야 이 새꺄. 일어나 봐... 어?”
...죽었네 이거.
아이고 맙소사. 또 사람을 죽여버렸어!
“아니 이 미친... 그거 한 방 맞고 죽냐...”
...아니, 죽을 만 한가?
말이 걷어 차는데 맞으면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데, 걸어 다니는 말이 뛰어가서 걷어차는 건 말할 것도 없겠지.
씁. 근데 왜이리 상쾌한 기분이냐. 죄책감이 너무 안 느껴져서 은근 찝찝하네 이거.
“...에휴.”
에이, 모르겠다. 보니까 독사의 송곳니 문장도 맞네 뭐.
그쪽 길드원들도 대부분 이런저런 일들로 엮여서 범죄자로 체포됐다 하던데, 이놈 하나 죽였다고 뭔 일 생기겠어?
...근데 왜 이 새끼는 라디아에 있던 거지?
“주인님. 걔, 여기 수금하던 사채업자래.” “...사채업자?”
내가 죽은 남자의 시체를 들고 오자, 점원들에게서 이야기를 듣던 리즈벳이 시체의 신원에 대해 말해주었다.
“응. 그리고 이 건물이랑 여기 성인용품점. 독사의 송곳니 걔들 건가 봐.” “뭐야, 걔들 왕도에서 놀던 애들 아니었어? 여기가 걔들 거라고?”
일단 시체를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성인용품점으로 들어가, 시체를 구석에 놔둔 채 점원들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직원 휴식실 같은 곳으로 들어가, 덜덜 떠는 점원들을 괜찮다고 다독이길 수십분.
한동안 새파랗게 질려 두려움에 떨던 점원들이,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떨림이 줄어들면서 더듬더듬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저, 저 사람은 이곳 경영자들 중 수금을 담당하는 사람인데요...”
가만히 그녀들이 말해주는 설명을 들으니, 독사의 송곳니 소속의 몇 명이 라디아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사유들로 사채를 빌릴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기에, 그들에게 사채를 빌렸다는 그녀들.
순간 ‘아이고 사채나 빌린 애들을 도왔단 말이야?’ 하는 후회의 감정이 들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불쌍하기 그지 없는 여자들이었다.
누군가는 가족의 치료비, 누군가는 죽은 부모의 빚, 누군가는 억울한 사기를 당해...
유흥이나 사치를 위해 빌린 게 아니라, 정말 그거라도 빌리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 사채를 빌린 그녀들.
밖의 시체와 그 동료들은, 그 사채를 시작으로 교묘하게 그녀들을 압박하다가... 이렇게, 성인용품점과 유흥업에 강제로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채의 이자가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갚을 수도 없었고, 협박이 이어져서 별 수 없이 시키는 일을 시작했다는 그녀들.
오늘 머리채를 붙잡히고 있던 점원은 이번 달의 할당액을 채우지 못해서, 지금은 시체가 된 밖의 수금 담당이 찾아온 것이라고.
이대로 옆 건물로 끌려가, 이 녀석들이 운영하던 술집에서 평범하지 않은 성노동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몸을 팔도록 강요당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강제로 끌려갈 경우에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점원들은 몸을 떨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 씹새들... 탈세뿐만 아니라 참 골고루도 했구나.
“...근데 이 새끼들 망한 거 아니었나?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 거지?” “아직 연락을 못 받은 걸 수도? ...혹은 연락을 받을 수 없는 위치라던가?” “......불법 모험가?”
혹시 이 새끼들이 불법 모험가고, 몰래 라디아에 들어와 지내면서 사채업을 하고 있던 거라면...
그럼, 본인들이 망했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시방새들이, 범죄자 새끼들 주제에 지금 이런 사채업이나 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 범죄자라서 사채업이나 하는 건가?
“혹시, 이자는 얼마였어?” “다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저는 월 30% 였어요...”
월 30!? 연 단위도 아니고 월!?
이 씹새들, 정말 양아치 새끼들이네?
“...다른 놈들은? 옆 건물이야?” “네? 거, 거기 있긴 할 텐데... 그래도 얼른 빠져나가시는 게... 이 사람들, 신고하거나 해도 전혀...”
그럴 수야 없지. 이 새끼들을 내버려 두면 또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거기다... 고작 한 번 본 것뿐이지만, 얼굴을 아는 여자들이 맞는 꼴을 보고 어떻게 그냥 넘어가?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지만, 점원들이 내 말자지에 봉사하기도 했었으니까.
나와 그런 경험이 있는 여자들인데,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걱정들 마. 난 국왕도 만나본 신수고, 옆에 클레아는 무려 성녀거든. 그 새끼들한테 뒷배가 있다 쳐도 아무것도 아니야.”
영주가 그럴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설령 이 새끼들의 뒷배가 영주라고 해도 성녀라는 위치에 있는 클레아에겐 안 된다.
그럼 걱정할 게 있나? 이 새끼들. 다 뒤졌어.
“리즈. 클레아. 괜찮지?” “아핫. 주인님이 원한다면야♡” “주인님의 뜻대로. 걱정 마시길♡”
그렇게 나는, 리즈벳과 클레아를 데리고 성인용품점에 붙어있는 옆 건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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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주십쇼... 신수님...”
나에게 쳐 맞은 4명 중 한 놈이, 무릎 꿇은 채 퉁퉁 부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말했다.
녀석들이 있다는 사무실의 문을 걷어차며 들어갔더니, 술을 마시고 있던 4명은 제법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한테 달려들었지만...
그렇게 달려든 것 치곤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 않던 녀석들이라서, 클레아의 축복과 리즈벳의 도움을 받으니 가볍게 제압이 가능했다.
...아니, 나 혼자였으면 제법 버거웠을 것 같은데. 내 암컷들의 지원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거라고 봐야겠지 이건.
상대를 묶고, 불덩이를 날리며 견제하는 리즈벳.
이전보다도 훨씬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버프를 내게 걸어주는 클레아.
그런 두 사람의 도움을 받으니, 나는 피하거나 몸을 보호할 필요도 없이 그저 녀석들을 후려 패면 되는 거였으니까.
한동안 투기로 몸을 보호하며 저항하던 녀석들이었지만, 곧 내 근력에 네명 모두 곤죽이 되어버렸다.
“이 씹새들. 니네 길드 망한 거 몰라? 왜 설치고 다녀?” “네, 네? 그럴 리가...”
역시 모르고 있었나. 하긴, 그렇지 않으면 문장은 어떻게든 숨기고 다녔겠지.
“야. 니네 불법 모험가지? 왕도에 있던 니네 길드는 망하고, 비보라는 뒤졌어. 새끼들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네 명 모두 안색이 새파래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 저희 불법 모험가 아닙니다! 아니, 그보다 길드가 망하다뇨! 저희 길드가 얼마나 재정이 좋은데...!” “비보라가 우리한테 설치다가 그대로 길드 공중분해 당했거든. 혹시 우리 클레아 얼굴, 모르냐?”
뒤에 서 있는 클레아를 가리키자, 그제서야 뭔가 알게 된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는 네 명.
“크, 클레아라면 설마...” “혀, 형님이 처리할 수 있으면 처리하라던 수녀...” “형님... 아니, 길드장이, 죽었단 말입니까?”
허... 이거, 클레아가 라디아를 혼자 돌아다니다 이 새끼들한테 걸렸으면 잘못될 수도 있었겠네.
“그래. 뒤졌어. 그리고 클레아는 성녀가 됐지. 아직 라디아에서 발표를 안 해서 모르고 있었겠지만. 이제 상황 이해가 돼?”
성녀가 되었다는 말에, 녀석들의 안색이 새파래진다.
“얘길 들으니, 불법 모험가 주제에 라디아에 들어와서 설칠 수 있게 해준 누군가가 있었던 모양인데... 누구야?”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범죄자 네 마리.
이 새끼들. 어디서 각을 재는 거지?
“야. 야. 너희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나 봐? 뭐라도 의미 있는 정보를 내뱉는 놈이 살아남게 되지 않겠어? 너흴 이대로 영주성에 넘길 건데, 이대로 그냥 끌려가면 사형 확정 아냐?” “브, 브랜디 남작입니다! 라디아에서 유흥업을 총괄하는 귀족입니다!”
그래. 영주는 왠지 느낌상 아닐 것 같았어.
피로에 절어있긴 했어도, 사람 좋아 보이던 아저씨였는데. 너희 뒷배가 되어 줄 것 같진 않더라고.
“그래? 넌 정보 하나 뱉었으니 영주님한테 넘길 때 잘 말해줄게. 다른 건 없지 너희?”
내가 피식 웃으면서 녀석들을 흔드는 말을 꺼내자, 잠시 서로를 어벙하게 바라보던 녀석들이 누구랄 것 없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저, 저는 저희가 잠입했던 경로를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 성인용품 사업은 그냥 눈속임이고, 사실 그 성인용품 안에 마약을...!” “저희들, 왕도의 길드에 보내기 위한 비자금을 모아두고 있었는데 그게...!” “저, 저희 아래층의 술집에서 팔던 술에 물 타고 있거든요...!”
새끼들. 살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났구만.
근데 니네가 살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냐. 무려 성녀가 체포한 범죄자들인데, 영주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근데... 뭐 이리 한 게 많아? 거 아주 골고루 저질렀네 그래.
나는 그렇게 녀석들이 한 짓을 기록하면서, 그 녀석들을 끌고 나가 영주성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