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9 - 145화 - 짐승들의 낙원! (5)
녀석들이 내뱉어 준 범죄들을 적은 후, 그대로 건물 안의 사람들을 내보내며 병사들을 불렀다.
다행히 건물 안에 있던 술집 외엔 성매매를 하던 방 정도라서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술집 안의 직원들도 사채에 엮인 여자들 외엔 달리 없었다.
아무래도 술집이란 것도 사채에 엮인 여자들을 써서 운영하고 있던 모양인데...
새끼들. 어떻게 술집 경영도 그런 식으로 하냐 진짜...
아무튼 그렇게 영주성에 녀석들에 대해 알렸더니, 며칠 후 이전보다 더 홀쭉해진 것 같은 영주가 날 과하게 환영해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자네와 성녀님껜 얼마를 감사해도 모자라다네. 하아...”
확실히 많이 놀라긴 했었나 봐. 완전 몰골이 말이 아니네 이거.
“설마 브랜디 남작이 그렇게 엮여 있을 줄은... 까딱하면, 라디아의 귀족들 전체가 범죄자를 숨겨주고 있었다고 오해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네. 정말 고맙네.” “하하. 저도 그 녀석들에게 당한 게 있다 보니. 괜찮습니다.”
괜찮다는데도 계속 고개를 숙이는 영주를 보니, 영주로서도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나 보다.
“브랜디 남작은 바로 체포하여, 일가족 및 그 범죄자들과 함께 왕도에 이송했네. ...하아. 영주 실격이란 얘길 들어도 할 말이 없군. 이런걸 모르고 있었다니...” “...브랜디 남작이 라디아 유흥업 총괄이라고 하던데. 영주님이 관여하시진 못하시는 겁니까?” “응? 아. 자네는 모르겠군. 각 도시에 있는 귀족들은, 그 도시에서 각자 사업 영역에 대한 허가권과 사업에 대한 세금 일부를 받게 된다네. 브랜디 남작같은 경우엔 유흥업에 대한 허가와 세금에서 15%의 수익을 가져갔었지.”
와. 가만히 있어도 세금에서 15%를 먹었다고? 거기다 사업 허가를 귀족이 내주는 거였어?
이거 괜히 귀족이 아니었구나. 게다가 뒷돈 먹기 딱 좋은 구조네 그거.
“영주는 도시를 총괄하긴 하지만, 도시의 귀족들이 가지는 사업 영역에 대한 참견은 크게 하진 못한다네. 비율 조정이나 정리, 범죄에 대한 수사 권리 등이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몰래 범죄자들을 숨겨주는 경우엔 꼬리가 밟히지 않는 한 영주도 알 순 없지.”
그렇게 말하고는, 영주는 다시 한숨을 내 쉬었다.
“최근 도시 주변 몬스터나 던전 관련된 사고들이 많아 그쪽에 신경 쓰고 있었더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후우... 국왕 폐하를 뵐 낯이 없군...”
한숨을 돌리려는 것처럼, 영주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눈을 감더니... 곧, 다시 표정을 고치며 내게 말했다.
“라디아의 귀족들은 이번 기회에 혹시 브랜디 남작 같은 사례가 없는지 단단히 조사할 예정일세. 성녀님에게도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전해 주시게.” “알겠습니다.”
확실히 성녀 파워가 쎄긴 하구나. 영주가 눈치를 볼 정도라니.
데려올까 하다가 점원들을 달래주겠다 길래 그냥 그러라고 한 건데, 그냥 데려와 볼 걸 그랬나?
“...자네한테도 감사를 표해야 할 텐데... 흐음...”
잠시 턱을 쓰다듬던 영주가, 한동안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오늘 온 거 이거 때문이거든.
자. 뭔가 괜찮은 보상을 던져 보라고.
“...자네, 성녀님과 함께 모험가를 하겠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만...” “성녀님에게서, 성녀의 수호자로 임명됐고?” “네. 그런데요.” “그리고 본인이 직접 길드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왕도에서 국왕 폐하께 보상금을 받았었고... 흠, 흠...”
잠시 고민하던 영주는, 음 하며 소리를 내더니 내게 보상이 아니라 한가지 제안을 건넸다.
“혹시, 자네 사업을 해 볼 생각은 있나?” “...사업, 말씀입니까?” “자네가 생각이 있다면, 이번에 범죄자에게서 압류한 건물과 사업권을 넘기고 싶네.”
건물! 사업권!
혹시... 이거 내가 건물주가 되는 건가?
근데 거기, 주변 환경도 별로라서 썩 땡기는 조건은 아닌데...
“실은, 그 범죄자들이 있던 라디아의 남쪽 지역은 영주 입장에선 꽤 골치 아픈 곳이라네.”
내 표정은 읽은 것처럼, 영주는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라디아도 큰 도시다 보니 시민들 간의 빈부격차가 생기는 건 영주로서도 어찌 할 수가 없더군. 라디아에서 다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그 주변일세. 물론 아주 심각한 남쪽 성벽 인근 지역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야.”
하긴. 영 우중충한 분위기가 그럴 것 같더라고.
“거길 개선해보려고 여러가지 해 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지... 정말 아쉽게도 말이야.”
뭐... 라디아에 사람들 숫자만 수십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게 간단히 개선이 되겠어?
“자네가 길드를 크게 만들 생각이 있다면 거점이 필요하겠지? 안정된 수입원도 필요할 테고 말이야.”
음... 다른 건 몰라도 안정된 수입원은 좀 땡기는데...
“그래서 말일세. 자네가 그 건물과 술집을 그대로 인수해서 운영해 보는 건 어떤가? ...할 수 있다면, 그 주변의 치안이나 고용을 좀 신경 써 주면서 말이야.”
어쩐지 그렇게 말하는 영주의 눈이, 기대감에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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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영주가 생각보다 제법이네. 보상을 주는 척 하면서 일을 맡기다니.” “응. 그래도 꽤 괜찮은 것 같아서 받겠다고 했지.”
비어있는 건물의 가장 높은 층인 8층. 그 안의 넓은 방을 둘러보면서, 리즈벳과 클레아는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위치 때문에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두 사람 모두 맘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잘하셨어요. 영주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위치란 거지 생각만큼 나쁜 곳은 아니랍니다.”
벽들을 살펴보던 클레아가, 그렇게 말하며 날 안심시키듯이 말했다.
뭐, 그건 그래. 유흥업소가 모여있어서 분위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여기도 일단 라디아 안에 있는 곳이니 문제가 생길만한 정도는 아니다.
끽해봐야 밤에 주정뱅이가 좀 돌아다니는 정도... 리안나가 혼자 성인용품을 사러 올 수 있었을 정도니까.
사실 해가 떠있을 때 둘러본 느낌으론, 이 주변은 모험가들의 숙소가 모여있던 숙소 거리와 그리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그냥 건물 하나 꽁으로 생긴 거잖아?
프흐흐. 세상에, 내가 건물주라니! 술집이랑 성인용품점이긴 하지만, 어쨌건 사장이라니!
“흐흐.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받겠다 했어. 건물이랑 사업권이 생기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 비록 술집이랑 성인용품점 이라곤 하지만.” “응. 위치를 고려해도, 이 정도면 아마 금화가 1000닢 넘게 들 테니까.”
헉... 내 생각보다 쎄네. 금화가 1000개가 넘을 거라고?
하긴, 8층짜리 건물에 경영권을 생각하면 그 정돈 나올지도...
“이 참에 여기 한 층을 집으로 써도 되겠다. 우리 맘대로 꾸며도 되는 거잖아?” “벽을 허물어서 이곳 한 층을 모두 쓰는 게 좋겠어요. 다행히 건물 자체는 튼튼하니 여기와 여길 허물면...”
두 사람은 이미 결정이라도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떻게 꾸밀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여길 집처럼... 8층이면 옥상이랑도 이어지네. 어, 이거 혹시 펜트하우스?
이야. 아주 높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옥상층이니 잘 꾸미면 나름 펜트하우스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은데 이거?
졸지에 펜트하우스 한번 살아보고 싶다던 꿈을 이루다니. 정말 잘 받아왔네. 이거.
“그런데... 점원 분들은 어찌 되는 건가요? 주인님?” “아 점원들은 사채 빚은 없어졌어. 그 놈들이 지정한 이자를 싹 빼고 나니 원금이 얼마 안더라고. 그냥 내가 영주성에 들린 김에 내고 왔어.”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닌가 했지만, 일단 대출에 해당하는 신고는 되어 있었던 모양이라 빚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미친 금리는 없던 것이 되면서 원금만 남았었는데... 원금은 점원들을 다 합쳐봤자 금화 10닢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 그냥 내가 갚아주고 나왔다.
미친, 진짜 그거 가지고 사람을... 양아치 같은 새끼들 같으니라고. 더 패줄걸 그랬어.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사람들 그대로 고용하는 게 어떨까 싶어. 성매매나 거친 일은 빼고, 정상적인 급여를 주면서 말이야.”
말을 들어보니 그녀들은 이자를 늘리지 않는 대신, 이곳에서 정말 간신히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금액만을 받으며 빚을 줄이고 있었다고 했었다.
암만 빚이 없어졌다고 해도 그냥 이대로는 생활이 힘들겠지. 제대로 돈을 주면서, 고용을 유지하는 게 낫겠지. 일단 여길 운영한 경험들도 있으니까.
“잘됐네요. 마침, 그녀들한테 준비도 시켜 놨었거든요.” “어? 준비? 뭘?” “후후...♡ 내려가자. 주인님♡”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팔을 잡아 이끄는 리즈벳과 클레아.
두 사람이 날 이끌고 간 2층의 술집에선... 정말, 당혹스러운 광경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