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3 - 149화 - 마사장 탄생! (3)
조금 당혹스러울 정도로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사과하면서, 나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나의 암컷들.
내가 화를 내면 두려워 할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예상 이상의 반응이네 이거. 둘 다 몸까지 떨 정도라니.
물론 조금 화난 건 맞지만, 그냥 경고 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너무 분위기를 잡아버린 걸까?
...혹시 내 얼굴 때문은 아니지? 너희들?
“저, 정말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주인님...” “암컷 노예 주제에, 감히 주인님의 심기를 거스르다니...”
내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살짝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며 떠는 두 사람.
으음...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게 되니 맘이 좀 아픈데...
...아니야. 여기선 확실하게 말해둬야지.
“암컷들을 늘려나가는 건 내 즐거움을 위해서일 뿐인데 말이지. 얘기 했었잖아? 용사를 연인으로 둔 여자들을 노릴 거라고?”
두 명 각자가 내 암컷이 되었을 때, 내 취향이 남의 여자를 빼앗는 거라서 용사들의 여자만 노릴 거라고 분명히 말을 해뒀었는데.
물론 멸망이니 뭐니 그런 건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알겠다며 고개를 끄떡거렸으면서, 왜 아무 여자나 바치려는 걸까?
혹시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리안나는 내가 가깝게 지내고 있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샐리의 동생은 이해가 안돼. 아니, 그 전에 우리 직원들 전부 그렇게 나와 교미하게 만든 것 자체가 좀 이상했지.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물론 나도 남자다 보니, 내 성 취향과는 별개로 그런 괜찮은 미인들과 교미할 수 있는 기회는 제법 만족스럽긴 했다.
이 말 몬스터의 몸뚱이는 날이 갈수록 성욕이 넘쳐나고 있는 터라, 그런 식으로 다양한 여자들에게 내 성욕을 해방하는 게 꽤 즐거웠지. 좀 황당하긴 해도 말이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암만 내가 내 욕망대로 살기로 했어도, 그런 식으로 아무 여자랑 교미하는 건 사람으로서 좀 그렇잖아?
“어쩐지 두 사람, 어느 순간부터 날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다른걸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무슨 생각이야? 이번에 한 번 속 시원하게 말해봐.” “그, 그건...” “그러니까...”
말끝을 흐리며 서로를 바라보는 리즈벳과 클레아의 얼굴에, 어쩌지 하는 초조함이 엿보인다.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는 게, 마치 혼나는 아이들 처럼 그냥 넘어갈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안돼. 그냥 넘어가 줄 생각 없어. 돌아가... 가 아니라 들어와.
이번 기회에 내 암컷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들어 보자고.
“...후우. 아, 알겠습니다 주인님...” “말할게요...”
그렇게 곤란하단 듯한 표정을 짓던 두 사람이, 결심한 것처럼 심호흡을 하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자세를 고쳐 앉은 뒤, 잠깐 서로를 바라보며 ‘괜찮을까?’ 라고 묻는 듯한 시선을 나누다가... 곧, 두 사람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에센티아에 다가오고 있는 멸망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야. 주인님.”
......
............?
앗, 순간 정신을 놨네. 내가 방금 무슨 소릴 들은 거지?
분명 방금, 멸망이라고 말한 거 맞지?
“...지금, 뭐라고?” “에센티아의 멸망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했어. 주인님.” “주인님도 알고 계시는, 바로 그 멸망에 관해서 랍니다.”
...내가 멸망에 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던가?
...아니, 없는데.
두 사람에게 내 성 취향을 고백하던 때에도, 분명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두 사람이 멸망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혹시 내가 말했었나?” “아뇨. 주인님.” “주인님이 알려준 게 아니라, 우리가 알게 된 거야.” “알게 됐다고? ...어떻게?”
이거 당혹스럽네. 멸망에 관한 건 웬만하면 남들에게 말하지 않고 그냥 묻어두려고 했는데.
알게 되었다니, 도대체 어떻게... 아. 혹시.
“주인님. 너무 놀라지 말고 들어줘.” “주인님의 정액... 아니, 정확히는 주인님께서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계시답니다.”
내 몸 자체가 특별하다고 할 만한 신수의 몸이긴 하지만... 이 몸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가, 진심으로 주인님의 암컷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주인님의 말정액을 몸에 받아들인 순간.” “저희의 몸이... 저희의 영혼이, 주인님의 그 특별한 힘에 변질되면서... 저희는 미래를 보았고... 그리고 알 게 되었답니다.” “멸망이 가깝다는 걸. 그리고 에센티아는, 이미 멸망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미래를 보았다고...
그래서였나. 두 사람이 내 암컷이 되고 나서, 이상할 정도로 분위기가 변했던 게.
그저 웃어넘기던, 혹시 내 정액이 뭔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던 생각이 설마 진짜였을 줄이야.
“주인님의 그 특별한 힘은, 주인님의 에세르... 특히, 주인님의 씨앗이 담긴 말정액에 진하게 담겨 있답니다.” “그 힘에 우리가 변질되고, 주인님과 이어지면서... 그 모든 것을, 알게 되었어.”
이어졌다... 리즈벳과 클레아를 정복했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줄 알았더니. 진짜 뭔가 이어진 거였어?
으음, 기분이 간질간질한데... 내 눈앞에 있는 나의 두 암컷이, 뭐랄까... 진짜 나의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 묘하게 기쁜걸.
“그리고 그것 만이 아니라... 주인님이 원하고 있는, 주인님의 내면에 있는 그 뜨거운 욕망과...” “주인님께서 다른 세상에서 오셨고, 에센티아에서 지금의 새로운 몸을 얻으셨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답니다.”
세상에, 그것까지 알게 된 건가.
정말 놀랍기 그지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네.
말은 안 했었지만, 그래도 내 암컷들이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게...
나 참. 그 정도는 말해 줬어도 됐을 텐데. 약간 부끄럽잖아.
“그랬구나. 내 말정액에 그런 힘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저희도 처음부터 주인님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주인님이 천천히... 우리들의 몸을 변질시키면서, 그 힘을 주입해 주었기 때문이야.” “저희를 주인님의 암컷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거죠.”
다소 긴장이 풀린 모양인지, 내가 머쓱하게 웃자 리즈벳과 클레아도 살며시 웃었다.
역시 내 암컷들은 웃는 표정이 가장 예쁜걸. 아주 좋아.
다만... 아직 의문이 다 풀린 건 아니지.
“그래. 나한테 있다는 그 특별한 힘 때문에 내 암컷들이 많은 걸 알게 되었단 건 알겠어. 근데 그게 멸망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 멸망은 히어로 이터랑 용사들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었어?”
분명 내가 보았던 여신의 기억으론, 그 둘은 에센티아의 멸망이라는 물이 들어오고 있는 구멍 같은 존재들 이었다.
히어로 이터는 커다랗고 용사들은 작다는 차이는 있지만, 그 구멍들을 막는 걸로 멸망이라는 물이 다 채워지는 속도를 늦추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과 내 암컷들이 나에게 여러 여자를 바치려고 하는 건 별 연관이 없지 않나?
“...그건...” “...그러니까...”
약간 긴장이 풀렸던 두 사람이, 말하기 힘든 것처럼 다시 우물쭈물하며 서로 눈치를 살핀다.
궁금함이 커지면서, 도대체 뭘까 하는 약간의 기대까지 생기려던 찰나.
“정말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것만은 아직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면서, 당혹스러운 말들을 꺼냈다.
“...어? 아니, 왜...”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지금은 너무 일러서...! 아직 주인님께, 좀 더 준비가 필요해서...!”
어쩐지 표정들이 너무 필사적이라,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럽다.
아니, 진짜 뭐길래 그래?
“그, 그렇지만! 멸망을 피하려면 주인님의 암컷을 늘려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주인님께서 공을 들이신, 주인님의 힘을 받은 저희 선택 받은 암컷들은 물론이고...!” “약식으로 간단하게, 물들이기만 한 노예들도 잔뜩 늘여야 합니다!” “부디, 저희가 말씀 드릴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주인님!”
어, 어... 이렇게 나오는 건 생각 못했는데...
너무 진지하고 필사적인 표정들이라, 뭐라 할 수가 없잖아 이러면...
...우리 직원들도, 내가 물들여 버린 건가. 이거 참...
“...혹시, 우리 직원들한테 뭔가 안 좋은 거라도 있을까?” “아뇨! 전혀!” “물들이기만 한 그녀들은, 저희들처럼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어렴풋하게 세상에 대해 알게 된 상태입니다.” “주인님과 세상에 대해 약간 이해하게 된 것일 뿐. 그녀들이 변한 것은 아니랍니다.” “멸망을 막으려면... 그녀들처럼 주인님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따를 암컷들이 꼭 필요한데... 안될... 까요?”
어쩐지 날 바라보는 두 사람의 필사적인 표정이, 뭔가 장난감을 사 달라는 어린아이의 필사적인 표정처럼 보이는데...
...하아. 그래. 멸망을 막으려면 필요하다... 이거지?
아직 완전히 납득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암컷들이 이렇게 필사적인데... 거기다 멸망을 막아야 한다니, 어쩔 수 없네.
“...후우. 그래. 알겠어. 지금은 더 이상 묻진 않을게. 나중엔 말해 줄거지?” “...! 응!! 물론이야!! 주인님!” “아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정말 감사 드려요!”
이렇게나 머리를 조아려대다니, 어쩐지 나한테 복종을 맹세하던 때보다 더 좋아하네.
어쩔 수 없지... 좀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이 활짝 핀 미소들을 보게 된 걸로 만족하자.
“다만, 선은 지켜줘.” “선... 이요?” “응. 이게 최소한의 조건이야. 만약 안 지키면 내가 화를 낼, 최소한의 선.”
그래. 아무리 멸망 때문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선은 그어 놔야지.
...만약 선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 진짜 짐승이 되어버릴 것 같으니까.
“먼저, 너희가 노예로 뽑겠다는 여자는, 본인이 스스로 원하고 있거나 연인과 가정이 없는 여자로 한정한다.”
가정을 꾸려서 잘 살고 있거나 하는 평범한 사람을, 내 암컷으로 대우할 것도 아니면서 범하긴 좀 그렇잖아.
이렇게 제한해두지 않으면, 라디아 여자 전부를 범해버릴 것 같아서 좀 무섭거든.
“그리고, 너희처럼 내가 선택하는 암컷은... 내가 직접 고를 거야. 리안나는 안돼”
내 암컷으로 만들 여자는, 적어도 용사의 여자여야 한다.
리안나는 남편과 자식이 있는 평범한 여자. 멸망과 연관이 있는 용사의 여자도 아닌데, 그런 여자를 건드려서 가정을 파탄 낸다는 건...
정말 몹쓸 짓이란 생각이 들어서, 좀 거북하거든.
그리고 만약 그 선을 안 지키면, 정말 그때부턴 짐승 이하가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라... 안돼 안돼. 용사의 여자여야만 해.
물론 리안나와는 관계만 없이 즐기고 있긴 하지만... 윽,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쓰레기 같네. 나.
하지만, 정말 육체 관계까지는 안돼. 그건 지켜야지. 응.
“덧붙여, 내 암컷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내 즐거움 중 하나야. 내가 굳이 두 사람에게 도와달라 하는 게 아니라면, 너무 끼어들진 말도록 해. 어때. 지킬 수 있겠어?”
그래. 하는 김에 이것도 같이 선을 그어 놓는 게 좋겠지.
어째 두 사람이 무작정 끼어들면, 내가 즐길 틈이 없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두 사람의 눈을 쳐다보자, 잠시 서로 눈빛을 주고받던 내 암컷들이...
““네! 명심하겠습니다! 주인님!””
만족스럽게, 내 요청을 받아들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