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5 - 151화 - 짐승을 향한 혐오!
“...안되겠어.”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배치된 어느 방 안.
벽에 붙어있는 마도구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고급스러운 방 안에서 잔잔하게 흔들린다.
그 불빛이 드리워진 침대 위에서, 갈색머리의 중년 남성이 하반신을 드러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여보. 오늘도 무리인가요?”
투명함이 느껴지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여자가, 자신의 머리보다 커다란 폭유의 가슴골을 보이는 것처럼 네 발로 엎드린 채 그 남자를 바라본다.
끈과 작은 면적의 실크 같은 천으로만 이루어진 고급 네글리제를 걸치고 있는 그 여성의 모습은, 남자라면 누구나 흥분을 느낄만한 색기 넘치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 여성의 손바닥 위에는, 여보라고 부른 남성의 작은 남성기가 힘없이 고개를 숙인 채 늘어져 있었다.
엄지손가락 만한 사이즈의 남성기가 색기를 뽐내고 있는 여성의 손바닥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 모습은, 어쩐지 너무나도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미안하오. 셀레스티아. 이젠 내 나이도 나이니까 포기하는 게...”
발기부전. 중년의 남성들에겐 너무나도 두려울 그것이, 꽤 오래 전부터 이 남자를 찾아왔었다.
“...그런... 아들 하나만 어떻게 안될까요?” “여러 가지로 시도해 봤으니, 이미 당신도 알고 있잖소. 나이엔 어쩔 수 없다는 걸... 딸 하나로 만족합시다.” “당신은 아직 그렇게 나이든 것도 아닌데...”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조금 빨리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남성의 얼굴엔 씁쓸함과 침통함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자식이라곤, 젊을 시절 낳아 어느새 성인이 된 딸 하나. 자신도 자식 하나 더 있었으면 하고 여러모로 시도해 왔지만, 결과는 늘 번번히 좋지 않았다.
거기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성기는 점점 힘을 잃더니... 오늘에 와선 마지막으로 위로 솟아올랐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자신의 아랫도리는 도통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기껏 자신의 아내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저런 옷을 입고 왔는데... 그런 아내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신의 성기가, 남자는 그저 야속하고 슬플 뿐이었다.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 일을 조금 줄이는 게...” “셀레스. 그건 안될 말이야. 영주가 일을 하지 않으면, 누가 일을 할까?” “알버트...”
라디아의 영주. 라디르 벨 알버트. 발기부전 때문에 남자로서의 자신감을 잃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의 이름이었다.
“얼마 전 브랜디 남작 건 같은 것도 있었는데, 내가 어찌 쉴 수 있겠소? 그 신수가 아니었다면 우리까지 큰일 날 뻔 했으니... 그 신수에겐 정말 고맙기 그지 없다오.” “그런 몬스터에게 말인가요? 하필이면 라디아에 그런 몬스터를...” “...여보. 셀레스. 당신이 몬스터에게 가지는 원한은 잘 알고 있지만, 신수는 몬스터와 다르잖소? 거기다 성녀님도 인정한 신수인 만큼 믿어도...” “믿어도 되는 몬스터란건 없어요! 알고 있잖아요 알버트!”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느껴지던 여성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그 표정에 커다란 분노가 나타난다.
그 모습에 알버트는 자신의 아내에 대한 씁쓸한 감정을 느끼면서, 분노한 자신의 아내를 진정시키며 자신의 팬티를 올렸다.
“알지, 알아... 하지만, 그 신수는 믿어도 될 것 같으니, 내 안목을 믿고 조금만 참아 주시오.” “...라디아에 몬스터를 들여놓다니, 너무 참기 힘들어요. 여보.” “너무 그러지 마시오. 안 그래도 내 그 신수를 시험해보려고 적당히 하나 해둔 게 있으니. 그 시험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내쫓을 명분이...” “범죄자들이 숨어있던 그 건물을 준 것 말인가요?” “...당신이 싫어할까 봐 숨기고 있었는데, 누가 말해 준거요? 나 참...”
자신의 아내, 셀레스티아는 맡고 있는 업무와 권한이 있는 만큼 언젠가는 알 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직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설마 벌써 알고 있을 줄이야.
아내와 친한 몇 명의 영주성 직원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알버트는 다소 피곤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내일도 바쁠 테니 오늘은 이만 잡시다. 그 신수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 당신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겠어요.”
전혀 알아들은 표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몬스터를 혐오하다시피 하는 자신의 아내의 입에서 알겠다는 말이 나오자, 알버트는 흡족한 기분으로 자리에 누웠다.
분명 그 신수라면... 아내의 성격을 거칠게 만드는, 저 몬스터 혐오를 조금이나마 줄어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눈을 감으며 잠을 청하는 알버트였지만...
하지만 알버트는 아직 몰랐다. 아내는 자신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몬스터 주제에 감히 이 라디아에서 살겠다고... 안돼... 그것만은...’
자신의 옆에 누운 아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신수를 라디아에서 내쫓으려 하고 있었단 것을.
‘...알버트 모르게 처리하는 게 좋겠어... 그러고 보니, 며칠 후에 알버트가...’
중년의 귀족 부부는,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조용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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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 개소리야아아아아!!!!”
불법 점유 건물 압류 통보 라고 적힌 종이를 뚫어 버릴 정도의 외침이, 내 목에서 튀어나온다.
그럴 수 밖에. 세상에, 불법 점유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날아온 거지?
이런 압류 통보는 범죄자 아니면 빚 같은 게 있는 사람들이나 받는 거 아니었어? 난 이제 막 사업 시작했는데!? 빚 같은 거 없는데!?
영주 이 새끼. 지가 줘놓고 지금 뭔 말도 안 되는걸 쳐 보낸 거야!?
“방금 전에 영주성 공무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와서 전달하고 갔어요.” “3일 내로 이의신청 하거나, 아님 압류 당해야 한대...”
미친, 3일!? 장난하냐 영주!?
지금 여기에 내 돈 거의 대부분을 때려 박았는데! 지금 압류당하면 진짜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직원들까지 길바닥 행이야!
영주 이놈 설마 내가 건물 다 뜯어 고쳐놨다고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영주가 그리 쪼잔하게 놀겠어? 그렇게 생긴 아저씨는 아니었다고?
이건 뭔가 착오야 착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게...
“...발신인. 라인하르트 왕국 백작. 라디르 네브 셀레스티아... 혹시 영주 이름이야? 여자 이름 같은데...” “라디르는 라디아 영주에게 주어지는 성인데...” “그 이름... 아마, 영주 부인의 이름이에요. 몇 년 전에 라디아 교회에 그런 이름의 귀족이 영주와 같이 찾아온 적이... 분명, 부인 쪽도 작위가 있는 귀족이라고...”
턱에 손을 올리고, 옛 기억을 되짚으며 기억을 떠올리는 클레아.
영주 부인 이라? 영주 아저씨 마누라란 거지?
...시발. 이거 혹시 영주랑 부인 사이에서 뭔가 얘기가 안되기라도 한 건가?
아니, 혹시 이 아줌마, 뭘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이런 압류 통보 날린 건 아니겠지?
난 존나 떳떳하다고! 이거 범죄자 새끼들 넘겨줬다고 영주가 땡큐 하면서 준거란 말이야!
그 전에 건물 취득 서류 같은 것도 다 냈는데! 뭘 어찌하면 그새 압류야 압류는!
“...본 건물은, 이전 소유주의 소유권 박탈로 인해 영주성에 귀속된 건물이며... 불법 개조 및 점유를 한 수신인, 정세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신속히...”
줄줄 쓰여있는 내용들을 쭉 읽어보니, ‘독사의 송곳니 놈들이 잡혀 들어가면서 영주에게 들어온 건물인데 왜 네가 차지하고 있냐? 3일 시간 줄 테니 얼른 나가렴.’ 이란 내용인데...
니미. 무슨 개소리인 건지. 내가 서류를 낸 게 언젠데.
거기다 3일만에 나가라니, 정리하는 데만 3일 걸리겠다 이 아줌마야!
그 전에, 자기 남편이랑 대화도 안 해!? 내 이름 정도는 들어 봤을 텐데!?
“...혹시, 영주가 지 마누라 이름으로 자긴 모르는 척 하면서 날 내쫓으려는 건가?” “으음... 영주가 수작 부린 거라면, 그냥 누명을 씌운 후에 병사들을 끌고 오는 방법을 쓸 것 같은데...” “병사를 움직일 권한은 영주에게만 있으니, 아마 그러겠죠. 물론, 누명이란 게 밝혀지면 본인도 큰 타격을 입겠지만요.”
크으, 과연 신분사회야. 누명 씌우고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이 통한다니.
누명이 밝혀지면 큰 타격을 입는다지만, 일단 그런 방법을 쓸 수 있단 것 자체가 좀 충격적이네.
한데, 그런 방법을 안 썼다... 무슨 생각이지. 혹시 마누라랑 사이가 나쁜가?
“...안되겠다. 일단 당장 가서 따져보자. 공무원 멱살 잡으면서 영주 나오라고 해야겠어.” “응. 그래야지. 주인님의 재산을 건드리다니, 여차하면 확 불태워야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인님. 성녀복으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감히 성녀의 주인을...”
리즈벳과 클레아가 지팡이와 성녀복을 가지러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 이쪽도 권력이 없는 건 아니지. 이쪽엔 성녀가 있다고 성녀.
영주 쪽인지 부인 쪽인지, 아니면 양쪽 모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내 재산이 된 나의 낙원을 빼앗으려 해?
안될 말이지. 여차하면 이쪽도 그냥 냅다 성녀 파워로 전쟁 한판 때려주마.
감히 내 낙원을 건드리려 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손에 쥔 압류 통보서에 적힌 셀레스티아 라는 이름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