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6 - 152화 - 짐승을 향한 혐오! (2)
“영주 부인 나와!! 감히 나한테 시비를 털어!?”
조금 과할 정도로 문을 걷어 차면서, 나와 내 암컷들은 영주성 입구에 있는 민원실에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고함지르는 몬스터의 출현에, 당혹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민원인들과 직원들.
이제 와서 시선 받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지. 아니 오히려 이걸 원했어.
이렇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들어오면,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 더 수작부리기 힘들 테니까 말이야.
오늘 나는 재산을 빼앗기게 생겨 분노한 건물주.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셀레스 뭐시기!
“시, 신수님!? 왜 그러십니까?” “이게 뭐냐고! 당신들 나 놀리는 거야 뭐야!?”
날 상대로 몇 번 서류 접수를 해 주었던 낯익은 얼굴의 직원이, 놀란 표정을 한 채 달려온다.
냅다 그에게 서류를 들이밀자, 그는 떨떠름하게 서류를 받아 살펴보더니... 눈이 커다래 지면서, 아찔하단 듯이 머리를 짚었다.
“셀레스티아 님께서... 으음...” “기껏 리모델링 다 해 놨더니, 이런 말도 안되는 압류를 한다고!? 이게 라디아에서 하는 방식인가!?” “아니, 아닙니다! 신수님!”
목소리를 높이며 주변이 다 듣도록 외치자, 직원은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날 말리기 시작했지만... 안돼. 더 떠들 거야.
“아마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알아보고 말씀드릴 테니...!” “알아보긴 뭘 알아봐! 3일이면 압류하겠다고 보냈으면서! 직원들도 이미 다 뽑아 놨는데, 우리 직원들까지 길바닥에 보내버리겠단 거야!?” “아뇨! 그런 게...!” “셀레스 뭐시기란 이 영주 부인! 당장 데리고 와서 설명시켜!” “으아, 신수님 제발...!”
그렇게 한동안, 나에게 매달린 채 울상을 짓는 직원을 무시하며 난동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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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티아 님께서는 몬스터를 정말 혐오하시는 분이시라... 아마 신수님께서 건물이 생겼다는 것만 보시고, 뭔가 오해하신 채 진행하신 게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이 얼추 상황 파악을 할 정도로 날뛴 후, 직원을 따라 응접실 같은 곳으로 들어왔다.
이쯤 날뛰었으니, 암만 귀족이라도 허튼 수작은 부리지 못하겠지. 보고 들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몬스터 혐오라... 그거, 나한테도 해당하는 말이니?
“몬스터이긴 하지만, 나름 신수인데...? 이런 성급한 짓을 한다구요?” “그 분은 몬스터라면 정말 이를 가시거든요. 신수나 그런 건 상관 없을 겁니다. 라디아가 모험가들의 규모가 큰 이유가 그 분 때문일 정도이니...” “혹시 인간 우월주의 같은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셀레스티아 님께선 그럴만한 이유가...”
말을 아끼는 직원을 보니 뭔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건가?
뭐 됐어. 지금은 그것보다 내 건물이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그렇다 쳐도, 신수님에 대해서는 영주님께서 잘 설명을 하셨을 텐데... 이제 와서 왜 이러시는진 모르겠군요.”
턱을 쓰다듬으면서, 이해가 안간 듯한 표정을 짓는 젊은 직원.
아마 지구였다면, 9급 공무원 같은 것에 합격한 사회 초년생 정도의 나이가 아닐까...
그래. 그런 너한테 말해서 뭐하겠어.
별 권한이 없어 보이는 이 불쌍한 청년은 고만 괴롭히고, 셀레스 뭐시기 란 년이나 불러야지.
“아무튼, 이 건은 제가 바로 알아본 후 내일 말씀드리겠...” “아니, 셀레스티아 님을 그냥 여기로 불러 주시죠. 지금 얘길 하고 가야겠습니다.” “저, 귀족 분은 아무리 그래도 함부로 부르거나 할 수는...” “어머, 그런가요? 시민에겐 함부로 행동하면서 본인은 부르는 것 조차 안 된다니, 참 대단한 분 이셨군요?”
내 옆에 앉아있던 클레아가 미소를 지으며 직원을 바라보자, 직원의 눈에서 동공지진이 일어난다.
크크크. 우리 클레아는 성녀라고 성녀. 너희들이 일단 기다리라고 말할만한 위치가 아니란 말이지.
확실히 성녀복을 입고 찾아온 효과가 있는데? 저 화려하고 갑갑해 보이는 성녀복, 겉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긴 하니까.
“...하, 한번 윗 분께 말씀 드려보겠...” “그럴 필요 없어요.”
클레아의 미소에 진땀을 흘리며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 순간, 문이 열리면서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에 들어온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니, 그 곳에서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가...
...어디서 봤더라? 저 여자?
“성녀님께서 이렇게 찾아 오실 줄은 몰랐네요. 영주성의 초대도 아직 할 일이 있다며 거절하신 분이...” “...어머, 제 주인님께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데, 당연히 나서야 하지 않겠어요?” “...듣긴 했지만, 몬스터에게 주인이라니... 정말 어이없는 짓을 하고 계시네요. 이번 성녀님은.”
아. 기억났다. 분명 영주성을 처음 방문했던 날 마주쳤던 그 여자!
으음, 그때도 날 보고 더럽니 뭐니 하며 지나쳤었지. 저 눈빛을 보니 기억나네.
“...당신은 이제 나가봐도 좋아요. 내가 얘기할 테니.” “네,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직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게 보인다.
그래. 고생 많았다. 9급 같은 청년. 가서 쉬도록.
“...찾아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난동을 부리며 찾아올 줄이야. 몬스터라서 상식이란 게 없는 걸까요?”
직원이 나가자 마자, 셀레스티아는 날 째려보며 저런 적반하장의 말을 내뱉었다.
리즈벳이 발끈하는 게 느껴져서 툭툭 치며 진정시킨 후, 나는 천천히 내 앞에 다리를 꼬아 앉은 셀레스티아를 바라보았다.
귀족답게 걸친 하나하나 가격이 보이는 듯한 고급스러운 의상과 장신구.
땋아 올려 비녀를 꽂은 밝은 하늘색의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는 듯한 날카로운 인상.
귀족답게 피부 광택이 좋은데... 그래서인가? 얼핏 보면 20대처럼 보이는 30대 같네.
이 여자가 정말 영주의 부인이란 말인가... 너무 나이차 많이 나는 거 아냐?
영주는 40대는 넘어 보였는데... 설마 저런 얼굴로 40대는 아니겠지?
“하하. 제가 상식이 좀 없긴 하지만, 그럴만한 일을 당하긴 했으니 말입니다.” “성질하곤... 신수니 뭐니 하지만, 몬스터란 건 결국 그 정도인 모양이군요.”
적반하장인 셀레스티아의 독설이지만, 왠지 모르게 썩 기분 나쁘진 않네.
그냥 몬스터 싫어하는 꼬장꼬장한 아줌마가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외로 상당한 미인이라 저런 독설에도 맘이 너그러워 져서... 나도 결국 어쩔 수 없는 수컷이란 말인가.
거기다 무엇보다 내 맘을 훈훈하게 만드는 게... 눈에 확 들어오는, 드레스 위로 보이는 커다란 폭유.
저 외모에... 무려 클레아의 폭유만한, 흉악한 가슴이 달려있다고!
와... 진짜, 자세히 보게 되니 확실히 이거 클레아와 더불어 라디아 톱 클래스인걸?
요즘은 보이지도 않던 관리소장과 더불어 3톱! 음... 굉장해. 이런 폭유가 한 나라도 아니고 도시에 3명이나 있다니.
...갑자기 이 아줌마 상태창이 궁금해지는데... 어디, 그 동안 연습해본 마안을 써 볼까.
====================================================================== 이름 : 라디르 네브 셀레스티아 종족 : 인간 레벨 : 52 ( 12800 / 164000) 칭호 : 라디아를 수호하는 빙설의 마녀 나이 : 42세 암컷 기록 : [남편 : 라디르 벨 알버트] [출산 기록 : 1명] ======================================================================
“...뎃?” “하아?”
그 동안 연습해 본 마안과 상태창의 연계.
아무리 그래도 그런 무서운 눈을 보여주긴 그래서, 살짝 눈을 비비는 척을 하며 순간적으로 마안을 켜 상태창을 열었는데...
무시무시한 상태창에, 순간적으로 다시 눈을 비비게 되었다.
뭐, 뭐야. 레벨이 52...!? 라디아를 수호!? 빙설의 마녀!?
그냥 영주부인 이라고 나올 줄 알았는데!? 뭐야 저거!
“몬스터는 말도 못하는 건가요? 뭐라 말 좀 해 보시죠.” “아, 아니... 얘기는 부인께서 해 주셔야죠. 왜 영주님에게 받은 제 건물을 압류하려 하신 건지...”
더듬더듬 말을 꺼내면서, 다시 한번 상태창의 내용을 되짚어 보았다.
세상에... 실화냐? 영주 부인 이거 뭐하던 사람이지?
끄읍... 영 싸가지다 싶으면 싸대기도 날리려고 했는데, 이거 그랬다간 까딱하면 내가 죽겠네.
비보라 보다 레벨이 높다니.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 나는 것 같아!
“영주님이 뭔가 착각한 모양이네요. 당신이 건물을 획득했다는 명의 변경 서류가 들어온 적이 없거든요.”
셀레스티아의 상태창에 놀라고 있던 나에게, 영주 부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째려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범죄자들의 건물이 영주에게 귀속되었으니, 당연히 건물에 대한 처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 건물을 경매에 내려고 보니 당신이 보란 듯이 차지하고 있더군요. 허가 받지도 않은 건물을 개조까지 하다니, 이건 범죄 행위에요.” “무슨 말씀 이십니까. 영주님의 허가는 물론이고, 관련 서류 전부 낸 지가 언젠데요.” “어머,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최종 승인자는 저인데, 저한테 서류가 올라온 적은 없었는걸요?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도 추가 된답니다.”
어, 어...? 뭔 소리야 이거.
진정하자. 지금은 셀레스티아의 상태창이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낸 서류가 올라온 적이 없다...? 최종 승인자가 영주 부인이라고?
영주가 아니라 이 여자가 최종 승인자란게 이상하긴 한데... 그보다, 영주 얜 자기 마누라한테 말도 안 해둔 거야?
“아무래도 영주님을 뵈어야 이야기가 되겠네요. 같이 영주님께 가시죠.” “어머. 그건 안되겠네요. 지금 영주님께선 라디아 주변의 지형과 몬스터 상태를 살필 겸, 근처 마을들을 순회 중 이시거든요. 2~3주 걸리실 거랍니다.”
...허어? 지금 영주가 없다고?
잠깐 뭐야 이거. 혹시 이 여자...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날 엿 먹이려고 하는 건가 설마...?
“따라서 이야기는 저와 하면 된답니다. 저는 영주님께 아무 얘기도 들은 게 없고, 관련 서류가 저에게 올라온 적도 없으니 당신은 그저 영주에게 귀속된 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범죄자 란 것. 잘 아시겠나요?”
...이 년 봐라?
대충 상황이 그려지네 이거. 몬스터 혐오자인 영주 부인이, 영주가 없는 틈을 타 몬스터인 날 엿 먹이려 한다...
뒷수습을 도대체 어찌 하려고... 혹시 날 내쫓거나 범죄자로 만들어 두면, 영주가 돌아왔을 땐 어떻게든 수습 할 수 있다는 걸까?
“...영주님이 돌아오시면 진짜 제가 받은 건물이란 걸 아시게 될 텐데. 기다려 주실 수는?” “그럴 수는 없죠. 법은 누구에게나 엄격해야 하는 법. 예외는 없답니다.” “아하. 그렇군요. 예외는 없다라...”
까고 있네. 귀족 사회인 이곳에서 법은 무슨 법?
네가 지금 행동하는 것만 봐도 대충 알겠거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란 걸.
“그럼, 만약 영주 부인... 백작 이셨던가요? 셀레스티아 백작 님께서도 죄를 지었다면 처벌을 받으시겠죠?” “물론입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정말, 영주님께 아무 얘기도 들으신 적 없으신 거죠?” “물론이에요. 영주님의 명령이 있었다면 제가 그런 압류 명령을 보냈을 것 같나요?” “만약 그 말이, 거짓말이란 게 밝혀진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제게 무릎 꿇고 절하면서 사과라도 하시겠습니까?” “하! 의심하는 건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하면 그렇게 해 드리죠.”
그래. 그렇다고...
그럼 뭐, 영주 입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 밖에 없지 않겠어?
“네. 그럼 영주님께 확인하러 가시죠.” “...? 말하지 않았나요? 영주님은 지금 자리에 없...” “됐고. 탈 준비나 하쇼. 리즈!” “응, 알겠어 주인님~”
리즈를 부른 직후, 나는 몸에 일렁거리는 연기를 일으키며 말보르기니 폼으로 변했다.
내가 변한 뒤 몸을 숙이자 마자 리즈벳과 클레아가 올라탄 뒤,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셀레스티아에게 리즈벳이 양 손을 뻗었다.
“뭐, 꺄악!!!”
셀레스티아의 몸이 붕 떠오르면서, 내 등 제일 앞쪽에 태워진다.
음. 과연 내 암컷들이야. 말 안해도 척척 이라니까.
“지, 지금 뭘 한 거죠!? 당장 내려...!” “꽉 잡으십쇼. 당장 영주님 찾으러 갈 거니까.”
넌 사람, 아니 몬스터 잘못 봤어 이년아!
영주가 자리에 없다고 감히 이런 뻥카를 쳐!?
당장 영주랑 만나서 확인한 후, 내 앞에 무릎 꿇고 절하게 해주마 이 42살 할망구야!!!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나는, 셀레스티아와 내 암컷들을 태우고 영주성을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