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2 - 157화 - 혐오엔 협박으로! (3)
“이야아... 라디아에 이렇게나 사람이 많았나...”
영주성 앞에 있는 넓은 광장.
그곳에 영주가 마련해준 특등석에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단상 뒤편에 마련된 높은 특등석에서 봐서 그런가? 만 명은 가볍게 넘는 것처럼 보이네.
이 많은 사람들이 성녀를 보러 왔단 말인가... 으음, 어쩐지 좀 쫄리는데.
“...그럼, 라디아에 오신 여신교의 성녀님을 소개하겠소!”
단상에서 가볍게 클레아에 대해 설명하던 영주가 오른쪽으로 손을 뻗자, 오른쪽에 마련되어 있던 가건물에서 클레아가 나온다.
...세상에. 클레아의 성녀복이...
리안나를 기다린다면서, 얼마 없던 단정한 사복들만 입던 클레아였는데... 근데 지금 클레아의 저 모습은...
“후훗♡ 주인님. 어때? 마음에 들어?”
말할 것도 없지. 세상에 저게 뭐람?
화려하지만 조금 답답해 보일 정도로 전신을 가리던 클레아의 새하얗던 성녀복 이었는데, 그 성녀복이 저거라고? 맙소사...
어떻게 나눈 건진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가슴 위로는 입혀지지 않은 드레스와 따로 분리된 팔 부위.
드레스가 없는 상체쪽은 두 갈래로 나눠지는 스카프만 걸쳐져 있는데... 드레스가 시작되는 가슴 아래쪽 까지... 그 스카프가 그냥 ‘덮여’ 져 있다.
두 갈래로 나눠지는 스카프가, 클레아의 무시무시한 폭유를 유두 아래까지 내려와 가리기만 하는... 그런 형태.
세상에, 설마 속옷도 안 입은 거야? 그리고 저 스카프 양쪽 끝에 달린 거, 말편자 맞지?
원래 저거 십자가 같은 게 달려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 저런 거까지 준비한 걸까.
거기다 다리 전체를 가리며 화려하게 나풀거리던 치마가, 움직일 때마다 밑 엉덩이와 속옷이 살짝 보일 정도로 타이트하게 짧아진 상태.
만약 앞, 뒤를 가리며 내려오는 긴 천이 없었다면... 아니, 오히려 저 천 때문에 스타킹을 신은 클레아의 다리가 더 섹시해 보여!
저런 옷차림에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걸어오는 클레아라니... 완벽한 나만의 성녀 그 자체네.
사실 속으론 내심 ‘그래도 성녀인데 너무 노출이 많으면 좀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지? 저 바뀐 성녀복, 어마어마한 노출인데 천에 디자인된 문양이나 장식 때문인지 얼핏 보면 제법 그럴싸해!
섹시함과 성녀의 분위기를 모두 살리다니! 우리 리안나에게 100점을 주겠어요!
“...라디아에 계시는 시민 여러분...”
그렇게 내가 속으로 박수를 치며 리안나를 칭찬하는 동안, 섹시함과 성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지고 있는 클레아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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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나요. 주인님? 만족스러우셨나요?”
클레아의 연설이 끝난 후.
광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제법 빠져나가고 자리가 정리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다가, 클레아가 있는 가건물 안에 들어왔다.
나와 리즈벳이 들어오자 마자, 보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반겨주며 내게 감상을 묻는 성녀복 차림의 클레아.
“푸흐흐. 그래. 아주 잘했어. 역시 내 암컷이야.” “정말 두근거리는 연설이었어. 클레아♡”
리즈벳과 함께 그런 클레아를 칭찬해준 후, 나는 마치 내 손을 유혹하는 듯한 스카프 안쪽의 폭유에 손을 뻗었다.
인사말을 빼고 연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세상이 위험하니 성녀로서의 활동보단 신수인 나와 함께 모험가 활동에 집중하겠다던 연설이었지만...
그 연설 사이사이에, 본인은 이미 신수인 나의 암컷이라는 듯한 늬앙스가 간간히 드러나던 클레아의 연설.
눈치 없는 사람은 좀 특이한 연설이네 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혹시 성녀가 신수의...?’ 라는 의심을 가질만한, 일종의 고백 같은 느낌의 연설이었다.
마치 성녀 클레아는 신수 세마의 암컷이다 라고 알리는 듯한 연설이었는데.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 밖에.
“프흐흐. 연설도 연설인데, 이 성녀복이 진짜... 교회에선 뭐라고 안 했어?” “후훗. 조금 잔소리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 뿐 이었어요. 교황 외엔 여신교의 가장 높은 위치인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어요.”
하긴. 일단 이 성녀복, 모험가 활동할 때 입으려는 것도 있으니까.
성녀가 ‘나 모험가 활동 할거니 성녀복 좀 고칠게~’ 라고 하는데, 그 아랫사람들이 누가 뭐라 하겠어.
이 디자인 만큼은 내 사심이 100% 반영된 것인 만큼, 성직자들이 보기엔 노출이 과하다 싶겠지만... 그래도, 성녀 앞에서 대놓고 말할 수는 없겠지.
이거 참, 리즈벳보다 노출 자체는 적은 편이지만, 그 정숙하던 성녀복이 이렇게 변한걸 보게 되니 이거 리즈벳과는 또 다른 맛이라서 자꾸 손이 가는데?
“...앗.” “응? 왜 그래?” “...후훗. 아니에요.”
순간 클레아가 눈을 뜨며 움찔거려서, 너무 꽉 잡았나 하고 놀랐는데... 클레아는 오히려 내 손을 붙잡아 자신의 가슴에 더욱 밀착시켰다.
...? 뭐지, 클레아의 반응이...
“클레아 성녀님. 파티에 입고가실 옷은...”
...헉. 누구...!?
“...!? 시, 신수 님!? 클레아!? 지금 무슨...!” “어머. 호들갑 떨지 말아요. 안젤라 수녀.”
갑자기 들어온 수녀의 등장에 놀라, 황급히 클레아의 가슴에서 손을 떼려는데... 클레아는 오히려 내 손을 더욱 강하게 붙잡으면서, 괜찮다는 듯이 날 향해 미소 지었다.
“크, 클레아! 지금 성녀가 무슨 짓을...! 이런 곳에서 외간 남자에게...!” “외간 남자가 아니라 제 주인님 이시랍니다. 말했었잖아요?”
호에에에... 무슨 생각이야 클레아...
으으... 저 수녀... 얼굴로 봐선 리안나나 셀레스티아와 엇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데...
에센티아 여자답게 제법 미인이면서 꽤나 젊어 보이긴 하지만... 이제 슬슬 어느 정도 에센티아 여자들의 얼굴도 눈에 익어서 분간이 가니, 아마 맞겠지.
그럼 꽤 경력 있는 수녀란 건데... 그런 수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어쩌려는 거야...
“주인님께서 제 가슴을 만져보고 싶다고 하셔서 만지게 해 드리는 건데, 문제없잖아요?” “무, 문제 있어! 아으으... 클레아... 무슨 생각이야 도대체...!”
성숙한 묘령의 여인이, 눈을 가리며 잔뜩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꽤 귀엽게 느껴지는걸.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거 정말 괜찮은 거야?
아무리 성녀라도 이렇게 대놓고 음란행위를 하다 걸리면, 당연히 문제가 될 텐데...?
“말했었죠. 안젤라 언니? 여기 세마 님은 저의 주인님이니, 라디아 교회의 모든 수녀들은 저보다 주인님을 더 윗사람으로 대하라구요.” “그거, 그냥 비유처럼 하는 말 인줄 알았는데... 아,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건...!” “후후...♡ 안젤라 언니.”
어느새 서로 존칭도 잊고 편하게 부르고 있던, 안젤라 라는 수녀와 클레아.
클레아는 아직 눈을 가리고 있는 안젤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은 파티도 참여해야 하니까... 나중에, 잘 설명해 줄게요♡” “크, 클레아... 너...” “그 때 설명을 듣게 되면,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에요♡”
그렇게 안젤라의 뺨을 쓰다듬은 후, 클레아는 뒤돌아 서서 다시 나에게 다가오더니... 안젤라에게 들리기는 할까 싶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를, 즐거운 듯이 내뱉었다.
“그 암컷의 몸이, 이해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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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계속 당황하던 안젤라였지만, 나도 머리를 숙이며 그만 실수했단 식으로 얼버무리니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 주었다.
물론 클레아에겐 꼭 제대로 설명하라며 덧붙이긴 했는데... 이쪽은 클레아가 본인에게 맡기라고 했으니, 믿고 맡겨야겠지.
애초에 라디아 수녀들한테 내 평판이 별로 좋은 것도 아니라서, 내가 나서 봤자 이미지만 더 안 좋아 질 테니까.
하지만 도대체 클레아는 무슨 생각일까... 설마 그 안젤라라는 여자까지 나보고 따먹으라고 부추기는 건 아니겠지?
“주인님. 아까 그 수녀 생각해?” “어어... 클레아가 도대체 어찌 하려는 걸까...”
영주성 내부에 마련된 넓은 파티장 안.
평소보다 조금 색다른 디자인의 마이크로 비키니에, 무슨 할리우드 스타가 입을 것처럼 생긴 화려한 코트를 걸친 리즈벳이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눈을 감은 채 자신에게 인사하러 온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클레아의 모습이.
과연 오늘의 주인공답게, 파티가 시작되자 마자 클레아를 향해 귀족들이 모여들었다.
한 명씩 클레아에게 다가와 인사하는 것 같은데... 어휴, 저걸 다 상대해야 하는거야?
“킥♡ 그건 클레아한테 맡겨두면 돼 주인님. 저 귀족들, 클레아와 얘기가 끝나면 바로 주인님한테 올 테니 그거에 집중하자.” “...혹시 리즈 너도 알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아! 저기 바로 온다. 주인님.”
큭, 리즈벳. 알고 있었구나...!
그렇게 눈을 돌리는 리즈벳을 한번 원망하듯이 쳐다본 후,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귀족들의 상대를 시작했다.
본인들이 어디 남작이네, 무슨 자작이네 라고 소개하면서, 날 향해 꾸며낸 티가 거의 나지 않는 근사한 미소를 보여주는 귀족들.
음... 과연 귀족이야. 난 표정 관리가 안돼서 죽겠는데.
내가 말 대가리가 아니라 사람 얼굴이었다면, 귀찮은 표정이 바로 드러났을 것 같은걸.
귀족의 절반 정도는, 내게 큰 흥미는 없는지 그냥 인사말 정도였지만...
그래도, 모험가와 관련된 사업을 맡고 있는 귀족이나 유흥업에 연관 있는 귀족들은, 꽤나 내게 관심을 보이며 인맥을 만들어 두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사람들, 알아 두면 나중에 장사나 모험가 하는데 도움이 되려나... 근데 벌써 누가 누구였는지 가물가물 하네.
그렇게 한참을 귀족들 상대를 하다가 지쳐서 집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 때쯤, 겨우 내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사라져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각자 알아서 대화 나누는 시간인가...
“수고하셨어요. 주인님.” “주인님. 고생했어~. 어쩐지 전부 영양가는 없는 것 같지만.”
그러게 말이야. 뭔가 혹 하는 제안이나 말이 나왔으면 좀 힘이 났을 텐데.
...혹시 내 외모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 그렇지 귀족 아저씨들?
“세마 군. 즐기고 있는가?”
나와 내 암컷들이 숨을 돌린 후, 손에 든 샴페인 같은 술로 건배하고 있으니...
영주와 셀레스티아, 그리고 처음 보는 얼굴의 한 여성이 다가왔다.
머리색이 셀레스티아랑 똑같은데다, 저 앙칼진 얼굴... 혹시...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이제 막 귀족 분들과 인사가 끝났습니다.” “하하. 많이 피곤하겠군. 그래도 이렇게 한번 인사를 나눴으니, 훗날 분명 도움이 될 날이 있을 걸세.”
글쎄... 어쩐지 저 사람들, 더 이상 볼 일이 없을 것 같은데요...
뭐, 저 사람들은 앞으로 보든 말든 상관없지만... 우리 셀레스티아는 아니지? 안녕 셀레스티아?
“셀레스티아 백작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요. 잘 지냈어요.”
그래. 잘 지냈구나. 셀레스티아? 음. 다행이야. 오늘 이후론 한동안 잘 못 지내게 될 거거든.
벌써 네가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이쪽 분은?”
뭔가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셀레스티아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웃다가, 옆에서 날 멀뚱멀뚱 쳐다보는 여자를 가리키며 영주를 쳐다보았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아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아. 소개가 늦었네. 이쪽은 내 딸, 세실리아 일세.”
역시 딸 이었나. 꽤나 이른 나이에 낳았는데, 셀레스티아?
흐음... 엄마를 닮은 분위기와 같은 색깔의 머리카락, 그리고 엄마보다 더 앙칼진 얼굴이 매력적인데...
어쩐지 남자애들 많이 괴롭히고 다닐 것 같은 인상이지만, 그래도 꽤 미인이라 그게 매력 포인트라고 볼 수도?
다만... 가슴만큼은 물려받질 못했구만. 안타깝게도.
...아니지, 셀레스티아가 미친 폭유인거지, 쟤도 크기로만 보면 한 손에 딱 들어올 적당한 크기잖아.
저걸 작다고 생각했다니... 으윽, 에센티아에 온 이후로 여자 가슴 크기가 제대로 가늠이 안돼!
“안녕하십니까. 세실리아 아가씨?” “...얘. 세실리아. 너도 인사 해야지?” “......”
...뭐지? 세실리아 얘. 왜 날 멀뚱히 쳐다보기만...
혹시 반했니? 아이고 이 말 대가리의 인기란...
“...진짜 못생겼네. 이 몬스터.” “...뭐라고 이 년아?”
내 말 대가리를 향한 거침없는 돌직구에, 나는 그만 필터링을 거치지 못하고 말을 내뱉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