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9 - 164화 - 늘어가는 짐승의 욕망!
“그럼, 조심이 돌아가게나. 나중에 자네 도움이 필요할 때 사람을 보낼 테니, 그때는...” “네.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하하. 정말 고맙네. 세마 군. 성녀님도 나중에 뵙도록 하죠.” “네. 영주님도 무탈하시기를...”
파티가 끝난 후, 영주와 훈훈한 대화를 나누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하... 제법 성대하고 긴 파티였는데, 어째 인사하는 시간도 만만치가 않네 이거.
끝났으면 그냥 각자 알아서 집에 가면 되지, 뭘 이리 한 명씩 번거롭게 인사하러 오는 거람?
덕분에 벌써 자정이 다 됐네. 어둑어둑 하구만.
뭐, 시간들인 보람이 있긴 했지만.
“그럼, 셀레스티아 님.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읏... 그, 그래요. 다음에 또...” “푸흐흐. 다시 뵙는 그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푸흐흐. 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너무 귀엽게 느껴지는데. 아주 좋아 셀레스티아.
한 번 몸을 섞어서 그런가? 성격 나쁜 히스테릭 아줌마라고 생각하던 셀레스티아가, 왠지 모르게 귀여운 유부녀 같은 인상으로 바뀌어버렸네.
뭐... 이렇게 건드려 버렸는데 인상이 계속 안 좋으면 그것도 문제긴 하지.
난 한번 잡은 물고기는 놓칠 생각이 없으니까.
어디 보자... 그럼, 내 암컷 예정자가 된 셀레스티아의 상태창은...?
====================================================================== 이름 : 라디르 네브 셀레스티아 종족 : 인간 레벨 : 52 ( 12800 / 164000) 칭호 : 암컷의 욕망이 깨어난, 빙설의 마녀라 불리던 귀족 암컷. 나이 : 42세 암컷 스킬 : [음란 Lv.2] [수컷 냄새 중독 : Lv.1] [말정액 중독 Lv.3] [욕망 Lv.2] [굴복 Lv.1] [혐오 Lv.8] 암컷 기록 : [남편 : 라디르 벨 알버트] [출산 기록 : 1명] 수컷 친화도 : 라디르 벨 알버트 92% 정세마 8% ======================================================================
...뎃? 혐오? 혐오라고...!?
[혐오] – 짐승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암컷. 이 혐오가 사라지기 전엔, 이 여자가 짐승의 암컷이 될 일은 없으리라. [수컷 친화도] – 다른 수컷과의 경험이 있는 이 암컷은, 어느 수컷이 더 우월한지 비교해보면서 우월한 수컷에 맞춰 그 육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무슨 소리야, 혐오라니! 거기다 Lv.8!?
친밀도가 아니라 친화도가 나온 건, 처녀가 아니라 유부녀라서 그렇다고 보면 되겠지만...
혐오라니... 이제 내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셀레스티아였는데, 사실은 저렇게나 나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단 말이야?
다른 스킬들을 생각해보면... 8레벨은 상당히 날 거부하고 있다는 건데.
이거 어쩌면, 금방 날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셀레스티아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겠는걸.
...만약에 대비해, 대응책을 좀 생각해 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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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냈습니다. 주인님.”
셀레스티아의 상태창을 파악한 후, 영주성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클레아와 리즈벳에게 셀레스티아에 대한 정보를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원인을 알아야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법. 셀레스티아를 내 암컷으로 만들기 위해선, 일단 그녀가 몬스터를 혐오하는 원인부터 파악해야겠지.
내가 명령하듯 지시한 부탁을, 두 사람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바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틀째인 오늘, 내 두 암컷이 묘하게 격식이 느껴지는 듯한 모습으로 나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아의 출신지는 라디아... 그것도, 부모가 라디아를 다스리던 영주였습니다.” “부모가 귀족이었으니, 셀레스티아는 직계 귀족... 아마, 귀족들 사회에선 남편인 영주보다 위치가 높지 않을까 생각돼.”
...직계 귀족? 귀족 사이에서 남편보다 위치가 높아?
왜 시작부터 내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나오는 거지.
“직계 귀족이라니? 직계가 아닌 귀족도 있어?” “아. 세습제를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왕국의 귀족은 일단은 세습제가 아니랍니다.” “뭔가 위업을 달성하거나, 그럴만한 능력을 보이는 자에게 왕국에서 귀족 작위를 주는 거야. 모든 귀족 작위를 왕이 관리하는 거지.”
엥? 세습제가 아니라 왕이 작위를 부여하는 거라면... 그럼 귀족은 개인의 신분일 뿐이란 얘기인가?
“잉? 그럼 가문 같은 건?” “그건... 일단 왕이 작위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매번 누가 죽을 때마다 작위를 새로 부여하면 꽤나 성가시겠지?” “때문에, 귀족의 자식이 크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은 자식이 그 작위를 그대로 승계하는 게 보통이에요.” “부모 귀족이 자식에게 미리 뭔가 일을 시켜둔 후, 왕에게 ‘제 자식이 이런 일들을 했습니다~’ 하고 추천하는 거지. 왕도 귀찮으니 큰 문제만 없으면 작위를 이어받게 하는 거고.”
일단 세습제가 아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세습으로 진행된단 소리구만. 꽤 특이한걸.
“음... 그럼 셀레스티아가 부모한테서 작위를 이어받은 귀족이다?” “아, 그게 좀 복잡한데...” “34년 전에, 라디아에 엄청난 규모로 몬스터 침공이 발생했던 모양이야.” “그냥 귀족의 어린 딸이던 셀레스티아는, 그 침공에서 부모를 잃었던 모양이에요.” “당시엔 라디아가 이정도 규모로 큰 도시는 아니었대. 적당한 중규모 도시였는데, 그 침공 때문에 완전히 망하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하더라.”
34년 전이면... 셀레스티아가 8살 때? 그 나이에 부모를 잃었던 건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규모였길래, 귀족인 영주 부부가 죽고 라디아는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단 걸까.
“그래도 작은 도시는 아니었고, 어떻게든 복구는 했던 모양이지만...” “귀족이던 셀레스티아가 하루 아침에 고아행. 그 후로 몇 년간 어딘가에서 마법을 배우고, 라디아에 돌아와 모험가 생활을 했었대.” “정상적인 모험가 생활은 아니었던 모양이지만요. 퀘스트가 없더라도, 눈에 띄는 몬스터는 무조건 잡아 죽이는 걸로 유명했던 모양이에요.” “특기가 얼음 마법이라서, 빙설의 마녀라고 불렸다나? 아무튼 그 시기에 평민이던 지금의 영주를 만났고, 자세한 기록은 없지만 같이 몬스터들을 처리했던 공로를 인정받아 부모의 작위를 이어받을 수 있었대.” “그게 고작 22세 때의 일... 그 때 평민이던 영주도 같이 작위를 받아서, 그대로 라디아의 영주가 된 모양이에요. 모험가 활동은 두 사람 모두 그 이후로 그만두었다고 해요.”
허어... 그럼 세상에, 52레벨을 22살때 달성했단 거야?
아니, 꼭 그때 달성한 게 아니라고 쳐도... 거기에 가까운 레벨을, 고작 22세 때?
모험가 길드에서 보인 20대 중에선, 40레벨이 넘는 경우는 10명 중 1~2명 꼴이었던 것 같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몬스터를 잡고 다닌 거람? 무시무시하네. 셀레스티아.
...하긴. 그런 일이 있었으면, 몬스터라면 죄다 부모의 원수처럼 보였을 테니까.
“그럼, 라디아의 모험가 길드가 그리 큰 것도...” “응. 영주 쪽에서 지원을 엄청나게 해준 모양이야.” “거기다 영주와 셀레스티아 모두 능력은 있는 모양인지, 20년 전과 비교하면 라디아가 상당히 바뀐 모양이에요. 저도 아직 라디아에 온지 7년 정도라서...”
클레아는 눈도 보이지 않았었으니까. 변화를 눈치채긴 힘들었겠지.
흠... 좋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네.
부모님을 잃은 원한 때문에, 몬스터를 혐오하는 셀레스티아.
고아가 돼서 부모님의 작위를 정상적으로 물려받지 못했었지만, 모험가 활동으로 어떻게 다시 물려받을 수 있었고...
중간에 잠시 평민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젠 어엿하게 부모님의 작위를 물려받은 직계 귀족이다 이거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평민이던 시절 만났던 영주도 같이 작위를 받았고... 그리고 부부가 된 두 사람이 지금은 라디아의 영주라...
“...정리해보면, 셀레스티아는 라디아에 상당한 애착을 가진 모양인데?” “아마 그렇겠지? 아직도 주기적으로 라디아 주변을 순회하면서 몬스터들의 상태를 파악한다고 하니까.” “굳이 남편에게 영주를 맡긴 건, 그런 식으로 쉽게 움직이려는 목적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영주도 주변 순회를 하긴 하지만, 2~3년에 한 번 수준이라고 하던가... 영주라는 자리가 활동하기 힘든 자리인건 확실해.”
좋아. 대강 흐름은 파악했어.
그럼, 이제 셀레스티아에게서 어떻게 ‘나’에 대한 혐오를 줄이느냐가 문제네.
‘나’ 라는 개인이 아니라 단순히 몬스터라는 종에 대한 원한이라면, 방법이야 많지.
“음. 좋아. 다행히 나쁘기만 한 상황은 아니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셀레스티아를 노리면 되겠어.” “아, 주인님. 그 전에...” “응?” “지금 교회에서 기다리고 있는, 안젤라 라는 암컷 한 마리와 교미해 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엄마야... 안젤라 라면, 분명 엊그제 봤던 그...
그 수녀, 어쩐지 클레아랑 꽤 친해 보였는데... 그런 여자와 교미를 하라고?
그런 제안을 ‘이거 먹을래?’ 하는 수준으로 가볍게 던지다니, 내 암컷들은 도대체...
그렇게 두 사람이 모아둔 정보를 토대로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나는 클레아의 어질어질한 요청에 현기증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클레아를 따라 교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