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3 - 168화 - 깨어나기 시작한 암컷의 욕망!
“결투장... 인가요?” “응. 날 죽여서 치욕을 씻겠다는데...”
다급하게 리즈벳과 클레아를 불러, 셀레스티아에게서 온 결투장을 보여주었다.
귀족답게 정중하게 써져 있긴 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날 죽이겠다는 심상치 않은 셀레스티아의 감정.
으아... 이걸 어쩌지. 거절하면 도시 밖에 있을 때 날 그냥 죽여버리겠다는데?
내 말자지를 너무 신뢰하고 있었나? 여유부리지 말고 셀레스티아를 좀 더 내 말자지에 빠지게 만들어 둘걸 그랬어!
“풋... 쓸데없는 발악을 하는 게 느껴지네.” “웃을게 아니야 리즈... 정말 기습이라도 당했다간...” “걱정하지 마. 주인님의 말자지를 경험한 암컷은 주인님에게서 벗어날 순 없으니까♡ 괜히 강한 척 하는 거라구♡”
편지를 읽은 리즈벳이 가소롭단 듯이 웃으면서, 별거 아니란 식으로 말하며 날 안심시킨다.
그럴...까? 확실히 최근에 내 말자지가 범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편지 분위기가 꽤 험악하긴 한데.
거기다 지구에서 얘기긴 하지만, 귀족의 결투란 걸 생각해보면... 이런 귀족의 결투장은 정말 어떻게든 날 죽이겠단 거잖아. 안심해도 되는 거야 이거?
“그래도 이왕 보낸 거니... 클레아. 어때?” “흐음. 그렇네요... 셀레스티아와 주인님이라... 주인님. 받도록 하죠.” “...진짜? 셀레스티아랑?”
턱에 손을 올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싸우라고 말하는 클레아.
뭐야. 내 암컷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평온한데? 왜 이리들 여유로운 거야?
“셀레스티아 레벨은 52잖아? 아무리 내 스텟이 레벨에 비해 높다고 해도, 승산이 없지 않아?” “걱정 마세요. 제가 볼 때, 주인님과 셀레스티아의 힘은 거의 비슷하답니다.”
내가 믿기지 않는단 표정을 짓자, 클레아와 리즈벳은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나에게 가르쳐주는 듯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레벨이란 건, 능력의 한계치와 연관이 있어요. 에세르의 량은 별개이긴 한데... 비유하자면 레벨은, 양동이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훈련이나 활동을 통해 그 양동이에 스텟이란 물을 채우는 거야. 레벨업을 했을 때 늘어나는 스텟은, 말하자면 양동이가 커지길 기다리고 있던 물인 거고.” “그리고 그 물은, 방치해 두면 계속 줄어들기 마련... 셀레스티아는 꽤 오랫동안 훈련이나 활동은 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러니...”
즉, 영주 부인으로 지내는 동안 과거에 비해 약해진 상태다...?
그리고 클레아가 보기엔, 현재 나와 셀레스티아는 비슷한 수준이고?
그럼... 이길 가능성이 있겠는데. 그렇다면 이건...
“...오히려 기회네 이건.” “응. 그래서 말한 거야. 쓸데없는 발악을 한다고♡” “본인 스스로도 약해진 걸 알고 있을 텐데. 주인님께 이런 결투장을 보냈으니까요.” “몬스터에 대한 혐오와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오진 못하겠는데, 암컷의 본능은 주인님을 떠올리고 있는 셀레스티아... 그렇게 생각하면, 이 결투장이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아?”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결투장에서 느끼던 셀레스티아의 감정이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그래. 날 죽이니 뭐니 하지만, 귀엽게 발악하고 있는 거란 말이지...?
“그렇긴 하지만, 52레벨은 무시할 수 없긴 하죠...” “경험이 있을 테니까. 확실히 준비하고 가자♡” “얼음 속성 마법사였던가요...? 그렇다면...”
셀레스티아에 대한 답장을 준비하며, 어떻게 결투를 진행할 지 의논하기 시작한 내 암컷들.
좋아. 이거 자신감이 생기는데?
셀레스티아. 쓸데 없는 발악.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기대하고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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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히 다녀와야 된다?” “푸흐흐. 걱정 마. 누나. 금방 다녀올 테니까.”
3일 후, 셀레스티아와 결투하기로 한 당일.
말보르기니 폼으로 변한 상태의 내 앞에서, 리안나가 갑옷 안에 입을 옷을 내 암컷들에게 건네 주었다.
원래는 입주한 뒤 일주일 정도만 연속으로 출근한 후, 그 뒤로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만 출근하려고 준비중이던 리안나.
그런 리안나에게 급하게 쓸 일이 생겼다고 말하며 빙결 내성을 지닌 옷을 요청하자, 리안나는 고맙게도 가게 오픈을 미루면서 준비를 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 밤새 불 속성 마법사인 리즈벳이 리안나를 도우면서, 갑옷 안에 입을 빙결 내성의 옷이 완성되었다.
“이거 때문에 가게 오픈도 미뤄져서... 미안해. 누나.” “후후. 괜찮아. 출자해 준 세마가 급하게 필요하다는데. 2~3일 정도는... 그것보다, 내성은 어디까지나 조금 더 버티는 것일 뿐, 완벽히 막진 못한다는 거. 꼭 명심해야 한다?” “응. 알겠어. 그럼, 오늘은 이제 돌아가서 푹 쉬어. 가게 오픈은 내일...” “그래. 다녀와.”
그렇게 리안나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내 암컷들을 태운 채 영주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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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않고 정말 올 줄이야. 꽤 자신 있나 보네요.”
영주성의 입구 앞. 기다리고 있던 셀레스티아가 다가온 날 째려보며 말했다.
누가 봐도 귀족이란걸 알 수 있던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라, 제법 모험가스러운 티가 나는 차림새의 셀레스티아.
으음. 같은 마법사인 리즈벳과는 달리 뭔가 본인 전용 의상 같은 차림새라니.
확실히 고레벨 이란 게 느껴지는 복장인걸.
망토나 지팡이도 꽤 화려하고... 거기다 가슴이 조금 열려있는 저 마법사의 복장...
귀족 부인이던 셀레스티아가 판타지 게임에 나오는 섹시한 마법사처럼 보여서, 이건 이거대로 괜찮은 느낌이야.
“푸흐흐. 제가 무슨 자신감이 있겠습니다. 부르시는데 거절할 순 없어서 온 거죠.” “여유롭게 여자들이나 태우고... 난 분명, 오늘 당신을 죽여 치욕을 씻겠다고 편지에 써서 보냈을 텐데요? 결투에 그녀들도 데려오겠단 건가요?” “에이, 두 사람은 그저 참관입니다. 나설 일은 없을 거에요. 뭣하면 결투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대기시켜 두도록 하죠.” “...좋아요. 설령 그녀들이 있다고 해도, 당신을 봐줄 일은 없을 테니까.”
날 죽이겠다고 말하며 째려보는 셀레스티아지만, 어쩐지 그 태도는 죽이겠다는 것 치곤 묘하게 힘이 빠져있다.
...이 정도면, 진짜 죽을 일도 없겠는데?
“자. 일단 타시죠.” “...쯧. 여유부리긴...”
언짢다는 듯이 혀를 차지만, 제법 고분고분하게 숙인 내 허리 위로 셀레스티아가 올라탄다.
그렇게 셀레스티아를 태운 채, 천천히 도시 안을 이동하다가 성문을 빠져 나왔다.
“근데, 이렇게 결투를 신청한 거. 영주님도 아시나요?”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라디아에서 멀어지다가, 능청스럽게 셀레스티아에게 물었다.
“...그이는 모르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흐음?” “...그냥, 내가 당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일 뿐이니까.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죠. 당신은 당신 목숨이나 걱정하도록 해요.”
어이쿠. 꽤나 단호한걸?
영주가 뭐라 하든 간에, 일단 죽이고 생각하겠단 건가...
그럴 거면 그냥 몰래 기습을 하든 암살자를 보내든 하면 그만이었을 텐데... 거 솔직하지 못한 년 같으니.
그 솔직하지 못한 태도. 확실하게 고쳐줄게.
“...이 쯤이면 되지 않나요? 얼마나 멀어질 생각이죠?” “음. 그렇네요. 그럼 여기서...”
듬성듬성 있는 몇 그루의 나무 외엔, 아무것도 없는 넓은 평야.
여기가 결투장인가. 흐음... 확실히 누가 죽어도 그냥 묻어버리고 떠나면 아무도 모르겠네.
“그럼, 준비를... 읏!?” “어이쿠, 왜 그러십니까?”
내 등 위에서 내린 후, 지팡이를 매만지며 심호흡을 하던 셀레스티아.
곧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뒤돌아 보며 말하던 그녀였지만, 날 확인하자 마자 눈이 커지며 얼굴이 붉어진다.
“아~. 혹시 이거 때문에? 푸흐흐. 처음 보신 것도 아니면서.”
말보르기니 폼일때 걸쳐져 있던 천이 흘러내리고, 말자지를 셀레스티아를 향해 과시하듯 보이고 있는 나.
예상대로의 반응이네. 계속 이놈이 생각났던 모양이지? 셀레스티아?
“이, 이...!” “제가 모습을 바꿀 때마다 옷이 흘러내려서요. 이건 어쩔 수가 없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내가 팔을 벌리자, 기다리고 있던 내 암컷들이 옷과 갑옷을 들고 와 걸쳐주기 시작했다.
그런 나와 내 암컷들을, 셀레스티아는 새빨개진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단 듯이 바라본다.
“이 무슨...! 부끄러움도 모르고...!” “어머나. 주인님의 몸. 근사하지 않나요? 백작 님?” “암컷이라면, 누구나 빠질만한 멋진 몸인데...♡” “윽...! 다, 당신, 설마 성녀님과 리즈벳 양도...!?” “제 여자들이니까요. 문제 있나요?”
내 하인처럼 나에게 옷을 입혀주는 그녀들을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바라보던 셀레스티아는, 점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날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역시, 당신은 살려두면 안될 몬스터야...!!” “딱히 비밀도 아니었는데요? 대강 눈치는 채고 계셨을 텐데... 그것보다.”
갑옷까지 다 걸치자, 내게 말박이를 넘겨주는 리즈벳.
그렇게 내 몸을 단장해 준 두 사람은, 곧 결투에 방해되지 않도록 멀리 떨어졌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말박이를 어깨에 걸치면서 셀레스티아에게 정해두었던 질문을 건넸다.
“백작 님이 이기시면 절 죽인다고 치고... 제가 이기면, 어쩌실 겁니까?” “고작 20레벨 언저리인 당신이, 날 이긴다고...!?” “승부에 절대란 건 없잖아요? 확실히 해 둬야죠.”
감히 나에게 승부를 걸다니, 각오는 되었겠지 셀레스티아?
“제가 이기면, 오늘 하루. 저희 집에서 묵고 가시죠. 셀레스티아 백작 님.”
내 말에, 순간 셀레스티아의 몸이 떨리더니 표정이 굳는다.
“셀레스티아님의 몸, 제법 맘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혹시 찾아오시지 않을까 기대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결투장을 보내시다니. 제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암. 놀랬었지. 난 셀레스티아 네가 그냥 츤츤거리며 찾아올 줄 알았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제가 이기면 오늘 하룻밤은 저희 집에서 저와 즐기고 가셔야 됩니다. 그 몸과 기억에 확실하게 새겨질 만한, 뜨거운 하룻밤을요.” “또, 또 날 모욕하려 들다니...!!”
강한 척 하는 셀레스티아지만, 그 분노한 표정에서 묘하게 읽힌다.
셀레스티아가 영주성의 파티에서 경험해 보았던, 내 말자지를 떠올리고 있단 것을.
“목숨을 걸고 결투하는 건데, 이정도 대가는 있어야지요. 아, 혹시 쪼신겁니까?” “닥치거라! 무례한 놈! 오늘 여기서 반드시 널 죽여버리겠어!!”
떠오르는 내 말자지를 떨쳐내려는 듯한, 셀레스티아의 포효.
그 포효와 함께, 셀레스티아의 손에서 마법진이 나타나면서 얼음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