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4 - 178화 - 짐승을 얕보는 암컷, 세실리아! (4)
“하아, 하아... 마, 말도 안돼... 내가...!” “후우우... 제가 이겼습니다.”
훈련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깔끔하게 결착이 났다.
검을 떨어트리고 바닥에 엎어진 세실리아와, 그런 세실리아를 향해 말박이를 겨누고 있는 나.
누가 보더라도, 내 승리임엔 확실한 모습이다.
이겼다! 그것도 판정승 같은 게 아니라, 확실하게!
“이, 이 씨발...! 존나 치사하게 그런 식으로...! 야! 대련인데 싸워야지! 왜 안 들어와!” “뭐가 치사하죠? 그냥 전 방어를 했을 뿐인데?” “그게 무슨 방어야! 그냥 튄 거지!” “푸흐흐. 그런걸 전술이라고 합니다. 세실리아 아가씨.”
패배자 주제에 말이 많다! 얌전히 받아들여 세실리아!
푸흐흐... 저 성깔 때문에, 생각대로 안 풀리면 조급해 할거라고 추측했던 게 이리 잘 맞아 떨어질 줄이야.
단순히 거리를 벌리며 방어한 것뿐만 아니라 쫄았냐고 역도발을 걸어댔더니, 세실리아는 중간부터 눈이 뒤집혀선 거칠게 나에게 달려들었다.
도발을 거는 건 즐거워도 역으로 걸리면 좆같은 법. 특히 도발을 거는 것을 즐기는 인간이라면 더욱 그런 법이지.
그렇게 거리를 벌리며 적당히 방어만 하다가, 슬슬 숨이 차올랐다 싶었을 때 세실리아의 검을 향해 말박이 풀스윙. 그것으로 결판이 나버렸다.
방어만 이어지고 있었으니, 그렇게 갑자기 공격이 들어올 줄은 몰랐겠지. 도발에 걸린 채 지치기 시작할 무렵이었으니 더더욱.
캬. 귀족만 아니었으면 여기서 티배깅도 좀 들어가는 건데. 아쉽네.
“이, 인정 못해...! 이런 식의 대련은 절대...!” “아이고. 우리 영애님. 설마 이런 식으로 징징대실 줄은 몰랐네요. 패배자의 변명 이란 겁니까?” “...! 이, 익...! 이, 이 좆밥 몬스터 주제에 감히...!” “세마 입니다. 세마. 내기는 지키셔야죠? 아, 혹시 귀족이랍시고 한 입으로 두 말을? 그런 건 아니죠?”
크윽, 이런 찰진 반응과 표정이라니. 자제하려 하는데 자연스럽게 도발이 튀어나와!
특히 저 표정! 셀레스티아가 부들대던 표정이랑 똑같네 아주!
“죽을래!? 날 모욕하는 거야 지금!? 감히 몬스터 주제에!?”
어이쿠. 그래도 귀족이랍시고 모욕은 받기 싫다는 건가.
거 참. 까다로운 아가씨일세 이거.
“에이, 세실리아 아가씨라면 안 그러시리라 믿고 말씀 드린 거죠. 찔린 게 아니라면 화내실 이유는 없으시지 않으십니까?” “다, 닥쳐! 이건 무효야! 야! 다시 떠! 제대로 싸우라고!” “으응? 이런 대련 승부는 무기 놓치면 그걸로 끝 아닙니까?” “공격은 내가 더 많이 했거든!? 네 몸에 상처나 좀 보라고!” “아이고, 이런 거 간지럽지도 않습니다. 워낙 튼튼하거든요.”
확실히, 아무리 방어에 집중했다지만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빠른 검을 모두 막아내긴 버겁긴 했다.
하지만 공격을 줄이고 확실히 방어하다 보니, 저 얇은 검으로 낼 수 있는 상처는 그냥 가볍게 긁힌 수준인 상처뿐.
안 그래도 튼튼한 몸이 장점인 이 말 몸뚱이인데, 이정도야 간지럽지.
“웃기지 마!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다시...!” “아 거 왜이리 받아들이질 못하십니까. 졌으면 졌다고 깔끔하게...” “좆까!!!”
떨어트린 검을 향해 엉거주춤하게 기어가는 듯싶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든 세실리아.
겨누고 있던 말박이를 휘두를 생각이 없었기에, 달려드는 것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내 몸 앞에 다가오는 것을 허용해 버렸다.
거기서 설마 하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전에, 세실리아의 다리가 움직이더니...
- 퍼억!
세실리아의 다리가 내 다리 사이로 올라와 나의 알을 걷어차 버렸다.
“...어?”
무언가 생각과는 다른 것인지, 순간적으로 표정이 바뀌는 세실리아.
그리고 그 표정 변화와 함께,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그만...
“이 미친년이 뭘 하는 거야 지금!!!”
- 뻐억!!!!
그대로, 세실리아의 배에 전력으로 펀치를 내다 꽂아버렸다.
“커, 커헉!!”
헉 시발... 지금 내가 무슨 짓을?
언젠가 세실리아가 내 알을 깔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때가 오면 참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전혀 아프지도 않은데, 남자로서의 본능이 식겁하면서 그대로 반격해 버렸어!
“케, 케흑...! 컥...!”
털썩 하며 바닥에 쓰러지면서,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몸을 떠는 세실리아.
묵직한 느낌만 왔을 뿐, 내 알은 멀쩡한데... 이거 너무 과한 대응을...
시발... 좆됐당...
어쩌지? 침 흘리며 널부러진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그래도 여자애인데, 설마 자궁 같은 곳이 위험해지는 건 아니겠지 이거!?
“게흑...! 꺽...! 커헉...!” “으아아. 세실리아 아가씨. 괜찮으십...” “뭘 하는 겁니까 지금!!!”
내가 당황하며 세실리아의 몸을 살피려는데, 뒤쪽에서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그쪽을 바라보자, 굳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는 남자가...
저 얼굴, 멀리서 봐서 가물가물 하지만 혹시...
“세실리아! 세실리아! 괜찮아!? 정신차려봐!”
고함친 남자가 달려와, 쓰러진 세실리아의 옆에 다가와 몸을 살핀다.
아마 세실리아의 약혼자라고 했던, 레오라는 녀석이겠지.
시발... 영주의 딸인 세실리아에게 배빵 날리는걸, 약혼자이자 용사인 얘가 목격했다고?
...조졌네.
“큭...! 이봐! 누구 없나!? 세실리아를 의무실로!”
단걸음에 훈련장 입구로 달려간 레오가 외치자, 달려오는 듯한 발소리들이 가까워 지더니 2~3명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정장이나 메이드복 같은 복장들을 입고 있는 영주성 직원 같은 인간들까지 달려오더니, 그대로 세실리아를 살피며 들것으로 실어 옮기기 시작했다.
“...이 일은, 영주님에게 보고하겠습니다. 신수 세마.”
화를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용사 레오는 분노가 담긴 눈빛으로 날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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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런 일이...” “네에... 정말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영주의 집무실에서 상황을 설명하자, 영주는 골치 아프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실리아는 다행히 몸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지만, 목격자가 있는 만큼 어떻게든 어찌 된 일인지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분노한 레오에게 끌려와 영주 앞에서 최대한 불쌍한 느낌으로 해명했더니, 날 당장 잡아먹을 것 같던 레오조차도...
“그, 그랬던 겁니까...”
이런 식으로, 그 역시 내 설명을 듣고 난 후엔 난감하단 표정으로 바뀌며 분노가 사그라 들었다.
내가 배빵 치는 것만 목격한 건가. 타이밍 한번 참...
“난감하군. 세실리아가 참...” “으, 음... 호, 혹시 터지진 않았습니까. 신수 님?” “다, 다행히 각도가 좋았는지 무사합니다.”
상황을 파악하니 말투까지 바뀌는구나. 응 그래...
사실 상황을 파악했다 쳐도 자기 약혼자한테 그리 배빵을 날렸으면 화가 날 법도 한데. 레오 이 녀석 꽤 성격이 좋은걸.
...아니, 세실리아가 여태까지 한 짓이 있어서 그렇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분위기를 보니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 같아 다행인데...
“으음... 정말 곤란하군...” “죄송합니다...” “아, 아닐세. 자네 행동은 남자로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네. 곤란한 건 그게 아니라...”
곤란하다며 한숨을 내쉬는 영주를 보고는 다시 쭈글해지며 사과를 하는데, 영주는 그게 아니란 듯이 머리를 내저었다.
“곤란한 건 그게 아니라, 세실리아 때문일세. 자신의 훈련을 위해 초청한 선생 두 명을 연달아 그렇게 낭심을 차버리다니, 다른 귀족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정말 이건...”
아무래도, 곤란한 것은 세실리아의 평판인 모양이었다.
“...첫 날 훈련 때, 세실리아가 그 날엔 얌전히 잠들었단 소릴 듣고 자네에게 계속 세실리아와 대련 훈련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었다네. 그렇게 체력을 조금이라도 빼면, 병사들을 괴롭히거나 허튼 짓은 하려 들지 않을 테니 말이야.” “그, 그렇습니까...” “사실 오늘 일이야 나나 레오군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지만, 하필 목격자가 많아서... 자넬 걔속 훈련 담당으로 두면 세실리아를 공격한 신수를 가만히 냅둔다는 말이 나올 거고, 그렇다고 자네와의 계약을 파기하자니 세실리아가 감당이 안되고...”
그런가. 날 계속 세실리아 담당으로 맡기고 싶었는데, 목격자들한테 해명하기가 난감하단 말이지?
귀족이니 소문 같은 것도 신경 쓰일 테니까...
끙, 나로서도 셀레스티아와 세실리아. 두 여자와 간단히 접촉 가능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은데. 어쩌지 이거?
“죄송합니다. 영주님. 제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행동했었어야 했는데...” “아니. 레오 군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오히려 세실리아를 위해서 그리 나서줘서 고맙네.”
그래 임마. 네가 좀 조용히 처리했음 이런 일이 없잖아.
...사실 내가 배빵만 참았어도 이런 고민을 할 일은 없었겠지. 크윽...
그것뿐만 아니라 세실리아에게 내 말불알 감촉을 잘 되새겨볼 기회를 줬을 텐데. 왜 그걸 못 참아서... 아이고.
어찌하는 게 좋을까. 이거...
“어머. 모두 모여서 무슨 일인가요? 알버트?”
갑작스럽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자,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귀부인. 셀레스티아가 들어왔다.
“어머? 세마. 당신도 있었군요.” “안녕하십니까. 셀레스티아 님...”
크윽, 오랜만이야 셀레스티아! 보고 싶었어!
근데 지금은 영주와 레오 앞인데다 골치 아픈 상황이라, 반갑게 끌어안을 수가 없구나!
“오. 갑작스럽게 폐관 수련을 하겠다더니. 다 끝났소 셀레스티아?” “네에, 일단은... 그런데, 무슨 일이죠?”
폐관 수련!? 연구나 훈련하는 곳에 짱박혔다 하더니, 그런걸 하고 있었다고!?
으음... 이거,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나와의 결투를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러고 보니 레벨은 일종의 상한치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었던가? 그럼, 52레벨이지만 반쯤 은퇴해서 약해졌던 셀레스티아가, 다시 강해졌단 얘기?
...시발 이것도 조졌구나. 차라리 뭔가 새로운 스킬 연구 같은 거였으면 편했을 것을.
“...아하. 그런 일이...”
뭔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천천히 알버트의 설명을 듣던 셀레스티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날 바라보았다.
끙... 내 암컷이나 다름없는 셀레스티아지만, 그래도 지금은 뭔가 좀 보기 힘드네.
이상하게도 이전과 달리 여유로운 표정이기도 하고... 왜지?
“...알버트. 이 건. 나한테 맡겨주겠어요?” “응? 당신에게?” “네에. 안 그래도 세마 씨에겐 부탁이랄까, 제안할 게 있었거든요. 그걸로, 처벌을 대신하고 싶네요.”
...그래도 이제 셀레스티아는 내 이름도 불러주고 존칭도 붙여주는구나.
세실리아에게 좆밥 몬스터 소리만 듣다가 저런 셀레스티아를 보니, 좀 감동이네.
“다른 사람들에겐 제가 처벌을 내린다고 알리면 되겠죠. 어떤가요?” “...당신이 그렇다면 괜찮은데... 헌데, 무슨 제안을 하려는 거요?” “후훗. 별일은 아니랍니다. 내기 같은 건데, 나중에 말해줄게요.”
흡...! 설마 날 도와주려는 거야? 셀레스티아!?
이리 감동스러울 데가... 한동안 안 보인다고 슬펐었는데! 과연 내 암컷 후보야!
“으음, 그럼 당신한테 맡기지.” “고마워요. 알버트. 레오 군. 당신도 그걸로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셀레스티아 백작 님.” “그래요. 그럼...”
그렇게, 오늘 일이 셀레스티아의 제안을 받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크흡, 셀레스티아...! 넌 이미 내 암컷이나 다름없구나!
오늘 마왕성에 찾아오지 않을래!? 진한 교미를 해 줄 테니까!
“그럼, 저도 기숙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영주의 집무실을 나와 복도를 걷다가, 레오도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가며 셀레스티아와 단 둘이 되었다.
드디어... 좋아. 오늘 일에 대해 셀레스티아에게 칭찬을 해 줘 볼까...
“...고마워 셀레스티아. 날 도와준 거야?” “어머. 돕다니. 착각이 심하네요. 이 몬스터.”
...읭?
“어디... 4일 후 주말에, 저번에 말했던 결투를 하도록 하죠.”
...뎃? 결투? 이 타이밍에?
“내가 이기면 오늘 세실리아의 일을 포함해, 당신을 이 라디아에서 추방할 거랍니다.”
...리얼? 날 도와주려던 것 아니었어?
“단단히 각오하고 나오도록 하세요. 이전과는 다를 테니. 쿡쿡... 드디어, 저 역겨운 몬스터를 이 라디아에서... 아하핫.”
셀레스티아를 끌어안으려다 멍해진 날 내버려 둔 채, 뒤돌아 서서 나에게서 멀어지는 셀레스티아.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웃으면서, 그렇게 날 내버려 둔 채 셀레스티아는 어두워진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