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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243화 (244/749)

Chapter 243 - 223화 - 아내에게 바치는 영주의 절망! (2)

“자, 자비...? 다, 당신 도대체 무슨 말을...”

어쩐지 몬스터를 마주한 것 같은, 자신의 아내에게서 풍겨오는 짐승의 체취.

수컷의 본능이 위기의 경종을 울리며, 이 위험을 피하라고 알버트에게 경고를 보낸다.

영주가 된 이후, 손에서 검을 놓은지 20년 가량이 지난 지금.

간만에 자신을 찾아온 위기의 순간을, 알버트는 빠르게 벗어났었어야만 했다.

“세, 셀레스티아...?” “쿡쿡...♡”

오랜 시간이 지나 몸이 굳었다 해도, 용사는 용사.

자신을 찾아온 위기에 대항하진 못하더라도, 몸을 피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한 순간 용사투기를 개방해 창문을 깨고 도망치는 것이, 알버트가 위기를 피할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그래도 자신의 아내란 사실 때문일까. 알버트는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고 있는 경고의 신호를 억지로 무시해 버렸다.

...아니. 사실, 알버트도 눈치채고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여자는, 더 이상 자신의 아내가 아니란 것쯤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질 않는다.

그 이유는... 어쩌면...

“풋...♡ 역시♡ 생각대로인 것 같아요. 세레스 언니♡” “후후...♡ 역시 그렇구나? 지금, 알버트는...♡” “네에. 그 수컷, 기대하고 있네요♡”

마치 자신들은 관전자라는 것처럼, 집무실 소파에 다리를 꼬며 앉아 알버트를 바라보는 두 여자.

그 중 금발의 여자. 성녀 클레아가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싹한 공포가 느껴지는, 검은 눈동자를 통해서.

평소에 눈을 감고 다닌 터라, 처음 목격하게 된 성녀의 눈동자.

가로로 긴 동공을 지닌 저 검은 눈동자엔 누구나 공포를 느끼겠지만, 지금 알버트의 몸이 떨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 짐승의 눈이, 자신의 뒤틀린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

표현할 수가 없는 오싹한 공포. 이미 알버트는, 짐승들의 표적이 되어버린 불쌍한 사냥감일 뿐이었다.

“아하핫♡ 역시 알버트♡ 내 기대를 저버리질 않네요♡” “세, 셀레스티아...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요...” “생각해보면, 당신은 언제나 늘 내 기대를 채워줬었죠. 그 덕에 내가 당신과 결혼할 생각을 한 거고... 뭐, 제일 중요했던 자지는 한심하기 그지 없는 고장난 실좆이었지만 말이에요♡” “여, 여보...” “쿡쿡...♡ 그런 당신에게, 선물이 있답니다♡”

키득거리면서,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알버트의 앞에 내려놓는 세레스.

책상 위에 올려진 그 서류봉투에, 천천히 떨리는 손을 내민다.

얼른 열어보란 듯한 세레스의 표정을 살피며, 그 봉투를 뜯어 나온 종이뭉치의 첫 장을 확인한 순간.

알버트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이혼, 하자는 거군...”

올 것이 왔다. 그러한 감정이, 알버트의 몸을 무겁게 짓누른다.

저 몬스터와 교미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이런 순간이 찾아올 거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아내를 만족시켜주지 못했으니까. 셀레스티아는 지금, 저 몬스터에게 빠져버렸으니까.

자신의 부인 셀레스티아는... 이제 저 몬스터의 암컷, 세레스 이니까.

“...알겠, 소... 당신이 바란다면, 어쩔 수 없...” “쿡쿡♡ 선물은 끝까지 확인을 해야죠♡ 알버트♡”

절망스러운 감정을 느끼며, 눈 앞에 놓인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하려고 펜에 손을 뻗던 알버트.

그런 알버트의 행동을 제지하면서, 세레스는 종이 뭉치의 첫 장에 있던 이혼 서류를 넘겼다.

“...!? 다, 당신, 지금 이건...!?” “쿡쿡쿡...♡”

이혼 서류 뒤쪽에 감춰져 있던, 도저히 맨 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 적힌 서류들.

그것들이 하나씩 책상 위에 펼쳐지면서, 알버트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다.

도대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자신에게 내민단 말인가?

“다,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요!? 이건 대체...!” “어머... 당연한 것 아닌가요? 알버트?”

무엇이 문제냐는 듯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자신의 ‘전’ 아내.

자신에게 그 풍만한 가슴에 부풀어오른 배를 밀착시키며, 하나씩 서류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나에게 영주 자리를 넘긴다는 영주 권한 양도 제안서. 왕실의 허가를 받아야 하긴 하지만, 내가 전전대 라디아 영주의 혈통인 만큼 별다른 문제없이 허가가 내려지겠죠♡”

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닌데. 세레스는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간다.

“사실은 주인님께 바치고 싶은 자리지만... 영주 자리는 귀족 작위가 있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마치 자신이 이미 영주 자리를 넘기는 것이 결정된 것처럼 말하는 세레스의 모습.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세레스는 다른 서류를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건 당신의 사유 재산을 모두 주인님께 넘긴다는 내용이 적힌 양도 서류에요♡ 내가 당신을 귀족으로 만들어 주었으니, 이혼 위자료로 재산을 챙겨가는 건 당연한 거겠죠?”

이혼의 원인인 아내가 말도 안 되는 위자료까지 챙겨가겠다는, 이기적인 짐승의 논리.

어처구니없는 이기적인 내용에, 도대체 무어라 말해야 하는 것인지 고를 수가 없다.

“이쪽은 주인님께 거역하지 않겠다는 각서♡ 그리고 이쪽은 영주 권한을 일부 대행하겠다는 업무대행 서류고...♡”

어느 정도 서류들을 확인하게 되자, 그제서야 알버트는 이 짐승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세레스와 이 짐승들은 지금, 자신을 세레스와 이혼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을 노예로 만들어, 부려먹으려 하고 있다...

“이건 세실리아의 양육과 친부 권리 포기서♡ 세실리아는 나와 주인님이 맡을 건데, 당신은 그냥 입다물고 지켜보기만 하면 된답니다♡”

딸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고.

“그리고 이쪽은 계약을 어기면 당신의 목숨을 빼앗는 마법이 적힌, 마법 계약서에요♡ 이런 마법 계약은 교회에서 해제할 수 있긴 하지만, 라디아 교회에선 절~대 해제해주지 않을 테니 안심해도 좋아요♡”

자신의, 생명까지 손에 쥐고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과 각서들에, 서명하고 따를 인간은 없다.

아무리 자신이, 세레스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해도.

아무리 자신이, 세레스와 이혼하게 되었다고 해도.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을 따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분명, 세레스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귀족이 되어 라디아의 영주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평민으로 되돌아갔으면 되돌아갔지, 이런 모욕을 겪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레스에게 따지려 든 순간, 세레스는 마지막 종이를 잡아 알버트의 눈 앞에 내밀었다.

“후후♡ 너무 힘들 것 같나요? 물론 보답도 있답니다♡ 자, 여기...♡ 당신이 계약대로 잘 일해주겠다면,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당신을 찾아와 그 고장난 성기를 만족시켜 줄 생각이거든요♡ 그것도...♡ 손이나 발 같은게 아니라, 직접 나를 써서...♡”

한 달에 한번. 이 짐승들을 따르는 대가로 포상을 준다는 내용이 적힌 묘한 내용의 각서.

그 내용을 본 순간, 알버트의 마음 속에서 스물스물 검은 것이 새어 나온다.

안 된다. 안 된다. 이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아무리 자신이 뒤틀린 파멸욕구를 가졌다고 해도, 이것만큼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시오... 아무리 당신과 이혼하게 되었다 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은 받아들일 수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파멸 욕구를 억누른 채, 고개를 내젓는 알버트.

인간으로서의 선을 지키고 싶은 알버트의 이성이, 짐승들의 제안을 거절해 버렸다.

하지만 짐승들은, 그 조차 예상했다는 듯이 키득거리더니...

“다, 당신...!?” “쿡쿡...♡”

세레스가 알버트의 바지를 벗기면서,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일단, 체험을 해 봐야겠죠♡ 마지막에 제안한 이 포상이, 얼마나 황홀할지를...♡”

준비되었다는 듯이, 허리를 뒤로 빼며 자신들을 쳐다보던 몬스터에게 시선을 보내는 세레스.

그 몬스터가 다가와 세레스의 허리를 붙잡은 순간, 알버트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너무 황홀해서, 정신이 망가지더라도 말이에요...♡”

이 짐승들과 짐승이 되어버린 자신의 아내는...

자신의 이성을, 사냥하러 온 것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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