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9 - 세실리아의 비밀 3
‘...굉장해...!’
도대체 무엇일까. 이 감정은.
눈 앞의 몬스터에게 공격을 이어나갈 때마다, 세실리아의 마음 속에서 묘한 즐거움이 커져만 간다.
물론, 아직 자신에게 얻어맞고 있는 이 몬스터에 대해 납득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호소하던 몬스터의 말과 표정이 그럴듯해서,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이 몬스터에 대한 판단을 미뤘을 뿐.
그리고 설령 이 몬스터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자신의 부모 사이에 그렇게 끼어든 불쾌한 존재라 가까워질 순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
어느새 몬스터에게서 느끼던 찝찝한 혐오감이 사라지고, 지금은 뭔가 순수한 감탄과 즐거움만이 가슴속에서 우러나온다.
이리저리 욕을 하긴 했었지만, 얼굴만 떼어놓고 본다면 저 몬스터의 육체는 확실히 여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근사한 육체임엔 틀림없었다.
인간에게선 볼 수 없는, 경외감마저 들 정도의 남성적인 근육.
처음엔 건방지게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한 저 몬스터를 기절시키려 했었는데.
지금 세실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이 몬스터의 근육을 확인해 보는 듯한 공격만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 하하...! 대단해! 정말 대단해!’
투기를 두른 자신의 공격을, 그냥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육체.
이런 경험은, 용사이자 자신의 약혼자인 레오 조차 시켜주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맨손이라지만, 약한 몬스터 정도는 내장을 파열시킬 정도의 공격일 텐데.
도대체 이 몬스터의 육체는, 어찌 이리도 단단하고 탄력적일까?
“하악...! 하악...! 학...!”
지친 상태에서 무리하게 투기를 끌어올리던 세실리아가, 결국 한계를 맞이해 몸을 비틀거린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아지랑이가 사라지면서, 들어올린 주먹을 휘두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세실리아.
“어, 으앗!”
- 털썩
웅크린 채로 세실리아의 공격을 받아내던 세마가 세실리아를 받아주려다가, 타이밍이 꼬이면서 제대로 받질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바닥에 누워버린 몬스터와, 그 몬스터의 몸에 안기듯이 쓰러져버린 세실리아.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는 것처럼, 세실리아는 몬스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헉... 허억... 하아...!”
머리까지 젖어, 땀에 절여진 것처럼 몸이 축축하다.
두 사람의 체온을 보여주는 듯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탄력이 넘치는 몬스터의 근육과, 젖어있는 세실리아의 신체.
몸이 겹쳐진 몬스터의 땀이 세실리아의 땀과 뒤섞여, 짐승의 냄새와 체액이 세실리아의 피부에 스며들어간다.
머릿속까지 채워지는 듯한, 농후한 짐승의 냄새.
처음엔 불쾌했던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어쩐지 묘하게 몸이 더욱 달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세실리아는, 더 없는 상쾌함을 느끼며 기분 좋은 피로감에 빠져들었다.
“하아... 하아...” “어... 저, 세실리아...?” “...진짜, 대단하네. 몬스터 주제에...”
피식 웃으며, 고개만을 움직여 몬스터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업신여기듯이 말했지만, 그 표정과 말투에선 전혀 불쾌한 감정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칭찬하는 듯한,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는 세실리아의 본심.
그것을 확인한 순간, 몬스터는 미소를 지으며 세실리아의 등을 쓰다듬었다.
“푸흐흐. 그렇지? 야. 근데 투기는 진짜 존나 아프더라. 장난 아니었어.” “그건 칭찬 아니거든? 아 존심상해... 내 투기가 아프다 수준이라니...” “...큭큭. 내가 우월한 수컷이란 거. 이젠 좀 알 것 같지?” “풉. 우월한 수컷은 무슨...”
인정하기 싫어서 내뱉는, 세실리아의 힘없는 반박.
그러나... 말로는 인정하고 있질 않지만, 세실리아의 본능은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투기까지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 몬스터에겐 멍 하나 만들지를 못했다.
검을 든다면 상처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이 몬스터의 몸을 토막 내거나 하진 못할 것이다.
아마 이 몬스터와 진심으로 싸우게 된다면,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이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묘한 패배감.
세실리아가 가진 암컷으로서의 본능이, 이 몬스터에게는 결코 이기지 못한다고 제멋대로 납득해 버렸다.
이런 감정. 평소의 자신이라면 기분 나빠야 할 텐데... 어째서일까.
이 패배감이, 몬스터에게 굴복해버린 암컷의 감정이.
세실리아는,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푸흐흐... 그래도, 스트레스는 제법 풀렸지?” “...그래. 생각보다 훨씬 더 상쾌한 기분이네.” “오. 우리 세실리아 영애님의 기분이 풀렸다니. 이거 가만히 얻어맞은 보람이 있는걸?”
정말, 이걸로 뭔가 악감정이 풀리기라도 한 걸까?
상쾌한 기분은 둘째치고, 왠지 모르게 이 몬스터의 웃는 표정이 기분 나쁘게 느껴지질 않는다.
“...하아, 못 움직이겠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기분 좋은 나른함.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지친 세실리아의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질 않고 달아오른 몬스터의 몸과 미끈거리는 마찰을 일으킬 뿐이었다.
그 애매한 꿈틀거림을 통해, 몬스터의 몸에 세실리아의 가슴과 탄력 있는 피부가 문질러지던 도중.
세실리아의 보지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몬스터가 입은 반바지를 뚫고 나와, 몬스터와 세실리아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세실리아의 달아오른 체온보다 뜨겁게 느껴지는, 두껍고 탄력 넘치는 말자지.
자신의 음부와 복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고기막대가 무엇인지를 확인한 순간, 세실리아의 표정이 새빨갛게 물들며 일그러졌다.
“...! 아니 진짜...! 야! 이 변태 새끼야!”
지친 몸이 일어나길 거부한 탓에, 자신의 아래에 깔린 말자지의 감촉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세실리아.
놀라움이 뒤섞인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오르면서, 손만은 움직여 몬스터의 가슴을 때리기 시작했다.
“진짜 뭐 이딴...! 야! 우리 어머님에 이어 나까지 노린단 거야 뭐야!?” “푸, 푸흡...! 아얏, 아파! 아니, 네가 내 위에서 몸을 문지르니 어쩔 수가...!” “뭘 어쩔 수가 없어!? 빨리 안 치워!?” “치우라고 치울 수 있는 게 아닌데! 푸힝! 야, 그렇게 꿈틀거리면 자극돼서...!” “꺄아악! 움찔거렸어! 기분 나빠!” “날뛰면 날뛸수록 더 자극된다고요 세실리아 영애님~” “아아아악! 싫어!!!!”
씨익 웃으며 미소 짓고 있는 몬스터와, 그런 몬스터를 때리며 소리지르는 세실리아.
어쩐지 묘하게 즐거운 듯한 두 사람의 투닥거림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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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완전히 탈진한 몸이 움직이질 않아, 몬스터에게 들린 채 방으로 옮겨진 세실리아.
몬스터가 내일 보자고 말하며 영주성을 떠나고 난 이후에야,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세실리아는 씻지도 않고 영주의 집무실에 찾아와 몬스터가 말한 것에 대해 알버트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마음 속 한 켠에서는, 오히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하지만 그런 자신의 기대감을 무너트리는 것처럼, 알버트는 자신의 물음에 웃으며 긍정해 버렸다.
“오오! 그래! 더 물을 건 없니!? 세실리아!?” “...아뇨. 괜찮아요. 그럼, 업무 하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하하하! 괜찮단다! 들어가 쉬려무나!”
무언가, 묘하게 과장된 듯한 이상한 태도를 보이면서.
뭘까. 아버지의 저 묘하게 들떠있는 듯한 모습은.
어쩐지 자신의 아버지의 눈이, 얼마 전과는 달리 퀭해져 있는 것 같은 건 자신의 착각일까?
마치 무언가 두려움까지 느껴지는 듯한 알버트의 모습에, 세실리아는 확인만을 마치고 도망치듯이 알버트의 집무실을 빠져 나왔다.
“...하아.”
자신의 방에 돌아와, 아직 피곤함이 남아있는 몸을 자신의 침대 위로 내던진다.
무언가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세실리아는 힘겹게 몸을 뒤집었다.
자신의 아버지조차 긍정해버린, 그 짐승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자신의 어머님과 그 몬스터의 관계는, 자신의 아버지가 허락한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물음에, 아버지는 너무나도 만족한다며 즐거운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당사자들이 받아들였다는데, 당사자들은 너무나 만족스러워 보이는데.
이제 자신이 반대할 명분조차 사라져버렸는데.
자신의 부모님이 그런 민망한 분들이란 걸 알게 되었는데.
그런데, 어째서.
마음 한 켠에선, 묘하게 안도감이 드는 걸까.
“......”
자신이 절대 이길 수 없을, 그 몬스터. 세마.
이제 그 몬스터를 미워할 명분이 없다.
난폭하고, 거칠고, 흉악하고, 징그럽고, 변태 같은 몬스터...
차라리 이전처럼 자신에게 난폭하게 대했다면 공포로 인해 미워했을 텐데, 오늘 그 몬스터는 미안하다 사과하며 자신에게 얻어맞아 주었다.
그리도 무섭고 싫던 몬스터인데. 그 몬스터를 좀 때린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풀려버리다니.
속이 뻥 뚫린 듯한 후련함과 알게 된 진실 때문에, 그 몬스터 세마의 인상이 다시 달라져 버렸다.
‘...하긴. 내가 아무리 맘에 안 드는 사람을 패고 다니긴 했어도, 오늘처럼 지칠 때까지 마음껏 힘을 쓴 적은 없었으니까...’
자신의 폭력을 이렇게나 받아주는 상대는, 여태껏 없었다.
용사인 레오조차, 다른 건 몰라도 체력은 자신보다 떨어져서 대련으론 뭔가 아쉽게 마무리 되었었으니까.
거기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그런 근육질의 몸을 때릴 때마다 느껴지던 탄력감.
마치 자신의 주먹을 튕겨내는 듯한 그 근육을 때리는 감촉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거기다, 그 녀석의 그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몇 시간 전 느꼈던 그 뜨거운 감촉을 떠올린다.
달아올랐던 자신의 신체보다, 더 뜨겁게 느껴지던 그 몬스터의 성기.
아직도 배에 남아있는 듯한 그 감촉이, 이상할 정도로 생생하게 떠오른다.
‘발에 닿았던 불알도 그렇고... 그렇게 크고... 뜨겁고... 불끈거려서...’
무엇일까. 이 기분은.
아랫배가 오싹 거리고, 그 몬스터의 흉악한 근육이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불끈거리는 몸과 거대한 성기를 가진, 몬스터.
그 몬스터가, 알몸으로... 발기한 채... 그 흉악한 근육을 불끈거리면서...
‘...내 배를 때리고, 짓밟고... 강간하려 든다면...’
눈 앞에 펼쳐지는, 몬스터에게 얻어맞고, 굴복해서... 머리를 조아린 자신의 모습.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순간,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핫! 미, 미친... 지금 무슨 생각을...”
머리를 흔들며, 멍이 새겨진 알몸으로 몬스터에게 절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떨쳐낸다.
이런 미친 생각을 하다니... 도대체...
‘...이건 모두, 아직 씻지 않아서 그 몬스터의 냄새가 남아있는 것 때문이야.’
씻으러 가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려는데.
몸에 베인 짐승의 냄새를 들이쉬는 세실리아의 육체는, 어째선지 그런 세실리아의 생각을 거절한다.
마치, 이 냄새를 씻어내기 싫단 것처럼...
땀이 마른 몸이 찝찝한데도, 일어서질 못하는 세실리아의 육체.
‘...그 크기, 아마... 이 정도...?’
일어나야 한다 생각만을 하며 일어나질 못하고 있던 세실리아에게, 짐승의 냄새가 다시금 몬스터의 성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의 배를 짚으며, 그 말자지가 들어오면 어디까지 올라올지 가늠해보는 세실리아.
자신의 가슴 아래 명치 부근을 짚어보면서, 다시 상상에 빠진 세실리아는 침을 삼켰다.
‘이런 곳까지...? 아니, 더...? 미, 미친. 넣을 순 있는 거야...? 어, 어머님은 대체 어떻게 그런 거랑...?’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받아들이는 게 불가능 할 것 같은 그 성기의 거대함.
거기다 그렇게나 두꺼운 성기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시, 시발... 죽는 거 아냐...? 그런 게... 그런 게, 들어온다면...’
도저히 상상이 되질 않는, 그 몬스터와 인간의 섹스.
상상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읏, 으흣... 으흐으읏...♡”
자신의 자궁을 거칠게 파고드는 그 몬스터와의 교미를 상상하면서... 세실리아는, 그대로 자위에 빠져버렸다.
짐승의 냄새에 휩싸여, 그 몬스터가 자신을 죽일 것처럼 거칠게 강간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세실리아.
세실리아는 레오가 찾아온 것도 모르고, 밤새 짐승의 냄새에 취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