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2 - 240화 - 생각하지 못했던 조우!
“꺄아아아아아아!! 쩔어어어!!”
말보르기니가 된 나의 등 위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세실리아.
마치 처음 오픈카를 타본 어린아이처럼, 내 등 위에서 환호하고 있다.
“푸흐흐. 한번 타봤었으면서 뭘 그리... 그렇게나 좋아?” “당연하지! 도시 밖으로 나오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 줄 알아? 사람들이 괜히 모험가를 하는 게 아니라구!”
...하긴.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이동수단도 마땅찮은 에센티아에서 굳이 밖을 돌아다니려는 일반인은 없겠지.
느릿하게나마 이동하는 상인들도 호위를 데리고 다니기 마련이고...
그런걸 생각해보면, 에센티아에 사는 일반인들은 살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는 일이 아주 드물겠어.
좀 부유한 인간들이면 모험가라도 고용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주 멀리 돌아다니는 건 좀 힘들 테지.
거기다 모험가가 된다고 해도, 어지간히 고레벨이 아니라면 도시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데만 수십 일이 걸리지 않을까?
고레벨일 경우엔 단 1~2분 이라도 투기를 두르고 달린다면,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아마 여행이 한결 수월해 지겠지.
그런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일반인에겐 에센티아가 썩 살기 좋은 동네는 아니겠어.
“거기다 난 어지간하면 밖으로 내보내주질 않았으니까! 몇 번 탐색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그럴 때마다 얼마나 잔소리를 하던지...”
푸흐흐. 영주 딸이라고 아주 특별 대우를 해줬었나 보네.
그래. 갑갑했겠지. 아무리 라디아가 강남구 서초구 같은 구 단위로 넓다고 해도, 평생 그 안에서 살려면 세실리아의 성격으론 참기 힘들었겠지.
이렇게 넓고 근사한 풍경을 놔두고, 어떻게 그런 도시 안에 갑갑하게 갇혀 있을 수 있겠어?
“하아~. 진짜, 엄청 빨라... 세마 오빠의 속도면, 정말 세상 전체를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하지. 이런 속도로 하루 종일도 달릴 수 있는데. 세계일주 쯤이야.” “...아~! 짜증나! 왜 길들일 수 있는 몬스터들은 이런 속도로 못 달리는 거야... 그럼 지금이라도 레오 오빠랑 같이 여행이 가능할텐데...” “푸흐흐. 신께서 나한테 특권을 주신 거 아니겠어? 우월한 수컷으로서 암컷들을 태우고 다니라고 말이야.” “......암, 컷...”
뭐, 예전에 리즈벳과 본 그리폰처럼 날아다니는 놈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상에선 내가 속도로는 거의 톱 클래스겠지?
무슨 폭주 기관차처럼 움직이는 이 다리인데, 흉내 낼 수 있는 몬스터가 많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으니까.
다만, 단순히 내 근육의 힘이라고만 보기엔 지속력이 무시무시한데... 상태창에 나오지 않는 뭔가라도 있는 걸까?
뭐 어쨌든, 내 암컷이 된다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까. 열심히 고민해 보라고. 세실리아.
약혼자를 버리고, 나만의 암컷이 되는 것에 대해 말이야.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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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실리아에게 은근슬쩍 내 암컷이 되는 것에 대한 장점을 어필하다 보니, 꽤 멀리 나와있는 모험가 무리를 마주쳤다.
13명인가... 뭔가 짐들이 많네. 거기다 따로 짐꾼 같은 사람도 있고.
하긴. 라디아에서 이 정도 떨어진 거리라면, 사람 발걸음으론 2~3일 정도는 걸리겠지.
더 먼 곳으로 가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저 정도로 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걸지도...
여태까지 본 모험가들도 대부분 짐을 왕창 싸들고 다녔으니까.
아마 저 파티는, 수십일 정도는 생각하고 떠나는 게 아닐까?
“이야. 신수님 아니신가요? 이렇게 뵐 줄이야! 반갑습니다!”
가서 얘기해보잔 세실리아의 요청에 따라 모험가들에게 다가갔더니, 다들 놀라다가 리더처럼 보이는 인물이 웃으며 다가왔다.
나이대도 그렇고 다들 꽤 경험이 있어 보이는데... 과연. 멀리 나가는 만큼 베테랑들 인건가?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절 보신 분도 있겠지만 지나가던 신수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라디르 네브 세실리아. 반가워. 모험가들.” “...!? 헉, 세실리아 님...!”
헉. 뭐야. 왜 무릎들을 꿇어!?
아, 앗...! 그러고 보니, 세실리아는 영주의 딸...! 귀족이었지!
간편한 차림새긴 하지만 나름 보석들도 달린 비싼 옷을 입고 있는데다, 날 타고 있으니 바로 알아보는구나!
그런 귀족들이 내 암컷이다 보니, 왕국이 신분사회 란걸 잊고 있었어!
“에이,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라디아도 아닌데, 뭐 하러 신분을 따져.” “그,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세에상에. 평범한 인간들에겐 신수인 나보다 세실리아의 신분이 더 충격적인 건가...
...하긴. 내 얼굴은 라디아에 살고 있으면 이미 본 얼굴이라 신기할 것 없겠지만, 귀족은 밉보이기라도 했다간 피곤해질 테니...
푸흐흐. 그런 귀족들이 내 암컷이라니. 어쩐지 내 콧대가 높아지는 느낌인걸?
“너흰 어디 길드야? 지금 어디 가는 길이고?” “네. 저희는 들판의 여행자 라는 길드입니다. 오우거의 심장을 구해달란 퀘스트를 받아, 그 퀘스트를 진행하러 가는 중입니다... 저, 세실리아 님과 신수 님은 어쩐 일로 여기까지...?” “아~. 우린 잠깐 바람 좀 쐬러 산책 나왔어.”
세실리아의 말에 뭔가 허망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모험가들.
본인들이 며칠 걸린 거리를 산책하러 나왔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법도 하지.
“오우거라... 다들 제법 하나 보네. 응. 멋져! 무운을 빌게!” “하하... 감사합니다. 설마 이렇게 이동하는 도중에 영애님께 격려를 받을 줄은...”
한참 걸어가야 할 모험가들을 붙잡고 있기 뭐해서, 이렇게 간단하게 잡담을 나누고 떠나려던 도중.
세실리아가 뭔가 떠오른 것처럼, 모험가들을 불러 세우며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히어로 이터로 추정되는 마물. 아직 모험가들도 별다른 수확은 없어?” “아. 그 마물 말씀이시군요. 계속 탐색 퀘스트는 걸려있긴 합니다만, 아직 모습을 본 모험가는 없는 모양이더군요.” “...그래...” “흔적도 거의 없는 상태라, 그 놈을 노리고 있는 길드는 없을 겁니다. 다들 퀘스트 도중 발견하는걸 기대하고 있겠죠. 저희도 그렇구요.”
걸려있는 액수는 크지만, 단서가 없으니 그 놈을 노리고 탐색하는 모험가는 없단 말인가...
하기야 그렇겠지. 나랑 세실리아도 그냥 구덩이 같은 흔적이나 보고 끝이었으니.
발자국도 없는 모양이던데... 그냥 누군가 만들어낸 흔적일수도 있겠는걸...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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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험가들과 헤어진 후, 슬슬 돌아가야겠다 싶어 라디아를 향해 달렸다.
흐음. 쪼오끔 아쉬운걸. 모험가들이 노상강도로 돌변해서 내가 세실리아를 멋지게 구하는 것도 기대했는데... 어이쿠. 이건 너무 쓰레기 같은 생각인가?
도시 밖에선 누굴 죽여도 거의 들키지 않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평범한 모험가들은, 그런 강도질은 하지 않나 봐.
뭐, 굳이 신수와 귀족을 적대하기 싫어서 일 수도 있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할지, 아니면 예상 외라고 할지...
“...마물의 흔적이 아닌 걸까? 아직도 발견이 안되다니...”
내가 모험가들의 양심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세실리아는 마물의 흔적에 대해 고민하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흐음... 히어로 이터... 사실 난 이제 딱히 급하진 않아서...
두 마리 잡고 용사도 세 명이나 정신붕괴 시켰으니, 에센티아의 멸망은 이제 시간 여유는 좀 있지 않겠어?
적당히 쎅쓰한 삶을 살다가 눈에 띌 때 잡으면 될 것 같은데, 세실리아는 왜... 아!
“푸흐흐. 레오와의 시간이 줄어서 아쉬워?” “어, 으... 응... 일단, 약혼자니까...”
푸흐흐. 일단? 일단이라고?
큭큭... 그래. 아직 레오의 호감도가 나보다 높다 이거지?
“푸흐흐. 그렇네. 레오의 탐색 업무가 끝나면, 세실리아는 레오랑 붙어있을 테니 나랑 놀 시간이 없겠지. 아 아쉬워라~.” “뭐, 뭐어... 세마 오빠도, 조금은 놀아줄 수 있거든?” “그래~?”
푸흐흐. 이거 고마워라. 약혼자의 탐색 업무가 끝나도 놀아주겠다니. 아주 감격스러운걸?
뭐, 본심은 내게 굴복하는 쾌감을 더 느끼고 싶은 거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세실리아. 이제 곧, 레오보다도 날 더 원하게 될 테니까.
“...어라? 저건...”
그렇게 세실리아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눠가던 도중, 멀리 라디아의 성벽과 함께 회색의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어허? 저건... 병사들?
아하. 라디아 근처를 탐색하고 있는 라디아 병사들이구나.
그럼... 레오도 있겠네?
“...저, 세마 오빠...” “푸흐흐. 그래. 우리 세실리아의 약혼자인 레오 오빠를 보러 가야지?” “......”
묘하게 어색한 세실리아의 반응과 함께, 병사들을 향해 달린다.
날 발견한 것인지, 대표처럼 나오는 몇 명의 병사.
“세실리아 님! 신수 님!” “단장! 레오 오빠!”
오, 뭐야. 모험가들처럼 무릎 꿇진 않네?
세실리아가 일단 병사단에 속해있으니 특별히 귀족 대우는 안 해주는 건가?
아무래도 상호존대를 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병사들 표정은 생각보다 나쁘진 않네.
흐음... 세실리아에게 휘둘린 병사도 있을 텐데, 그래도 귀여운 세실리아다 보니 그냥 받아주는 건가...
“뭐에요. 휴식 중 이였어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세실리아 님은, 어쩌다 신수 님과...?” “세마 오빠가 태워준다고 해서 잠깐 산책 좀 나갔다 왔어요.” “산책, 입니까...”
이거 병사단장 이란 아저씨. 어쩐지 좀 힘들어 보이는걸.
‘얌전히 있으라고 탐색에서 뺀 건데 산책이라니’ 라는 표정이야. 푸흐흐.
“아, 레오 오빠... 그, 힘들... 지?” “괜찮아. 산책은 재미있었어?” “으, 응... 그, 세마 오빠가 엄청 빨라서...”
음? 표정은 반가워 하고 있는데, 세실리아의 태도가 어쩐지 좀 묘하네?
아, 혹시 내 말자지에 봉사했던 기억 때문에? 푸흐흐... 이거 참.
뭔가 죄지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그래서야 금방 들키겠어. 세실리아.
“...오빠...?” “아, 으, 응. 요즘 친해져서, 말을 놓기로 했거든.” “그, 그래...? 으음...” “푸흐흐. 탐색은 어때? 잘 되고 있나?” “...별다른 성과는, 아직 없군요...”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워낙 흔적이 없으니까. 내일은 쉬는 날이지?” “...네. 셀레스티아 님께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 놀리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레오에게 묻는 나.
레오는 조금 눈썹을 움찔거리며, 내게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푸흐흐. 그래. 내 부탁이라고 특별히 들어준 휴식이니, 다들 편히...”
- 쿠우우우우우웅!!!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레오에게 더욱 거들먹거리며 건방진 말투를 이어가던 도중.
고막이 아플 정도로 커다란 굉음이, 내 말을 끊으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꺄아악!?” “뭐, 뭐야!!?”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커다란 굉음과,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흙먼지가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검은 무언가가, 새빨간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