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7 - 244화 - 우월한 수컷에겐, 굴복할 수 밖에 없어! (2)
“하아아아... 내가 무슨 짓을...”
훈련장에서 세마를 기다리면서, 세실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제의 일을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레오가 그대로인 이상 자신은 또다시 어제처럼 레오를 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 지나쳤었단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타인도 아니고 자신의 약혼자. 귀족의 딸인 자신이 그런 약혼자를 깔보고, 비웃고,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패버렸다.
여태까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남자들을 괴롭혔던 것처럼.
훗날 작위를 받아 부모님의 뒤를 이어야 하는 자신이, 약혼자를 반죽음으로 만드는 여자라고 소문이 난다?
작위를 얻는데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보다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얼마나 실망하실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아무리 자신에게 무른 부모님이지만, 그래도 이번엔 선을 넘었단 생각이 들어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태까지 선생들이나 병사들을 괴롭힐 때마다, 걱정과 실망의 눈빛을 보내며 야단치시던 두 분.
이번 일을 알게 된 부모님의 표정을 상상할 때마다, 불안함과 씁쓸한 감정이 가슴을 찔러오지만...
한 편으론, 그게 뭐 어떠냔 반항의 생각도 솟아오른다.
용사인데? 자신의 약혼자인데?
훗날 자신이 결혼할 수컷이, 그렇게 약해빠졌는데?
물론 스킬과 투기를 쓰면 자신보다 강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주먹조차 버티지 못하는 열등한 수컷과 무슨 결혼을 한단 말이지?
자신을 굴복시킬 힘이 없는 열등한 수컷과는, 결혼 따위 생각조차 하고 싶지가 않다.
레오가 정말 그런 열등한 수컷이라면, 앞으로 자신의 주먹을 버텨내지 못한다면.
그런 열등한 수컷은,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이나 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왜냐면... 열등한 수컷에겐, 그것이 기쁜 일일 테니까.
자신이, 우월한 수컷인 세마에게 얻어맞으며 기뻐하는 것처럼...
“...아.”
- 끼이익...
세마의 흉악한 몸을 떠올리던 도중, 훈련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죄 지은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기다리고 있던 그 소리에 깨끗하게 사라져 버린다.
오늘은 어떤 식으로 자신을 거칠게 다뤄줄까? 그 흉악한 육체와 어떻게 즐길까?
그런 생각에 더해 훈련 후 마시는 말정액의 황홀한 맛을 상상하자, 목 안쪽에서 타는 듯한 갈증이 세실리아를 기분 좋게 자극한다.
어제의 열등한 수컷과는 다른, 우월한 수컷과의 즐거운 시간.
기대감에 차올라, 세실리아는 조금이라도 빨리 우월한 수컷을 맞이하기 위해 벤치에서 뛰어내리듯이 몸을 일으켰다.
“세마 오빠! 늦었... 어...?”
세마를 향해 손을 흔든 순간, 세마의 옆에 있는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창녀나 입을 법한, 몸에 달라붙는 부끄러운 옷을 입고 있는 여자.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타이트한 바디콘 드레스에서, 고급스러운 광택이 더욱 색기를 더해주고 있다.
같은 재질의 장갑과 스타킹을 신은 그 모습은, 걸치고 있는 화려한 털 코트가 아니었다면 여자를 창녀 그 자체로 보이게 만들었을 터.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타이트한 바디콘 드레스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는, 여자의 배.
그리고 그런 놀라운 모습을, 자신의 어머니, 라디아의 영주 부인 셀레스티아가 하고 있다는 것...
“어? 어...? 어머... 님?” “후후...♡ 잘 지냈니? 내 딸 세실리아♡”
저 음란한 차림새는, 아직도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본 적은 있어 당혹스럽진 않다.
하지만, 저 드레스를 터트릴 것처럼 부풀어 오른 어머님의 배는... 도대체...?
어, 어어...? 다리 사이에서, 뭔가 본 적이 있는 액체가 흐르는 것 같은데...?
저런 커다란 배... 임신? 아, 아냐 그럴 리가... 어? 그러고 보면, 나도 말정액을 마시면 배가...
어? 어? 뭐야? 팬티 쪽에서 흐르고 있는 저 액체가... 세마 오빠의 말정액? 근데 배가 커다래?
“어, 어라? 어머님이...? 왜, 세마 오빠랑...?” “엊그제는 간만에 봤는데 제대로 얘기도 못 나눴잖니? 그래서 영주성에 온 김에, 네 모습도 볼 겸 주인님과 어떤 훈련을 하는지 참관하러 왔단다.” “...네? 어? 아, 아니 그보다, 어머님... 그 배는, 설마...” “아아... 이 배 말이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커다란 배를 쓰다듬는 세레스.
키득거리는 미소와 함께, 자신의 딸에게 부끄러움 없는 태도로 말했다.
“쿡쿡...♡ 놀라게 했나 보구나? 별 것 아니란다. 그냥 방금 전까지 주인님과 교미를 해서, 주인님의 말정액을 자궁 안에 가득 담고 있을 뿐♡”
세레스의 미소와 함께, 그녀의 팬티 사이로 누런 말정액이 조금 뿜어져 나온다.
그 광경을,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쳐다보는 세실리아.
곧 머리를 부여잡으며, 힘이 빠진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으, 아아아... 정말, 어머니임...!”
방금 전까지, 부모님이 실망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던 세실리아.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 세레스의 모습을 본 순간, 자신이 왜 그런걸 걱정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회의가 몰려왔다.
약혼자를 패버린 자신도 자신이지만, 딸에게 부친도 아니고 불륜 상대와의 성관계 사실을 저리 떳떳하게 밝히는 어머니라니.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어, 자신이 레오를 때린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뭐 하시는 거에요! 성 안에서, 도대체 무슨...” “후후...♡ 우월한 수컷이신 주인님께선 때와 장소를 가리시지 않는단다. 주인님의 암컷인 내가 주인님의 성욕을 만족시켜 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잖니?” “아아악!! 그, 그만! 주인님이라니! 암컷이라니이!! 어머님이 세마 오빠한테 그런...!”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목격하고 싶진 않았던 세레스와 세마의 관계.
그것을 세레스의 입으로 전해 들은 세실리아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았다.
세마를 주인님이라 부르며, 저 부끄러운 차림새로 성기에서 말정액을 흘리며 돌아다니다니. 도대체 두 사람은 무슨 플레이를 하고 있단 말인가.
현실을 부정하며 눈과 귀를 막는 세실리아를, 세레스는 키득거리며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으, 으으...! 세마 오빠아...! 진짜, 뭐 하는 거야... 누가 변태 아니랄까 봐...” “푸흐흐. 미안. 설마 세레스가 우리 훈련을 보고 싶다고 할 줄은 몰랐어.” “미쳤어 진짜...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후후... 세실리아.”
세마를 원망하는 세실리아의 말을 끊으며, 쭈그려 앉은 세실리아에게 다가가는 세레스.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에, 세실리아는 몸을 움찔거리며 자신의 어머니를 올려다 보았다.
“무저항인 레오를, 열등한 수컷이라고 부르면서 마구 때렸다고 하던데?”
미소를 유지한 채, 세실리아를 내려다보는 세레스.
그 순간, 세실리아는 가슴이 철렁이며 당혹스럽던 머릿속이 싸늘해진다.
“아, 아아...! 어머님, 그게, 어찌 된거냐면요...!” “역시 내 딸이구나. 아주 바람직한 행동이야♡” “네, 제가 바람직한... 네?”
변명거리를 찾으며 당황하던 도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칭찬을 듣게 된 세실리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가 싶어, 멍하니 세레스를 바라보았다.
화를 내는 표정은 아니다. 세레스의 저 표정은, 진심으로 자신을 칭찬하고 있는 표정.
어째서...? 자신의 마음은 어쨌건, 일단 잘못을 저질러 버렸는데. 어째서 칭찬을...?
“레오가 무슨 짓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네가 보기엔, 레오가 열등한 수컷으로 느껴질 만한 일이었겠지?” “어, 어...? 네, 네에...” “그래. 그거란다. 세실리아.”
커다란 배와 폭유를 출렁거리면서, 몸을 숙여 세실리아를 끌어앉는 세레스.
세레스의 것인지 세마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비릿한 짐승의 냄새가, 세실리아의 코를 자극했다.
“열등한 수컷 따위는, 전혀 배려할 필요가 없단다...♡ 암컷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수컷 따위, 살아있을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들일 뿐이니까...♡” “...어? 그, 그런...” “레오가 열등한 수컷으로 느껴졌다고?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취급하면 돼♡ 샌드백으로 다루든, 장난감으로 다루든...♡ 죽어도, 문제없는 쓰레기들이니까...♡” “...에? 아...?” “자연에서 열등한 수컷이 도태 당하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너는 아무 걱정 말고,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수컷들을 대하도록 하렴♡”
너무나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세레스의 목소리가, 세실리아에게 속삭인다.
어지러울 정도의 짐승의 체취. 그리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것들이 조금 뜨겁게 느껴지는 세레스의 체온과 함께, 조금씩 세실리아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약혼자이든 뭐든 전혀 신경 쓸 필요는 없단다♡ 중요한 것은, 네게 어울리는 수컷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것...♡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네... 그렇, 네요...” “다만... 이것 하나 만큼은 명심하렴. 세실리아.”
끌어안은 세실리아에게서 조금 떨어져, 세실리아와 마주보는 세레스.
오랜만에 마주보는 어머니의 미소에, 어쩐지 사악함에 베여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암컷이라면, 우월한 수컷에게 기쁘게 복종해야 한다는 것...♡” “...복, 종...” “그것이, 설령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우월한 수컷이라면, 머리를 조아리고 굴복하는 것이 암컷의 의무♡” “의, 무...” “열등한 수컷에겐 배려 따위는 하지 말고 네 마음대로 하렴♡ 하지만...♡ 널 지배해 줄 우월한 수컷이 누구인지, 그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면...♡”
비릿한 짐승의 냄새가, 머릿속을 기분 좋게 어지럽힌다.
어머니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가슴에 스며드는 것처럼 파고든다.
어째서일까. 오싹한 감정이 스물스물 새어 나오는 것 같은데, 그 오싹함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허락에, 세실리아의 마음 속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던 무언가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 때는, 그 우월한 수컷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복종을 맹세하는 것을 잊지 마렴♡ 세실리아♡” “...네! 어머님♡”
자신이 원하고 있던 것에 대해, 미소 지으며 허락을 내려준 어머니.
미안함을 느끼던 어머니가 허락을 내렸는데, 이제 약혼자이건 뭐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자신은 이제, 암컷으로서 복종을 맹세할 우월한 수컷을 찾아 그를 기쁘게 섬기면 되는 것이다.
무언가 오싹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흐르면서, 마치 억압에서 해방된 듯한 상쾌함이 전신에 퍼져나간다.
어쩐지 비릿하게만 느껴지던 짐승의 체취가, 조금씩 달콤한 향기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세레스의 뒤에 있던 몬스터를 확인한 세실리아는,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려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