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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278화 (279/749)

Chapter 278 - 254화 - 놀이터에선, 즐겁게 놀아야지! (2)

‘...갑갑해...’

눈과 귀를 가렸을 뿐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갑갑한 걸까.

갑갑함을 풀어보려 숨을 들이쉬어 보지만, 무언가 몸이 떨리는 듯한 오싹함이 레오를 더욱 갑갑하게 만든다.

이 숨막히는 갑갑함은, 단순히 눈과 귀가 막혀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숨쉬기가 버거울 정도로 다양한 냄새들이 레오를 질식시키려는 것처럼 짙어지고 있으니까.

창고에 들어온 듯한 지하의 축축한 공기.

자신을 이끌고 있는 바니걸에게서 느껴지는, 화장품으로 인한 짙은 여자의 냄새.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태우는 듯한, 어지러운 연기의 냄새까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답답한 지하의 공기에서 레오를 가장 아찔하게 만드는 것은...

마치 몬스터들의 날숨만으로 호흡하고 있는 듯한, 너무나도 짙은 짐승의 냄새.

묘하게 후덥지근한 공기의 온도와 함께, 이 정체 모를 냄새들이 레오를 왠지 모르게 두렵게 만든다.

여긴 뭐 하는 곳일까. 세실리아는 갑자기 어디로 가버린 거지?

도대체 왜... 마치 도축장에 끌려가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 드는 걸까?

“...자. 다 왔어요. 이쪽으로.”

귀를 막던 귀마개가 벗겨지면서, 미칠 것 같던 답답함에 간신히 구멍이 생긴다.

왜 안대는 풀어주지 않는 걸까. 그리고, 세실리아는?

뭔가가 커다란 것이 앞에 있는 것 같은데, 왜 샐리라던 이 여자는 자신을 그쪽으로 이끄는 거지?

“저... 여긴 도대체 뭘 하는 가게입니까? 그리고, 세실리아는...” “쿡쿡... 소추답게 참을성이 없으시네요. 세실리아님은 금방 나오실 테니, 이쪽에 와서 기다려 주세요♡” “...네? 저, 방금... 처음에 뭐라고...” “후후♡ 자, 얼른♡”

무언가 당황스러운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더 큰 당황스러움에 말이 나오질 않는다.

레오의 옆에 달라붙어, 반강제로 레오를 끌고 가는 색기 넘치는 여자.

보이진 않지만 느껴진다. 가슴 골이 드러나는 바니걸 복장을 입고 있던 그 여자가, 자신의 팔을 그 가슴골에 밀착시키고 있다는 것을.

도대체 무엇을 하는 가게이길래, 연인도 아닌 자신에게 이렇게 달라붙을 수 있는 걸까?

부끄러움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코를 찌르는 화장품의 냄새와, 그것을 압도하는 짐승의 냄새.

어느새 레오는, 여자가 시키는 대로 벽을 등지고 있었다.

“자. 여기서... 이렇게, 팔을 올리고 계세요.” “...? 저어...” “네. 딱 좋아요. 그렇게 가만히... 쿡쿡♡”

- 철컥!

여자가 시키는 대로 십자가 자세로 팔을 벌리고 있던 도중, 금속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레오의 손과 발에 무언가가 채워진다.

평범한 사람은 절대 풀지 못할 것 같은, 손과 발 전체를 감싸는 묵직한 금속의 느낌.

열등한 수컷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처형대’ 였다.

“...!? 지금 뭘 하는 겁니까!?” “곧 세실리아 님이 나오실 테니까. 그대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용사니까 온 힘을 다하면 부술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세실리아 님이 용서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무, 무슨...!? 여기, 도대체 무슨 가게입니까!? 뭘 하는 곳이길래 이런...!?” “후후...♡ 여기 말인가요?”

자신을 데려온 여자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뿐만 아니라, 어느새 다른 여자들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긴, 가게 같은 곳이 아니랍니다♡” “...? 그, 그럼...?” “훗날에 만들 장소를 미리 꾸며본, 임시 장소 라고 할까요...” “이, 임시...? 도대체 뭘 하는 장소이길래...?” “쿡쿡...♡ 아직까지 눈치를 못 채다니...♡”

묘하게 레오를 비웃는듯한, 여자들의 키득거림.

레오를 데려온 여자가 또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가와, 귓가에 살며시 속삭인다.

“열등한 인간 수컷들을 가지고 노는, 암컷들의 ‘놀이터’ 랍니다♡” “...놀이...터...?” “정확하게는, 도축장에 가까울까요? 쿡쿡...♡ 아. 세실리아 님이 나오시네요♡”

암컷들의 놀이터. 그리고 도축장.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무언가 오싹한 공포가 레오의 등골을 스치고 지나간다.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느낀 레오였지만...

“얏호~♡ 기다렸어? 좆밥 레오♡”

그 본능을 막는 세실리아의 즐거운 목소리가, 무언가 팽팽한 파열음과 함께 들려왔다.

“세실리아! 대체 여긴...!?” “성급하긴...♡ 어차피 시작되면 알게 될 테니까 얌전히 있어 봐♡”

아직도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레오를 바라보는 세실리아.

지금 그녀의 복장은, 방금까지의 간편한 복장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앞과 뒤가 끈으로 조여져 있는, 광택이 빛나는 재질의 본디지 의상.

눈이 가려져 있는 것만 아니었다면, 채찍을 든 세실리아의 모습을 보게 되어 레오는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가슴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상의. 골반에 걸쳐지는 팬티 같은 하의.

팔꿈치 위까지 올라는 갑갑해 보이는 장갑과, 상의에 가터벨트로 이어진 가죽 스타킹.

그리고 그 복장을 완성시키는 듯한, 높은 굽의 하이힐까지.

열등한 수컷을 가지고 놀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암컷의 모습이었다.

- 철썩!

준비되었다는 듯이 세실리아가 바닥에 채찍을 내려치자, 가축들이 이 공간에 쳐져있던 천을 걷는다.

아직 다채롭진 않지만, 날카롭고 위험해 보이는 다양한 놀이 도구들이 갖춰진 이 공간.

눈이 가려져 있지만 않았더라면, 레오는 이 공간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서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공간에 둘러져 있던 천이 사라지자,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던 가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급조한 듯한 좌석들에 앉아있는, 50여명 정도의 가축들.

그리고 거기서 가장 특등석 같은 곳에 앉아있는 3마리의 음수가, 세실리아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세실리아 님께서 선보이시는, 첫 도축의 시간입니다♡” ““꺄아아♡””

즐거워하는 듯한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지하에 울려 퍼진다.

마왕성의 지하 한 켠에 마련된 임시 도축장.

그 안쪽에서 주인공처럼 서있는 세실리아와, 눈이 가려진 채 속박되어 있는 불쌍한 수컷.

세실리아를 실망시킨 수컷에 대한 처벌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음수이신 세레스 님의 따님이시자, 저희들을 이끄실 새로운 음수 후보! 라디르 네브 세실리아 님 이십니다♡” “아아♡ 세실리아 님♡” “보통은 처음이라 떨릴 텐데, 어떻게 저리 당당하실까요?” “멋져라...♡ 내가 남자였다면, 당장에라도 짓밟아 달라고 매달렸을지도♡”

어느새 사회를 보던 가축이 세실리아를 소개한 순간, 가축들이 세실리아를 우러러보며 일제히 작게 고개를 숙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져서, 처음 보는 가축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세실리아.

이미 그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도취감에 취해있었다.

“그리고 이쪽은... 쿡쿡♡ 무~려 용사라고 하던가요? 세실리아님을 실망하시게 만든 열등한 수컷! 헌트 레오 입니다!” “풋... 푸훗...♡” “킥킥... 용사래...♡” “그래 봤자 인간 수컷일 뿐. 어차피... 쿡쿡♡”

세실리아를 소개하던 목소리와는 달리, 비웃는듯한 목소리로 레오를 소개한 사회자 가축.

소개가 끝나자 마자, 레오를 비웃는 듯한 암컷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파악이 되질 않아, 혼란스러워하며 멍하니 그 웃음소리를 듣는 레오.

왠지 모르게 자신이 움츠러드는 듯한 묘한 감정이, 레오의 가슴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 자, 잠깐, 무슨...!!?” “킥킥♡ 자, 얌전히~♡” “움직이면 안돼요♡ 열등한 수컷 용사님♡ 쿡쿡...♡”

그 감정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도 전에, 레오의 바지를 보조자 같은 가축들이 능숙하게 풀어 헤친다.

속박된 상태라, 무언가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팬티까지 내려져 버리는 레오.

수많은 가축들 앞에서, 발기조차 안된 작디 작은 레오의 성기가 드러나 버렸다.

“풋, 아하핫...!” “세상에...♡ 뭐야? 저거?” “발기는 안한 모양이지만, 여기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크기라니...” “아주 훌륭한 용사의 성검이네♡ 과연 용사야♡ 킥킥...♡” “역시 인간은...♡ 쿡쿡쿡...♡” “저래서야 번식할 자격이 없네♡ 역겨워♡” “도태 인남충 그 자체야♡ 얼른 세실리아 님의 처벌을 보고싶어♡”

많은 가축들이 레오의 성기를 확인하면서, 눈물날 것 같은 비웃음을 흘린다.

뜻은 잘 이해되질 않지만,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끼고 있는 레오.

여자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 더 수치심이 몰려왔다.

지금 저 여자들이 어떠한 얼굴을 하고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고 있을지...

그것을 상상하며 답답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레오는 왠지 모르게 몸에서 자꾸만 힘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풋, 푸훗...♡ 여,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직 도축장은 임시로 급조한 장소인 만큼 많은 것을 할 순 없는 상태입니다! 오늘은 세실리아 님께서 스트레스 해소를 겸해, 시범 처벌을 보여주실 거랍니다♡”

함께 레오를 비웃던 사회자가 목소리를 다듬으며, 다시 사회를 이어나간다.

“다만! 오늘은 시범이기도 한데다, 세실리아 님께서 자비로우시게도 저 수컷에게 기회를 주시기로 해서! 특별한 룰이 적용됩니다! 감사하도록 하세요♡ 한심한 실좆을 가진 열등 용사님♡” “뭐, 뭐...?” “그 룰이란! 세실리아 님께서 내시는 세실리아 님과 관련된 퀴즈에 저 레오가 대답하는 것! 불과 3문제만 맞춘다면 레오는 구속이 풀리고 세실리아 님과 교미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세상에! 열등한 수컷에게 이 무슨 굉장한 기회죠!?” “!?” “퀴즈는 세실리아님이 더 낼게 없으실 때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단! 틀릴 때는 각오를 해야겠죠!? 틀릴 경우 세실리아 님의 처벌과 함께! 세실리아 님께선...♡ 쿡쿡♡ 여러분이 아시는 우월한 말자지! ‘그 분’ 과의 교미를 즐기실 예정입니다♡” “그게 무슨...!? 자, 잠깐, 세실리아...!!”

세실리아를 부르짖는 레오의 다급한 목소리.

그 다급함을 비웃는 것처럼 키득거리면서, 세실리아는 채찍을 잡아당기며 레오를 안심시켰다.

“킥킥...♡ 걱정하지 마♡ 내 퀴즈를 못 맞추면, 그냥 커다란 딜도로 자위하겠단 말이거든♡ 레오 네 실좆이 아니라♡ 킥킥...♡” “뭐, 뭐라, 고...!?” “나랑 교미하고 싶다면, 내가 내는 퀴즈를 맞추면 되는 거야♡ 못 맞추면 나는 흉악하고 커다란 딜도랑 교미하면서, 레오 널 괴롭힐 거고♡ 어때? 간단하지?” “그, 그게 무슨... 도대체, 왜 그런...”

이 장소가 무엇을 위한 장소인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왜 굳이 세실리아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퀴즈 3문제? 몇 문제나 낼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세실리아의 약혼자인 내가 그 정도도 못 맞출까 봐?

세실리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쿡쿡...♡ 뭐어, 그냥... 게임이야♡ 게임♡”

세실리아의 눈빛이 싸늘하게, 레오의 성기를 향한다.

“그냥 교미하게 된다면, 왠지 재미없잖아? 그래서 좀 색다르게 게임을 준비해본 것뿐이야♡”

세실리아의 입가가, 레오의 성기를 비웃는 것처럼 올라간다.

“내 스트레스 해소로만 끝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머리를 열심히 굴려봐♡ 레오♡”

채찍을 바닥에 내려치면서, 또각거리는 하이힐 굽소리를 울리며 이제 시작할거란 듯이 레오에게 다가가는 세실리아.

“물론, 너에겐 패배만 있는 게임일 뿐일 테지만 말이야...♡”

그녀가 작게 내뱉은 사악한 목소리를, 레오의 귀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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