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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296화 (297/749)

Chapter 296 - 271화 - 거슬리는 방해물들!

“그럼 잘자렴. 아들.” “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아들이 잠드는 것을 지켜본 리안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조용히 방을 나와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동안 정신을 차리질 못할 정도로, 열이 가라앉질 않던 리안나의 아들.

그 열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자, 리안나는 간신히 몸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디노는? 잠들었어?” “...응. 방금.”

거실로 나와 남편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긴장이 풀렸던 리안나의 몸에 다시 긴장이 찾아온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식탁에 앉아있는 남편의 모습.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가지만, 차마 남편의 모습을 무시하지 못한 리안나는 한숨을 내쉬며 남편의 앞에 마주앉았다.

“...역시, 아이한텐 엄마가 필요해.” “......” “리안나... 아예 일을 하지 말란 소리가 아니야. 그냥 집안일에 집중하다가, 여유로울 때 가끔 가게에 나오면...” “너무해. 당신... 내가 이 일을 하려고 얼마나 공부해 왔는지 알면서...” “알지. 알아. 의상 디자인 공부하다 당신을 만났는데. 내가 그걸 모르겠어? 하지만...”

며칠 전부터, 조금씩 리안나와 그의 남편 모렌 다리오의 관계는 조금씩 삐꺽이고 있었다.

4대째 이어져 내려온, 일상복 전문점을 물려받은 다리오.

비싼 옷을 취급하는 건 아니지만 제법 훌륭한 가게를 이어받은 그에겐, 평범함을 넘어 파격적일 정도의 여성복을 취급하려 하는 아내의 행동이 영 내키질 않았다.

한때의 취미 정도로 끝나겠거니 했건만, 아예 가게까지 낼 정도로 몰입하던 리안나.

언젠가는 끝내겠지 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가게를 그만두게 한 순간, 어디서 신수라는 인연을 만나 취미 수준으로 파격적인 여성복 제작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심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며 납득하고 있던 리안나와 다리오.

그런 상태에서 다리오가 리안나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말한 순간, 두 사람에게 마찰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봐. 우리가 아이를 신경 써주지 못하니까 이렇게 되는 것 아냐.” “돌아가면서 신경 써 주면 되잖아. 왜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일단, 가게가 있는 내가 돈을 벌고...” “당신만 돈을 벌어? 나도 돈 번다구!” “재료비는 비싸고 한 달에 몇 벌 팔리지도 않는 옷인데! 어떻게 그걸로 가계를 책임진다 그래?”

말하면 말할 수록, 두 사람의 목소리는 높아져 간다.

옷을 만든다는 일에 대한 자부심. 그런 자부심이 가득한 두 사람은, 분명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좋은 연인처럼 보였지만...

대중들을 위한 일상복과 특정 집단의 취미용 옷이라는 다른 영역에 있는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 것처럼 어긋나고 있었다.

“나도 할 수만 있으면 당신 맘대로 하게 해주고 싶지! 하지만, 디노가 저런데! 당신은 엄마 없이 지내는 디노가 불쌍하지도 않아!?” “내가 신경을 안 써!? 디노를 챙기고 있는 건 늘 나잖아!” “문제가 없었으면 나도 굳이 당신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안 해! 하지만...! ...알잖아. 요즘 디노가 어떤지...” “......”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 모두 일을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맘에는 안 들지만 본업으로 삼는 게 아니라면 취미 정도로 넘어가 줄 수 있었고, 아내 역시 그런 남편을 배려해서 참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주변 아이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들이, 물에 젖은 채 혼자 집안에서 쓰러진 것을 발견한 순간.

이 부부는 맞벌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누군가의 꿈이 접혀야 하는 상황에 부딪치게 되었다.

“...당신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우리 세 가족 먹고 사는 건 충분하고도 남아... 오히려 평민 중에선 상류층이지. 가게 수입 만으로도.” “...그렇지만, 난 이 일에 인생을 바쳤는데... 내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일인데...” “알아... 당신이 상을 받고 후원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당신의 디자인을 인정받아서니까. 하지만 그래도, 대중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면 그건 가치가 없어...” “...! 가치가 없다니, 어떻게 그런 소릴...! 흑...!”

아무것도 없던 평범한 여자가, 유일하게 가치를 인정받았던 파격적인 디자인.

그 때문에, 더욱 거기에 집착하던 리안나.

하지만 지금, 결국 자신이 그만둬야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아무리 일이 중요해도, 어린 아들의 지금 상황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보람찬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튼튼한 집안의 기둥 역할인 남편이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아내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다리오 역시, 이런 식으로 아내의 꿈을 정리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씁쓸했다.

흐느끼는 아내와, 그것을 씁쓸하게 지켜보며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남편.

“......엄, 마...”

자신들의 뒤편에서, 어린 아이가 어머니의 흐느낌을 듣고 있다는 것을 부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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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나가 결근한 날로부터 어느새 3일.

그냥 확 리안나의 집에 찾아가려다가, 그래도 리안나에겐 좋은 것만 경험시켜 주고 싶단 마음에 그냥 가만히 리안나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덕분에 개점한 가게들을 살펴볼 여유가 있었지... 후후...

뭔가 3일동안 내 말자지를 본뜬 딜도를 만들거나 말정액을 안 쓴 신제품의 맛을 보거나 하는 등 내 암컷들의 실험상대가 되어준 느낌인데... 이건 내 착각이겠지?

거기다 내 음수들이 몇몇 여자들도 데리고 왔었는데, 이젠 가축들이 늘어서 이미 내 가축이 된 암컷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된단 말이야? 푸흐흐...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날 섬기는 가축이 늘어나면 나쁠 것 없으니까.

이제 리안나만 오면 되는데... 이제 아들이 다 나았다고 들었으니, 오늘은 출근을 해주겠지?

어쩌다 아들이 3일 넘게 아팠는진 모르겠지만... 날 기다리게 한 만큼 네 엄마는 내가 오래도록 데리고 있을 테니까. 그런 줄 알라고 리안나 아들.

- 딸랑...

누군가가 들어온 것을 알리는, 가게 문에 걸린 종소리.

왔구나! 리안나! 보고 싶었어!

오늘은 세실리아의 옷만 만들고 리안나랑 놀아야겠지! 이제 가족 따윈 생각나지 않게 만들어 줄게! 리안나!

“리안나 누나아아아아! 왔구...!” “......어머. 세마야.”

뭐야. 이 누나.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

헉... 설마, 아들이 뭔가 잘못되기라도 한 건가?

끼야아아악...! 안돼에에에...! 그러면 뭔가 작업 걸기도 애매한 상황이잖아...!

“누, 누나?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으응. 그게...” “호, 혹시 아프다던 아들이 어디 잘못되기라도 했어? 클레아를 보냈어야 했나!?” “...후후. 성녀님이 아무에게나 치료를 해주면 안되잖니. 아이는 다 나았어.” “그, 그런데 표정이 왜...” “으음... 나중에 말할 게 있으니... 그때 말해줄게.”

쓸쓸한 표정으로 웃으며, 옷을 갈아입으러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는 리안나.

이게 뭐지... 저런 쓸쓸한 표정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역시 아들 때문이겠지 저건? 끄아악...! 그냥 열이 난단 얘기에,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클레아를 안 보낸걸 이렇게 후회하게 될 줄이야! 리안나를 못 본다고 너무 심술 부렸어!

다른 사제들은 몰라도 수녀 가축들과 클레아는 에세르도 빵빵해서, 그냥 아이 한 명 치료하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으으... 미안해 리안나... 설마 아들이 그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어...

“크흐윽... 아들이 그렇게 아팠던 건가... 이래서야, 리안나를 노리는 것도 좀...” “으음... 리안나의 감정은, 조금 다른 것 같던데요?” “...응? 그래?”

아들 걱정중인 리안나를 건드리긴 좀 미안해서 한숨을 쉬던 도중, 뒤에서 클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 클레아의 마안이라면 어느 정도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아들 걱정이 아니야?

으음? 그럼 왜지. 왜 저런 표정을...

“왠지 집안에 일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이던데... 세실리아의 옷을 부탁하면서 살며시 물어보는 게 좋겠네요.”

같은 유부녀의 촉일까? 잠시 생각하던 세레스가 의견을 건넨다.

그래. 뭐, 물어보면 알겠지... 항상 밝던 리안나가 왜 갑자기 저리 됐는지 말이야.

...왠지 모르게 방해 요소가 많은 것 같은 건 내 착각이겠지?

쓰읍. 안돼. 아무리 방해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리안나는 이미 내 음수가 되는 걸로 결정되었다고.

날 거부감 없이 도와준 포상을, 마음껏 누리게 해 줄 테니까 말이야.

조금만 기다려. 리안나. 네가 뭐 때문에 슬프던 간에, 그 슬픔을 싹 날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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