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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299화 (300/749)

Chapter 299 - 274화 - 거슬리는 방해물들! (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꼭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고 했던가.

“왜지? 완벽한 계획이었을 텐데...!”

하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지...

칠흑 같은 어두운 공간. 눈 앞에 펼쳐진 우주같은 공간을 바라보면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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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우우우우웅!!

“푸흐으...! 이, 이 돼지 새끼가...!” “꾸이이이익!!”

이젠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 히어로 이터의, 어금니를 붙잡고 부들거리는 나.

- 퍼엉! 펑! 콰직!

“오빠한테서 떨어져! 이 돼지 새끼야!!”

그런 히어로 이터의 옆구리에 리즈벳과 세레스가 쏜 마법이 쏟아지고, 반대편에선 세실리아의 검이 히어로 이터를 난도질한다.

앞서 모험가들에게 당한 것과 더불어, 검은 형체가 너덜너덜 해지는게 확연해 보이는 히어로 이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어로 이터의 밀어붙이는 힘이 날 밀어내고 있었다.

도대체, 이 돼지 새끼는...! 이전의 우로보로스 같은 미친 크기도 아닌데 힘이 이전보다...!

이렇게 너덜너덜 해졌으면서 클레아의 축복을 받은 내 힘을 넘어서다니?

우로보로스 수준은 아니지만 갑자기 커진 것도 그렇고, 도대체 어디서 뭘 쳐먹고 왔길래 이래!?

====================================================================== 이름 : 칼리돈 – 히어로 이터 종족 : 해[亥] 레벨 : ??? 칭호 : 멸망을 불러오는 자 나이 : ??? !@#$% : 14명 ======================================================================

...!? 뭐지, 저 깨진듯한 글자에 있던 인원 수, 이전엔 한자리 수 아니었어?

이놈이 덩치가 커지고 힘이 늘어난 게... 혹시, 저거 때문인가?

“끼에에에에에에엑!!” “으흡!!” “오빠아!” “주인님!!” “괜찮아! 리즈! 말박이를 던져!”

저 거대한 몸으로 난동을 부리면서, 가져다 붙인 듯한 손으로 날 붙잡는 히어로 이터 칼리돈.

위기감을 느껴 붙잡은 어금니를 꽉 붙잡자, 그 어금니가 부러지면서 내 거대한 몸이 숲 안으로 날아간다.

날 걱정하는 내 암컷들의 목소리에 대답하자, 내가 떨어지는 곳에 정확하게 말박이를 배달해주는 리즈벳.

땅에 착지하며 말박이를 받아낸 후, 그대로 날 향해 달려오는 칼리돈을 향해 파쇄격을 날렸다.

- 쿠우우우웅!!

땅을 울릴 정도의 충격이 가해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 밀어붙이는 칼리돈의 돌격.

그대로 말박이를 붙잡고 있는 내 몸이 계속 밀려난다.

이런 미친... 방금 타격 정도면, 머리가 으깨져야 정상아냐?

손맛이 확실했는데 그걸 씹고 오히려 날 밀어내다니? 이런 너덜너덜한 몸 상태로 어떻게...

“야! 오빠한테서 안 떨어져!?” “이...! 이젠 쓸모도 없는 실패작 주제에...!!”

칼리돈의 발 아래에 깔리는 세레스의 얼음. 날아오는 리즈벳의 불덩이와, 클레아의 버프를 받아 빠르게 달려오는 세실리아.

...그래. 발악하곤 있지만, 이놈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걸레짝이 되어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옆구리. 이젠 부러져서 위압감조차 주지 못하는 어금니.

저 괴기한 팔을 허우적대며 날아오는 불덩이와 얼음을 쳐내고 있지만, 이젠 그 팔조차 너덜너덜하다.

리즈벳의 속박과 세레스의 얼음을 무시하며 날 밀어내던 힘도 점점 약해지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왠지 모르게 이 전투가 즐거워서, 점점 내 몸에 힘이 넘쳐흐르고 있어!

“푸흐...! 얌전히, 뒈져! 뒈지라고!!” “꾸익, 끽, 꾸이이이이익!!”

칼리돈의 머리에 파쇄격을 연달아 날리자, 그 머리에서 마치 피처럼 느껴지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래. 얼마 안 남았어. 이제 이 놈은, 이대로 나와 내 음수들의 경험치가 되는 거야!

뒈져라! 이 덩치만 큰 샌드백 새꺄! 이 마왕님의 경험치가 되는 걸, 기쁘게 여...

“주인님!” “오빠! 뒤!” “어, 어...!?”

갑자기 내 뒤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빛.

“이런, 미친놈이...!”

내 뒤에서 빛을 내뿜는 차원문이, 날 끌어들이는 것처럼 일렁거린다.

이 미친 돼지가...! 이대로 도망치려고...!

아니, 아니지. 이건... 이 놈이 도망치려는 것 보다...

“꾸익, 꾸에에에에엑!!”

날 저기다 집어넣으려고!? 이, 이 새끼!?

“끄으압...!! 이, 이...! 이 새끼, 갑자기 힘이...!!”

내 말발굽을 땅에 박아 넣듯이 힘을 주지만,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내 몸.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바로 밀려날 것만 같은 무거운 무게가, 날 압박한다.

“...! 아, 안돼...! 읏, 주인님...!”

온 힘을 다해 칼리돈을 묶고 있는 듯한, 리즈벳의 신음소리.

하지만, 땅에 박혀있던 내 말발굽이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밀려나면서...

““주인니임!!””

내 몸은, 차원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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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긴 어디야 도대체...”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자, 마치 우주에 있는 것 같은 어두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뭐야. 이 버그 걸린 게임 맵 같은 이상한 공간은...

바닥은 있긴 하지만, 이것도 무슨 깨진 듯한 이상한 바닥이고...

이런 공간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아. 우로보로스 한테서 도망치던 그 던전. 그때 부서진 벽 안쪽이 딱 이런 느낌이었지?

으음... 어쩐지 좀 친근한 느낌이 드는 공간인데... 난 이런 곳 온 적도 없는데. 왜지?

...모르겠네. 그냥 내 착각인 건가... 아니, 그보다...

“아오 씹...! 이 병신 같은 말발굽...!”

그래! 이 말발굽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밀려나진 않았을 텐데!

아오! 암만 내 근력이 강하다지만, 그렇게 덩치로 밀어대니 버틸 수가 없잖아! 손은 손톱 정도만 좀 무섭게 생긴 사람 손이면서, 발은 왜 아직도 말발굽인데!

이젠 말대가리 인 것보다 이 말발굽이 더 짜증나!

“하... 하다못해, 그 돼지처럼 다리라도 4개였으면...”

그래... 나도 말보르기니 폼이었으면, 암만 말발굽이어도 버틸만한 다리 힘은 됐었을 거야.

근데 그랬으면 팔이 없어서 그 놈 돌진에 튕겨나갔겠지... 하아...

짜증나네. 어디서 그런 거지같은 팔을 달고 와가지곤...

하아... 여기, 어떻게 빠져나간다?

“리즈... 클레아... 세레스랑 세실리아...”

무사하겠지? 아니, 무사해야 돼!

내가 빠지긴 했지만, 그 놈도 거의 다 잡은 상태였으니 내 음수들이라면 위험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 문제는 여길 빠져나가는 것 뿐인데... 어디로 나가야 하는 거지?

“어디로 달려야 하나... 응?”

깨진 타일 같은 바닥을 살피며, 빠져나갈 곳을 찾던 도중.

뒤를 돌아보자, 어두운 배경이 밝게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구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이 세상의 부정한 것들을 모두 모아둔 듯한, 검은 진흙 덩어리 같은 구체.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아득한 거리감이 아니었다면, 저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행성?”

자세히 보면 조금씩 빛이 보이는, 어두운 배경.

이 우주 같던 배경이 진짜 우주일거란 생각이 든 순간, 저 거뭇한 구체도 행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저 행성은 뭐길래 저렇게 불길한 검은색이지?

바다 같은 것도 없고, 그냥 새까만 행성이라니... 도대체 뭐로 이루어진 행성이길래?

행성 주위에 뭔가 불길한 느낌이 일렁이는 것 같은데... 왠지 마물들이나 히어로 이터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 같은 느낌인걸. 으으 불길해라.

“......꿀꺽.”

그래... 불길해야... 하는데...

뭘까, 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은.

저 행성을 본 순간, 왠지 모를 흥분과 함께 묘한 감정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아.

이건... 그리움? 친근함? 뭐야, 도대체 왜 이런 기분이...

“후우우... 하아...!”

뭐야. 뭐야. 왜 이렇게 몸이 떨리는 거야.

미치겠네. 왜 이렇게 손이 근질근질하지? 왜 이렇게 다리가 떨리지?

왠지 모르게 막 날뛰어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뭐야. 이 흥분은.

으아... 나 지금 발기까지 한 거야? 어느새 튀어나온 거야 내 말자지는?

이럴 틈이 없는데. 한시라도 빨리, 내 음수들에게 돌아가야...

“후욱, 훅...! 후욱...!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으아아 씨발!”

아 썅! 그 씨발 돼지 새끼! 그 새끼 때문에, 내 암컷들과 떨어져 버렸잖아!

시체로 기어 붙인 듯한 되다만 돼지 새끼가! 감히, 지 좆대로 날 내 암컷들과 떨어트려놔!?

그딴 놈한테 힘으로 밀려나다니...! 겨우, 다리 한 짝 더 달려있는 것 때문에...!!

나도 다리 한 짝 더 있었으면, 다 죽어가는 돼지새끼한테 그런 식으로 힘에서 밀리진 않았어!

으아! 그냥 존나게 쎈 몬스터 형태를 찾아볼걸! 이 되다만 인간형이나 되어버려서, 이딴 망신을...!!

“다 죽어가던 주제에! 감히 나한테! 죽인다! 죽여버린다 그 돼지 새끼!!”

갑갑하다. 몸에 걸친 이 쓸모도 없는 갑옷이, 이렇게나 갑갑한 거였다니.

망신스럽다. 쥐뿔도 도움 안 되는 인간형을 고집한 대가로, 이런 망신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이야.

화가 난다. 이 내가, 그런 돼지 새끼한테 한 방 먹었다고?

범하고 싶다. 얼른 그 돼지 새끼들 쳐 죽이고, 내 암컷들과 교미하고 싶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달려나간다.

출구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눈에 보이는 묘한 것을 따라 몸이 저절로 달리고 있다.

저 검은 행성에서, 조금씩 저 머나먼 어디론가 흘러나가고 있는 저 검은 기운.

왠지 모르게 그 끝에, 출구가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죽인다!! 그 더러운 대가리, 마구 짓밟아서 터트려 버리겠어!!!”

달리려면 말보르기니 폼이 되는 게 나을 텐데, 그런 것조차 잊고 마인폼으로 달리는 내 육체.

나는 이 순간, 내 몸이 조금씩 검은 연기에 휩싸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흥분한 상태로 두 팔을 거칠게 흔들며, 깨져있는 듯한 이상한 바닥을 달려나가던 도중.

어느새 말발굽이 달린 4개의 다리로 달리고 있던 나는, 출구 같은 빛을 마주하고 손을 뻗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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