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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15화 (316/749)

Chapter 315 - 289화 - 라디아에 불어오는 타락의 바람! (2)

“실패한 주제에 이제 와서 보고라니, 이 무능한 놈들...” “아무래도... 사망한 동료들 뒷수습을 하고 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쯧.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대형 길드를 알아봤을 것을...”

히어로 이터 토벌을 실패한 모험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에비드 자작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짜증난단 듯이 인상을 구겼다.

단순히 실패했단 것 때문에 짜증난 것은 아니다. 실패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번 일은 그저 신수만 아니라면 좋다는 생각으로, 적당히 대형 길드들의 분위기를 올려보기 위해 시작한 것 이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후원한 푸른 늑대는 길드장이던 용사의 사망으로 해체. 거기다 생존자를 구하고 히어로 이터를 토벌한 것이 그 신수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모험가들 사이에선 어지간한 용사보다 신수가 낫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다, 소수의 귀족들 사이에선 과연 영주가 주목할 만 하다는 둥 하며 흐름이 이상해지고 있다.

그 신수와 이상해진 영주 일가를 몰아세우기 위해 가볍게 분위기를 만드는 첫 시작이었는데. 오히려 크게 도와준 셈이 되어버리다니.

에비드는 꽤나 길게 보고 있던 계획을 머릿속에서 지우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에 피곤함을 느꼈다.

“짜증나는군 정말... 그 미친 모녀를 계속 내버려 둬야 한다니...”

왠지 모르게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납덩이가 매달린 것처럼 무겁다.

며칠 전부터 이상한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에비드 자작은, 영주 일가를 몰아세울 계획을 다시 생각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피곤하게 느껴졌다.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이상한 권태감.

어떻게든 이 무기력함을 몸에서 내쫓기 위해, 에비드는 다시 아내가 사온 거북한 맛의 차에 손을 뻗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다리고 있는 푸른 늑대 모험가들은 어떻게 할까요?” “이제 와서 보고 할 게 뭐가 있나?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텐데. 변명이나 하면서 자기들 좀 챙겨달라는 얘길 하러 온 거겠지. 그냥 위로금이나 좀 주고 내쫓...” “후우... 얘기는 좀 들어봐도 되지 않을까요? 여보?”

무언가 불쾌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면서 들려온,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

찻잔에 뻗던 손을 거두고, 에비드는 자신의 아내 아리나를 바라보았다.

“...요즘 담배 안 피는 모습을 볼 수가 없구려. 아리나.” “어머. 당신은 모르겠지만 요즘 라디아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답니다. 향이 참 좋지 않나요?” “끄응...”

아리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진한 연기의 냄새를 맡은 순간, 에비드는 몸에서 힘이 더 빠져나가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자신과의 나이차가 제법 나는 젊은 아내. 그런 젊은 아내의 유희이라고 생각해 가만히 내버려 두었던 저 담배.

저런 담배가 유행하고 그 향이 좋다고 느끼는 것을 에비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풀을 태우는 메케한 연기의 향. 그리고 뭔가 오싹하게 느껴지는 비릿한 냄새.

마치 몬스터 우리에 들어온 듯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온 집안에 비릿한 향이 베일 정도로 강렬한 냄새인데.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젊은 아내의 취향에 고개를 흔든 에비드는, 멈췄던 손을 움직여 찻잔을 쥐었다.

“그런데... 모험가들은 왜? 무슨 일 있소?” “수 년간 필요한 몬스터 소재를 구해주던 그들을 필요 없어졌다고 만나주지도 않는다니. 너무 매몰차잖아요. 그것도 여자들 셋만 간신히 살아남았다는데.” “끄응... 어차피 하인들과 만나던 이들인데, 뭐 하러 굳이...” “그간 고생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당신, 그렇게나 매몰찬 사람이었나요?” “아. 알았소. 알았어.”

아리나가 내뿜는 담배 연기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에비드는 옆에 있던 비서에게 모험가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나이 든 비서도 연기가 답답했던 것인지, 에비드의 지시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후 방을 빠져나갔다.

단 둘이 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차를 들이키는 에비드.

요즘 따라 화장이 진해지고 옷 매무새가 조금 변한 아리나가, 그런 에비드의 시선에 미소를 보이며 더 농밀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제가 사온 차 맛은 어떤가요? 여보? 집 안의 여자 하인들은 아주 좋아하던데...” “...으음. 난 아직 잘 모르겠군... 이게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차라고? 당신이 몸에 좋다고 해서 계속 마시긴 했지만...” “...후훗♡”

최근 아리나는 담배를 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던 차들을 폐기하고 이 이상한 맛의 차를 고집하고 있었다.

그런 아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시고 있긴 했지만, 에비드에겐 이 차는 도무지 맘에 안 드는 이상한 맛으로만 느껴졌다.

무언가 역하게 느껴지는 비릿한 향. 그리고 목에 들러붙는 것처럼 느껴지는, 비리고 텁텁한 맛.

몸에 좋다는 말 때문에 억지로 마시고 있긴 하지만, 마실 때마다 가슴 속에서 불안감이 새어 나오는 듯한 묘한 느낌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았다.

‘...아무래도 내 차는 앞으로 따로 준비를 해야겠군...’

집안의 소소한 것들은, 젊은 아내의 취향에 따라 주려고 하던 에비드 자작.

앞으로 마실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며, 손에 든 찻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차를 기울인 에비드는, 불쾌한 맛에 눈을 감느라 확인하지 못했다.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는 아리나가,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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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 내가 전에 봤던 그 모험가들이 맞나?” “...후훗. 네. 맞습니다 자작님.” “...하아. 나 참...”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세 명의 여자를 보며, 에비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얼굴을 보면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는 얼굴들인데, 그녀들의 모습이 푸른 늑대 10여명이 모여있었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피부를 과하게 드러낸 천박한 옷 차림새. 그리고 드러난 피부에 그려져 있는 불쾌한 문신들.

마치 자신들이 창녀라고 광고를 하는 것 같은 세 여자 모험가의 모습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민망한 모습이다.

‘아무리 천하고 자유분방한 모험가라지만, 정도가 있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그녀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모두 사라지면서, 에비드는 혀를 차며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후... 뭐, 그래. 의뢰 실패에 대해 보고하러 온 모양인데, 이미 다 들어서 알고 있네. 약간의 위로금을 줄 테니 그거 받고, 우리 자작가와의 거래는 여기까지 인걸로 하지.” “아뇨. 저흰 보고 같은걸 하러 온 게 아닙니다.” “변명은 됐네. 난 바쁘니 남은 건 여기 내 비서와...” “저흰 당신을 처벌하러 온 거랍니다. 자작님♡” “변명은 됐다니... 뭐?”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눈을 감은 채, 이마를 짚으며 의자에 기대고 있던 에비드 자작.

모험가들에게서 들은 말에 놀라 눈을 뜬 순간, 옆에 있던 노 비서의 머리가 붉은 피를 내뿜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신의 양부모나 다름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자작가를 섬겨 온, 자신의 심복.

그 노년의 남성의 몸이 피를 내뿜으며 바닥에 쓰러진 것을 본 순간, 에비드는 충격에 휩싸여 책상 밑으로 숨으며 외쳤다.

“이, 이 미친 년들이!? 호위병!! 이년들을 잡아!!”

밖에 있을 호위를 찾으며 책상을 뒤지는 에비드 자작. 그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족의 저택은, 평민들의 집에 비해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위험한 사태에 대비한 다양한 보안 마법은, 귀족 저택에는 필수적으로 갖추어 지는 것.

사람을 죽일 정도의 마법은 분명 그 보안 마법들 중 하나에 차단될 텐데. 어찌 이리도 간단하게 이루어 졌단 말인가?

당황하며 서랍 어딘가에 박혀 있을 값비싼 방어 마도구를 꺼내려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분명 넣어두었던 그 마도구가 보이질 않았다.

“...푸훗. 그 안에 있던 마도구는, 이미 제가 치웠답니다. 당신.” “아리나 당신도 내 곁으...! ...뭐, 뭐라고?”

자신의 아내도 곁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내를 부르려던 에비드 자작.

하지만 키득거리는 아내의 웃음소리에, 책상을 뒤지던 에비드의 손이 굳는다.

지금 자신의 아내가 무슨 말을 한 것인가? 멍하니 책상 너머를 살핀 순간, 마치 모험가들과 한 패라도 되는 것처럼 함께 있는 아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다, 다, 다, 당신!? 지금 뭘 하는 거요!?” “고마워요 마리나♡ 늙어 빠진 쓰레기 하나를 처리해 줘서♡” “고맙긴요. 주인님이 오시니까, 청소는 확실하게 해 둬야죠♡”

자신의 말을 무시한 채, 아리나는 마치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모험가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눈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뒤, 같이 마도구를 돌려 쓰면서 불을 붙이는 4명의 여자.

그 모습을 확인한 에비드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리나!!? 지금 이건 당신이 꾸민거요!!?” “풋♡ 내가 꾸민 일은 아니지만... 그래요. 보안 마법을 해제하거나 호위병들을 물려 둔 건 저랍니다♡” “미, 미친 거요!? 당신, 도대체 왜!?” “후우...♡ 뻔뻔하긴...♡ 자기가 죄를 지은 것도 모르고♡”

모험가들과 함께 키득거리며 담배 연기를 내뿜다가, 입고 있던 드레스를 답답하단 듯이 풀어 헤치는 아리나.

드레스 안에 입고 있던 것인지, 아리나의 복장이 순식간에 타이트한 바디콘 드레스로 변했다.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드레스. 그와 동시에 드러난, 아리나의 몸에 새겨진 문신.

에비드의 눈에, 그녀가 곁에 있는 모험가들의 일원이 된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다, 당신... 어째서...” “주인님. 영주님께서 찾아오셨... 꺄아악!!?”

도저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아내를 쳐다보던 에비드.

그러던 도중, 무언가를 알리려 온 하녀 한 명이 시체를 보고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악!! 시, 시체!!? 누, 누구...! 읍...!” “자. 조용히. 귀족을 섬기는 하녀라면 목소리를 높이면 안되죠?” “헉, 허억...! 아, 아리나 님...?” “나가서 세레스 님과 주인님을, 아~주 정중히 모시고 오도록 하세요. 알아 들었나요?”

하녀의 입을 막은 후, 싱긋 웃으며 찾아온 손님을 모셔오라고 말하는 자작 부인.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단 것을 깨닫고, 벌벌 떨던 하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하녀를 지켜본 후, 책상에 숨어 떨고 있는 에비드를 바라보는 아리나.

“자. 당신...♡ 당신에게 벌을 줄 분께서 오셨어요♡” “버, 버, 버, 벌이라니... 아리나. 도대체 무슨...” “쿡쿡...♡ 정말, 기억력도 쓰레기 같네요 당신은♡ 지금 누가 오신 거냐면 말이죠...♡”

모험가들과 함께, 에비드를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악하게 키득거리는 아리나.

방 안에 가득한 비릿한 향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에비드에게, 아내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방 안에 가득 채워진 짐승의 냄새. 자신의 몸에서도, 그 짐승의 냄새를 풍기면서.

“감히 주제도 모르고 설쳐댄 당신을 벌하실, 마왕님께서 오셨답니다♡”

4마리의 가축은, 자신들의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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