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2 - 305화 - 넓혀져가는 짐승의 영역! (2)
“정~마~알! 마리엘! 얼른 준비해! 늦으면 그 히스테리 노처녀가 또 잔소리 할거야!” “아, 알았어 케이트... 근데, 그렇다 부르다가 막달레나 수녀님께 들키면 더 혼날 거야...” “괜찮아! 지금 성녀님 호출 때문에 성녀님한테 갔으니까! 그보다, 얼른!” “으, 응!”
양초를 가방에 담으면서, 저를 재촉하는 케이트.
오늘은 막달레나 상급 수녀를 따라, 케이트와 함께 미사용 소성전에 미사 준비를 하러 가는 날 입니다.
교회 한 곳에 모두 모이기엔 라디아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소성전들이 라디아 곳곳에 퍼져있습니다.
라디아에는 그런 소성전이 전부 12곳.
주말에만 쓰이는 그 장소들 중에서 한 곳만 준비하면 되지만, 그래도 제법 거리가 있는 소성전에 다녀오는 것은 조금 시간이 필요한 일 입니다.
단순히 미사 준비뿐만 아니라 청소 등도 마쳐야 되기에, 점심 시간이 지나서 출발하는 오늘은 꾸물대다간 저녁시간까지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오늘 상급자는 막달레나 수녀. 준비가 미흡하기라도 하면 어떤 호통을 들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케이트. 지금 막달레나 수녀는 무슨 면담을 하고 있을까? 이후엔 우리도 면담이라던데...” “글쎄? 또 이상한 업무지시 때문에 부르는 거 아닐까? 성녀가 되신 이후로, 뭔가 이해 안 되는 일들을 하시잖아. 남자 사제들만 골라서 파견 보내는 것도 그렇고.”
사실 소성전 준비는 매주 하는 것이기에, 시간에 맞춰 움직이면 오늘처럼 급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수녀들이 클레아 성녀님과의 개인 면담이 있는 날. 저와 케이트가 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면담 때문입니다.
“...말 나와서 말인데, 클레아 성녀님... 성녀가 되신 이후로, 뭔가 이상해지시지 않았어?” “...조금, 분위기가 달라지시긴 했어...”
작년에 성녀가 되신 클레아 성녀님은, 원래 저희 라디아 교회에 소속된 상급 수녀 이셨습니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감지능력에 의존하며 생활하시던, 조용한 성격의 클레아 수녀님.
성법은 뛰어나셨지만 불편한 눈 때문에 성녀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그런 클레아 수녀님이 성녀가 되어서 돌아왔을 땐 상당히 놀랐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뀐 성녀님의 분위기.
부드러운 태도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성녀님을 뵙고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다들 오싹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보다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성녀님에게서 농후하게 느껴지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고혹적인 향기였습니다.
향기라기엔 너무 강렬하고, 냄새라기엔 묘하게 마음이 끌리던 그 향기.
짙은 그 냄새를 맡고 있으면, 다들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멍해져서 이상한 기분이 되는 것 같다며 성녀님이 쓰는 향수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었습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 바뀐 성녀님의 분위기와 향기가 괜찮은 것은, 수녀들의 대표로 뽑힌 안젤라 수녀님과 몇몇 수녀들뿐인 모양이었습니다.
“조금이 아니지! 이상한 업무지시는 둘째 쳐도, 도대체 그 망측한 성녀복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케이트. 목소리가 커...” “다들 똑같이 생각한다고! 마리엘! 교회 대표자가 그런 부끄러운 복장을 입고 다니는데, 넌 이상하지도 않아?” “그야... 이상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성녀가 되기 전엔 몸가짐에 신경 쓰셨던 분인데. 그 과감한 노출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굳이 멀쩡한 성녀복을, 모험가 활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개조하셨다고 하시던 성녀님.
눈이 안 보이는 것 때문일까요? 바뀐 성녀복의 노출이 얼마나 과감한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성직자가, 그것도 성녀가 굳이 모험가 활동을 하겠다는 것도 이해가 안가. 그것도 그런 흉악한 몬스터와 함께라니...” “잠깐, 케이트. 호칭!” “...신수, 세마 님이랑 함께라니. 이해가 안가.”
클레아 님과 함께하는 신수 님의 호칭은, 수녀들 사이에서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실수로 클레아 님 앞에서 몬스터라는 말을 꺼냈던 수녀가, 클레아 님께 피가 날 정도로 뺨을 얻어맞은 뒤 보름간 차가운 독방에 갇혀있었으니까요.
더욱이 그 수녀님은 가장 나이가 많으셨던 고령의 수녀.
그런 분을 너무 심하게 질책하시는데도, 옆에 있는 안젤라 수녀까지 당연한 처벌이라고 말하니 아무도 성녀님을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남자 사제들이라도 있었다면, 누군가 나서주었을 텐데...
하지만 남자 사제들은 히어로 이터의 위협를 쫓는단 명분으로, 다들 먼 곳에 파견된 상태.
얌전한 성격이 많은 수녀들 중에선, 처벌을 각오하고 성녀인 클레아 님께 직언을 올릴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나마 신수님의 호칭만 주의하면, 클레아 님이 화내시는 일은 딱히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죠.
왕국은 신수라고 해도 크게 대우해 주는 곳이 아닌데. 클레아 님께서 왜 그렇게 신수님을 우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얼마 전엔 신수랑 그쪽 길드원들과 함께 몸에 문신까지 새기고 왔던데... 말하기 부끄러운 그 소문이, 혹시...” “...에이, 설마...” “아아! 정말!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엊그제까지 뜯어고치던 저 교회 건물도 그렇고! 클레아 성녀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말하기 부끄러운 소문. 그것은, 수녀들 사이에서 은근히 퍼지고 있는... 신수님과 성녀님이, 남녀간의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네. 물론 그야... 신수도 이성을 가진 존재이니,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죠.
실제로 신수가 많은 수왕국 쪽에서는, 신수와 사랑에 빠진 인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마 신수님은... 인간의 모습이 될 수 있는 다른 신수와 달리, 인간의 모습도 아니시고...
무엇보다... 그렇게나 흉흉한 기운과 함께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외모를 가지고 계신데...
물론, 흉흉한 기운은 둘째치고 몸의 근육만 본다면 멋지다는 수녀들도 제법 계시긴 하시지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연 괜찮은 걸까요 그게...?
“...그러고 보니, 공사하던 건 뭘 고친 걸까? 교회 건물은 크게 바뀐 게 없는데...” “하아. 몰라~. 쓸데없이 예산 낭비나 하고... 내 생각에 클레아 성녀는, 얼마 못 가지 않을까 싶어~.” “케이트. 그건 너무 무례한 말이야...”
엊그제까지, 클레아 성녀님은 인부들을 불러 교회 건물 어딘가에서 공사를 진행했었습니다.
듣기로는 교회의 낡은 부분을 개수했다고 들었는데... 시끄럽게 진행되던 것 치고는, 교회 건물에서 크게 바뀐 부분은 없었습니다.
인부들은 꽤나 여기저기 올라가거나 마도구를 쓰거나 했었는데. 도대체 어디를 고친 걸까요?
내부도 크게 바뀐 곳이 없었는데... 공사 중엔 절대 오지 못하도록 막으시고...
성녀가 된 클레아 님의 행동은, 요즘 이런 식으로 이해 안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아~ 모르겠다 정말... 근데, 막달레나 수녀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면담은 15분에서 20분 정도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러게... 이렇게 오래 걸리면 우리들 면담이 끝나면 소성전 준비하러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아 싫어... 저녁 시간에 늦으면 딱딱해빠진 빵밖에 없잖아... 그냥 아예 늦어서 내일로 미뤄졌으면...” “왜 굳이 번거롭게 한 명씩 부르는 걸까... 그냥 앞에서 기다리게 하면 될 걸...” “정말이야. 하여간 이해가 안 된다니까... 응?”
케이트가 얼굴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말하던 도중.
멀리서 오전에 면담을 한다던 바네사 수녀가 저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케이트 수녀. 당신 차례랍니다. 성녀님의 방으로 가세요.” “어라? 막달레나 수녀님이 아니라, 왜 바네사 수녀님이... 지금 막달레나 수녀님 차례가 아니었나요?” “...후훗. 막달레나 수녀님은 지금, 조금 다른걸 하고 있을 거에요.” “뭐야... 면담만 하는 게 아니라 또 뭐가 있는 거에요? 무슨 일이었어요? 바네사 수녀는 면담하고 왔죠?” “자세한 건 가보면 알게 될 거랍니다. 성녀님을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가도록 해요.” “하아... 네에~. 알겠습니다~. 마리엘. 나 먼저 면담하고 올게.” “응. 다녀와.”
손을 흔들면서, 안내하는 바네사 수녀를 따라 성녀님의 방으로 향하는 케이트.
어째서일까요. 케이트가 바네사 수녀와 함께 멀어지는데, 이상한 불안감이 가슴에서 새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교회 안에서 불안을 느낄 이유가 딱히 없는데...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 기분은.
바네사 수녀에게서, 성녀님에게 느껴지던 묘한 분위기와 향기가 느껴졌었기 때문일까요?
“...케이트...”
그렇게 저는, 케이트를 다시 보지 못할 것 같은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어쩐지 바네사 수녀의 배가, 조금 부풀어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