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6 - 308화 - 짐승을 살피는 불온한 시선! (2)
“그래. 맞아. 그 분위기에선, 좀 더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의상을...! 세마야! 어떻게 생각해?” “우리 리안나가 만드는 의상이라면 뭐든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지원해 줄 테니 재료비 생각하지 말고 마음대로 만들어 봐.” “어머나...! 고마워 세마야!”
평소와는 조금 다른 표정을 보이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하는 리안나.
아무래도 창작에 대한 의욕이 마구 샘솟기 시작한 모양이다.
내가 리안나의 섹시한 옷들을 처음 보고 감탄했을 때 수준의 반응인데... 푸흐흐. 저리도 좋을까?
일해야 하는 건데 저렇게 저렇게 몸이 근질근질 하다는 반응이라니. 역시 창작하는 사람은 뭔가 다른 모양이야.
“후훗. 가축들의 새로운 복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러게. 무슨 복장이 나오려나... 응? 클레아?”
음수들과 함께 도면 같은 곳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 리안나를 보며 미소 짓던 도중, 클레아의 반응만이 무언가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마치 째려보는 것처럼 가게 밖을 살피며, 표정이 굳어있는 클레아.
무슨 일인가 싶어 클레아를 부르자, 클레아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마치, 사냥감이라도 발견했다는 것처럼.
“...쿡쿡. 주인님. 주변에 꽤나 재미난 벌레들이 있네요?” “...오호라. 우리 클레아의 눈에 누가 걸린 모양이지?” “네에. 이건 제법 흥미로운 감정이네요. 마치, 저희들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 “...헤에~♡”
어정쩡한 내 마안과는 달리, 마치 모든 것이 보인다는 것처럼 주변을 꿰뚫어보는 클레아의 마안.
마왕성의 눈이나 다름없는 클레아의 말에, 내 음수들의 눈빛이 사악한 느낌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감시라니... 그래. 사실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어.
이제 날 섬기는 가축들이 세 자리 숫자가 넘어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느끼는 놈들이 나올 법 하겠지.
뭐, 그래 봤자 뭐 어쩔 건데 싶어서 크게 걱정은 안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우리가 먼저 발견해 버리면, 조금 얘기가 달라지거든?
“헤에... 클레아. 위치는?” “우리 마왕성의 맞은편 건물 골목 쪽에 숨어있네요. 골목에서 가게 안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에요 리즈.” “아하핫. 클레아 언니. 수컷이야 암컷이야?” “후훗. 한 마리는 수컷, 한 마리는 암컷이에요♡”
봐. 우리 음수들이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즐거워하고 있잖아?
“어머. 그럼 암컷을 빼앗긴 수컷보단, 누군가 고용한 쪽에 가까우려나?” “그러네요. 딱히 적대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탐색을 하고 있다는 느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날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했단 거구나. 푸흐흐...
그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는걸. 본인이 강한 놈이라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살펴보려 하지 않겠어?
물론 정탐에 자신이 없는 녀석일 수도 있지만, 그보단 귀족 수컷이나 평범한 일반인 수컷이 의뢰했을 확률이 높겠지.
이야. 좀 즐거워지는데? 이렇게 날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 건 처음이라,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날 감시하려고 하는 이 건방진 놈을, 어떻게 한다? 큭큭...
“강해 보여?” “아뇨. 일반인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별 거 아닌 녀석들이에요. 기껏 해봐야 10이 조금 넘는 모험가 수준?” “고작 그 정도로, 나나 내 암컷들의 생활을 감시하려 했단 말이지... 요 겁 없는 새끼들.”
누군지 모를 타인이 날 감시하려고 하는 기분 나쁜 상황인데. 어째서일까.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음수들이 수컷들을 괴롭히며 즐거워 하던 것이, 묘하게 이해가 되는 듯한 기분인데... 푸흐흐.
왜 이러지? 내게 대항하려는 놈이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즐겁게 느껴지는 거지?
얼른 얼굴을 확인하고, 날 적대하는 그 녀석을 마구 짓밟고 싶어!
“...갈까? 지금 바로 쫓을까? 내 속도라면 저 놈들이 아무리 빨라 봤자...” “가자! 빨리 가자 오빠! 어떤 놈들인지 빨리 보고 싶어!”
참기 힘들단 듯이 다리를 들썩이면서, 다른 음수들에게 확인을 구하는 나와 세실리아.
하지만 클레아와 다른 음수들이, 진정하란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쿡쿡. 조금만 진정해. 주인님. 세실리아.” “지금은 주변의 눈이 많으니까요. 주인님께서 저 벌레들을 거칠게 다루신다면 누가 원인을 제공했건 간에 주인님이 주목을 받으실 거에요.” “딱히 뭔가를 하려는 조짐은 보이지 않으니,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하죠. 주인님♡”
크윽... 하긴, 암만 요즘 라디아의 명물 같은 느낌이 된 나라지만, 그래도 날 무서워하는 눈빛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니까.
저 감시자들을 잡다가 거칠게 다루는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몬스터가 인간을 괴롭히는 걸로밖에 안보이겠지.
내 가축들이랑 음수들한테 잡아오라고 시켜볼까? ...아니, 아니야. 이런 재미난 이벤트를 그런 식으로 즐겨서야 되겠어?
가축들이나 음수들의 얼굴을 알고 도망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저 놈들은, 내 손으로 잡아서 두려움을 느끼게 해 해줘야지.
두려움에 떠는 인간들의 얼굴을, 즐겨야 하니까 말이야.
“끄읍... 그래. 주변 시선을 끌어 봤자 좋을 건 없으니... 혹시 암컷들이 무서워 해도 곤란하고...” “아~. 얼른 잡아와서 고문하고 싶었는데... ”
세실리아와 내가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자, 다른 음수들이 키득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새 가게 종업원들의 옷을 준비해주는 리안나와 꽁냥거리면서 잠시 지켜볼까?
확신이 생겼을 때, 사람들 시선을 피해 저 놈들을 잡아올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말이야.
“...아. 그런데 저 놈들. 혹시 내 팬이라거나 하면 어쩌지?” “...으음... 팬 이라기엔, 전혀 그런 감정이 느껴지질 않지만요...”
본인이 미안하단 것처럼,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끝을 흐리는 클레아.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어... 몬스터의 팬이라니, 내가 말하고도 눈에서 눈물이...
어쩔 수 없으니, 저 감시하는 두 마리 중 암컷 쪽은 강제로라도 내 팬으로 만들어 줘야지.
어떤 놈이 의뢰한 건지, 알아내기도 할 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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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라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돼? 어떤 자들인지 전혀 모르니까...” “푸흐흐. 걱정마 리안나. 금방 잡아서 돌아올 테니까.”
그렇게 감시자들을 파악하고 나서 이틀 뒤의 밤.
말이 주체가 된다는 의미로 인마폼 이라고 이름 지은 켄타우로스 모습이 된 나에게, 리안나가 옷을 입혀 주면서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인간형태가 주체인 마인폼. 말이 주체인 인마폼. 푸흐흐. 이름을 너무 대충 지었나?
뭐, 이름이야 어쨌건, 말보르기니 보단 못하지만 제법 빠른 속도와 편리한 팔이 같이 붙어있는 인마형태인 만큼,, 인간들을 붙잡는 덴 최적의 형태겠지.
무엇보다 이런 형태로 내 음수들을 태울 수 있으니까. 혹시 저 놈들이 뭔가 준비했더라도 내 음수들이 처리해 줄 수 있겠지.
“세마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누군지 몰라도 기분 나쁜 사람이네.” “뭐, 잘나가니 시기하는 거 아니겠어? 금방 다녀올게. 세실리아.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부탁해.” “응. 걱정 마 오빠~♡”
나와 함께 저 감시자들을 잡고 싶어했던 세실리아가, 리안나의 곁에서 잘 다녀오란 듯이 손을 흔든다.
여태까지의 내 음수들과는 달리, 비전투원이나 다름없는 리안나.
4인승은 버거운 내 등이기도 하고,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근접 전투원인 세실리아는 리안나와 함께 있기로 결정했다.
뭐, 사실 이틀간 살펴본 대로라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겠지만.
이틀간 눈치채지 못한 척 하면서 감시자들을 살핀 바로는, 저 두 녀석 외엔 다른 동료는 없는 것 같았다.
아침부터 근처에서 잠복하면서 마왕성을 살피다가, 적당히 늦은 밤이 되면 숙소 거리의 한 숙소 건물로 돌아가던 두 마리의 감시자.
딱히 뭔가 하는 것도 아니고,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마왕성 1층을 살펴 볼 뿐이었다.
날 살피려는 목적이라면, 그냥 손님인 척 마왕성의 가게들에 간간이 들어올 수도 있었을 텐데... 좀 소심한 감시자들인 걸까? 아니면 그냥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고 하는 걸까?
뭐가 어쨌건, 이제 잡아서 좀 패보면 알 수 있겠지. 아, 암컷은 좀 따먹어주고 말이야.
남녀 조합이니, 서로 연인 사이라거나 그랬으면 좋겠는걸. 푸흐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인님♡” “그래? 슬슬 가볼까?”
그냥 옷을 구경하는 척 가게 안에 있던 클레아가, 의상 제작실에 숨어있던 날 부른다.
혹시나 유리창 안에 보이는 내 인마폼을 보고 달아날까 봐, 제작실에서 변신해 두었던 내 형태.
리즈벳, 클레아, 세레스. 세 마리의 음수가, 엎드린 내 등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그럼, 리안나. 세실리아. 우리 다녀올게.” “그래. 조심히 다녀와.” “죽이지 말고 데려와 줘 오빠~♡ 수컷 쪽은 내가 괴롭힐 테니까♡”
가게의 입구 앞에서 손을 흔들면서, 나와 내 음수들을 배웅하는 한 마리의 음수와 음수가 되어가는 암컷.
내 등 위에 올라탄 음수들과 함께, 그녀들의 배웅에 미소 지어 주면서.
나는 어둠 너머로 사라진 감시자들을 쫓아, 건너편 건물의 골목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