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7 - 309화 - 짐승을 살피는 불온한 시선! (3)
“꺄아아아악!! 이, 이거 놔요!” “뭐, 뭐야 당신은!?”
내 손에 붙들려 아둥바둥 거리는, 한 쌍의 남녀.
뭔가 있을 것 같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이 감시자들은 골목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나에게 간단히 붙잡혀 버렸다.
감시자라는 단어 그대로, 그냥 날 지켜보는 게 목적이었다는 것처럼.
뭐지 얘네... 정말 이게 끝이야? 뭐 더 없어?
난 니들이 과연 뭘 보여줄까 하면서 이틀 동안 기대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게 끝이라고?
아 씨... 쪽팔리게...
내 목숨을 노리는 누군가의 커다란 의뢰를 받고 온 스파이라고 생각해서, 내 음수들이랑 교미하는 와중에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각종 도주 수단과 공격을 예상하고 이렇게 리안나에게 갑옷 대용으로 입을 수 있는 비싼 재질의 옷까지 받아놨는데! 날 이렇게 실망시켜!?
이런 재미없는 놈들 같으니! 당장 내 손에서 펑 하면서 빠져나가는 닌자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어, 얼른 놓지 못해!? 신수가 인간을 괴롭히다니! 이런걸 남들에게 보이면 당신도...!”
하아... 진짜 뭐야. 이 맹한 표정의 수컷은...
남을 감시하는 스파이면 뭔가 사람도 죽일 것 같은 날카로운 맛이 있어야지. 이 평범한 소시민 A는 대체...
“수, 숨막혀요! 얼른 놔달라구요!!”
...그나마 암컷 쪽은 뭔가 똘망똘망하게 생겼네. 귀엽게 생긴 탐정이란 느낌인걸.
하아. 그래도 내 생각이랑은 너무 다른데... 수영복 같은 복장을 입고 단검을 뿌려대는 여도적을 기대했거늘...
만약 내 마음에 쏙 드는 여도적 이었다면, 경우에 따라선 특별 취급도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거든? 왜, 내 암컷들 중엔 아직 도적이라고 할만한 암컷은 없잖아?
근데 이건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에휴. 텄다 텄어.
그냥 얼른 끌고 가서 뭐 하는 놈들인지 알아보기나 해야겠어.
“끄으윽...! 사, 사람살려어! 신수가 사람을...!” “에휴... 세레스.” “알겠습니다. 주인님♡” “뭐, 뭐야. 영주 당신 뭘 하려... 는...?”
버둥거리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던 수컷과 암컷에게 세레스가 손을 뻗자, 내 손에 붙들린 수컷과 암컷이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표정이 굳었다.
뭐야. 세레스가 영주란 것도 알고 있었네?
실망스럽긴 했지만, 나름 감시자답게 우리들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던 거겠지?
기대하던 추격전은 없었지만... 그래. 심문이 남아있으니 그 쪽을 즐겨보자.
이 놈들의 감시를 맡긴 녀석은, 재미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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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핫!? 뭐, 뭐야!?” “헉!! 헉, 허억...!? 모, 몸이 움직여...!?”
리안나의 가게로 돌아와, 굳어있던 감시자들을 내 음수들 사이에 던진 직후.
세레스가 복종 스킬을 해제하자, 굳어있던 암컷과 수컷이 버둥거리며 자신들의 몸을 살폈다.
벌써 창백해지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바, 방금은 도대체... 아니, 그보다 여긴...” “...으, 읏... 도, 도일...”
그래. 그래. 그렇게 겁먹은 표정. 아주 좋아.
상황 판단이 되냐? 너희들은 지금, 우리 짐승들의 소굴에 들어와 있다고? 큭큭...
뭐, 아직 리안나는 내 음수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진행된 만큼 너희를 보는 표정이 아주 적대적인걸?
그나마 남아있는 인간이 이렇게 적대적이니, 안타깝지만 너희가 빠져나갈 방법은 없겠어.
굳이 늦은 밤에 잽싸게 움직인 만큼, 목격자도 주정뱅이 두 세 명 정도였고...
그러게 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감시하고 있었어. 불쾌하게 말이야.
“이 사람들이 그...? 세마야. 다친 덴 없어?” “크으, 걱정해 주는 거야? 리안나가 걱정해주니 아주 감동스러운데?” “걱정하는 게 당연하잖니. 세마인데...” “큭큭.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잡아왔으니까. 걱정하지 마 리안나.”
내 몸을 살피는 리안나를 끌어안자, 부끄러운 듯이 내 품 안에 들어오는 리안나.
내 음수가 되어가는 암컷의 부드러운 몸을 쓰다듬어 주고 있는데, 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
...뭐야 이 암컷. 지금, 혀 찬거야?
아니, 이런 건방진 암컷을 봤나? 감히 내가 내 암컷의 몸을 쓰다듬고 있는데 잡음을 넣어?
“...너희들, 왜 날 감시하고 있었지?”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기 원한다면, 관심을 줘야지. 그래.
어디 한번 대화를 나눠 보자고.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안경을 쓴 암컷 씨.
나와 함께, 육체의 대화를 나누기 전에 말이야.
“...뭐? 당신을? ...하...!” “...크리스티. 쓸데없이 반응해주지 마. 어차피 우릴 어쩌진 못할 테니...” “뭐? 내가 왜 너흴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짜증나게 굴면 그냥 죽일 수도 있는데. 무슨 자신감이야 이건?
“신수인 당신이, 도시 안에서 인간을? 신수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서 들고 일어날걸?” “허어? 아무도 모르게 묻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미, 미친. 아주 당당히 그딴 소릴... 우리에게 소식이 없으면, 우리랑 연관된 귀족이나 의뢰자가 당신들을 의심할 텐데? 왕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당신이, 조용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아하. 그러니까 자기들을 건드리면 알고 있는 인간들이 날 범인으로 생각할거란 얘기네?
근데, 너희 뭐 잊고 있는 거 아니야?
“야. 여기, 이쪽의 두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성녀와 영주라고 해도, 당신이 범죄의 용의자가 될 경우엔 간단히 넘어갈 수 없을걸?”
세레스 뿐만 아니라 클레아까지? 아 하긴. 아예 관심 없는 사람이 아니면 두 사람의 얼굴은 알기야 하겠지.
헌데 내 곁에 누가 있는지를 알고도 이리 당당하다니...
“...어때? 두 사람?” “확실히... 귀족들이 주인님을 조사해야 한다고 떠들기 시작하면, 조금 귀찮아지긴 하겠네요.” “뭐어...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요.”
흐응. 과연. 두 사람의 권력으로도 귀찮은 상황이 되는 건가?
하긴. 라인하르트 왕국은 귀족들의 권력이 평민들한테 칼을 휘둘러도 멀쩡할 수 있는 그런 권력은 아니었으니까.
여태까지 본 느낌으론 왕이 가볍게 붙여주는 직책 같은 느낌이었지. 그만큼 박탈도 쉬운 것 같았고.
그러니 영주나 성녀라고 해도, 도시 안에서 일어난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진 못한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당당하게 있는 거겠지?
...푸흐흐. 귀엽네 이거.
“흐음... 그래. 그럼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으니, 얌전히 대답을 해 주면 좋겠는데... 누가, 무슨 목적으로 날 감시하게 시킨 거야?” “...흥. 말할 것 같아?” “우린 신뢰가 생명인 직업이라... 미안하지만 말해 줄 순 없을 것 같군.”
신뢰가 생명이라... 뭔가 믿을 수 있는 흥신소 같은 녀석들인가?
“의뢰한 녀석보다 더 큰 돈을 줘도? 그래도 말 못해주냐?” “...우린 나름 이 바닥에서 최고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어서. 돈 액수로 의뢰자의 정보를 내뱉는 사람들이 아니야.” “그래!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끝내는 게 어때? 우린 이대로 의뢰를 끝내고 더 이상 감시하지 않을 테니까...” “흐음. 너희는 이제 빠질 테니, 나머진 의뢰자랑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라?” “그, 그래! 우리가 이대로 의뢰를 끝내면, 의뢰자는 너희한테 접촉할거야.”
이거 참. 건방진 녀석들이네. 중간에서 본인들 챙길 것만 챙기고 빠지겠다니.
이거 아무래도 육체의 대화를 나눠봐야 하겠는걸.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수컷과 암컷 양쪽 모두 말이야.
“...뭐 이리 뻔뻔한... 당신들, 양심이란 게 없나요?” “......하?”
얌전히 내 곁에서 도일과 크리스티 라던 두 남녀를 지켜보던 리안나가,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쥐새끼처럼 기분 나쁘게 사람을 감시해놓고, 뭐가 그리도 당당한 거죠?” “뭐, 뭐라고!? 당신한테 그딴 얘기 듣고 싶지 않아!”
...응? 뭐야 얘? 리안나한테 왜 이리 거친 반응을...?
“하. 쥐새끼라고 불리니 기분 나쁜 모양이죠? 세마가 주목 받고 있는 신수란 점을 이용해서 협박이나 하는 주제에...” “누가 협박을 했다고 그래!? 앞으로 감시하지 않을테니 좋게 넘어가자고 말한 건데!” “남의 약점을 가지고 뻔뻔하게 지껄이는 게 협박이 아니면 뭔가요? 당신, 멀쩡히 옷은 입고 있어도 양심이란 옷은 아직 입지 못한 모양이죠?” “하, 뭐? 양심? 양시임!?” “자, 잠깐...! 크리스티...!”
그리도 순하던 리안나가 화를 내는, 보기 어려운 광경.
내 음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리안나가 사랑스러워서, 리안나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크리스티란 여자의 입에서, 리안나를 움찔하게 만드는 말이 튀어나왔다.
“누구한테 양심이 있냐고 묻는 거야! 남편을 두고 불륜이나 저지르는 불륜녀 주제에!” “크리스티!!”
...응? 잠깐, 리안나가 남편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어라? 유명한 세레스나 클레아와는 달리, 리안나는 그냥 평범한 옷가게 여사장으로만 보였을 텐데?
...오호라. 이거 봐라...
“...뭐라고요?” “다 알아! 당신, 남편이 있는 유부녀이면서 가게 안에서 신수랑 찰떡같이 붙어있던 거! 서로 물고 빨고 아주 지랄났더만!” “하아... 크리스티...” “...쯧! 알았어! ...하여간, 더러운 여자가 누구한테 양심을...”
푸흐흐... 이 암컷 재미있는걸. 누가 의뢰자인지 이렇게 말해주다니.
난 또, 나한테 암컷을 빼앗긴 귀족이나 돈 많은 수컷이 의뢰한 건 줄 알았지.
굳이 리안나한텐 관심 없겠지 싶어서 쓰다듬거나 키스하거나 했던 건데. 정작 목적이 그거였단 말이야?
이거 나도 모르게 이 녀석들이 원하던걸 모두 보여주고 있었나 보네. 물론, 교미는 밖에 보이면 난감해지니 의상 제작실 안에서 즐겼지만.
근데 리안나 남편은 언제 눈치 챈 거지? 여태까지 수컷들처럼 리안나가 내 음수가 된 이후로 쨘~ 하고 공개하려고 했는데.
“...하아. 설마...” “그 설마인 모양인데... 리안나. 괜찮아? 나 때문에 괜히 리안나가...” “으응... 세마가 미안할게 뭐 있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쯧. 지랄났네 정말...”
이년이? 야. 작게 말해도 다 들리거든? 짐승의 청각을 얕보지 말아줄래?
뭐, 어찌됐건 간에... 감히 나와 내 음수들 짜증나게 만든 놈이 누군지 알았으니, 복수를 해줘야지.
리안나의 남편, 다리오... 내가 아직 밝힐 생각도 없었는데 의심을 해?
이걸 어떻게 괴롭혀줄까...
“...흐음...” “...? 뭐, 뭐야... 왜 쳐다보... 세, 요...” “자, 잠깐. 크리스티가 기분 나쁘게 하려던 건 아니니 험한 짓은...”
...큭큭. 좋아. 재미난 게 생각났어.
의심스러웠어 다리오? 아내가 뭘 하는지 알고 싶었단 거지?
그래. 그러면, 네가 이렇게 사람을 고용할 정도로 알고 싶어 하던 것을 알려줄게.
네가 고용한, 이 암컷을 써서 말이야.
“꺄악!? 놔, 놔요!!” “크, 크리스티!? 잠깐, 그녀는...!!” “네에~♡ 쥐새끼는 얌전히♡” “가만히 있어♡ 이 쓰레기 새끼야♡” “크허억!?” “도일!!!”
암컷의 손을 붙잡자, 발악하듯이 일어나려던 도일이란 수컷.
하지만 몸을 세우기도 전에, 리즈벳과 세실리아의 하이힐이 수컷의 어깨를 짓밟았다.
“우리 음수들. 그 놈은 최대한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 데리고 있어줘. 잠깐 즐기고 올 테니까.” ““네에~♡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래. 그럼... 리안나. 잠깐 같이 들어갈까?” “응? ...그래. 알겠어.” “자, 잠깐! 아, 알았어! 의뢰자 정보를 말해줄 테니, 크리스티를...!” “이미 늦었답니다♡ 한심한 쥐새끼 씨♡” “끅, 끄아아악...!!” “도이일!!”
리안나의 가게 안에서 울려 퍼지는 암컷과 수컷의 비명. 그리고, 그런 비명을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
억지로 크리스티란 암컷을 붙잡은 채, 나는 리안나와 함께 의상 제작실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