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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51화 (352/749)

Chapter 351 - 막간 ~ 짐승의 맛은 어느새 암컷들의 몸에 새겨진다 ~

“...어라? 저 가게 망했나 보네?”

모험가 길드로 가던 세 명의 남성 모험가들 중, 한 명의 남자가 어느 가게를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건물을 철거하는 것처럼, 문을 닫고 건물 철거용 마법진을 그리기 위한 하얀 도료에 덮여있는 한 건물.

라디아에서 싸고 무난한 옷을 고르는데 가장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던 옷가게. 모렌가의 옷가게였다.

“’모렌 양복점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네? 여기 꽤 장사 잘되는 곳 아니었나?” “듣기론 꽤 오래 이어져 온 가게라고 하던데... 가게 주인이 죽기라도 했나?” “좀 아쉽네. 저기 옷들, 퀘스트 할 때 몇 개 가져가서 입고 버리기 딱 좋은 옷들이었는데”

망한 것처럼 보이는 모렌 양복점에 팔던 옷들은, 단순히 평민들에게 선호되는 곳만은 아니었다.

싸고 괜찮은 옷감 덕분에, 모험가들 역시 가볍게 사용할 용도로 자주 방문하던 모렌 양복점.

그런 곳이 망했다는 소식은, 그들에겐 다소 아쉽게 다가오는 일이었다.

“으음... 나, 여기 사모님이 미인이라서 자주 들렸었는데. 언제부터 안보이더라.” “미친. 이 새끼 유부녀한테 눈독 들였었네.” “유부녀의 꼴림을 모르는 꼴알못 새끼 같으니. 넌 나와 대화할 자격이 없어!” “닥쳐 이 범죄자야! 참된 사랑인 순애를 놔두고 범죄의 길을 걷다니! 길드 사람들한테 다 알려주겠어!” “남들 쳐다보니 둘 다 닥쳐봐 좀.”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미 망해버린 가게에서 멀어지는 세 명의 남자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옷가게 하나가 망한 것은 그들에게 큰 소식은 아니었다.

그저 다음에 들어오는 가게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가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뿐.

그렇게 수 대를 이어온 모렌 양복점의 폐업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아쉬움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그렇게 지나쳐버린 모렌 양복점을 그새 머리에서 지우고, 보이기 시작한 길드 관리소를 향해 걸어가는 세 남자.

세 남자가 동시에, 길드 관리소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요즘 길드 관리소 들어가기가 싫던데...” “...역시 좀 그렇지? 들어가자마자 좀 답답해서...” “거기다 분위기도 요즘 좀 그렇지... 뻔뻔한 그 여자들 때문에...”

보나마나, 지금 가는 길드 관리소에도 그 여자들이 모여있을 것이다.

누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불특정한 다수의 여자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공기를 생각하니, 볼 일이 있음에도 길드 관리소에 향하기가 꺼려졌다.

“우리 길드원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 여자들 분위기가 좀 무서워...” “퀘스트 도중에도 그러면 좀 갑갑할 것 같긴 하지.” “요즘 여자들 유행은 참 이해가 안 된다니까.”

자신들이 아는 여자들이 그 무리에 속해있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세 명의 남자들은 길드 관리소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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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관리소란 장소는, 언제나 다양한 모험가들이 모여 시끄럽기 마련이다.

퀘스트 상담, 간단한 식사, 모험가들끼리의 친목.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모험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이 장소는, 모험가가 아니라 백수처럼 가만히 다른 모험가들을 구경하는 죽돌이들 까지 존재하는 장소였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모험가들 끼리의 기싸움 역시 일상다반사.

그 중, 여성 모험가들과 남성 모험가들의 말다툼은 거의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종류의 사소한 다툼이었다.

“어지럽다고 이 꼴초년들아!!”

하지만, 최근 그 사소한 다툼에 해당하는 여성 모험가와 남성 모험가들의 말다툼이 이전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마치 어린애들이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기싸움을 하는 듯하던, 두 집단의 유치한 대립.

그것은 서로 척을 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성별의 다름으로 발생하는 은근한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은근한 장난의 목소리가 조금씩 달라지더니...

최근에는, 서로 곧 무기를 들 것만 같은 날카로운 말다툼이 제법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이런 씨이팔...! 그쪽 여자들! 관리소는 니들이 전세라도 냈냐!?” “아 씨 냄새... 숨을 못 쉬겠네 진짜. 창문이라도 좀 열던가...” “저런 연기가 도대체 뭐가 좋다고 빨고 있는 거야? 그냥 어지럽기만 하던데.” “나도 한번 피워 봤었는데, 예전 왕이 왜 금지시켰는지 알겠더라. 저런걸 다시 유행시키려고 하다니, 영주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기침을 쿨럭거리며, 건물 안의 공기가 답답하단 듯이 창문을 여는 남자들.

남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반대편에 모여있는 한 무리의 여자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묘한 느낌의 여성 모험가들.

같은 길드들도 아닌데 그녀들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들의 진한 화장과 하나같이 노출이 과한 옷차림 때문이었다.

노출 자체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다.

모험가들의 옷이나 갑옷은, 경우에 따라선 극히 희귀한 재료를 쓰기에 아예 최소 면적으로 제작해서 마법적인 처리로 가리지 못하는 면적을 커버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무리 모험가라고 해도 아름답기를 원하는 여자들이라, 그런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복장을 자신을 꾸미는 용도로 쓰는 이들은 은근히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은 단순히 그런 경우가 아니다.

면적이 적은 비싼 방어구에 값싼 옷을 섞어 자신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노출이 목적이란 듯한 옷차림으로 꾸민 그녀들의 모습.

그런 노출과 함께, 모험가 활동엔 불편할 뿐인 진한 화장을 해서 색기를 뿜어내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은 도무지 모험가로 보이질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 중에서 몇 명은, 드러낸 허벅지나 어깨에 천박해 보이는 문신을 새기기까지.

그런 음란함이 느껴지는 모습을 과시하며, 서로 다른 길드인데도 친근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

그 모습에 반발한 남자들을, 모인 여자 모험가들이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후우... 정말, 돼지 새끼들처럼 시끄럽긴.” “담배 연기 정도로 켁켁대다니. 뭐가 저리 한심하담?” “누가 비실비실한 남자 새끼들 아니랄까 봐. 후각도 비실비실 한 모양이네.” “이 좋은 담배 맛을 왜 모른대? 무슨 어린애들도 아니고...” “으응... 난 담배는 안 피지만, 그래도 나쁜 냄새는 아닌데...”

마치, 자신들보다 열등한 존재를 바라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들이 남자들의 모습을 흘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자들도, 왜 굳이 저런 반응을 하냔 듯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서로 다른 연기를 들이쉬며 대화하는 듯한, 너무나도 다른 남녀간의 반응.

자신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남자들이, 어지럽단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들을 향해 불만을 내뱉었다.

“그렇게 역겨운 연기를 들이마시고 싶으면 니들끼리 딴 곳으로 가라고! 여기 말고도 담배 필 수 있는 곳은 많잖아!” “댁이야 말로 전세 냈어? 금연 장소도 아닌데 뭐 하러 딴 데를 가?” “우리도 관리소 이용 자격이 있는 모험가거든? 참견하지 말아줄래?” “하 씨... 영주는 왜 다짜고짜 라디아 전체를 흡연 가능으로 만들어서...”

지금 남성 모험가들의 반응은, 단순히 모험가들 사이에서만 나오는 반응은 아니었다.

식당, 카페, 술집, 심지어 다양한 연극 무대가 펼쳐지는 극장 같은 장소까지.

라디아 전 지역에서는, 흡연자를 위한 재떨이를 준비하는 것이 아예 법으로 강제되어 버렸다.

아직 흡연자는 소수에 해당하고 있었지만, 저 법 때문에 어딜 가나 만날 수 있게 된 흡연자의 담배 연기.

그 연기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니, 라디아 내의 비흡연자들은 도저히 담배 연기를 피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저 담배 연기를 이상할 정도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남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모험가들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 어지러워서 토할 것 같아...” “뭐? 이렇게 기분 좋은 담배 연기인데? 푸훗. 너 병신이야?”

아무리 항의를 해도, 여자 모험가들의 태도가 변하질 않는다.

그 태도에 분노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무리에게 다가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항의해 보지만...

“좀 나가! 이 개 같은 흡연충 년들아!” “너나 좀 꺼져! 아까부터 힐끔힐끔 다리 쳐다보는 거 다 보이거든?” “뭐, 뭐!? 아니, 시발, 내가 언제...!” “킥킥♡ 이 새끼 꼴렸나 봐. 섰는데?” “뭐야, 선 게 겨우 저거야? 티도 안 나잖아?” “푸훗. 어쩐지~. 이런 한심한 실좆이나 가지고 있으니 어른의 맛을 모르지.” “이래서 여자는 사귈 수 있겠어? 누나가 손 좀 빌려줄까 꼬마야?” “으, 으...! 이, 이 년들이...! 으아아아아앙!”

그 항의의 대가로 여자들의 놀림거리가 되어,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얻은 채 눈물을 글썽이며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야. 에나... 너 왜이래...” “아 뭐야. 암만 같은 길드원 이라지만, 퀘스트 하는 거 아니면 괜히 말 걸지 말아줄래?”

“리나 양. 자네 이런 사람 아니었...” “아저씨가 뭘 안다고 참견이에요? 부모도 아닌데 꼰대처럼 참견하려고 하지 마요.”

“...야. 그냥 나가자. 더러워서 피해야지 진짜...” “뭐야. 그쪽도 실좆이야? 잘 가 꼬마야~”

여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질린 남자들 중, 도저히 참기 힘든 남자들이 관리소를 빠져나간다.

볼일이 있거나 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남자들만이, 궁시렁대며 자리에 앉을 뿐.

여성 모험가들은 그런 남성들을, 마치 사악한 짐승과도 같은 눈으로 쳐다보며 키득거린다.

...하지만, 그녀들의 태도와는 달리 이 곳에 있는 그녀들은 아직 ‘짐승’ 이 아니었다.

지금 남자들을 향한 그녀들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짐승이 뿌린 마약이 만들어 낸 짐승으로서의 본능일 뿐.

그 사실을, 이 자리에 모여있는 그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라? 카나. 식당 쪽에 있는 모험가들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 있어?” “아. 세라. 그게 말야...”

잠시 격렬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은 길드 관리소.

조용해진 길드 관리소에, 모험가들 사이에서 가장 평이 좋은 사무직원 세라가 손에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부드러운 미소와 친절한 태도 덕분에, 남성 모험가들의 마음을 녹일 뿐만 아니라 여성 모험가들까지 좋아하는 그녀. 라네트 세라.

친하게 지내는 카나에게서 방금 전까지의 일을 전해들은 세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관리소 안의 공기를 들이쉬었다.

“으음~... 사실, 나도 그리 나쁜 냄새 같지는 않은데...” “그렇지? 이 은근한 밤꽃 비슷한 향, 좀 탄내는 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난 굳이 내가 피울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피는 사람들을 막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남자들한텐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건가? 이 냄새가 구역질 난다니 이해가 안돼. 아, 물론 흘린 담뱃재 치우는 건 좀 귀찮지만.” “후훗. 그래도 요즘은 마법사 분들이 알아서 치워주고 있으니까. 그러면 괜찮지 뭐.”

전원이 여자인, 길드 관리소의 사무 직원들.

굳이 남자를 뽑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에겐 재능이 없어도 모험가 쪽이 더 끌리기 마련이었다.

굳이 모험가가 아니더라도, 사무 직원을 하기 보다는 무언가의 장인이 되길 선호하는 게 남자들의 심리.

그 덕분에, 여자들밖에 없는 이 관리소의 사무직원들은 여유로울 땐 이렇게 모여 수다를 나누기 마련이었다.

하나 둘 모여 잡담을 나누던 도중, 세라가 손에 쥔 봉투를 보고 다가온 또 한 명의 사무직원.

세라를 꽤 오래 알고 지내온 그녀는, 세라를 끌어안은 후 그녀를 놀리듯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세라~. 드디어, ‘그 분’ 한테서 연락이 온 거야?” “응? 응? 뭔데 뭔데? 그 분이라니?” “아! 혹시, 저번에 들은 그 세라의 왕자님!?” “뭐어!? 잠깐, 왕자님이라니? 그게 뭐야? 나 처음 듣는데!?” “세상에, 어쩐지...! 왜 괜찮은 모험가들 고백을 거절하나 했더니, 세라 너...!” “아, 아아~! 잠까안! 왕자님은 아니라구요 정마알!”

당황한 것처럼 손을 내저으며, 자신을 끌어안은 친구를 원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세라.

주변의 재촉에, 세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봉투를 들어올려, 자신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그 소식을 동료들에게 알리는 세라.

“장기 원정에 나갔던 제 약혼자가, 드디어 돌아온다고 해요!”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뻐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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