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7 - 328화 - 슬픔에 잠긴 암컷, 몬스터를 향하는 시선!
“...좋아. 이걸로...”
몇 번이고 확인해보는, 이상한 곳이 없는지에 대한 점검.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이브와의 데이트 날입니다.
사실은 데이브가 돌아온 날, 바로 그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업무 보고 등으로 바쁜 데이브를 붙잡을 순 없다 보니, 이제서야 데이트를 하게 되었네요.
어찌나 참기 힘들던지... 데이브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오랫동안 견뎌온 외로움이 터져 나와서 그를 놓아주기가 싫었어요.
첫날 밤에 데이브가 제 집에 찾아와 저를 안아주지 않았더라면, 참지 못하고 데이브를 귀찮게 만들었을지도...
후후. 하룻밤의 시간 만으로 1년이 넘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니.
역시 연인과의 사랑을 나누는 일은, 여자에겐 특별한 일인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데이트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중간에 도시를 경유할 때 말고는 제대로 쉴 수 있는 날이 없었을 테니, 오늘은 마음껏 데이브를 즐겁게 해 줄 생각이랍니다.
데이브가 없는 동안 라디아에선 많은 것들이 바뀌었으니, 아마 데이브도 흥미로울 것들이 많을 거에요.
다양하게 구경시켜 주면서, 저도 오랜만에 즐기는 데이브와의 데이트를 마음껏 누려야...
“...어머! 벌써 시간이...!”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오랜만의 데이트라 너무 옷차림에 신경 쓰고 있었나 봐요.
데이브는 한동안 푹 쉴 테니, 앞으로 데이트할 시간은 많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데이트인데, 시간을 허비할 순 없죠. 데이브가 기다릴 테니, 얼른 나가야겠어요.
“어디, 그러니까... 구두는...”
평소대로라면, 깔끔한 단화를 꺼내 신었겠지만...
지금 저에겐, 왠지 모르게 길거리 노점에서 구매한 하이힐이란 구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날카롭고 높은 굽을 가지고, 신으면 다리가 예뻐 보이는 특이한 형태의 구두.
요즘 라디아에서는, 이 독특하게 생긴 하이힐이란 구두가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굽이 높은 신발은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뒷부분만 뾰족하게 되어있는 구두는 특이한 걸 좋아하는 귀족이 아니라면 찾지 않습니다.
이런 건 도시 밖에선 굽이 흙 길에 파묻힐 거고, 도시 안에서도 건물 안이 아니면 길이 울퉁불퉁해서 걷기 힘들 테니까요.
그래도 최근 간간이 보이는 다리가 예쁜 분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최대한 낮은 굽으로 하나 사버렸네요.
물론 낮은 굽이라고 해도, 굽만 10cm 가 조금 안될 정도인 상당한 높이의 굽이지만요.
집에서 신어보면서 어느 정도 걷는 방법은 익혔지만... 데이트하러 나가는데, 너무 불편하진 않을까요...
...아니, 크게 문제는 없겠죠.
몇몇 모험가들... 리즈벳 씨나 성녀님, 그리고 영주님까지 신고 다니시는 걸 봤었으니까.
이 구두보다 더 길고 날카로운 굽인데도 가볍게 걷던걸 생각하면, 생각보다 길에서도 편한 걸지도 몰라요.
굽이 부러지면 보상하겠다던 노점의 안내문이 조금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게 신고 다녔던 것 같으니까 큰 문제는 없겠죠.
응. 이 구두라면, 데이브에게 다리가 예쁘게 보일 수 있을 테니...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괜찮겠지...?”
몇 번 걸어본 후, 현관의 거울 앞에서 제 다리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 때문에 다리가 부각되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다리가 길어 보이는데다 엉덩이 쪽도 묘하게 섹시해 보이고...
...후훗. 조금 걷기 힘들다고 해도, 데이브에게 예뻐 보일 수 있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앗. 큰일이다. 이러다 정말 늦을지도!?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 줘 데이브. 금방, 만나러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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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발. 데이브 저 새끼 진짜 맘에 안 드네.
키도 제법 큰 금발 미남이 슈트를 입고 데이트라니. 이건 반칙이잖아.
약속시간 한참 남았는데 미리 와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다니. 이런 건방진 용사놈 같으니...!
하 시이바. 지나가는 여자들 얼굴 붉히면서 힐끔거리는 것 좀 보게. 누군 시발 기겁을 하면서 히익 하고 놀라는데 말이야.
물론 날 알게 되면 그 기겁하는 표정이 넋 나간 암컷의 얼굴로 바뀌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모델 같은 모습으로 암컷을 홀리는 건 반칙이지! 누군 말대가리라서 근육 좋아하는 암컷 아니면 홀리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비겁하게 외모로 말하지 말고, 수컷이면 좆으로 말하자고 좆으로!
“데이브! 기다렸지!?” “아, 세라!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오오...! 아니 세상에, 저건 세라의 사복 모습...!
캬...! 사무 직원 유니폼도 좋지만, 저 롱 스커트 복장도 아주 귀여운걸!
물론 내 취향은 변태적일 정도로 섹시한 복장이지만, 그래도 가끔 저런 단정한 복장도 나쁘진 않지.
나중에 내 음수들도 저런 복장을 부탁해 봐야겠어... 응?
...아니, 저, 저건 설마... 하이힐...!?
세상에! 구두 장인을 찾지 못해서 관심 있는 가축들에게 연습 삼아 만들어보라 했던 그건가!?
하이힐 유행을 만들기 위해 잘 만들어진 건 팔아보라고도 말하긴 했었는데... 설마 그걸,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으음. 단정한 롱 스커트이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힙업된 세라의 엉덩이가 아주 매력적이야!
근데 저거... 괜찮으려나?
저건 구두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가축들이 적당한 지식으로 만든 시제품. 직접 신던 가축들 말로는, 은근히 굽이 잘 부러진다던데...
물론, 그 시제품 중에 튼튼하게 잘나온 것들만 골라서, 시제품이란 안내문을 붙이고 팔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왕도에서 수십 켤레 사왔던 내 음수들의 하이힐과는 달리 불안감이 있는데...
쓰읍. 괜찮겠지? 그래도 유행을 만들기 위해 제대로 된 것들만 고른 건데. 설마 세라가 다칠 일은 없겠... 아!
끄아악! 잠깐! 만약 데이트 중에 굽이 부러지면, 데이브가 세라를 업어주는 그런 이벤트가 나오는 거 아냐!?
아, 앙대에! 유행을 퍼트리려고 팔기 시작한 하이힐이 두 사람이 꽁냥거릴 이벤트를 만든다니! 그런 건 참을 수 없어!
제발 내 가축들이 세라의 하이힐을 제대로 만들었기를...! 제발 부러지지 마라 하이힐 시제품!
“...그럼 오전엔 거기부터... 음...? 그런데 세라. 키가 좀 커진 것 같은데...” “후훗. 알겠어? 실은, 구두를 이런걸 신어봤는데...” “그렇구나. 특이한 구두인걸... 응. 예뻐. 세라.” “정말? 에헤헷...”
야! 세라가 신은 하이힐을 보고 내뱉는 감상이 그게 전부야!? 뭐야 그 애매한 표정은!
세라가 예쁜 건 당연한 거지! 그보다는 더 칭찬해야 할 포인트가 많잖아!
잘 살아난 각선미 라던가! 힙업되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라인이라던가!
적어도 다리가 예뻐 보인단 칭찬 정도는 해보라고 이 꼴알못 용사 새꺄!
“어쩐지 걷기 힘들 것 같은데... 혹시 힘들면 말해줘. 그럼 갈까? 세라?” “응! 데이브!”
...큭. 그래. 지금은 세라가 하이힐을 신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오늘 목적은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데이트 도중 세라가 내 음수가 되는 첫걸음을 내딛게 만드는 것.
하이힐은 어디까지나, 이렇게 숨어서 지켜보는 도중 내 눈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일 뿐이야.
“...너희들. 준비는?” “네! 세라를 세라님으로 타락시킬 계획. 준비 완료입니다♡” “두 사람의 예상 동선엔, 이미 다른 가축들이 대기중인 상태...♡” “저희는 이제 따라가서, 그대로 계획을 실행만 하면 된답니다♡”
뒤를 돌아보며 묻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는 슈나 일행.
나의 새로운 가축들의 충성스러운 모습을 확인한 후,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브가 걸려들지 않을 가능성은 없겠지?” “물론입니다! 데이브란 수컷의 성격 상, 무시하고 데이트를 할 순 없을 거에요♡” “아쉽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데이트 자체는 충분히 즐기게 해줄 예정이니...” “분명, 앞으로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고 걸려들거에요♡” “그래. 좋아...”
우리가 짠 계획대로라면, 한동안 두 사람의 데이트를 지켜봐야 한다.
조금 맘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니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난 들킬 걸 고려해서 멀리 떨어져 있을 테니, 적어도 두 사람이 꽁냥거리는 걸 보고 짜증날 일은 없다는 게 다행이야.
사실은 그냥 달려들어서 두 사람을 떼어놓고 싶지만... 후우. 조금만 참아야지.
숙성시키면 숙성시킬수록, 세라가 내 음수가 되었을 때의 즐거움이 더욱 맛있어질 테니까 말이야.
나는 내 가축들을 믿고, 멀리서 보고만 들으며 뒤쫓으면 될 뿐. 그래. 그러면 돼.
자. 데이브. 마음껏 세라와의 데이트를 즐기라고.
그 데이트 덕분에, 세라가 내 음수로 숙성되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야.
“그럼, 우리도 쫓아가자.” “““네! 주인님♡”””
힘차게 대답하면서, 내 뒤를 뒤따르는 세 마리의 가축.
그녀들의 표정에서도 세라를 음수로 만드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세라와 데이브에게 하게 될 짓에 대한 죄책감 따윈 보이질 않는, 짐승만이 지을 수 있는 사악한 표정.
그 미소에 나도 입꼬리를 올리며, 나의 가축들과 함께 세라를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