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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68화 (369/749)

Chapter 368 - 336화 - 짐승을 환영하는 어두운 기운! (2)

피부를 찌르는 듯한 한기. 그리고 눈으로 보일 정도로 가득한 사악한 기운.

분명 올라갈수록 나무는 줄어들고 하늘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주변의 풍경은 검은 안개가 짙어지고 더더욱 어두워져 간다.

누가 봐도 평범한 인간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사악하기 그지 없는 독기.

이 짙은 기운은 마물들에게도 버티기 힘든 것일까. 아니면, 마물들이 나를 피해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나 날 저주받은 산맥에 보내지 않으려던 방해가 사라지고, 내 앞에는 어서 오라는 듯이 펼쳐진 오르막길만이 보인다.

“...푸륵...! 훅...!”

검은 안개와도 같은 이 기운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내 가슴에선 수상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서 바위를 뛰어넘는 다리가 더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째서 이런 기대감이 솟아오르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음수들에게 빨리 돌아가야 하니 나쁠 건 없겠지.

원숭이를 닮은 그 히어로 이터가 얼마나 강한 건지 알 수 없는 만큼,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내 음수들이 날 올려 보낸 이유를 확인하고 얼른 내려가야...!

“푸르륵...!! 후우...! 여, 여긴...?”

마지막 바위를 넘어 가파르진 않은 산맥 꼭대기에 올라오자, 그곳에는 하늘마저 새카맣게 보일 정도의 사악한 기운들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인간은 아마 미치거나 숨막혀 죽어버릴 듯한 농밀한 독기의 농도.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독기를 버거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내 육체.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기도 전에, 이 사악한 기운이 퍼져 나오고 있는 건물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원문...”

이 안에 이 사악함을 퍼트리는 근원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불길하게 일렁이고 있는 던전의 차원문.

심지어 그 차원문과 함께 있는 작은 건물마저도, 이곳이 지옥의 입구라는 것 마냥 불길함을 내뿜고 있다.

용사와 성직자들이 나서서 봉인해야만 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 차원문과 건물. 저 안에, 내 음수들이 나를 억지로 올려 보낸 이유가 있을 터.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기대감과 묘한 설렘을 안고 불길한 차원문 안으로 천천히 앞 다리를 뻗으면서 고개를 들이민 순간...

내 주변에는, 어느새 어두운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이건...”

우주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별들. 하지만, 그 별들은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느껴지지는 않는다.

마치, 시골길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정도의 감상밖에 나오지 않는 반짝임. 하지만, 그 반짝임 속에서 눈에 띄는 반짝임이 두 개.

서로 대칭되어 있는 것처럼, 유독 밝은 빛의 별과 불길하게 어두운 빛을 띄고 있는 별.

왠지 모르게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밝은 쪽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에센티아 란 것이.

그럼, 지금 에센티아로 자신의 어둠을 나눠주고 있는 것 같은 저 검은 별은...

「아아! 아아아아아! 나의, 나의 우주가!!!」

이전에 보았던 것 같은 검은 별을 살피려고 한 순간, 어디선가 비통함에 잠겨있는 여성의 절규가 들려왔다.

여성? 이건, 여성의 목소리... 맞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한 묘한 목소리인데...?

「멈추질 않아! 뒤틀림이 멈추질 않아! 아아! 어째서!! 나의 설계는 완벽했을 텐데...!!!」

...어째서지? 저 너무나도 억울한 듯한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게 복잡해 지는데...

「어째서 만족할 줄 모르는 거야! 너희들에겐 분명 낙원을 마련해 주었는데! 아아! 안돼!! 아무리 계산해도, 멸망의 미래가 사라지질 않아!!」

...낙원? 멸망...?

혹시 이 목소리는, 설마...

「내 설계가 잘못되었단 거야!? 이게 내 잘못이라고!? 아니야! 이건 모두, 낙원에 있으면서도 욕심을 부린 저 아이들 때문이야!」

...그렇구나. 이 목소리의 주인이 바로, 에센티아와 이 우주를 창조한 여신...

여신교가 떠받드는, 바로 그 여신... 이겠지...

「용서 못해! 나의 우주를 망친 저 아이들을 용서 못해! 어째서! 낙원을 만들어 주고도 이렇게 배신당해야 하는 건데!!」

아이들은 뭐고 낙원은 뭔지 모르겠지만... 으음. 정말 비통한 목소리인걸.

누구한테 뒤통수를 맞은 건가? 여신님인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좀 불쌍한 느낌이...

「...그래...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어차피, 내가 소멸해야만 하는 운명이라면...」

...어라? 불쌍하다고 느끼자 마자, 목소리에서 뭔가 불길한 느낌이...

「후, 후후후...! 그래, 나눴던 것이 문제라 이거지? 좋아. 그렇다면, 그이에게 부탁해서... 억지로라도, 다시 합친다면...!」

쓰으읍...? 뭐, 뭐지...? 왜 이렇게 여신님 목소리가 불쾌하면서도 오싹한 거지...?

「그래! 다시 만드는 거야! 어차피 소멸 당할 거라면, 적어도 내 우주만큼은 남길 수 있는 도박을...!!」

여신의 외침이 끝나자 마자, 마치 장면이 바뀌는 것처럼 내 눈앞에 검은 별이 다가와 있었다.

마치 위성 사진을 보는 것 마냥, 대륙이 보이고 검은 기운이 휘몰아치는 것이 보이는 검은 별.

그리고 내 다리 앞에 발판 같은 것이 나타나, 마치 밟으라는 것처럼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윽...!?”

이끌리는 것처럼 그 발판을 밟자 마자, 머릿속에 무언가 기억과도 같은 정보가 들어온다.

여신이 가진 권능. 그 권능으로 이루어진 우주. 그리고, 그 우주 안에 여신이 만든 두 개의 별.

그 정보가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다시 계단처럼 내 앞에 발판이 만들어졌다.

“...내려오라는, 건가...”

마치 저 검은 별을 향해 내려가는 것처럼 만들어지는 발판. 그 발판을 밟을 때마다, 계속해서 여신이 안배해 둔 기억이 흘러 들어온다.

그리고 그 기억이 흘러 들어올 때마다, 날 반기는 것처럼 내 몸에 휘감기는 불길한 검은 기운.

왠지 모르게 그 기운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랬던, 건가...”

이 우주를 만든 여신은, 자신의 우주가 자기가 만든 생명체들에게 평온하고도 안락한 낙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생명체가 낙원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 역시 낙원에 있을만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

그렇기에 여신이 우주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선과 악의 분리였다.

아니, 선과 악이라기 보단 음과 양이라고 해야 할까?

선, 빛, 풍요로움, 에세르... 그러한 것들만 모아 에센티아를 만들고, 악, 어둠, 척박함, 테세르... 안 좋은 것들만 모아, 눈 앞에 보이는 저 검은 별... 테센티아를 만들었다.

“...멍청하게...”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실수. 우주를 설계할 당시 여신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들었다.

선한 인간들을 만들어, 마치 양식장에 가둬둔 것 마냥 에센티아에서 그들이 평화로이 지내는 것을 바라보던 여신.

악의만 모아 대충 만든 생명체들은 척박한 테센티아에 넣어둔 채, 여신은 그저 좋은 것만 모여있는 에센티아와 인간들을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여신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여러 우주에서, 괜히 음과 양을 혼합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본인이 설계를 잘못해놓고, 억울하다고 찡찡댄건가...”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행복하게 모여 살던 초창기의 인간들.

풍요로운 땅 덕분에 굶는다는 개념을 몰랐고, 주변에는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몬스터들이 있었다.

더욱이 그들이 과도하게 벗어나지 않도록, 곳곳에는 그들이 감당하지 못할 강한 몬스터들까지.

그렇게 모든 것이 통제되어 영원할 것 같았지만, 인간들의 과한 선의가 여신의 예측을 벗어나 버렸다.

행성이라면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지성체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들.

스킬이라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법칙조차, 생명체이기에 피할 수 없는 질병을 모조리 막아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발생된 사소한 희생조차 용납할 수 없었던, 과도한 인간의 선의.

그것이 여신이 만든 우주의 법칙. 시스템의 버그를 일으켜, 용사라는 존재를 만들어 버렸다.

“결국, 멸망이란 건 용사들로 인해 발생한 우주의 균형 붕괴...”

선과 악. 음과 양을 분리했다고 해도, 우주인 이상 어느 한쪽을 없앨 수는 없는 법.

용사들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에세르 소비는 우주의 에너지에 불균형을 일으켰고, 결국 이 검은 별. 테센티아에 몰아둔 테세르가 에센티아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만약 육체라는 한계가 없었다면, 용사들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바로 우주가 멸망해 버렸을 터.

그렇게 미약하지만 테세르에 영향 받기 시작한 에센티아와 생명체들은, 그 순간부터 이미 여신의 설계를 벗어나 달라져 버렸다.

묘하게 호구스럽던 인간들. 하지만 그 중에 간간이 섞인 악당들은, 모두 그 어긋나버린 설계 때문...

용사라는 존재가 탄생했을 때부터, 에센티아와 인간들은 여신이 아끼던 ‘보기 좋은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 무능한 여신 같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테세르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에세르만을 받아들이도록 설계된 생명체들. 그들은 테세르의 영향을 받아 성향이 달라져버리긴 했지만, 애초에 테세르를 몸에 받아들일 수 있는 생명체들이 아니었으니까.

음과 양의 융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냥 충돌하기만 하는 혼잡한 상황. 그 혼돈이 커져나가면, 결국 찾아오는 것은 우주의 멸망이었다.

그 때부터 여신은, 자신의 모든 권능을 써서 어떻게든 멸망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우주의 창조를 완료한 여신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거기서 내가...”

절망한 여신은, 그때부터 인간을 자신이 만든 사랑스러운 아이들로 여길 수가 없었다.

우주의 멸망은 곧 그 우주를 만든 신의 소멸. 본인들은 모르지만, 인간들은 결국 자신들의 부모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된 셈이었으니까.

그 패륜에 분노하며, 이 상황을 모면해보려 한 여신이 선택한 것은...

테센티아에 있던 혼돈의 생명체들을 이용한, 신인류 탄생 계획이었다.

“이 육체는 결국, 에센티아의 몬스터 조차 아니었던 건가...”

에세르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생명체들과, 테세르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생명체들의 결합.

음과 양. 에세르와 테세르가 융합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계획.

그 계획이 성공하고, 버그를 일으키는 생명체들을 모조리 없앤다면...

그렇게 된다면 두 개를 분리해 만들었던 이 우주가, 다른 안정된 우주들처럼 자연스럽게 음과 양의 기운이 합쳐질 것이다.

비록, 그 일을 하기 위해 여신은 소멸하겠지만.

“그래서 신이 없는 우주...”

영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테센티아의 생명체들을 바로 쓸 수는 없었다.

애초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쓰레기를 모아두듯이 대충 만들어 내던진 생명체들. 그것들은 종으로서의 질서조차 없는 혼돈 그 자체였으니까.

살아있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혼돈들. 그것들을 쓰기 위해서는, 그들을 살아있게 만들 영혼이 필수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신이 조금 수정을 가한다지만, 에센티아의 영혼들은 저 혼돈의 육체를 감당할 수 없었고... 새로운 영혼을 만들기엔 여신의 권능이 부족했던 상황.

그 상황에서 여신은, 자신과 가까우면서 신으로서의 남편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의 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악으로 가득한 혼돈의 육체를 감당할만한, 영혼들을 보내달라고.

“...기분 나쁘네. 날 그딴 식으로 생각했단 말이야?”

이 우주에선 에세르와 테세르라는 에너지로 만들었지만, 우주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그 두 에너지의 원본이 되는 음과 양의 에너지.

지구의 우주는 애초에 그 두 가지가 뒤섞인 우주였기에, 인간들의 영혼 역시 두 에너지를 모두 감당 가능했다.

그런 영혼 덕분에, 이 테세르로 가득 찬 육체가 인간들에겐 에세르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덤이었고.

하지만 감당이 가능하단 것뿐. 실제로 가능할지는 모르던 상황에서...

간신히, 나 하나의 영혼이 이 육체에 깃들게 된 것이다.

다른, 여러 마리의 실패작들과 함께.

“...그럼 결국, 여신이 내게 바란 것은...”

하지만 여태까지는 그 조차 깃들었다고 표현하기엔 미묘했다.

영혼은 지구의 인간. 그리고 육체는 악의에 가득 찬 혼돈의 생명체.

영혼이 육체에 맞지 않는 터라, 여태까지 계속 내 몸 이면서도 내 몸 같지 않은 어긋남이 생기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뭐든 익숙해지는 법.

이제 내 영혼은, 이 짐승의 육체란 틀에 딱 맞게 모습을 갖추었다.

아니, 그것뿐만 아니라, 이 혼돈의 육체까지 내 영혼에 영향을 받아 내가 가진 욕망에 걸맞은 짐승의 육체로 완성되어 버렸다.

암컷들을 지배하고, 인간들을 죽이는, 마왕이란 짐승에.

“죽이고, 빼앗고, 지배하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우주를 지키란 건가... 푸, 푸흐흐...”

어처구니 없는 년 같으니. 여신이란 년이, 자기가 만든 생명들이 어떻게 고통 받든 상관없이 우주를 유지하려고 하다니.

심지어 그 과정에서, 지구의 영혼들을 옮겨오느라 힘을 다 써서 소멸을 해버렸다고?

정작 본인은 소멸한 주제에, 본인이 만든 우주 만큼은 남겨두려고 자기가 만든 것들을 짓밟기를 원하다니...

큭큭... 근데, 나한테는 뭐 아주 고마운 제안이지.

내 욕망에 걸맞게 변한 육체를 써서 암컷들을 지배하고... 그리고, 이젠 멸망만 당기는 구 인류를 청소한다.

그것도 여신이 갖추어 둔 이 육체 덕분에, 그 즐거움을 아득한 시간 동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리즈벳... 클레아... 세레스... 세실리아... 리안나... 그리고, 아직 진행중인 세라...”

내게 선택 받은 암컷들은, 신인류를 만들어 낼 그들에 가까운 모태.

의식적으로 행한 것은 아니지만, 음수들을 시간을 들여 영혼부터 천천히.

그리고 가축들은, 억지로 육체와 영혼을 급격하게 내 테세르로 변질시켰다.

그녀들과 함께 구 인류를 처분하고, 나와 그녀들의 피를 이은 신 인류를 만들어 우주를 안정시킨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나의 사명. 나의 운명.

그렇다면...

“거기에 따라 줘야지. 우리 불쌍한 여신님이 바라는 대로 말이야.”

이미 소멸했지만, 그래도 이제 편히 눈을 감으라고. 여신님.

당신이 용서 못하는 저 구 인류를 모조리 박멸하고, 더욱 더 암컷들을 늘려 신인류를 잔뜩 만들어줄게.

내 즐거움을 위해서. 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당신이 죽어가면서 까지 바라던 우주의 평화를, 내가 만들어주지.

에센티아를, 피와 음욕으로 가득 채워서 말이야.

“...다들 기다려. 너희들의 마왕님이, 얼른 갈 테니까.”

여신이 마련해둔, 끝없이 이어지는 빛나는 발판.

그 발판을 밟으며, 나는 이 육체의 고향으로 계속해서 내려갔다.

에센티아를 지배하기 위한, 마왕으로서의 마음을 다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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