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69 - 337화 - 짐승을 환영하는 어두운 기운! (3)
눈부신 빛을 내뿜고 있는 발판. 그리고 그 빛의 발판들과 어우러지는 검은 기운들.
내 앞길을 축복하는 것처럼 계단이 빛나고, 그 계단을 밟을 때마다 내 영혼이 준비를 갖춘다.
척박한 저 땅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더 밀도가 높아지는 불길한 기운.
생명체의 욕망을 자극하는 이 기운은 이미 인간에겐 맹독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풍겨져 오고 있지만, 이 육체는 그저 편안함을 느낄 뿐이다.
그 편안함 속에서, 점차 마왕으로서의 모습과 마음을 갖추어가며... 계속해서, 테센티아에 다가가던 나는...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성전 같은 느낌이 드는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여긴...”
내려오면서 내게 흘러 들어온 지식이 알려준다. 이 장소는, 여신이 자신의 뜻을 이어줄 존재를 위해 준비한 그녀의 제단이라고.
지구에서 데려온 영혼이 이 욕망으로 가득 찬 육체에 익숙해 질 동안, 에센티아 곳곳에 뿌려둔 제단을 경유하게 만들다가...
그러다 때가 되었을 때, 이 곳으로 오도록 만들어서 완성하는 거였나.
그 안내자로는, 나보다 먼저 영혼이 변질되어 짐승으로 완성되었던 내 암컷들 이었고?
그녀들이 보았다던 미래란 것은, 여신이 이 세상의 법칙인 시스템에 마련해 두었던 미래 예측 시스템...
영혼이 테세르로 인해 변질되어 사악하기 그지 없는 마음을 가지게 된 내 암컷들에겐, 여신이 알게 만들어 준 멸망밖에 없는 미래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겠지.
새로운 인류를 낳아 이 우주를 존속시킬 사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사명을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멸망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 이제서야, 내 암컷들이 뭘 원하고 있던 것인지 온전히 이해가 돼.
날 이 에센티아로 불러 온, 여신의 바램까지 말이야.
「나의 우주. 내가 존재한 이유를 지켜줄, 우주의 수호자가 될 마왕이여...」
앞 쪽의 제단에서, 흐릿한 빛의 형상이 나타나 나를 마주한다.
과연 신이라고 칭할 만큼, 완벽한 밸런스로 느껴지는 여신의 저 탐스럽고 고귀해 보이는 육체.
하지만 어째서인지, 얼굴만은 빛으로 가려져서 보이질 않는다.
...마치, 일부러 얼굴을 숨기려는 것처럼.
「부디 나의 염원을 이어받아, 이 우주를 소멸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세요.」
...그래. 그건, 부탁하지 않아도 할 생각이야.
나 역시, 내가 살아있던 흔적은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마음이니까.
「이 우주의 생명체들은, 이미 저의 의도에서 벗어나 우주의 멸망을 가속시키는 사악하기 그지 없는 생명체들이 되어버렸습니다.」
푸흐흐. 이 여신님. 참 성격이 나쁘네.
결국 본인의 설계가 개판이라 이 꼴이 난 거면서. 왜 자기가 만든 애들 탓만 하는 거지.
이래서 뭘 만들 땐 설계가 중요하다니까. 한번 어긋나니 걷잡을 수가 없잖아.
「이젠 더 이상, 제가 만든 아이들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그 존재들... 그들을 단 하나도 남겨두지 말고, 영원한 안식을 선사해주세요.」
불쌍한 인간들... 본인들은 아직도 여신을 찬양하면서 섬기고 있는데, 정작 여신은 자기 창조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니...
「그리고 부디 이 우주에, 영원한 안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새로운 생명들을... 부디...」
여신의 목소리가 줄어들다가, 여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여신의 흔적 같은 느낌의 빛 하나가 남았다.
영원한 안녕... 이라...
그래. 나와 내 암컷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인류는, 조화로운 에너지를 갖추어 지금 에너지가 혼란스럽게 뒤섞이고 있는 이 우주를 안정시키겠지.
이 육체의 원본이 워낙 대충 만들어졌던 테세르의 찌꺼기라서, 아직도 신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좀 더 준비를 갖추어야 하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지. 어차피 그 시간 동안, 구 인류를 박멸하는데 집중하면 되는 거니까.
테세르의 찌꺼기나 다름없었던 존재. 그것에 인간의 영혼을 담아, 에센티아의 몬스터로 다시 만들어 낸 여신.
그렇게 탄생한 마왕이, 여신이 만들어 낸 생명체들을 유린하고, 범하고, 빼앗아 변질시킨다...
큭큭... 그래. 당신이 준비해 둔 나를 위한 낙원, 에센티아를... 당신이 원하는 대로, 구원해 줄게.
그 구원의 대가로, 나는 내 욕망을 한없이 증폭시켜서 마음껏 즐기고 살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되었으니까.
쓸모 없는 수컷들은 절망하게 만들고, 가지고 놀고, 죽인다.
생명을 잉태할 암컷들은, 행복하게 만들고, 날 섬기게 만들고, 빼앗아 범한다.
이 마왕[魔王]이, 당신의 뜻대로 즐겁게 살면서 이 우주를 지켜주겠어.
“지금, 바로 갈게. 내 암컷들...!!”
나의 역할. 나의 사명. 내가 이 우주로 불려온 이유.
모든 것을 알게 된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여신이 있던 곳에 남은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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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가 산맥의 꼭대기로 향하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그 꼭대기에서 조금 떨어진 중턱에는 지금, 얼음이 뒤덮이고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윽, 케흑...!!” “리즈!!” “리즈 언니!!”
몸 주변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마물.
그 마물을 둘러싸고 있던 여자들 중, 붉은 머리의 마법사가 달려든 마물에게 복부를 걷어 차여 날아갔다.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음수 리즈벳. 그 리즈벳에게 다가가, 손에서 빛을 내뿜는 음수 클레아.
음수 세실리아가 검을 들고 마물에게 달려들고, 음수 세레스가 그런 세실리아를 보조하듯이 땅과 마물의 다리를 얼린다.
하지만 자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란 듯이, 검을 쳐내고 부들거리면서 얼음을 깨고 나오는 히어로 이터란 마물. 필마온.
자신들의 주인에게 테세르라는 에너지를 주입 받은 음수들이지만, 저 히어로 이터의 육체는 지금 그녀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단단한 육체였다.
거의 대미지를 입지 않는 마물. 하지만 그와 달리 점점 지치면서 공격 당하기 시작한 음수들.
간신히 버티고는 있었지만, 이제 점점 그것도 한계에 가까워지며 그녀들의 패배가 확정될 때 쯤...
- 쿠우우우우우우웅!!!
산맥의 꼭대기에서, 불길한 기운이 하늘을 뚫을 것처럼 치솟으며 검은 기둥을 이루듯이 뿜어져 나왔다.
“...아아... 드디어...♡” “아...♡ 이 주인님의 기운은...♡” “후후...♡ 그렇게나 기다리던, 마왕님이 강림하시는 순간이...♡” “아하핫♡ 오빠가 마왕으로 강림해버렸네? 넌 실패했어 이 쓰레기야!”
세상을 일그러트릴 것처럼 뿜어져 나오는 사악한 기운. 그 기운에, 음수들이 미소를 지으며 기뻐한다.
고대하던 자신들의 주인. 이 세상을 구원할 마왕의 강림.
그 순간을 맞이하며, 음수들은 자신들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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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여러분. 느껴지나요? 우리들의 주인, 마왕님이 강림하신 기운이♡” ““아아♡ 네♡ 리안나 님♡ 너무나 오싹하고 황홀해서, 절정이 멈추질 않습니다아♡”” “이렇게 사악하고 농밀하기 그지 없는 욕망의 기운이라니...♡ 아아♡ 자궁이 떨려서 참을 수가 없어...♡”
라디아에 있는 마왕성이라고 이름 붙인 건물.
그 건물의 옥상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모여 하늘을 향해 치솟은 검은 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음부나 가슴을 문지르면서, 그 검은 기둥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는 수많은 암컷들.
오늘 그녀들은 모두, 자신들의 일을 멈추고 저 곳에 강림하는 마왕을 맞이하기 위해 이 곳에 모여있었다.
이미 마왕이 되기 전의 몬스터를 만나, 겉모습만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이 되어있던 암컷들.
그녀들의 대표처럼 서 있는 음수가, 자신의 손에 들린 쇠사슬을 들어올리며 뒤에 있던 자신의 아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디노. 느껴지니? 역겨운 수컷들을 멸망시킬, 마왕님이 강림하신 것이♡” “네... 엣...♡ 느껴, 져요...♡ 리안나, 니임...♡” “원래라면 너희들 역시 그 멸망에 포함되었을 텐데... 얼마나 다행스럽니? 미리 주인님을 만난 덕분에, 너희는 주인님의 유희를 위한 장난감으로 인정받은 거야♡” “하, 하이익...♡ 네엣...♡ 너무, 너무 기쁩니다아...♡” “후후♡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너희들을 살려둔 보람이 있잖니?”
목에 쇠사슬이 달린 개목걸이를 차고, 알몸이 되어 검은 기둥을 향해 절하고 있는 디노.
그 허리의 곡선은 암컷에게서만 볼 수 있는 곡선을 이루고, 가슴은 커다랗게 부풀어 바닥에 닿고 있지만...
하지만 그의 하반신에서는, 거대한 딜도가 항문에 삽입된 채 엄지손가락만한 남성기가 투명한 액을 흘리고 있었다.
거칠게 쇠사슬을 들어올리면서, 수컷도 암컷이 아니게 되어버린 자신의 아들의 머리를 하이힐로 짓밟는 리안나.
그 음수의 표정에는, 더 이상 아들에 대한 사랑 따위는 엿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디노의 뒤쪽에서, 디노와 마찬가지로 알몸이 되어 절하고 있는 망가진 수컷들을 짓밟고 있는 암컷들.
그 수컷들의 어미였던 짐승들이, 마왕이 허가한 수컷들을 향해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후후...♡ 사랑스러운 우리의 마왕님...♡ 이제, 우리 암컷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찬양하라 암컷들의 지배자를♡ 멸망해라 역겨운 수컷들♡””
마왕의 강림을 기뻐하는 선택 받은 암컷들의 찬양은, 마왕이 자신의 성으로 돌아올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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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아아...!?” “세라!? 무슨 일이야!?” “으읏...♡ 가, 갑자기...♡ 몸이...♡”
짐승들이 마왕의 성에서 찬양을 시작하던 순간.
라디아에서 지금 그 짐승들과 가장 가까운 암컷이, 자신의 약혼자와 길을 걷던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다리의 힘이 풀린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떠는 음수 후보 세라.
그녀의 약혼자인 용사 데이브가, 쓰러진 자신의 약혼자를 걱정하며 부축하려던 순간.
자신의 몸을 덮치는 사악한 기운을 느낀 데이브는, 그대로 몸이 굳으면서 그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뭐, 뭐야 저건... 저건, 설마 테세르...? 이, 이렇게나 높은 밀도라니...!?” “으흣, 읏...♡ 으흐으읏....♡” “세, 세라! 설마 저 테세르 때문에...!? 기다려, 내가 금방 용사의 기운으로...!” “아, 아냐...♡ 괜찮으니까...♡ 그, 그러지 마...♡” “뭐, 뭐!? 무슨 소리야!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으면서!” “아, 아니...♡ 이건, 괴로운 게 아니라...♡ 으흐으으으읏♡♡” “세라!! 안되겠어, 지금 당장...!” “방해하지 마!!!”
성가시단 듯이 자신의 약혼자를 밀쳐내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몸을 떠는 세라.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마치 행복한 절정에 빠진 암컷과도 같은 표정이 나타나 있었다.
“아히, 아아...♡ 세마, 씨이...♡” “도, 도대체 이게 무슨...”
당혹스러워 하면서, 멍하니 절정에 빠진 듯한 세라를 쳐다보는 데이브.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상한 것은 세라 뿐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읏, 아...♡ 내, 내가 왜...♡” “흐읏...!? 뭐, 뭐지 이건...? 앗...♡” “아, 아아...? 아힉...♡ 가, 갑자기 뭐야...!?” “으응...♡ 엄마, 나 거기가 이상해...♡”
세라 만큼은 아니지만, 얼굴을 붉히며 몸을 떨고 있는 여성들.
하지만 그에 반해, 남자들은 뭔가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몸을 조금 떨고 있을 뿐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변 여자들의 모습에 당황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외치는 수많은 남자들.
마왕이 강림한 순간, 라디아에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벌어진 잠시 동안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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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헉!! 이, 이 놈...!!” “뭐냐 넌! 약해 빠졌구만! 왕국의 히어로 나이트도 질이 떨어진 모양이지!?” “이, 이 자식이...!!” “어디 있냐 오를란도!! 네 부하의 목이 떨어지면 나타날 거냐! 마족의 용사를 상대하려거든 인간의 용사가 나와주셔야지!!” “커헉!!!”
인간들의 나라, 라인하르트 왕국과 마족령 사이의 국경지대.
그 곳에 있는 어느 넓은 장소에서, 갑옷을 입고 머리에 뿔이 난 보라색 피부의 남자가 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를 짓밟고 있었다.
인간과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무언가 불길한 피부색과 뿔을 가진 마족.
그 마족이 짓밟던 발에 힘을 주자, 충격파가 일어나며 기사 주변의 땅들이 갈라져 무너져 내린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하얀 갑옷의 기사들이 그 남자에게 달려들지만...
“이 놈!!” “마르테에게서 떨어져라!” “하! 이름만 용사인 너희들론 상대가 안돼! 가서 오를란도를 데리고 와!!”
그들이 짓밟힌 기사를 구하려는 것처럼 검을 휘두르지만, 뿔이 난 남자는 자리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그 검들을 가볍게 쳐낸다.
누가 봐도 느껴지는 커다란 실력 차. 뿔이 난 남자가 가볍게 휘두른 검에, 튕겨져 나가는 하얀 기사들.
그렇게 기사들이 튕겨져 나간 순간, 하늘에서 강렬한 푸른 빛이 떨어졌다.
“왔구나! 오를란도!” “기어코 일을 치르는군. 페라구스.”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페라구스라 불린 마족이 붉은 기운을 몸에 휘두르고 오를란도에게 달려든다.
바로 푸른 기운을 휘감은 오를란도와 페라구스의 검이 부딪치자, 커다란 충격파와 함께 푸른 기운과 붉은 기운이 주변에 퍼져나간다.
부딪치는 것 만으로, 주변에 에너지를 퍼트리면서 땅을 가르는 두 용사의 격돌.
“너희는 마르테를 데리고 가서 마족들과 대치하도록!” ““네! 단장님!””
주변의 기사들이 떠나자, 두 명의 몸에서 일렁이는 기운이 더욱 세차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하! 이제야 방해 없이 놀 수 있겠군!” “페라구스! 네가 나오면 나도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진정 끝을 보잔 건가!?” “그것도 좋지!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눈치만 볼 수는 없잖아!?” “미친놈 같으니, 진정 오늘 죽고 싶은 모양이군!!”
서로 부딪치고 있던 검을 위로 튕겨낸 후, 오를란도의 검에서 푸른 기운이 터지듯이 뿜어져 나오며 페라구스를 향해 휘둘러진다.
몸을 옆으로 피하며 그 검을 피한 순간, 오를란도의 검에서 방출되는 푸른 검기.
그 검기가, 페라구스의 뒤에 있던 작은 산을 가르며 무너트렸다.
“크하하! 역시 날 상대할만한 건 너밖에 없어! 다른 놈들은 전부 재미가 없다니까!”
오를란도의 공격을 피한 페라구스의 검이, 바로 붉은 검기를 방출하며 오를란도에게 반격을 가한다.
근접거리에서 서로의 공격을 피하며 방출하는 두 명의 검격에, 주변의 땅과 지형이 갈라지며 무너져 내린다.
일반인은 쫓아가기도 힘들 속도의, 푸른 빛과 붉은 빛의 검격.
그 검격이 주변에 흩날리다가, 다시 한 번 부딪치며 커다란 충격을 일으키고는 상쇄된다.
“너와 내가 싸우면 어찌될 지 아는 녀석이...!!” “뭐 어때! 어차피 언젠가 끝을 봐야 하는 사이인데, 계속 질질 끄는 것도 지겹지 않나!?” “하...! 그래. 그래서 본인이 죽더라도 상관 없단 얘기겠지!?” “상관은 없지! 어차피 죽는 건 네놈이 될 테니까!!”
다시 서로의 검을 밀치며, 거리를 벌리고 대치하는 오를란도와 페라구스.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며, 오를란도는 자신의 머리 옆에, 페라구스는 자신의 어깨에 검을 올리고 자세를 잡았다.
서로를 끝내려는 듯이 몸에서 일렁이는 투기를 더욱 늘리는 인간과 마족의 용사. 그 도중...
“...!?” “...!! 이, 이건...!!”
오를란도의 뒤에서, 머나먼 곳에서 치솟아 오르는 검은 기운이 두 용사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무슨...!? 어째서, 왕국에서 저런 기운이...!?”
자신의 숙적과 대치하던 것조차 잊어버린 것인지, 기겁하는 표정을 보이며 뒤를 멍하니 쳐다보는 오를란도.
자신이 수호해야 할 왕국. 자세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그 어딘가에서, 이곳까지 느껴질 정도의 사악한 테세르의 기운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사실에 당황하며 굳어있던 오를란도를 향해, 페라구스가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하하...!! 오를란도! 뭐냐 저건! 왕국에서 준비한 신병기 같은 건가!? 마족이 테세르에 저항력이 좀 있다고 인간 취급도 안 하더니! 하여간 인간들은 참 뻔뻔하구나!!” “큭, 무슨...!! 왕국에서 저런걸 준비했을 것 같나!?” “아니면 뭐야! 저런 기운, 어떤 던전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수준인데!? 자연스럽게 발생했을 리도 없으니, 너희 인간들이 준비한 뭔가겠지!!” “웃기지 마라! 너희 마족도 아니고, 더러운 테세르 따위를 왕국이 손댈 것 같나!!” “그럼 설명해 보라고! 왕국 쪽에서 왜 저런 테세르가 치솟고 있는 건지 말이야!!” “크윽...!!”
서로를 끝장내려는 것 보다,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검이 계속 이어진다.
당황한 것 때문에 검의 기세가 꺾인 오를란도. 그리고, 그런 오를란도를 밀어붙이는 페라구스.
인간과 마족 용사. 그 양쪽의 대표들의 싸움이, 마왕의 강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진다.
“역겨워 역겨워! 하여간 인간 놈들 속 시커먼 건 알아줘야 돼!!” “웃기지 마라! 너희 마족이야 말로, 저런 테세르에도 기꺼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역겨운 존재들이니까!!” “마족도 저런 테세르에 당하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하여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건 너도 똑같구나 오를란도!” “큭, 이...! 페라구스!!”
두 용사의 싸움은, 왕국에서 치솟은 테세르의 기운이 가라앉은 이후로도 한동안 이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