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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70화 (371/749)

Chapter 370 - 338화 - 짐승을 환영하는 어두운 기운! (4)

“역시 신수도 국경지역으로 보내야 합니다! 오를란도 경과 신수가 힘을 합친다면 저 마족들을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확실히, 또 히어로 이터를 토벌했다는 신수와 오를란도 경이 힘을 합친다면 분명...” “아직 히어로 나이트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렇다면 별 도움은 안되지 않을까요?” “우리 왕국의 신수가 나선다면, 수왕국 쪽에서 또 방해가 들어올 텐데요. 중립이라고 말하는 주제에 은근슬쩍 마족들을 돕고 있지 않습니까.” “그 놈들도 참 성가신 놈들입니다. 역시 마족들을 해결한 후엔 그 놈들도 처리해서, 전 세계를 통일해야...” “세계통일 이라니, 하하 너무 나가시는군요.”

인간들의 나라 라인하르트 왕국. 그 왕국의 수도인 왕도 팬드래곤.

팬드래곤의 중심에 있는 왕성에서는 지금, 귀족 회의를 끝낸 귀족들이 한가로이 다과를 즐기며 신수와 마족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긴 시간 이어져 온 마족과의 싸움.

그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을 염원하는 이들에게, 부릴 수 있는 신수의 등장은 마치 이 싸움을 끝내라고 하는 듯한 여신의 인도처럼 느껴지는 것 이었다.

때문에 최근 왕도의 귀족들은, 이렇게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신수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 신수가 사는 라디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른 채.

“무엇보다 1년이 넘어간 지금까지도, 라디아에서 신수가 사고를 일으켰단 얘기는 들리질 않으니...” “맞습니다! 어린 짐승이 신수가 되어서 그런지, 다른 신수들처럼 까탈스럽지도 않고 아주 기특해요!”

그들이 신수가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고레벨의 용사나 모험가가 아닌 이상, 라디아와 왕도의 거리는 수십일 동안 이동해야만 하는 거리.

그 거리 때문에 안 그래도 소식이 늦는 데다, 라디아를 지배하는 음수와 그녀를 따르는 귀족 가축들이 중간에서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들이 조작을 가한 정보만을 보게 된 왕도의 귀족들은, 이렇게 라디아의 신수에 대한 착각을 하며 위기감을 가지지 못하는 것 이었다.

“...에스토리아 왕비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시 오를란도 경에게 신수를 보내는 쪽이...”

그렇게 웃으며 귀족들의 대화가 이어지던 도중, 한 귀족이 백발의 여성에게 의견을 물었다.

국왕의 옆에서 품위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가만히 차를 마시며 귀족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발의 여성.

“...후후. 글쎄요. 신수라...”

마치 그녀가 여왕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귀족들이 그녀의 말을 기다리며 그녀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 옆에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차를 마시는 국왕, 라인하르트 폰 아브에투스 13세.

소심한 국왕이 아니라 굳이 그녀에게 의견을 물은 것은, 어찌 보면 지금 이 왕국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히어로 나이트 수준이 못 된다면, 아직 오를란도 경에게 보내는 건 시기상조겠죠. 지금 오를란도 경에게 필요한 건 조금이라도 더 유능한 부하일 테니까.”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판단을 내리는 왕비.

지금 이 자리에 모인 귀족 중에서는, 본래 그녀와 오를란도가 결혼할 사이였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복잡한 상황 때문에 맺어지진 못했지만, 아직까지도 둘 사이에는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을 터.

그것을 잘 아는 귀족들은, 함부로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그녀의 기분을 살피고 있었다.

“일단 신수에 대해서는 계속 지켜보도록 하죠. 오를란도 경이 별도로 요청하는 게 아니라면, 신수가 강해질 때까지 기다려도 괜찮을 테니까.” “역시... 오를란도 경을 믿고 계시는 거군요.” “물론이죠. 그는 왕국 제일의 기사... 읏...♡ 그가 있는 한, 마족이 국경을 넘을 일은... 아앙♡”

오를란도를 칭찬하던 도중, 왕비의 표정이 상기되면서 그 목소리에 교성이 섞인다.

마치 흥분한 여성과도 같은 모습으로 몸을 떨기 시작한 왕비.

그 갑작스러운 모습에, 귀족들은 당황하며 왕비를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아흣, 아...? 오, 오를란도, 는...♡ 앗, 아아...♡ 뭐, 뭐야, 이건...? 앗...♡” “에, 에스토리아 왕비...? 갑자기 왜 그러십니...” “크, 큰일입니다!! 지금, 밖에 엄청난 일이...!!”

마치 오를란도를 생각하며 흥분한 듯한 왕비의 모습을 보던 도중, 갑작스럽게 기사들이 들어와 귀족과 국왕을 향해 외쳤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듯한, 기사들의 당황하는 목소리와 표정.

그 와중에도, 왕비는 절정하는 것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어, 엄청난 테세르의 기운이 지금...! 눈으로 보일 정도로 뿜어져 나와서...!!” “바, 방향이 저주받은 산맥 쪽입니다!!”

라인하르트 왕국에, 마왕이 강림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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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 왕국과 대립하고 있는 마족들의 나라. 노르마니아.

여러 마족들의 대표가 공화제로 통치하는 나라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마족들에겐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페라구스는, 괜찮을까요...” “문제없을 겁니다 공주. 마족 내에서 제일가는 실력자 아닙니까.” “그게 아니라, 또 성급하게 나서는 걸 걱정하는 건데요.” “그건 확신할 수가 없군요. 마족 내에서 제일 가는 다혈질이니...” “또 심심하다고 국경 지역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아닌지... 하아. 걱정되네요.”

왕좌 같은 자리에 앉아, 요염하게 다리를 꼰 채 한숨을 내 쉬는 여성.

보랏빛의 피부색과 머리에 달린 뿔이, 그녀가 마족이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지낸 채, 화려한 옷을 입고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족 여성.

그녀의 곁에 있는 나이 든 마족이, 그녀의 나른함을 달래주려는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부를까요? 공주 곁에 있으면 그 다혈질의 성격도 좀 가라앉지 않습니까.” “그래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럴 수는 없죠. 페라구스가 없는 걸 알면, 인간들이 이때다 싶어서 치고 올라올 테니까.”

손사래를 치면서 옆에 있는 마족의 말을 거절하는 여성.

어째서인지 까닥이는 손짓과 발짓 하나하나에서, 마족을 혐오하는 인간마저 빠져들 것 같은 색기가 흘러나온다.

위계라는 번호를 붙였지만 서로를 동등하게 여기는 각 마족들의 대표들이, 마치 자신들의 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예의를 갖추는 이 여성.

과거 마족들의 왕이 있던 시절. 남성을 홀리는 음마족에게서 태어난 왕의 마지막 혈통.

모든 마족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존재. 마족들의 공주, 아스타로트 였다.

“수왕국이 좀 제대로 나서준다면 페라구스도 쉴 수 있을 텐데. 아직 수왕국의 태도는 여전한가요?” “뭐 그렇죠... 여전히 본인들은 중립이라면서, 직접적인 참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그쪽도 박쥐 같은 녀석들이네요. 마족과 인간 사이에서 간만 보고 있다니...” “그래도 그 쪽은 부족마다 말이 달라서... 최대한 이쪽 편을 들어줄 녀석들을 찾아봐야죠.” “이왕이면 신수들 중 누군가가 나서줬으면 좋겠네요.”

기지개를 켜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스타로트.

그녀는 마족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는 존재였지만, 역할 자체는 마족들의 사기를 고양시키는 마스코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왕의 혈통에서 오는 카리스마와, 음마의 혈통에서 오는 생명체의 욕망을 자극하는 색기.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마족들이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녀의 존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늘 왕좌에 앉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을 보내오고 있는 마족의 공주.

오늘의 할 일을 끝낸 공주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려고 왕좌를 벗어나던 도중...

“...!!? 오, 오호오오오오오오오오옷!!?”

갑작스럽게 아스타로트는, 비명 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고, 공주!? 무슨 일입니까!?” “오홋!? 아!? 아히!? 아, 아히이이이이이이익♡♡”

수컷의 욕망을 자극하고, 암컷으로서 강한 욕망을 가진 음마족이라는 혈통. 본래라면, 남자를 지배하는 존재나 다름없지만...

그런 존재일수록,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수컷에겐 저항력이 약한 법.

같은 마족 내에서 그러한 존재를 만나보지 못한 이 공주에겐, 지금 머나먼 곳에서 자신을 향해 흘러 들어오는 마왕의 기운은 너무나도 강렬한 것이었다.

“아히!? 아!? 뭐, 뭐야!? 이거엇♡ 읏, 으호오오오오옷♡♡” “고, 공주!! 누, 누구 없나!? 공주의 상태가 이상하다!” “으히이이이이이이익♡♡ 간다♡ 간다아아아앗♡♡ 아히, 아히이이이이익♡♡”

왕좌가 놓여진 홀에 음마족의 애액을 분출하면서, 발작하는 것처럼 몸을 떠는 음마족의 공주 아스타로트.

마족의 혈통 덕분에 나름대로의 기간을 살아온 그녀이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몸이 왜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음마족임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강렬한 육체의 흥분.

자신을 지배할 마왕이 나타났다는 것을, 아직 이 음마족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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