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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71화 (372/749)

Chapter 371 - 339화 - 짐승을 환영하는 어두운 기운! (5)

“하아, 하아... 누, 누님. 이제 그만...!” “아직! 아직이다! 제렌! 더 훈련해야 널 괴롭힌 그 녀석들과 싸울 수 있어!” “걔, 걔들은 이미 이겼어요... 이제 제 친구들이라고요...” “그, 그랬나? 아니, 그래도 가문을 이어야 하는 너는 더 강해져야...!” “모험가도 아닌데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보다 누님, 언제까지 왕도에 계실 거에요!? 라디아엔 언제 가시려고!?” “으음... 그치만... 또 어디서 네가 맞고 오기라도 하면...” “애초에 크게 맞은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친구들끼리 감정이 좀 상했던 것뿐이라고요!” “으응... 그, 그래도...”

라인하르트 왕국. 그 왕도에 있는 한 백작가.

그 백작가의 저택에서, 목검을 든 여성이 쓰러진 청년 앞에서 멋쩍은 듯이 뺨을 긁적인다.

갈색 머리를 묶어 올리고, 편안한 복장인데도 불구하고 과도할 정도로 풍만한 가슴이 부각되고 있는 이 여성.

라디아의 길드 관리소장이자 얼마 없다는 여성 용사. 제네시아 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그보다 정말 괜찮은 거에요!? 누님이 히어로 이터 관련 보고를 하러 왔다면서 왕도에 계신지 벌써 1년이 넘었다고요!?” “괘, 괜찮을 거다! 직원들 모두 유능하기도 하고, 여차하면 셀레스티아 언니가 도와줄 테니까...” “민폐잖아요! 이제 그만 돌아가서 일을 하시라구요!” “그, 그치마안... 내 동생이, 또 어디에서 맞고 오기라도 하면... 으으! 에이 몰라! 제렌! 동생주제에 건방지구나! 네 기저귀도 갈아줬던 누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으아악! 누, 누님! 아파! 아파요!”

널브러져 있는 동생에게 올라타, 목을 조르며 마구 흔드는 제네시아.

여자치고는 상당히 키가 큰 제네시아가 젊은 청년의 목을 조르는 그 모습은, 얼핏 보기엔 마치 어린 남자를 학대하는 성인 여성처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손에는 그다지 힘이 담겨있지 않고 버둥대는 제렌 역시 그다지 고통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거의 20년에 가까운 나이차가 나는 누나가, 사랑하는 동생을 가볍게 훈계하고 있는 이 모습.

이 백작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제네시아와 제렌의 모습이었다.

“...하아. 제렌. 사실 이 누나는 돌아가기가 싫다...”

어느새 제렌의 뒤에 앉아, 풍만하기 그지 없는 가슴에 동생의 머리를 파묻는 제네시아.

제렌을 끌어안은 채, 제네시아는 한탄하듯이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나 혼자 가족과 떨어져서 라디아에 있어야 한다니... 이번에 가면, 또 언제 제렌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모르는데...” “...누님...” “원래는 관리소장 같은 것도 맡기 싫었는데... 네가 말리지 않았으면, 팔랑귀 때문에 내게 임명장을 건넨 폐하의 멱살을 잡았을거다...” “그건 좀 참아주세요... 그랬다간 정말 난리 난다구요...” “아아... 제렌이 결혼할 여자도 골라주고 결혼 준비도 도와주고 싶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전쟁 따위 참여하지 말 걸 그랬어...”

본래 모험가로 활동하다가, 백작 가문과 용사라는 입장 때문에 작은 전쟁에 참여했던 제네시아.

거기서 그녀의 강함과 지휘 능력을 알게 된 귀족들은, 제네시아가 히어로 나이트가 되야 한다며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었다.

격렬하게 화를 내며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히어로 나이트가 되지 않을 거라면 길드의 관리소장이 되어 히어로 나이트가 될만한 후보라도 찾아달라며 애원하던 귀족들.

하지만 그 제안조차, 제네시아를 자유롭게 풀어두지 않고 필요할 때 왕명으로 그녀를 강제로 호출하기 위한 적당한 핑계였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핑계를 대며 모험가로 남으려고 했던 그녀였지만...

그들에게 설득된 부모님, 그리고 국왕의 임명장까지 받아내 억지로 떠맡긴 귀족들 덕분에, 그녀는 가족들과 떨어져 라디아의 길드 관리소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아... 제렌. 여자친구가 생기면 누나한테 먼저 보고해야 한다? 이 누나가 네게 어울리는 여자인지 확인해 볼 테니까...” “...너무 과한 참견이세요. 누님.” “뭐 어떠냐. 제렌은 내 동생인데. 후후...” “으음... 그건 나중에 따로 얘기하고... 정말 라디아에 돌아가기 싫으세요?” “...싫다. 돌아가면 또 나 혼자 지내야 하잖아...” “...후우.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그리도 격렬히 거부하던 이유를 알고 있었다.

거의 부모자식뻘의 나이차가 나는, 제네시아가 끔찍이도 아끼는 늦둥이 동생. 제렌 때문이란 것을.

제렌 역시 그런 누나를 소중히 여기면서, 누나가 보내는 부담스러운 사랑을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이대로 제네시아를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한 제렌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누나에게 제안했다.

“그럼, 저도 같이 라디아로 갈게요 누님.” “...응?” “아버지는 아직 정정하신데다, 저는 이미 성인이잖아요? 작위를 물려받기 전까지, 몇 년 정도는 라디아에 가서 지내도 상관없겠죠.” “그, 그런! 제렌! 학원이나 공부는!?” “이젠 배울 거 다 배웠는걸요. 누님이 라디아 영주 부인과 잘 아는 사이시니, 가서 일 좀 배워오겠다고 말하면 아버지도 찬성하시겠죠.” “아, 아아!? 그, 그런 방법이...!!” “이제 라디아로 돌아갈 맘이 드나요 누님?” “무, 물론이지! 이, 이럴게 아니구나! 제렌이 함께 간다면, 챙겨야 할 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자신을 더 격렬히 쓰다듬기 시작하면서, 누가 봐도 기뻐하는 표정으로 좋아하는 제네시아.

‘...이런 누님이 용사라니... 정말, 누님도 더 늦기 전에 결혼을 하셔야 하는데. 어느 남자가 데려가려나...’

그런 누나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제렌은 속으로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버린 제네시아의 결혼을 걱정했다.

결혼 얘기를 꺼내면 화를 내는 제네시아라서, 차마 입 밖으론 꺼내지 않고 제네시아와 결혼할 남자에 대한 조건을 떠올리는 제렌.

‘...이번에 같이 라디아로 가서, 누님에게 맞는 남자를 찾아봐야겠어...’

오랫동안 파업하던 라디아의 길드 관리소장이, 마침내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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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이제 수왕국이 코앞이에요.” “아... 수왕, 국...” “그래요. 수왕국. 저 곳이라면, 우리를 도와줄 인물을 구할 수 있을 거에요.”

망토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 쓴 채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두 명의 남녀.

너덜너덜해진 망토가, 두 사람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끝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푸른 숲이 보이는 먼 곳을 가리키는 여자.

하지만 고개를 숙인 남자는, 마치 힘이 다 떨어진 것처럼 여자를 쳐다보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아, 정말...! 바울! 다 왔어요! 힘 좀 내보라구요!” “으, 으흐... 클레, 아...” “아 진짜...! 자길 버린 여자가 뭐가 좋다고 계속 이렇게...! 일어나요 좀!”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투덜거리면서, 주저앉아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는 남자를 일으키는 여자.

과거, 여신교의 주교였던 바울과, 성녀 자리를 두고 클레아와 경쟁하던 클라리스 였다.

“큭, 이 인간이 정말...!”

일으켜도 도로 주저앉아 버리는 바울을 내팽개치며, 클라리스가 후드를 벗고 인상을 구겼다.

이전과는 달리, 얼굴에서 진한 화장기가 사라져 있는 그녀.

본래 미모가 뛰어났던 그녀이지만, 화장기 하나 없이 넝마 같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 모습은 마치 도망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모 자체는 이전과 달리 크게 변하지 않았건만, 옆에 주저앉아 있는 바울은 조금 달랐다.

푹 꺼져 들어가 있는 눈자위, 홀쭉해져서 들어가 있는 뺨.

쩍쩍 갈라진 피부와 듬성듬성 나 있는 수염이 나 있는 모습은, 도저히 여신교의 주교였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마치 폐인과도 같은 모습이 되어, 무어라 입을 우물거리며 중얼거리기만 하는 바울.

클라리스는 혀를 차면서, 불쌍한 건지 짜증나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이렇게 못났으니 여자나 뺏기지.” “으으, 으... 클레아아...” “몬스터 따위나 좋다고 떠난 여자인데. 뭐가 그리도 그리운 건지... 쯧.” “으으... 아, 아니야아... 내, 내 클레아느은...” “미친... 진짜, 그런 여자가 도대체 뭐가 좋다고... 읏...♡”

바울을 째려보던 도중, 클라리스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묘한 표정이 나타난다.

마치 뭔가 성적인 자극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리를 살그머니 비비적거리는 클라리스.

“뭐, 뭐야 갑자기...♡ 읏...♡ 왜, 이런...♡”

이유를 알 수 없는 흥분이, 지쳐있는 클라리스의 신체에 휘감긴다.

자신의 눈 앞에는 절망에 빠진 바울뿐. 그러니 전혀 이런 기분이 될 이유가 없건만.

하지만 어째서인지, 갑작스럽게 몸이 달아올라 하반신이 젖고 있다.

그 원인이 머나먼 곳에 있는 자신의 원수 때문이란 것을 모르고, 가만히 몸을 떠는 클라리스.

“하아, 하아...♡ 뭐, 뭐였지 방금...?”

간신히 그녀의 몸이 진정되자, 이어서 바울이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으, 으흐... 모, 몬스터... 몬스터...!! 아, 악마...! 악마다! 악마!! 으아아!!” “아 또 시작이네... 이봐요! 바울! 정신차려요!”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두려운 표정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바울.

몸이 진정된 클라리스가 익숙한 모습으로 바울의 뺨을 때리면서, 바울을 향해 소리를 내지른다.

“정신차리라니까!! 그 몬스터는 여기 없다고!” “으아, 아...!! 아, 어헉...! 클라, 리스...” “그래요. 나에요.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으흑, 윽...! 클라리스...!” “하아... 힘 좀 내봐요. 이제 다 왔으니까. 저기까지만 가면 이제 수왕국이에요. 보이죠?” “으, 응... 미, 미안해 클라리스...” “하아. 됐으니까. 자. 정신차렸으면 이제 일어나요.”

클라리스가 먼지를 털며 일어나자, 비틀거리며 바울이 따라 일어난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똑같은 대상에게 원한을 가진 동지.

연인도 친구도 아니고 오히려 정적에 가까운 두 사람이었지만, 몬스터에 대한 원한이 두 사람에게 기묘한 유대감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함께하면서, 오로지 몬스터에 대한 복수만을 생각하며 여태까지 함께 해 온 두 사람.

클라리스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바울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저, 정말... 우릴... 도와줄 자가, 있을까...?” “없어도 만들어야죠. 사실상 수왕국 말곤 선택지가 없으니까.” “그, 그렇지... 왕국에선 감시 받고 있고, 마족은 애초에 불가능하니까...” “그래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저 곳에서 구해야 해요.”

비록 악인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를 잃은 여자.

사랑하던 여자를 눈 앞에서 빼앗기고, 남자의 소중한 알 중 하나를 으깨지며 농락당한 남자.

걸을 때마다 두 명의 표정에, 더욱 더 비장함이 새겨져 간다.

“우리의 복수를 이루어줄, 강한 인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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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타나 버렸구나...”

수왕국 어딘가에 있는, 무언가의 사원과도 같은 장소.

그 안에서 한 여성이 신음하듯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 요화 님! 지금...!!” “그래. 나도 느끼고 있으니 진정하거라.”

그녀가 있는 곳으로, 몇 명의 인간들이 당황하는 모습으로 뛰어들어온다.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에게 진정하라고 손짓하는 여자.

낮은 탁상에 누워있는 것처럼 몸을 기대고 있는 그 여자의 뒤에는, 무언가 털이 풍성한 꼬리들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아! 요화니이이임!” “무서워요오! 저거, 저거 뭐에요!?”

문 앞에 있는 인간들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뛰쳐나오는 몇 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여성의 꼬리에 얼굴을 파묻으며 울먹거렸다.

“자. 자. 진정하거라. 아가들아. 저건...”

자신의 꼬리를 붙잡고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아이들을 달래는 것처럼, 잠시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꼬리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여자.

“...이 세상을 멸망시킬, 마왕이 나타난 것이란다.”

다시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지으며, 여자는 어딘가 머나먼 곳을 응시했다.

“으앙~ 무, 무서워!” “그, 그럼, 세상이 멸망하는 거에요?” “...그리 되지 않게 해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아이들을 다시 한번 쓰다듬어 주는 여자.

곧 문 앞에 서 있는 인간들을 향해, 날카로운 짐승의 눈빛을 보냈다.

“제자들을 불러오거라. 마왕이 나타난 이상,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아, 알겠습니다 요화 님!”

수왕국에 있는 신수들이, 마왕의 탄생을 감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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