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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72화 (373/749)

Chapter 372 - 340화 - 마왕, 강림!

하늘을 향해 치솟던 테세르의 기운이, 마치 그 기운이 흘러나오는 입구가 막힌 것처럼 사라진다.

몸에 퍼지는 이 상쾌한 감각... 결국, 내 영혼이 이 사악한 육체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 상쾌함을 즐기며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산맥.

그리고 조금 떨어진 아래쪽에서, 내 음수들이 환희에 찬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그래. 기뻐하거라. 내 음수들아.

여기, 너희가 바라던 마왕이 세상에 강림하셨으니까.

「그르르...!」

그리고 그 음수들 사이에서, 마찬가지로 날 올려다보다 적대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는 원숭이가 한 마리.

감히 마왕께서 강림하셨는데 이를 드러내다니. 이런 불온하기 그지 없는 짐승을 보았나.

가만 보니 저 놈, 여태껏 마왕의 강림을 막기 위해 저주받은 산맥에 머물고 있었던 건가?

한심한 놈... 어차피 멸망하게 될 생명체들이 뭐가 그리도 불쌍하다고, 영혼까지 망가져가며 버티고 있었냐.

그냥 욕망에 영혼을 맡기고 있었다면, 본인이 먼저 마왕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육체가 이끄는 욕망을 거부하고 억지로 그 몸에 머물고 있었다니. 정말이지 그 정신력 하난 인정해 줄 만 한걸.

그 정신력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같은 고향 사람이기도 하니, 넓은 아량으로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었겠지만...

내 암컷들을 건드린 건 용서할 수 없지. 이대로 내가, 그 불쌍한 생에 종지부를 찍어주마.

“시스템. 상태창”

====================================================================== 이름 : 필마온 – 히어로 이터 종족 : 신[申] 레벨 : 측정 불가한 종류의 데이터. 칭호 : 멸망을 불러오는 자 나이 : 영혼 42세. 육체 24세. 버그 제거 : 22명 ======================================================================

...큭큭. 그래. 내가 볼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되었나...

하지만 딱히 이름이나 나이 따윈 궁금하지 않아. 내가 보고 싶은 것들만 표기하라고.

====================================================================== 이름 : 필마온 – 히어로 이터 레벨 : 측정 불가한 종류의 데이터. 에세르 : 130 테세르 : 1,183,260 버그 제거 : 22명 특이 사항 : 독일 출신 / 정형외과 의사 / 과로사 / 기혼 / 인간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 ======================================================================

어이쿠. 의사에다 과로사 하셨어? 이거 지구에서도 편한 인생이 아니셨구만.

인간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성격이라... 그러면서 용사들을 22명이나 죽이다니. 피눈물 좀 쏟았겠는데.

그럴거면 그 육체라도 받아들이던가. 괜히 인간성을 유지하려다가 영혼만 너덜너덜 해졌잖아?

뭐, 그 덕분에 내가 이렇게 마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던 거지만... 큭큭. 이거 새삼스럽게 본인들의 육체를 거부한 선배들이 고마운걸.

어디보자... 저 영혼에 담겨있는 에세르가 얼마 남지 않은 걸 보면, 이제 영혼은 완전히 소멸되기 직전일 테지.

그렇게 영혼이 소멸되면, 이제 저 몸뚱이는 테세르와 본능만 남은 진짜 짐승이 되는 거고.

이거 안되겠네. 내가 마왕이건 뭐건 간에, 저건 얼른 보내드려야겠는걸?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이쿠. 왜 이러십니까 선배님. 이렇게 한 걸음에 달려오시다니.

갑자기 달려드시면 놀라잖아요. 같은 고향 출신이 그렇게 반가우신가? 푸흐흐.

「어, 째서...! 그런, 선택을...!! 저들도, 사람, 인데...!!」 “푸흐흐. 어차피 뒈질거 내가 보내줘도 상관없잖아? 왜 이렇게 꼰대 마인드야?” 「너, 너는...! 저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어차피 뒈질 인간들. 좀 가지고 놀다 죽여도 똑같지. 아니, 암컷들만은 구해주니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이, 이...! 인간 같지도, 않은 놈...!!」 “감히 인간 따위와 날 비교하다니. 무엄하구나 실패작.”

이미 난 영혼까지 다른 존재로 거듭났는데. 어디서 인간을 들이밀어.

같은 지구 출신이라고 감히 마왕과 맞먹으려 들다니. 불쾌하게 말이야.

그래. 어차피 내가 마왕이 된 지금은 더 이상 이 세상에 필요 없는 놈들이기도 하고, 감히 내 암컷들을 공격한 죄도 있으니...

같은 지구 출신의 정을 담아, 내가 너에게 안식을 전해주도록 하지.

“자, 잠시 떨어지시고...” 「크하아아아악!!」 “어디 보자... 이렇게, 시스템에 스킬을 등록하면...”

주제도 모르는 원숭이를 걷어찬 후, 내 상태창을 열어 그곳에 손을 뻗는다.

제 아무리 내가 마왕이 되었다지만, 이 우주의 법칙인 시스템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근력이니 뭐니 하는 수치들과, 시스템에 등록되어 인간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스킬들...

뭐 하러 굳이 이런 게임 같은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참 독특한 취향이셔. 여신님.

본래라면 이 시스템에 새로운 스킬을 넣기 위해선, 상당히 노력해서 시스템이 새로운 스킬이란 것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이 우주의 법칙을 이해한 마왕님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이렇게 법칙의 빈틈을 파고들어주면...

“어디... 이렇게?”

상태창을 조작하면서, 강제로 내 머릿속에서 떠올린 마왕의 기술을 작성한다.

마왕이라면 마땅히 이런 힘은 쓸 수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내지른 순간.

내 주먹 근처의 허공에서 거대한 말의 다리가 나타나, 비틀대며 다시 나에게 달려들려던 필마온을 짓밟아 버렸다.

- 쿠우웅!!

「겍...! 카아아악!!」 “오. 이건 예상 이상으로...”

땅을 부수는 거대한 굉음이 울리면서, 사람 정도의 크기인 필마온을 뒤덮을 정도의 말발굽 모양이 필마온 뒤의 대지에 새겨진다.

내 육체의 형태를 바꾸는 원리. 그 원리를 응용해, 일시적으로 거대한 육체를 만들어 공격을 가한다.

혼이 없어 불안정한 육체는 금새 소멸하지만, 그래도 저런 거대한 말 다리에 얻어맞으면 일반인은 바로 쥐포행이고 강한 모험가들 이라고 해도 상당한 대미지를 받을 터.

마왕은 역시 힘. 다른 능력들은 내 유능한 음수들이 있으니, 나는 그저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스킬을 가져줘야지.

훗날, 인간들의 도시조차 짓밟아버릴 수 있도록 말이야.

“마왕펀치! 마왕펀치! 마왕은 신이야!” 「카학! 컥, 크하아아아악!!」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허공에서 거대한 말 다리들이 나타나, 필마온을 안타까울 정도로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나타난 다리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건 마치 인간이 쥐새끼를 짓밟는 것이나 마찬가지.

감히 저항할 수 없을, 압도적인 체격 차의 공격이다.

이건 근사한 이름이 필요하겠는걸... 그래. 상대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말 이라면, 그건 어찌 보면 말의 신이나 마찬가지...

크기야 에너지를 조절하는 걸로 바꿀 수야 있겠지만, 저 거대함에서 오는 묵직한 공격이 가장 큰 특징이니까...

마신구현화[馬神具現化]... 거대한 말의 신을 구현하는, 마신구현화 라고 명명하자.

“푸흐흐흐... 응? 어라...?”

여유롭게 기술의 이름을 짓고서 만족하던 도중, 몸에서 기력이 떨어진 것처럼 살짝 힘이 빠졌다.

설마... 몇 번 저 거대한 말 다리를 구현했다고 테세르를 거의 다 써버린 건가...?

예상보다 테세르를 상당히 더 소모하는데... 앞으로는 적당히 상황에 맞춰 크기를 조절해야겠어.

어차피 오늘은 마왕으로서의 맞이한 첫 날. 앞으로 더욱 더 마왕으로서의 힘을 키워가면 아무 문제 없겠지.

「그륵...! 안, 돼... 죽이지, 마라...」

오오. 세상에. 미완성인 육체가 완전히 너덜너덜 해졌는데. 그런데도 일어나다니.

상처에서 테세르가 줄줄 흘러나오는 게 꼴사납긴 하지만. 그래도 과연 육체의 욕망을 거부한 성인군자다운 정신력이야.

저래 봬도 마왕이 될 수도 있었던 영혼이란 건가...

근데, 이걸 어쩌나? 지구에서 의사였던 양반?

내 음수들을 잊고 계시네?

적당히 신기술 테스트도 했고, 곧 뒈질 것 같은 너한텐 이제 더 이상 흥미가 없거든?

“이제 저 실패작에게 더 볼일은 없다. 처리하도록. 내 사랑스러운 음수들.” ““마왕님의 분부대로!””

비틀거리던 필마온에게 불과 얼음이 쏟아지고, 클레아의 버프를 받은 세실리아가 목을 베어 마무리를 짓는다.

땅에 떨어지는 원숭이의 머리. 그 와중에도, 뭔가 할말이 있다는 듯이 움찔거렸다.

「너, 느은......」

마지막 말도 제대로 끝맺질 못하고, 몸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불쌍한 히어로 이터 필마온.

기껏 다른 세상에 넘어왔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거부한, 한심한 생명체의 말로였다.

나처럼 잔뜩 욕망을 분출하며 살았다면, 본인이 마왕으로 강림할 수 있었을 텐데...

고맙다 먼저 온 선배님. 네가 인간성을 버리지 않은 덕분에, 내가 이렇게 마왕이 될 수 있었어.

이제 마왕이 된 내가 이 우주를 어찌 구원하는지, 부디 영혼 찌꺼기라도 남아있다면 지켜봐 주길 바래.

수컷들에겐, 암컷을 빼앗기는 절망을 선사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들어갈 수 없는 패배자의 낙인을.

암컷들에겐, 마왕을 섬기는 행복을 전해주면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권리를.

그렇게 에센티아에 마왕의 지배를 늘려가다가, 최후에 우리 ‘짐승들의 낙원’ 이 만들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 땐, 패배자를 모조리 처형한 후, 나와 암컷들은 그 낙원에서 신인류를 이끌며 행복한 삶을 즐겨줄 테니까.

같잖은 인간성을 지키려고 한 그 선택. 부들댈 수 있다면 부들대면서 부럽게 지켜보라고.

“아아...♡ 마왕님...♡” “드디어...♡ 우리들의 마왕님이...♡” “오. 다들.”

소멸한 필마온을 비웃어주며 상쾌한 기분에 휩싸여 있던 도중.

내 음수들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내게 무릎을 꿇는다.

““열등한 수컷들이여, 마왕을 두려워하라♡ 진정한 행복을 모르는 암컷들이여♡ 마왕의 탄생을 기뻐하고 찬양하라♡ 마왕으로서의 각성,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사랑하는 우리들의 마왕이시여♡”” “...큭큭. 그래. 이 마왕의 노예이자 마왕의 권속. 그리고 마왕의 아내인 사랑스러운 암컷들.”

안 그래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던, 패배자들에게 강탈한 나의 암컷들.

마왕이 되어 그녀들을 보게 되자, 그 동안 고생했을 내 음수들에게 감격스러움과 고마움이 밀려온다.

“다들, 그 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푸흐흐. 이러면 이런 거라고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후후...♡ 영혼이 불안정하시던 때에 감정을 복잡하게 해드렸다면...♡” “마왕님의 영혼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던 터라...♡” “우리의 주인이신 마왕님께 정보를 감추고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마왕님♡” “이제 마왕이 되셨으니, 더 이상 숨기는 것 없이 성심 성의껏 마왕님께 봉사하겠습니다♡”

여신이 신인류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간에게 테세르를 물들이며 변질시키도록 만들어낸 이 마왕의 육체.

나보다 먼저 완성되어, 아직 불완전한 마왕을 완성하기 위해 숨어서 노력했을 그녀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이제 나는 마왕으로서, 그녀들의 헌신과 사랑에 보답하면서...

내 암컷들에게, 그녀들이 지낼 행복한 낙원을 만들어 주어야겠지.

“나의 첫 번째 음수. 타니아 리즈벳.” “마왕님의 사악한 음수. 타니아 리즈벳. 여기 있습니다♡”

“나의 두 번째 음수. 네리스 클레아.” “마왕님의 무자비한 음수. 네리스 클레아. 여기 있습니다♡”

“나의 세 번째 음수. 라디르 네브 세레스.” “마왕님의 헌신스러운 음수. 라디르 네브 세레스. 여기 있습니다♡”

“나의 네 번째 음수. 라디르 네브 세실리아.” “마왕님의 잔학한 음수. 라디르 네브 세실리아.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없지만, 다섯 번째 음수인 포르네 리안나와 여섯 번째 음수 후보인 라네트 세라. 그리고, 이 후 나의 음수가 될 다른 암컷들까지. 이 마왕이, 너희에게 전하겠다.” ““마왕님을 섬기고 앞으로 섬길 음수들은 준비가 됐나니♡ 하명하소서 마왕이시여♡””

사랑스러운 나의 암컷, 나의 부인들. 그리고 미래에 나의 것이 될, 다른 후보자들.

그녀들에게, 마왕으로서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암컷들을 타락시키고 나에게 바쳐라. 수컷들을 절망시키고 학살해라. 마왕을 섬기는 사랑스러운 짐승들이여. 이 마왕의 욕망을 자극하며, 그 몸을 바쳐 헌신하고 즐겁게 만들어라.”

앞으로 미래 영겁, 그녀들이 지키게 될 짐승으로서의 삶의 방식.

“그리하면, 너희에게 내가 낙원을 선사할 것이니.”

그 대가로, 이 마왕이 그녀들에게 평화롭고 행복한 우주를 선사한다.

내 음수들의 영혼에 새겨질, 마왕으로서의 진심이 담긴 선언.

그 선언에 음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박하게 다리를 벌려 복종의 자세를 취하면서 음수로서의 맹세를 바쳤다.

““암컷들에게 마왕님의 지배를♡ 수컷들에게 마왕님의 공포를♡ 모든 것은, 우리들이 사랑하는 마왕님을 위하여♡ 저희 음수들은, 마왕님께 영원한 충성과 사랑을 이 영혼에 맹세합니다♡♡♡””

내 음수들의 눈동자가, 음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사악함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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