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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95화 (396/749)

Chapter 395 - 361화 - 지배를 위한 짐승들의 사냥! (2)

“하아...! 하아...!” “헉, 허억...! 오, 오빠...!”

제길! 제길! 제기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분명 우린 그리폰을 잡으러 온 것뿐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라, 라일 오빠...! 헤돈, 헤돈 오빠가...!!”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그러다 붙잡힐 지도 몰라!” “흑, 헤돈 오빠아...!!”

씨발, 씨발, 씨발...!! 어째서 우리한테 이런 일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 몬스터’ 가 우리를 공격한 거야!?

우리 6명은 이럴 리가 없었을 텐데...! 우린 앞으로, 더 성장하는 일만 남아있었을 텐데...!!

씨바아아알! 우린 다 같이 더 위로 갈 거였는데!! 저 몬스터 새끼가, 헤돈을 죽여버렸어!!!

“다들...! 다들, 무사하겠지...!? 무사히 빠져나갔겠지...!?” “무사할거야! 분명 틀림없이...! 여기만 빠져나가면, 아무리 그 미친 몬스터라도 함부로 공격하진 못할 테니까...!!”

지금 내 옆에 있는 라미와, 각자 따로 흩어진 신디, 크리샤, 거크...!

다들 흩어져서 이 언덕을 벗어나고 있으니, 우릴 전부 쫓아 오지는 못하겠지...!

제길...! 헤돈이 앞장서서 나서지 않았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그 몬스터에게 전부...

크흑...! 헤돈...! 내 친구 헤돈을, 그렇게 처참하게 짓밟아 터트려 버리다니...!

용서 못해! 신수고 뭐고 간에, 반드시 그 몬스터를 죽여버리...!

“끄아아아아아악!!” “라일 오빠아아!!!”

이제 조금이었는데. 눈 앞에 펼쳐진 저 곳만 내려가면,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 어디선가 얼음조각이 날아와 내 허벅지에 박혀버렸다.

허벅지가 끊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내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던 도중.

“쿡쿡...♥ 마왕님께서 너희에게 용건이 있으신데, 무례하게 도망을 가다니...♥”

얼음이 날아온 방향에서, 푸른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가 사악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나타났다.

자신의 머리크기보다 커 보이는 가슴을, 끈으로 유두만 가리는 놀라운 복장을 입고 나타난 여자.

전신에 화려한 문신과, 살짝 튀어나온 배에서 사악한 느낌으로 빛나는 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어디선가 한두 번 본 기억이 있는, 저 창녀 같은 모습과 얼굴.

저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도시로 도망치더라도 소용없다는 절망이 내 희망을 잡아 찢는 것처럼 몰려왔다.

“다, 당신이... 어째서...” “어머나. 거기 암컷은 날 아는 거니? 후후...♥ 그렇다면, 도망쳐봤자 소용없다는 건 깨달았겠지?”

저 푸른색의 머리카락. 음탕한 복장 위로 걸친, 귀족이나 입을 법한 고급스러운 코트.

내 허벅지에 꽂혀있는 얼음조각이, 그녀가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최근 신수와 함께하는 모습 때문에, 모험가들 사이에서 성적인 소문이 돌고 있는... 바로 그 여자.

자신의 남편을 놔두고 몬스터인 신수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라디아의 영주. 라디르 네브 세레스 였다.

“헛된 저항은 그만두고 얌전히 따라오렴♥ 그래야, 자비로우신 마왕님께서...♥”

나를 공격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죄책감이나 걱정을 하지 않는 듯한 저 사악해 보이는 미소.

마치 짐승처럼 느껴지는 미소를 짓고 있는, 저 여자의 눈동자가...

“암컷들에겐 마왕님의 가축이 되는 행복을♥ 그리고 수컷들에겐, 암컷을 빼앗기는 황홀한 절망을 맛 보여 주고 짓밟아주실 테니까♥”

불길하기 그지 없는 빛이 일렁거리며, 나와 라미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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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을? 그것도 3마리나?” “우린 그리폰을 잡아 본 경험이 없는데... 괜찮은 거야 그거?”

라일과 라미가, 그리폰 토벌을 떠나기 이틀 전.

소꿉친구들로만 이루어진 6인의 길드. ‘인연의 등불’의 회의가, 라디아의 한 술집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폰은 중견급인 40레벨 이상이 모여야 잡을 만 하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알아보고 받긴 한 거야? 라일 오빠?”

자신들의 리더인 라일이 기뻐하며 받아온, 그리폰 토벌 퀘스트.

확실히 보상으로 적힌 액수는 괜찮은 액수였지만, 아직 젊은 그들은 그리폰을 잡을만한 중견급 모험가 라기엔 조금 모자란 수준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라일을 제외한 5명의 친구들은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자신들의 리더인 라일을 바라보았지만...

“괜찮아! 길드관리소에서 우리들 수준에 맞지 않는 퀘스트를 줄 리가 없잖아? 밀리아씨 뿐만 아니라 다들, 우리라면 할 수 있다고 장담하셨다구!”

하지만 마왕의 노예가 된 짐승들에게 부추김을 당하고 온 라일은, 과한 자신감과 함께 의욕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저 라일의 자신감이, 마왕의 가축들이 자신들의 육체와 짐승의 냄새로 라일을 자극했기 때문이란 것을 모르는 그의 친구들.

그들 중 가장 연장자이자 믿음직한 헤돈이, 턱을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길드관리소는 모험가들 수준을 고려해 퀘스트를 맡기니, 우리가 가능할거라고 얘기를 했다면 가능성은 있는 거겠지.” “그래! 이제 우리도,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업적이 생기는 거야!” “그래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경험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역시 그리폰 3마리는 부담스러운데... 최대한 조심히 그리폰을 찾아서, 가능성이 있어 보일 때만 도전하는 게 어떨까?”

잔뜩 들떠있는 라일과 달리,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보며 진행하자고 말하는 헤돈의 제안.

사실상 라일 이상의 리더나 다름없는 헤돈이 그렇게 말하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나머지 4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긴, 무리가 아니라 이렇게 따로 그리폰을 잡을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 “딱 한 마리였으면 좋았을 텐데... 세 마리가 어떻게 움직일 지가 변수네.” “그럼 배치는 여태까지처럼 헤돈과 라일이 전위를 맡고, 내가...” “야, 너희들! 내가 말 꺼냈을 때랑 반응이 너무 다른 거 아니야!?”

헤돈이 제안에 금새 진지해지는 친구들을 보며, 반쯤 울상이 되어 외치는 라일.

그런 라일을 향해, 5명의 친구들이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치만, 오빠는 좀 위기감이 없는 편이니까...” “아무래도 리더 치고는, 별로 믿음직스럽지가 못하지?” “크아악! 지금 리더한테 말버릇이!? 크리샤, 너 해보잔 거지!?”

언제나처럼, 친구들끼리의 왁자지껄함이 이어지는 인연의 등불의 회의.

반쯤 웃으며 흥분한 라일의 곁에서, 신디가 그를 위로하듯이 팔을 껴안았다.

“자. 자. 진정해 라일. 다들 그리폰은 처음이라 긴장한 것뿐이니까.” “크읍! 역시 신디밖에 없어! 신디를 보고 좀 배워 크리샤!” “이것들이 지들만 사귀는 줄 아나...! 야! 거크! 너도 한 마디 해!” “으음. 확실히 신디의 얌전함은 크리샤가 좀 배워야...” “이 새끼, 요즘 안 맞아서 근질근질 하지!?”

남자 셋, 여자 셋 구성의 소꿉친구들.

그런 소꿉친구들끼리 모여 모험가가 된 그들은, 어느새 각자 짝이 이루어져 서로 연애가 이어지고 있었다.

라일과 신디. 크리샤와 거크. 그리고 다른 두 커플처럼 본격적이진 않지만, 은근히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라미와 헤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이 즐거운 인연이 쭉 이어질 것이란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이후, 자신들에게 어떠한 절망이 닥칠지를 모르고...

“그럼, 이번엔 좀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출발하기로 하지... 내일 하루 종일 준비를 갖추고, 이틀 뒤에 출발하는 건 어때?” “응. 그러자. 내일도 다들 모여서 한꺼번에 정비하는 걸로...” “그래! 이걸로 우리도, 라디아에서 손꼽히는 중견 길드가 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채,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라일.

그런 라일에 맞춰, 다른 5명 역시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웃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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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그리폰은 보여? 거크?” “아니. 좀 더 올라가야겠는걸. 역시 정상에 자리잡았나 봐.”

아래에 있는 라일에게 대답하며, 나무 위에서 전방을 살펴보는 거크.

그리폰이 자리잡았다는 언덕에 도착한 인연의 등불은, 탐색 담당인 거크를 통해 계속 주변을 살피며 전진하고 있었다.

“쳇. 저기서 싸우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역시 저렇게 시야가 탁 트인 곳엔 안 오는 건가.” “글쎄... 언덕 꼭대기에 둥지를 만들었을 거고... 먹이를 구할 때 외엔 안 내려오는 걸지도?” “흐음... 어떻게 생각해 헤돈? 이대로 올라가는 게 맞는 걸까?”

산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한, 나무가 우거진 언덕.

그 언덕 중간에 펼쳐져 있는 탁 트인 공간을 보면서, 라일은 무거운 중갑옷을 입고 있는 헤돈에게 의견을 물었다.

“음... 그리폰은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도 있었으니, 한 번 유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유인이라... 그런데, 지금 딱히 반짝이는 물건은...”

부족한 경험 때문에, 그리폰의 습성은 파악했지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사냥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엉성하게 준비한 인연의 등불.

싸우기 좋은 장소를 놔두고 고민을 이어나가던 도중, 의견을 제시했던 헤돈이 손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나가서 있어보지. 금속으로 된 갑옷 때문에 반짝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위험해 헤돈 오빠. 차라리 다 같이...” “잠시 동안만 기다려 보는 거야. 라미. 그리폰이 오면 좋은 거고, 오지 않으면 언덕을 올라가서 다시 파악해보면 되는 거니까.”

자신을 걱정하는 라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헤돈은 자신을 믿으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헤돈을 바라보면서, 잠시 진지하게 고민을 이어나가던 라일.

“...한 시간 정도만 유인해보다가, 안되면 올라가서 살펴보기로 하자. 만약 언덕 위가 싸우기 힘든 환경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퇴각하는 걸로...”

리더로서 진지한 표정을 짓는 라일을 향해, 그의 친구들은 다같이 자신들의 무기를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날 뒤따라오다 보이지 않을만한 곳에 숨어서 기다리도록 해. 나는 나가서 한동안 서있을 테니...”

그렇게 시작된, 인연의 등불의 그리폰 유인 작전.

엉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가능성 있어 보이는 작전에 따라, 헤돈이 앞장서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조금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그런 헤돈에게서 거리를 두고 뒤따라 걷는 인연의 등불.

넓게 트인 공간을 향해 헤돈이 나무들 사이를 빠져나간 후, 각자 몸을 숙이며 자리를 잡던 도중...

그리폰을 유인하기로 했던 헤돈이, 얼마 나아가지 않은 상태로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 헤돈. 유인하려면 좀 더 앞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굳어버린 헤돈을 향해 말을 건네는 라일.

라일이 고개를 들어 헤돈을 쳐다보자, 어째서인지 헤돈은 나아가다 말고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떨고 있었다.

“...헤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오빠. 저기...”

라일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있던, 라일의 친동생 라미.

그런 라미가, 떨고 있는 헤돈처럼 손을 떨며 헤돈의 앞을 가리켰다.

자신의 여동생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려 헤돈의 앞을 라일이 확인한 순간.

그 곳에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검은 몬스터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저 흉악해 보이는 근육질의 몸에서, 무언가 불길하게 느껴지는 검은 기운을 내뿜어내면서.

“아, 아... 저건, 신... 수...?” “이럴 수가... 저건... 저, 기운은...” “...테세... 르...?”

던전에서나 느낄 수 있는, 불길하기 그지 없는 사악한 기운.

자신들이 신수라고 알고 있던 몬스터에게서, 그 사악한 기운이 던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어째서 저 신수가 여기에 있는 건지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인연의 등불의 신경을 사로잡는 강렬한 기운.

그 기운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던 헤돈이 비명을 내지르듯이 외쳤다.

“도, 도망쳐!!! 다들!!!”

그리폰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압도적으로 두려운 존재를 만난 듯한 외침.

그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거대한 짐승의 다리가 만들어지더니...

중갑옷을 입은 헤돈을, 마치 벌레를 터트리는 것 마냥 짓밟아 버렸다.

땅을 부수고, 그 부숴진 땅 주변에 헤돈의 것으로 예상되는 피를 터트리면서.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헤, 헤돈! 헤돈이!!!”

짓밟힌 헤돈을 보며, 비명을 내지르는 두 명의 여자.

나타났던 짐승의 다리가 연기가 되어 사라지자, 무너진 땅에는 헤돈의 것으로 보이는 중갑옷과 함께...

이제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된, 헤돈의 시체가 나타났다.

“...도, 도... 도망쳐!! 다들!!”

친구의 시체를 확인하고, 헤돈이 외쳤던 것처럼 외치며 라미의 손을 붙잡은 라일.

라일이 일어나는 것을 본 거크와 크리샤도, 창백한 표정이 되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간다.

왔던 길과는 상관없이, 각자 너무나도 커다란 두려움에 빠져 앞만을 바라보며 도망치는 인연의 등불.

그렇게 자신에게 등을 돌린, 허약하고 열등한 생명들을 바라보면서...

마왕은,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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