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17 - 379화 - 암컷 짐승과 열등 수컷의 결혼식! (2)
깃털 같은 이불을 두른 듯한 따스한 햇살과, 아늑하게 느껴지는 푸근한 구름.
들판에 꽃이 피듯이 푹신한 구름들이 하늘에 깔려있지만, 구름들도 눈치를 보는 것처럼 태양을 피해 햇살이 화사함을 꽃피게 만든다.
선선해지기 시작한 늦은 여름. 라디아의 오늘 날씨는,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 정도로 더없이 맑은 날씨였다.
쌀쌀한 가을이 찾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앞날을 축복해주려는 듯한 따사한 날씨.
이런 날씨는, 결혼을 앞둔 남녀라면 누구나 간절히 원할 결혼식에 알맞은 날씨일 터.
그런 축복받은 날씨를, 오늘 라디아의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한 커플이 맞이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신랑 로버트 데이브 군과 신부 라네트 세라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성전의 제단에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성녀 클레아.
하지만 그 성녀의 모습은, 도저히 결혼식을 축복하는 주례자의 모습으론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고결함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순백의 의상이지만, 너무나도 노출이 과도한 성녀복.
당장 바람이라도 불면 부끄러운 부위가 노출될법한 복장을 입고 있지만, 그렇게 되어도 전혀 상관없단 듯이 클레아의 표정은 너무나도 편안했다.
어째선지 모르게 위화감마저 들 정도로 편안한, 클레아의 자애로운 표정.
그 표정과 더불어, 지금 더욱 클레아에게 위화감을 더해 주는 것은...
노출된 신체부위에 새겨진 검은 문신들. 그리고, 커다랗게 부풀어올라 움찔거리고 있는 그녀의 복부였다.
“먼저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여신님과 마왕님의 가호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쌍둥이를 임신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다랗게 부풀어 있는 성녀의 복부.
그 복부에서는, 무언가 사악함이 느껴지는 빛을 뿜어내고 있는 문양이 배 전체를 뒤덮듯이 새겨져 있었다.
크기만 보면 축하하는 것보다 축하를 받아야 될 것 같은 그 복부에, 마치 저주의 흔적처럼 느껴지는 사악한 문양.
그런 그녀가 정해져 있던 대사에 예정에 없던 이상한 단어를 끼워 넣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하객들 중에선 그 단어에 트집을 잡는 이는 없었다.
“쿡쿡...♥” “후훗...♥”
신부의 하객석에 앉아있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두 명의 여성. 리즈벳과 리안나.
신랑의 하객석에 앉아있는, 푸른색 머리카락을 지닌 두 명의 여성. 세레스와 세실리아.
신부의 친구로서, 그리고 영주로서 용사와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 결혼식에 참석한 네 마리의 음수들.
그녀들 역시 과도한 노출로 자신들의 색기를 뽐내고 있었고, 노출된 피부에는 험악하고 외설스럽게 느껴지는 검은 문신들이 새겨져 있었다.
거기에 성녀와 마찬가지로, 전체에 사악한 문양이 뒤덮여 빛나고 있는 그녀들의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복부.
성녀와 그녀들은, 결혼식이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짐승들의 모습이었지만...
“아아... 음수님들...♡” “오늘은 특히나 더 음란한 기운이...♡”
하지만, 객석에 앉아있는 다른 하객들은 그녀들의 모습을 오히려 동경과 존경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신부의 옛 동료였던 가축들이 모여있는, 신부의 하객석.
그리고 신랑의 하객석에는, 어느새 가축이 되어버린 신랑의 여성 동료들과...
“...우, 으으...” “후, 후우... 후으으...”
겁먹은 듯이 떨고 있는, 짐승들에게 굴복해버린 수컷들이 앉아있었다.
“양가의 부모님께서는 지금 다른 도시에 계시는 관계로, 바로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제물이 될 열등한 수컷♥ 신랑 데이브의 입장입니다♥”
성녀가 말을 마치자, 닫혀있던 교회의 커다란 문이 열린다.
자신에게 성녀가 무어라 말했는지를 들리지 않게 만들었을, 커다란 문.
그 문 너머에서 데이브가 들어오자, 무언가 음울한 음악소리가 깔리고 키득거리는 작은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새어 나온다.
도저히 환영이라고 볼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 하지만, 데이브는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주인공처럼 한껏 꾸민,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수컷 데이브.
오늘 한 여자의 남편이 될 예정인 수컷이, 긴장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뻣뻣한 걸음으로 교회의 제단을 향해 걷는다.
결혼을 한다는 긴장감. 그리고, 짐승들의 냄새로 휘저어져 정상이 아닌 머릿속.
방금 전까지 성녀가 자신을 무어라 비웃었는지 모르는 채. 모여있는 하객들이 지금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모르는 채.
그렇게 데이브는,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성녀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후훗♥ 여러분. 신랑인 데이브 군이 상당히 긴장한 모양이네요♥ 걷는 꼬락서니가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돼지류 몬스터 같았어요♥” “...어...? 아, 아니, 그게...”
예정에 없던 성녀의 대사. 그리고, 그런 성녀의 대사에 웃는 하객들.
긴장한데다 짐승에 독에 중독되어 있는 데이브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들은 것인지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을 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비웃는 하객들의 비웃음을 유쾌한 웃음으로 생각해버리는 데이브.
음수와 열등 수컷의 결혼식이라는, 짐승들에게 유쾌한 연회가 다시 이어져나갔다.
“다들 아시겠지만, 방금 꼴사납게 걷던 데이브 군은 무려 50레벨이 넘는 고레벨의 용사랍니다♥ 정말 대단한 수컷이죠?” “하, 하하... 그 정도는...” “이런 수컷과 결혼할 수 있다니. 우리의 신부 세라가 정말 슬프겠네요♥” “그, 그렇죠... 기쁘, 겠... 응...?” “쿡쿡...♥ 자 그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부의 입장입니다♥ 오늘의 주인공과 그녀를 이끌어주시는 마왕님♥ 두 분을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분명, 연습 때 받았던 대본에 적힌 대사들인데.
그런데 뭔가, 그 대사들이 조금씩 다르다.
너무나도 긴장하고 있다가,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데이브가 정신을 차리려고 하던 순간.
데이브가 입장할 때는 음울하기 그지 없던 음악이, 웅장하고 경쾌한 느낌으로 기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음악과 함께, 뒤편의 문 너머로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는 암컷 가축들.
‘...뭐지...? 이 이상한 기분은...’
이렇게 여자들만 초대하진 않았을 텐데. 도대체 이 오싹한 위화감은 무엇일까.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듯한 위화감을 느끼며, 천천히 돌아서며 그 위화감의 정체를 떠올리려고 노력한 데이브.
하지만 그 위화감에 대해 생각을 하기도 전에, 데이브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아...”
무언가 검은 덩치로 보이는 인물의 팔을 잡고 있는, 부케를 든 녹색머리의 여자.
자신의 신부가 될 여자인 세라가, 행복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교회의 안으로 들어온다.
너무나도 아름답기 그지 없는 신부의 표정. 분명 그것은, 데이브가 보고 싶었던 세라의 표정이었지만...
하지만, 무엇인가가 조금 이상하다.
새하얀 순백의 드레스. 분명 그것은, 신부의 드레스라고 느껴지는 드레스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순백의 면사포와 화려하게 꾸며진 천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지금 세라의 드레스는, 데이브의 사고를 멈추게 만들 정도로 아찔한 노출을 과시하고 있었다.
속옷처럼 느껴지는 비키니 형태의 가슴 부위와 팬티.
허리에 걸쳐져 있는 늘어진 천은 뒤쪽만을 가리고 있고, 레이스가 달린 새하얀 초커에는 뭔가 커다란 금속이 장식되어 있다.
그나마 멀쩡한 것은, 실크처럼 매끈한 느낌의 장갑과 스타킹뿐. 지금 세라의 드레스는, 과할 정도로 색기를 뿜어내는 외설스러운 드레스였다.
하지만, 그런 드레스보다 더욱 더 당혹스러운 것은...
전체에 사악한 느낌의 문양이 뒤덮인, 과시하듯이 노출된 세라의 커다란 복부였다.
‘...뭐야 저건... 기대하라고 했던 드레스가... 저런... 아, 아니. 그런 것보다 지금... 세라의 배가...’
분명, 배 전체를 뒤덮을만한 크기의 문양은 아니었는데.
그런데 세라와 떨어져 있었던 몇 시간 만에, 저렇게 배 전체에 뒤덮인 형태로 바뀌다니.
심지어 배 한가운데에서는, 마치 커다란 눈동자 같은 문양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처럼 커다랗게 자리잡기까지...
도대체 왜 갑자기 세라의 배가 저렇게 된 것일까. 그것을 생각하던 도중, 데이브는 또다시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고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어? 그러고 보니... 어째서, 세라의 문양이... 신수의 동료들과, 같은 거지...? 어? 아니, 그보다... 나는 왜, 저런 문양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저렇게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문양은, 당연히 이상한 것인데.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가던 도중, 데이브의 머리에 강렬한 두통이 찾아왔다.
“으윽...!?”
누군가가 직접 전하는 듯한, 고통스러운 두통.
마치 생각 따위는 하지 말라는 것처럼, 그 두통이 데이브의 사고를 멈추게 만들었다.
세라가 다가오면 올수록, 위화감의 정체를 캐내려고 하면 할수록. 뇌세포를 으깨는 듯한 그 두통 때문에...
데이브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냥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세라의 색기에 빠져들어 버렸다.
“...쿡쿡♥ 데이브...♥ 어때? 이 드레스. 맘에 들어?” “...아, 아... 응... 아주, 예뻐... 세라...” “정말? 다행이네~♥ 데이브의 맘에 들어서♥”
교회를 채울 기세로 강렬하게 풍겨져 오는 암컷과 짐승의 체취.
세라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사악한 기운에, 데이브의 감정이 알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친다.
흥분. 두려움. 번민. 체념. 절망.
다양하게 뒤섞인 감정들에 휩쓸려, 세라의 옆에서 자신을 비웃고 있는 몬스터의 표정도 살피지 못한 채.
그렇게 데이브는, 성기를 움찔거리며 세라와 나란히 성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의 주인공들로부터 자신들의 영혼에 새길 서약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소를 지으면서 절차를 진행하는 성녀.
성녀가 가늘게 짐승의 눈동자를 뜨면서, 데이브를 비웃듯이 쳐다보았다.
“먼저, 신랑 데이브는...♥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다가오더라도, 신부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복종할 것을 맹세합니까?” “...네, 네에... 맹세, 합니다...”
들리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저 멍하니, 이상한 흥분과 절망에 휩싸여 짐승들이 이끄는 대로 맹세를 바치는 열등한 수컷.
짐승들의 비웃음 소리가, 조금씩 커져나가고 있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더라도...♥ 다른 수컷에게 안기더라도...♥ 아내가 행복하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지켜볼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 합니다...” “아무리 욕정이 일어나도...♥ 아무리 실좆이 빨딱거려도...♥ 암컷과 교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아내의 허락을 받아 사정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 니다...” “자신의 열등함으로 인해 아내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아내를 위해 무엇이든지 그녀가 시키는 대로 따를 것을 맹세합니까?” “네... 맹세합니다...”
흐리멍텅해진 표정. 떨리는 신체.
데이브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맹세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 데이브를 바라보면서,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짓는 성녀와 세라. 그리고 가축들.
그녀들이 보내는, 키득거리는 비웃음 속에서 데이브는...
“쿡쿡...♥ 그럼, 마지막으로...♥ 아내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마왕님께 바칠 것을 맹세합니까?” “...으, 으윽... 매, 맹... 맹세,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아내를 마왕에게 바치겠다는 맹세를 선언해 버렸다.
“푸훗...♥ 네♥ 열등한 수컷의 맹세.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선언되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남편의 서약을 받아냈다는 것을 즐거운 듯이 알리는 성녀.
그리고 곧 성녀는, 사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데이브의 아내가 될 세라를 바라보았다.
“그럼, 다음은 신부 세라...♥ 세라는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더라도, 열등한 수컷 데이브를 사랑하고 복종할 것을 맹세합니까?”
무슨 뜻인지는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지만, 세라의 서약을 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멍하니 세라를 바라보는 데이브.
그런 데이브를 바라보면서, 세라는 잠시 동안 데이브에게 보여주듯이 미소를 짓더니...
성녀를 향해 그대로 웃으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아니요♥ 맹세하지 않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마왕님뿐이니까요♥” “...어...?”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것일까.
멍해져 있던 데이브의 머리가, 다시 위화감에 휩싸여 다시 사고를 개시한다.
세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고, 이미 망가져 있는 뇌로 어떻게든 생각을 이어가는 데이브.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 뜻을 간신히 이해하게 된 데이브는...
멍해져 있던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듯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 결혼식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어...!? 세, 세라...!? 지금, 무슨 말을...!?” “쿡쿡♥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열등한 수컷과의 결혼식은 중단하고, 마왕님과의 결혼식을 올릴 수 밖에♥”
키득거리며 어디론가 손짓을 하는 성녀.
그 손짓을 본 수녀 가축들이, 키득거리며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를 드러낸다.
꾸며낸 가짜 결혼식이 아닌, 오늘의 목표이던 진짜 결혼식.
성녀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하객들도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이제 마왕님과 세라...♥ 거기에 우리 음수들을 더한, 짐승들의 결혼식을 시작하도록 할까요♥”
짐승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교회를 가득 메우며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