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22 - 383화 - 암컷 용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2)
“그럼, 마지막으로 정리할게요♥ 현재까지 완성된 가축의 숫자가 총 3126 마리. 전체적인 라디아의 정복도를 계산해보면 약 40% 정도...” “쮸웁♥ 쪽♥ 츄웁♥ 쯉♥ 츄우우웁♥♥”
내 옆에서 상황을 정리해주는 세라. 그리고, 내 말자지에 달라붙어 봉사하는 다른 음수들.
제네시아가 도착하기 전 상황을 공유중인, 마왕 일가의 화목한 모습이었다.
“모든 가축들에겐 한동안 단정한 옷차림을 하도록 지시해 둔데다, 문제될만한 수컷들의 정리도 끝... 나머진 이제, 제네시아의 복귀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잘 진행되던 라디아의 정복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암컷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이제 남은 건, 제네시아를 만났을 때 음수로 만들지 아니면 가축으로 만들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 정도네.
다만, 지금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과연, 용사가 타락하면 어떻게 되려나...”
기껏 내 암컷으로 타락시킨 제네시아를, 죽여야 할 수도 있다는 것.
단일 생명체에게 허락된 힘을 넘어서서, 세상을 유지하는 에너지까지 소모해버리는 버그 캐릭터. 용사.
말이 좋아 인간을 초월한 것이지 실제론 우주에 생겨난 구멍이나 마찬가지인 용사인데. 그런 용사인 암컷에게 테세르를 주입해서 내 암컷으로 만든다?
나름대로 이 우주의 구조를 이해하게 된 나이지만... 그래도, 이번엔 어떤 일이 생길지 가늠이 되질 않네.
과연, 그 구멍이 메워져서 문제없는 짐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구멍이 뚫린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것일까...
만약 내 암컷이 된 제네시아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뒷맛이 상당히 쓸 것 같아서 좀 그렇네.
“쪽...♥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마왕님♥ 제네시아라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기꺼이 그 목숨을 바칠 테니까요♥” “푸흐흐. 그거야 마왕으로선 기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것이 된 여자를 죽여야 할 수도 있다는 건 좀 그래서 말이야.” “후후♥ 정말이지, 마왕님은 너무 자비로우세요...♥ 쪽♥”
제네시아가 능력이 있다며 내게 추천한 세레스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내 말자지에 입을 맞췄다.
나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바칠 수 있는, 나의 암컷들.
그 복종이 너무나도 기쁘기 그지 없지만... 역시, 이렇게 내게 복종하는 암컷들은 최대한 죽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
따지고 보면 굳이 제네시아를 이렇게 요란을 떨면서 내 암컷으로 맞이하려는 것도, 다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내 암컷들의 희생을 줄이려는 것 때문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정작 그 제네시아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는 의미가 없지.
부디 제네시아의 버그가 고쳐지고, 이 마왕과 함께할 수 있는 암컷의 자격이 생겼으면 좋겠네.
“뭐, 일단 그런 건 나중에 고민하기로 하고, 지금은 제네시아가 오면 어찌 타락시킬지 고민하자고. 세라. 귀족들은 어때?” “네♥ 이제 거의 모든 귀족 암컷들이 마왕님의 가축이 된 상황이라...”
세라가 미소를 지으며, 제네시아와 자주 만나게 될 귀족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제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암컷들을 이용해 다른 암컷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 상황.
그렇게 마왕의 침실에서, 제네시아를 타락시킬 나와 음수들의 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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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님. 제네시아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오후. 내 암컷치고는 얌전한 복장을 갖춘 가축이 들어와, 제네시아의 도착을 알렸다.
음. 좋아. 이렇게 평소에도 얌전한 복장을 하고 있으면, 제네시아가 내 주변의 암컷들을 보고 뭔가 의심하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
이미 라디아엔 짐승 냄새가 가득해서, 돌아다니기만 해도 알아서 타락할 테지만...
뭐, 제네시아는 용사라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받아들일 수 있겠단 확신이 들기 전엔 타락한 선배들의 모습은 되도록 숨겨둬야지.
처음 경험하는 암컷 용사... 과연, 이 마왕의 사악한 기운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으려나?
“그래. 그럼, 다들 제네시아를 마중 나가러 나가 볼까?” ““네♥ 마왕님♥””
나 혼자라면 제네시아를 마중 나간다는 건 좀 이상한 일이겠지만, 내게는 무려 영주인 세레스가 있다.
대외적으론 일단 신수라는 신분에 영주가 내 암컷인데. 같이 가서 복귀하는 관리소장에게 인사를 해도 상관은 없지. 푸흐흐.
아.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난건 데, 이렇게 암컷에게 내가 먼저 접근하는 건 처음이네?
여태까지 내 음수 6명은, 내가 마왕으로 각성하기 전부터 나름대로 친분을 쌓아왔던 암컷들이었지.
순서의 차이는 있고 마왕이 되기 전부터 음수들이 되기도 했지만, 그 전에 모두 나름대로 인연이 있던 상태였어.
세레스나 세실리아도, 처음부터 음수로 만들겠다고 접근했던 건 아니었고... 음...
이렇게 만나기도 전부터 타락시킬 목적으로 접근하는 암컷은 제네시아가 처음인걸... 아, 아니지. 생각해보면 앞으로 만날 모든 암컷이 그렇잖아?
이제 에센티아 안에서 내가 아는 암컷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앞으로는 만나는 암컷마다 내가 먼저 접근해야 되는 거네?
흐음... 음수의 조건은 나와 인연이 있는 특별한 암컷들이었는데. 앞으로는 내 취향에 맞춰서 음수로 만들지 가축으로 만들지를 먼저 고민해 봐야겠는걸?
마왕의 부인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을 암컷을, 딱히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나 막 고를 순 없으니까.
고작 인사 정도만 하고 헤어졌던 제네시아는 세레스의 추천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음수로 어울릴지 아닐지는 모르는 거니 잘 한번 파악해 봐야겠어.
...그냥 암컷이라고 막 음수로 만들고 싶어지거나 하진 않겠지? 으음. 그렇게 되면 마왕의 위엄이...
“아. 마왕님. 뭔가 보이는데? 저건가 봐.” “뭐? 벌써? ...아니, 저건 또 뭔...”
왕도가 있는 방향과 가까운 서쪽의 성문에 가까워지자, 열려있는 거대한 성문 너머를 가리키는 리즈벳.
그 너머를 바라보자,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거대한 짐들을 이끌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뭐지 저건? 어디 상단에 끼어서 같이 오는 건가?” “음... 아뇨. 전부 제네시아의 일행인 것 같은걸요?” “뭐? 저게 전부?”
가만히 저 무리를 바라보던 세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단 듯이 말했다.
멀어서 잘 안보이긴 하지만, 확실히 옷차림들이 상단이라고 하기엔 뭔가 고급져보이는 옷차림들이네. 음....
함께 있는 걸로 보이는 인간만 해도 수십 명인데... 왕도와의 거리도 어마어마한데 저런 인원을 이끌고 왔다고?
설마 저 짐들, 전부 제네시아와 저 일행들의 짐인 건가? 어이쿠...
어쩐지 복귀 일정이 좀 늦는다 싶더라니. 저런 대인원을 끌고 오느라 늦은 모양이네.
“......느려...”
나와 음수들은 이미 서쪽 성문에 도착했는데. 도무지 흙먼지가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니 뭐... 확실히 에센티아에서 인간이 부릴 수 있는 몬스터들은 느리고 멍청한 놈들 뿐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저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는걸 직접 보게 되니, 뭔가 깝깝함이 몰려온다고 해야 하나...
상단들이 물건을 가지고 이동할 때도 저런 속도로 이동하는 건가? 나 참...
저래서야 행성 반대편 거리까지 오고 가려면 수 년은 넉넉히 걸리겠는걸.
“저렇게 느려 터져서야... 무역 같은 거 하기 참 힘들겠네.” “아무래도 그렇죠. 실제로 저희 라디아도 왕도와 주변 몇몇 도시 외엔 크게 교류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다른 발이 빠른 몬스터들을 부릴 수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이건 여신님께서 거신 제약이니까 어쩔 수 없죠.” “뭐, 우리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이젠 우리 ‘아가’ 들을 써서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잖아 오빠♥”
푸흐흐. 그렇지. 우리랑은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하지.
세실리아의 말대로 내 음수들이 낳은 그 녀석들을 쓴다면, 왕도까지 가는 것 정도는 하루 이틀이면 될 테니까 말이야.
다른 도시와의 무역 같은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그 녀석들은 우리 마왕군의 빠른 이동을 보장하는 군마가 되어주겠지.
푸흐흐... 탈것으로 도보보다 약간 빨라 보이는 저 정도 몬스터들 정도가 고작인 에센티아에서, 말이 돌아다닌다?
임시 축사에 있는 그 녀석들이 평범한 말보다 훨씬 빠른 나 정도의 속도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령 평범한 말의 속도라고 해도, 모든 면에서 인간들을 압도할 수 있는 엄청난 무기란 점은 마찬가지겠지.
큭큭. 얼른 음수들을 태운 내 새끼들이랑 같이 에센티아를 뛰어다녀보고 싶어지는걸.
“...오...! 거기 있는 건...!”
인간들의 하찮은 가축들을 비웃고 있던 사이, 제법 성문에 가까워진 인간들의 무리.
그 사이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더니, 푸른 불꽃을 방출하며 우리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군인 같은 제복에 화려한 코트. 그리고, 가볍게 포니테일로 묶은 긴 갈색 머리카락.
예전에 라디아에 와서 인사를 나누던 길드관리소의 관리소장. 제네시아가 한 걸음에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세레스! 세레스 언니가 아닌가! 하하! 설마 마중 나와 준건가? 이거 미안하게~” “하아. 제네시아... 나한테 말도 없이 자리를 비워놓고. 지금 웃음이 나오니? 갑자기 관리소장이 사라져서 모험가들 관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뭐, 그 관리는 반쯤 폐인이 된 영주 알버트가 하고 있지만 말이야.
“아하하! 미안 미안. 그래도 세레스 언니라면 잘 처리해줄 거라 생각했어!” “그 놈의 동생은 도대체 언제 놔주려고? 이제 걔도 성인 아니니? 네가 계속 그러니 아직도 결혼을...” “으아아! 언니까지 그러지 마! 안 그래도 가있는 동안 평생 먹을 잔소리 듣고 왔으니까!”
오오... 뭐야. 제네시아 얘. 생각보다 세레스랑 많이 친한 모양인데?
세레스가 이렇게 잔소리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이거, 세실리아를 교육할 때도 보지 못했던 모습인데...
나한테 제네시아를 추천하는 세레스의 모습이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혹시 날 위한 게 아니라 자기 사심으로 추천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런 거였나?
푸흐흐. 이거 참. 내 음수이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 세레스는 참 생각이 깊다니까.
“세실리아도 오랜만이네! 못 본 사이 성숙해진 느낌인데? 레오랑은 잘 지내고 있어?” “안녕 이모~. 레오는... 응.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어♥”
심심할 때마다 불러서, 샌드백처럼 패면서 말이지. 큭큭.
음... 그러고 보니 제네시아 얘. 세레스랑 이리 친하면 세실리아는 이미 잘 아는 사이였겠구나.
“음. 그리고... 세라잖아!? 뭐지? 혹시 관리소 대표로 나온 건가? 하하. 미안. 많이 바빴지?” “어서 오세요 소장님. 바쁘긴 했는데... 이젠 뭐, 괜찮아 졌다고 할까요? 후훗...” “...그렇게 웃으니 무섭잖냐. 세라...”
아하... 세라도 자기 부하 직원이니 잘 알고는 있었겠네...
1년 반씩이나 자리를 비운 게 찔리긴 하는 건가? 왠지 세라의 시선을 피하는 것 같은 게 참 재미있는걸.
“주변에는 다들 친구들인가... 뭔가 다양한 조합인데 어쩌다 이런 조합이... 음?”
그렇게 리즈벳과 클레아, 리안나를 쭉 바라보면서 무언가 고개를 끄덕이던 제네시아.
적당히 깔끔하게 옷을 갖춰 입은 날 바라보더니,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 못 알아볼 뻔 했네! 그 못생겼던 신수 아닌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내 등을 치기 시작한 제네시아.
무시무시한 폭유가 흔들리는데도 마치 남자처럼 느껴지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거리낌없이 내 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야아 뭐야 이 모습은! 소문은 들었는데, 설마 이런 모습이 되어있을 줄이야! 아하핫!” “어억, 억! 아픕니다 소장님!” “으하하! 이거 덩치는 크면서 엄살이 심하네! 우리 신수는!”
살짝 무례한 듯한 제네시아의 태도. 그리고 그런 제네시아를 보면서, 살짝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음수들.
라디아로 복귀한 암컷 제네시아가, 마왕과 만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