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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426화 (427/749)

Chapter 426 - 387화 - 사랑에 빠진 열등 수컷과, 제네시아의 질투! (3)

제네시아를 환영하는 파티가 끝난 야심한 시각.

영주성에서 나와 저택으로 돌아오는 동안, 해롤드 남매는 단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고 있었다.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로가, 복잡한 생각에 빠져 고민하고 있었던 것 뿐.

남동생은, 오늘 만나버린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암컷에 대한 생각을.

그리고 누나는, 동생이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느낌은 다르지만 서로 꿈이라도 꾼 것 같은 충격에 사로잡혀, 멍하니 영주성에서 조금 떨어진 자신들의 저택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

그런 두 남매를,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봐온 메이드가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잘 다녀오셨나요. 두 분 모두. 파티는 어떠셨나요? 라디아의 귀족 분들은 괜찮던가요?” “으, 응. 다녀왔어. 프리다... 파티는 괜찮았어. 라디아 귀족들, 다들 친절하게 환영해 주더라...” “그건 다행이네요. 라디아 토박이 귀족들이 텃세라도 부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역시 제네시아 님이 계시니 괜찮았던 모양이네요.”

라인하르트 왕국. 그 왕국의 귀족들의 소속은 왕국이지만, 거리의 문제로 각 도시마다 귀족들은 조심씩 차이가 있었다.

지역, 혹은 도시마다의 분위기 차이 등으로 인해, 같은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나 문화의 차이가 있는 왕국의 귀족들.

대부분 자신들의 도시가 본인들의 고향이기에, 설령 같은 귀족이라고 할지라도 타지에서 온 귀족을 은근히 차별한다는 이야기는 평민들도 아는 이야기였다.

제네시아가 몇 년이라도 미리 라디아에 거주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가족인 제렌을 쉽게 받아들여 주었다고 생각하는 프리다와 제렌.

해롤드 남매와 하인들 모두, 그 환영이 실은 짐승들의 계획 때문이란 것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 누님이 있는 것 때문이라기보단... 라디아의 사람들 자체가, 외부인을 그리 꺼리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음~ 하긴. 라디아는 모험가들이 자주 방문하는 도시라, 외부인에 대해 크게 거부감 없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좋은 만남은 있으셨나요?” “...응.”

딱히 큰 의미를 가지고 물은 것이 아닌데. 그런데, 여태까지 오랜 기간 제렌을 보아왔던 프리다가 본 적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제렌.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본 프리다가, 입을 손으로 가리며 놀란 눈으로 제렌을 바라보았다.

“어머머머머. 세상에. 제렌 도련님. 혹시?” “그, 그게 실은...”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여태까지 연애에 큰 흥미가 없던 도련님이... 상대는 누구에요? 작위는? ...어라? 제네시아 님?”

프리다가 시중들다 말고 호들갑을 떨면서 제렌에게 질문을 건네던 도중.

말이 없던 제네시아가, 다른 메이드들의 시중조차 받지 않은 채 흐느적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마치 무언가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제네시아.

그 처량하게 느껴지는 뒷모습을 본 순간, 프리다는 말이 없던 제네시아가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차... 제네시아 님...’

나이차가 많이 나는 자신의 남동생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끼는 제네시아.

아무리 가까운 편에 속하는 왕도와 라디아지만 이동수단도 마땅찮은데. 그런데도 몇 번씩이나 동생이 보고 싶다며 일을 내팽개친 채 투기를 써서 왕도로 달려오던 그녀였다.

용사가 가진 무한한 에너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설령 용사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그녀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을 터.

그렇게 두 남매를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제렌의 아내가 될 여자를 걱정할 정도로, 제네시아가 제렌에게 보이는 집착은 평범하지가 않았다.

거기다, 이미 혼기를 놓쳐도 조금 과하게 놓쳐버린 제네시아의 나이...

38년이란 기간 동안 노처녀를 유지하고 있는 제네시아를 놔두고 남동생인 제렌에게만 좋은 만남이 생겼다는 것은, 해롤드 가문을 모시는 메이드의 입장에선 마냥 기뻐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으음... 도련님. 제네시아 님께 관심 있는 분은 없던가요?” “그게... 신수 님과 웃으며 얘기하는 것까진 봤는데...” “그 이상한 머리를 가진, 흉악하게 생기신 분 말씀이시죠...”

멀리서 본 것뿐이지만, 흉악한 외형을 가진 그 신수는 하인들 사이에서 썩 좋은 평판은 아니었다.

옷 위로도 느껴지는 근사한 근육질의 몸은, 여자 하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충분한 것이었지만...

그 흉악해 보이는 외모와 함께, 그 신수에게서 느껴지던 이유 모를 꺼림칙함.

만약 신수란 사실을 미리 들어두지 않았더라면, 그 꺼림칙함에 무언가 실례되는 행동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런 신수와 웃으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제네시아의 모습은, 마왕의 사악한 기운을 느낀 하인들에겐 그저 놀라운 광경일 뿐...

아직 라디아의 사악한 기운에 익숙해지지 않은 프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제네시아가 올라간 계단 너머를 바라보았다.

“하아... 그 분이라도 좋으니, 제발 제네시아님을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는데..” “...아니, 그건 좀... 아무리 신수라지만, 아직 인간의 모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잖아? 그런 상대를 누님과...” “네. 알아요. 그냥 제네시아 님이 안타까워서 해본 소리에요.”

떨떠름하게 웃는 제렌과, 그런 제렌에게 고개를 내젓는 프리다.

그저 해본 이야기였지만, 프리다는 제렌의 반응에 복잡한 심정으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제네시아가 유별나긴 하지만, 제렌 역시 누나인 제네시아를 각별하게 아끼는 것은 마찬가지...

지금 제렌의 반응은, 자신의 누나인 제네시아를 진심으로 그 신수에겐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응이었다.

프리다 역시 진심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준남작이니 신수니 하는 만큼, 외모만 뺀다면 나쁜 조건은 아닐 텐데.

서로가 서로의 연애에 방해되고 있는 이 남매를 보면서, 프리다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음. 일단, 다른 것보다 제네시아 님이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셔야 하니까.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응. 부탁해 프리다...”

해롤드 가문에서, 제렌과 함께 제법 많은 인원의 하인들이 따라온 이유.

그것은 분명 제렌과 제네시아를 시중들려는 이유도 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이렇게 온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제네시아를 봐온 하인들이, 그녀를 시중들며 괜찮은 남자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절규한 두 남매의 부모.

해롤드 백작과 백작 부인의, 진심이 담긴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하인은 그냥 라디아에서 고용해도 상관없는데. 노처녀인 딸을 걱정하는 자신들의 주인 때문에, 이렇게 제네시아를 따라온 프리다를 포함한 하인들.

하지만 프리다는, 처음부터 뭔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느끼고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제네시아 님은 그렇다 치고, 도련님의 마음을 빼앗은 분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응, 그게...”

분위기를 바꿀 겸, 웃으며 제렌을 그의 방으로 인도하는 프리다.

지금 제네시아의 저택 안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제네시아가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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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끝난 다음날. 화창하게 해가 떠오른 점심 무렵.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라디아의 거리를 둘러보며, 나는 제네시아를 만나기 위해 길드관리소로 향하고 있었다.

크으. 이제 가을이구나 가을~ 저 예쁜 단풍 좀 보게~

아직 그리 춥지도 않은 게, 이런 때 데이트하면 딱 좋은 느낌 이겠는걸.

겨울에 눈이 좀 많이 내리는 시기가 있긴 하지만, 라디아의 날씨는 정말 딱 살기 좋은 느낌의 이상적인 날씨란 말이지.

이런 좋은 날씨라면, 어떤 시기든 간에 새로운 연인들이 만족스럽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지 않겠어?

그래. 설령, 갓 성인이 된 귀족 도련님과 내 가축인 루나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크크큭... 정말이지. 이번엔 뭔가 아침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상황이 되어서 그런지, 여태까지와는 달리 색다른 개그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야.

브라콘인 누나와 사악한 짐승에게 끌려버린 남동생이라니. 중간에 서로 머리끄댕이 잡는 상황이라도 나오는 거 아냐 이거?

뭐,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적절히 나서긴 하겠지만. 푸흐흐...

아무튼 개그를 즐기는 건 즐기는 거고, 내 말자지도 따로 즐기긴 즐겨야지.

자. 그럼 오늘부터 길드관리소에 출근한 제네시아를 만나보실까?

“마왕님 등장! 나 왔어 세라~” “아, 마왕님. 오셨군요...”

이제는 내 것이나 마찬가지인 길드관리소. 그 안에서 연기를 하며 자신들의 본 모습을 감추고 있었을 세라와 가축들.

그런데 어쩐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반겼어야 할 세라와 가축들의 표정이 영 좋질 않았다.

뭐야 이거... 분명, 먼저 출근한 세라가 제네시아의 상태를 봐두기로 했었는데? 왜 저런 묘한 표정이지?

“세라? 왜 그래? 혹시 제네시아, 출근 안 한 거야?” “그, 출근하긴 했는데요...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응? 심각?”

에엥? 상태가 심각하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어제 제렌의 상태를 보고 좀 정신이 나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고작 하룻밤 사이에 뭔가 있었을 리도 없는데. 설마 동생이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본 충격 때문에 아직도 맛이 가있는 거야?

이거 참... 얼굴은 미모의 여장군 같은 느낌이면서. 생각보다 멘탈이 순두부구만 우리 제네시아는.

뭐 그래도, 나름 기회라면 기회지 이건. 우울함에 빠진 제네시아를 위로해 줄 기회 말이야.

“푸흐흐. 첫날부터 멘탈 나가서 멍 때리고 있는 거야? 뭐, 그럼 이 마왕이 위로해 줘야지. 어디, 관리소장의 방은 2층인가?” “으, 그게... 멍해졌다기 보단 뭔가 좀... 아침에 뭔가 있었던 모양이더라구요.” “응? 아침에...?”

아침에? 으음... 루나한테 첫눈에 반했다고 아예 말을 꺼냈나? 혹시 질질 짜기라도 하고 있는 거야?

아이고...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벌써 정줄을 놓으면 어떡한대? 진짜 사귀기라도 하면 어떻게 버티려고?

나 참... 정말이지, 어디서 근친 같은 못돼먹은 취향이나 가져선 말이야.

그런 취향이나 가지고 있으니, 축하해줘야 할 남동생 연애에 질질 짜는 거지... 으이그...

이거 안되겠어. 이 마왕님이, 제네시아에게 똑바로 가르쳐 줘야지.

꼬맹이 같은 남동생이 아니라, 우월한 수컷인 이 마왕을 사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암컷의 모습이란 것을 말이야.

“음. 여긴가? 제네시아의 방이...” “아. 마왕님. 잠시만요...!”

관리소장실 이라고 적힌 팻말을 보고, 얼른 제네시아를 교육하고 싶은 마음에 세라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연 순간.

책상에 엎드리거나 의자에 기댄 채, 슬픈 표정으로 기운이 빠져있을 제네시아를 상상하며 문을 열었는데.

그런데 내 시야에는,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환멸이 난다 이 좆같은 세상! 졸라 술 쳐먹고 뒈져버릴 테다!”

탈주하고 나서 1년 반 만에 돌아와, 관리소장으로서 밀린 업무를 진행해고 있었어야 할 제네시아.

그런 제네시아가 술병이 널브러진 책상에 다리를 걸친 채, 병나발을 불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와아우...”

남동생이 여자친구가 생긴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랑에 빠졌단 것 때문에, 복귀한 뒤의 첫 출근부터 병나발을 불고 있는 정신 나간 암컷.

그 미친 모습에 나는 그만, 머리가 아찔해져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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